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켄밀러가 본 소로스

조지 소로스, 마이클 T. 카우프만 저/ 김정주 역, “소로스“, 디지틀MFS, 2002

p270-272

소로스가 결정을 내릴 때 가장 가까이 있어온 사람은 스탠리 드루켄밀러다. 자선 기금을 설립한 소로스는 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해 펀드를 운용할 후임자를 물색했다. 10년 이상 여러 사람을 고용해 봤지만 다들 오래 가지 못했다. 소로스보다 22살 나이가 적은 드루켄밀러는 그 제안을 받고 소로스가 사람들을 금방 갈아치운다는 소문에 조금 망설였다. 그런데다 그 제의를 받아들인 후, 로버트 소로스와 첫 인사를 나눌 때 ‘당신은 우리 아버지가 채용한 아홉번째 후임자다’ 라는 말을 듣고 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나 드루켄 밀러는 자신이 ‘표준’이라고 부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수 배운다는 결심을 하고 그 직책을 받아들였고 결국 살아 남았다. 특히 그는 시장 추적을 위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밤 9시엔 반드시 잠자리에 들었다. 2000년 봄에 물러나기 전까지 그는 소로스를 대신해 10년이 넘게 퀀텀펀드의 최고 거래자이자 거시 경제 전략가로 일해 왔다. 10년을 한결같이 지켰던 그 자리는 자신의 스승인 소로스가 거액이 움직이는 세계에서 하는 역할을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었던 값진 고지였다.

드루켄밀러는 소로스를 이렇게 평가한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느냐고요? 그냥 표준이었어요. 그는 헤지 펀드 모델을 개발해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용했어요. 5년, 10년으로 그친게 아니라 1969년부터 1989년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그 일을 해낸 정력이 정말 대단한 겁니다. 늘 강한 압박에 시달렸을 텐데 말이죠.”

드루켄밀러는 소로스의 경쟁력으로 여러 가지 특징을 지적했다. 공사구분 능력, 똑똑함, 외부 충격 속에서도 유지하는 냉철함,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그러나 결국엔 소로스의 천재적인 ‘방아쇠 당기는 능력’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는다. 드루켄밀러는 이것이야말로 소로스와 다른 사람들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말한다. 로저스와 함께 일했던 그 시절, 자신과 로저스의 차이점을 설명할 때도 그는 이 단어를 사용했었다. 드루켄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분석이나 예측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용기에 관한 것이에요. 설명하기 힘들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적정한 순간이 오면 기꺼이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는 ‘배짱’ 같은 거죠. 그건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완전히 직관적인 영역이죠. 즉 과학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예술적 재능 같다고 할까요.”

드루켄밀러는 소로스의 도움으로 퀀텀펀드의 가장 유명한 투자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1992년 영국 파운드의 대거 매입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다. (본인 주: 저자 또는 역자가 실수한 듯. 파운드 매입이 아니라 매도임) 그는 극한의 위기에 돈을 걸어 이윤을 최대화하는 능력은 아무한테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분석을 잘하는 사람, 예측을 잘하는 사람은 수백 수천 명이 있지만, 그 정보를 이용해 방아쇠를 당기고 예측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거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해요.”

1992년 드루켄밀러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키던 영국중앙은행의 주장과는 달리,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소로스의 의견을 물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 같아 보이니, 이러이러한 만큼의 돈을 투자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질책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응답이 들려왔어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 왜 20억, 30억 달러밖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러한 소로스의 독려에 힘입어 드루켄밀러는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3배나 많은 액수를 투자했다.

검은 수요일 당시 소로스는 펀드자산의 150%를 투자했다고 한다. 초 통배짱이구만. ㅋㅋㅋ 나도 도박성 느낌으로 총 자산의 50% 정도를 몰빵해서 하루만에 좀 번 적이 있지만, 소로스 만큼의 배짱은 없는 듯. ㅋㅋ

일전에 소개한 헤지펀드 열전에서도 나오지만, 투자를 잘 하는 사람도 자신이 왜 잘하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전에 ‘외환쇼크‘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분석’은 과학이지만 ‘실행’은 예술에 더 가깝다. 예측을 잘 하는 사람은 많아도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가 잘 예측한다고 씨부렁 대는 사람은 많아도, 진짜로 돈을 버는 사람은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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