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파리의 심판- 프랑스의 패권에 맞선 마이너리티 와인 혁명

파리의 심판10점
조지 M. 태버 지음, 유영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1976년에 있었던 익명 와인 시음회를 가리키는 ‘파리의 심판‘ 사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으로 나온 줄은 몰랐다. 검색해보니 이미 절판된 책을 개정해서 내 놓은 듯.

사실 본인은 이 사건에 대해 단지 맛의 상대성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좋은 사례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바야흐로 요즘 세상은 맛의 세계라서, 쬐금이라도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사람들은 맛집이라는 데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런 헛짓거리 같은 세간의 풍조에 썩소를 날리며 할 수 있는, 맛이 심리적 요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설명하는데 좋은 사례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전에 똑같은 와인이라도 가격을 높게 부르고 시음하면 낮게 부른 쪽보다 평가가 좋아진다는 기사[1]도 본 적이 있다. ㅋ

근데 책을 읽어보니 맛의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 이 책은 오히려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자들의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자들이 프랑스에서만이 위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역사의 기록인 것이다.

미국 금주법으로 몰락한 와인 양조업계는 금주법 이후에 와인에 홀린 이들이 본업을 뒷전에 두고 캘리포니아에 모여들어 맨땅에서 연구와 혁신을 수십 년 거듭하여, 마침내 와인의 본거지인 프랑스에서 프랑스 와인을 꺾는 기적같은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노력의 결과가 ‘파리의 심판’으로 나타난 것이지, 절대로 맛의 상대성에 의한 우연적 산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인은 여태 이 사건을 오해하고 있었다.

기구한 운명 이야기들의 세부적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저자가 역시 기자인지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음을 여실히 느낀다. 타임지 특파원이었던 저자 태버는 ‘파리의 심판’ 당시 그곳을 직접 보았던 유일한 기자였다고 한다. 책의 서두와 일부를 본 블로그에 인용[2,3,4]해 두었으니 독서 여부에 참고하기 바란다.

책의 뒷부분에는 이 사건이 어떻게 세간에 과장되어 퍼졌고, 또 이 사건으로 인해 와인업계에 미친 파장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중간에 개별 포도원이나 빈티지에 대한 설명은 사실 별 관심이 없어서 본인은 넘어갔는데, 프랑스산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 봐둘만 할 지도 모르겠다.

 


[1] cnet Study: $90 wine tastes better than the same wine at $10 January 14, 2008 1:49 PM PST
[2] 내 백과사전 ‘파리의 심판’ 당시의 모습 2015년 3월 30일
[3] 내 백과사전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혁신 2015년 4월 6일
[4] 내 백과사전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 2015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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