우주비행사에게 필요한 성격

크리스 해드필드 저/노태복 역,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더퀘스트, 2014

우주왕복선 시대에 나사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우주선을 운용할 수 있는 승무원을 원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여섯 달 동안 깡통 속에 갇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거친 성격 한 가지만으로도 우주비행에서 탈락하기에 충분하다. 또 과거에는 비록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허용되었던 성격(이를테면 융통성 없는 성격)이 장기간의 우주여행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중략)

우주비행사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편견이다. 대체로 우리는 매우 체계적이며 세심하다. 우리는 짜릿함을 좇기보다는 묵묵히 준비한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사들인 엄청나게 비싼 장비를 다루기에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리고 우주비행사의 삶을 위한 최고의 보험정책은 훈련에 몰두하는 것이다. 자동으로 반응할 수 있기까지 연구와 시뮬레이션, 훈련을 거듭한다. 나사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죽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사고 때처럼, 때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도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발사대에서 또는 우주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살아남기도 했으며, 소유스를 타고 비정상적인 각도로 지구에 재진입해서는 비상착륙해서 살아남은 적도 있고, 무언가와 충돌해 우주선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갑자기 기압이 하강했는데도 살아남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실제 위기상황에서는 서로 끌어안고 기도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유일한 생존법은 정확한 대처법을 알고 침착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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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장기간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화합이 훨씬 더 중요하다. 훈련은 대체로 혼자서 받는다. 2년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혼자서 교관과 일대일로 훈련하고 공부한 다음, 모두 각자 필요한 능력을 갖추면 우주비행을 6개월 남겨두고서 팀을 이룬다. 서로 원하는 사람끼리 뭉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협력이 쉽지 않다. 마지못해 했지만 정작 동거권도 없는 결혼 비슷하다. 그리고 ‘허니문’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반년이나 지속된다. 우리는 동지관계, 생존, 맡은 임무에 대한 책임 등 거의 모든 것을 서로서로 의지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비행하느냐?’는 우주비행사들이 서로에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이다. 누구도 얼간이랑 우주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동료를 인정해야 한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가길 바라지 말고 동료의 장단점에 따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벽돌을 바꾸지 않고서도 담장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운이 따를 때도 있다. 나의 마지막 비행 때 동료였던 톰 마시번과 로먼 로마넨코는 냉철한 직업윤리와 최고의 전문 능력을 갖춘 우주비행사였다. 또한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아주 붙임성이 좋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나는 이들과 함께 우주에 간다고 너무 우쭐해지지 않도록 자제해야 할 지경이었다.

우주비행이 길어질수록 성격이 더 중요해진다. 지구에서 서로 잘 안 맞는 세 명이 함께 우주에 나간다면, 몇 달 동안 샤워도 못하고 스카치위스키도 없이 지내는 생활을 서로 참고 견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장기간 미르 우주정거장에 머문 초기 미국인 우주비행사들 중 일부는 우울증이 생겼고, 동료들 때문에, 그리고 관제센터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립감과 짜증을 겪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성격 갈등 때문에 임무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완전히 망칠 수 있다. 초기의 장기체류 우주비행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갈등에 관해 온갖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주먹다짐이 있었다는 둥 여러 날 동안 서로(또는 지상관제센터와) 말도 안 하고 지냈다는 둥. 그런 소문들을 나도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 나사는 우주비행사를 뽑을 때 성격이 원만한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예외 없이 매우 유능하다. 어떻게 해야 이렇게 유능한 사람들을 서로 잘 협력하게 만들어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단 말인가? 마치 달리기 선수들이 모여 영원히 진행되는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각자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하고, 아울러 배턴을 매끄럽게 넘겨주는 법을 찾아서 다음 주자인 동료가 더 빨리 달리게끔 도와야 한다.

어떤 우주비행사들은 이런 변화에 비교적 무난하게 적응한다. 홀로 수십 년간 애써온 뒤에 얻는 일종의 기분전환처럼.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기본 체계에 크나큰 충격을 받아 근본적인 재교육이 필요한 처지가 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성공을 팀스포츠라고 여기게 된 것은 경쟁심 강한 사람들과 몇 년간 함께 일하고 나서였다. 탐험대원의 자세(기본적으로 팀에서 건설적으로 일하고 힘겨운 상황에 즐겁게 대처하는 능력)를 고취하고 강화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육지와 물속을 가리지 않고 생존훈련을 한다. 오랜 기간 나는 미군 및 캐나다군과 함께 그 훈련을 받았고, 유타 주와 와이오밍 주에서 야생원정대에도 참여했다. 미국립야외리더십학교NOLS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두 원정활동의 구체적인 체험 내용은 달랐지만 핵심 내용은 동일했다. 안전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생존하는 법을 찾는 것이었다.

생존훈련은 우주여행과 어떤 면에서 꼭 닮았다. 둘 다 소규모의 사람들이 구체적인 수행목표를 띠고 힘겨운 환경에 던져지며, 서로 이외에는 어디에도 의지할 데가 없다. 이를테면 야외리더십학교에서 우리는 여러 팀으로 나뉘며 교대로 리더를 맡는다. 10일에서 14일에 걸쳐 야생의 경로를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힘겨운 단체경험이었다. 거친 데서 잠을 자고 길을 찾고 벼랑을 오르내리고 마실 물을 구해야 했다. 내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로.

주변과 매우 부조화하는 나로서는 절대 우주 비행사가 될 수 없을 듯 하다. ㅋ 참고로 크리스 아저씨는 일전에 소개한 Space Oddity 영상에 나오는 기타치는 그 아저씨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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