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혁신

조지 M. 태버 저/유영훈 역, “파리의 심판“, 알에이치코리아, 2014

p145-146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양조자들은 프랑스와는 달리 어떤 전통이나 대물림된 지혜를 갖고 있지 않았다. 포도주 양조의 전승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기 때문에 따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실험가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찾고, 포도즙을 포도주로 바꾸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핸즐의 모범사례, 즉 온도 제어 스테인리스스틸 탱크 발효와 인공 유산발효, 비활성 기체를 사용한 산화 방지 기술,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 숙성 등은 일종의 ‘복음’이 되었다. 그리고 각자 나름의 방식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나파 마을의 드레프던 포도원 양조자들은 발포성 포도주를 만드는 피노 누아 포도의 색깔이 너무 진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만일 시원한 밤에 수확을 한다면 색소가 덜 나오는지 다른 재배자들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트레프던은 더 신선하고 생기있는 와인을 생산하게 되었다.

새내기 양조자들은 판매에 있어서도 색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그들은 양조장에서 소비자 직판을 했고, 우편 주문 판매를 시도했다. 그들의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실험은 와인 전문가나 애호가보다는 와인 초보 소비자들에게 더 호감을 샀다. 세인트 헬레나의 서터홈에서 발효중인 진판델 탱크 하나가 발표를 멈추었다. 포도즙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바뀌지 못했다. 이때 서터홈의 생산자들은 이 달콤한 분홍색 와인을 ‘화이트 진판델‘로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서터홈은 매년 화이트 진판델 수백만 상자를 팔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새내기 양조자들에게는 달성하고픈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위대한 프랑스 와인이었다. 그들은 프랑스 양조 기술을 면밀히 공부하면서, 정확히 무엇이 프랑스 와인이 위대하게 만드는지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자신도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자신의 와인과 함께 이른바 세계 최고의 와인들을 꾸준히 마시면서 서로를 비교하고 견주었다.

(중략)

새로 온 양조자들도 자신이 알아낸 지식을 나누고 서로를 돕는 캘리포니아의 전통을 존중했다. 그들 대부분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데이비스 캠퍼스프레즈노 캠퍼스에서 발전시킨 신기술과 기법을 성실히 따랐다. 프레즈노 캠퍼스는 1958년 독자적인 포도주 강좌를 개설했다. 다들 자신만의 양조방식을 찾고 솜씨를 갈고닦으려 애썼기 때문에 영업비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통과 유서깊은 기술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전통과 유서가 없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한 기술도 있다. 오래 내려온 지식을 꼭 절대시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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