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플래시 크래시

마크 뷰캐넌 저/이효석, 정형채 역, “내일의 경제“, 사이언스 북스, 2014

p19-23

2010년 봄, 워델 앤드 리드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mutual fund)는 가장 많이 거래되는 주가 지수 선물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S&P)사의 주가 지수 선물 계약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한 선물 계약을 산다는 것은 S&P 500을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의 어떤 정해진 날짜에 사기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래에 얼마에 살 것인가 하는 가격은 지금 정해져 있다. 선물 계약은 가장 단순한 “파생” 금융 상품중 하나이며, 그 상품의 가치는 다른 것(이 경우는 S&P 500)의 가치에서 “파생”된다. S&P 500의 주가 지수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 주가 지수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 값이 거쳐서, 선물의 가치도 높아진다. 워델 앤드 리드는 자신의 다른 투자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헤지(hedge)로 선물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그들의 전략은 5월의 어느 이른 아침, 그리스 재무부가 자국의 채무 수준이 유럽 중앙은행(ECB)이 정한 한계를 훨씬 초과했다고 인정할 때까지는 견실해 보였다. 갑자기 유럽 은행가와 국제 은행가들이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만났을 때, 유럽 통화 연합의 미래에 의문이 일었다. 투자가들은 근심에 휩싸였다. 5월 6일에 주식시장이 열린 시간부터 정오까지 다우존스 지수는 2.5퍼센트 떨어졌다.

오후 2시 32분에 유럽의 문제가 미국까지 퍼지는 것을 걱정한 워델 앤드 리드 사는 바클레이스 은행의 중개인에게 선물 시장에서 빠져나오라고 요청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거래를 하는 그 중개인은 소위 E-mini S&P 500 주가 지수 선물에 41억달러어치를 매도하려 했다. 매물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그 프로그램은 한 번에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하루 동안 파는 식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한 10분동안 상황은 매끄럽게 돌아갔다. 하지만 오후 2시 41분에 무엇인가가 연쇄적인 사건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1초에 수천 건의 거래를 하는 초단타 매매자가 워델 앤드 리드사가 선물을 파는 대로 사고 있었다. 이 중 많은 매매자는 “시장 조성자”로서 돈을 번다. 즉 그들의 컴퓨터는 어느 순간에도 사거나 팔 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그들이 정해 놓은 가격보다 싸면 사고 비싸면 팔아서, 얼마 안 되는 시세 차이로 이익을 낸다. 그런데 그날 이 프로그램은 너무 많은 선물을 매입하게 되었다. 거래 자료에 따르면 원한 것 보다 더 많이 매입한 것처럼 보였다. 오후 2시 41분에 이 프로그램 중 하나가 시장 조성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정하고 공격적으로 팔기 시작했고, 이 행위는 선물 가격을 수직 하락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 선물 거래에 관여하던 완전히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양의 되먹임은 E-mini 선물의 가치를 단 4분 만에 3퍼센트 이상 깎아 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의 1막일 뿐이었다.

선물 시장에서의 이 소동은 주식 시장 자체의 내부 붕괴라는 2막을 불러왔다. 주식 거래인들은 곧 선물 가격의 급격한 폭락을 알아채고, 이 싼 선물을 사서 이익을 내기 위해 뛰어들었으며, 그러기 위해 이에 맞먹는 양의 주식을 팔았다.1) 사실상 5개월 후의 S&P 500은 지금의 지수 가격보다 매우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에 걸쳐 지수가 심하게 오르거나 떨어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투자자들은 선물을 매입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몇 분 만에 엄청난 거래량이 발생했다. 그래서 뉴욕 증권 거래소(NYSE) 등 여러 증권 거래소에서 컴퓨터 거래를 막는 자동 보호 규정이 발동되었다. 매물을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주가는 자유 낙하했다.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블루칩 주식은 3분 30초만에 시가의 3분의 1을 잃었다. 액센츄어(accenture) 주식은 주당 1페니 아래까지 떨어졌다. 모두 합쳐 다우존스 평균 지수는 몇 분만에 그 가치의 9.2퍼센트를 잃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변동으로는 최대 낙폭이었다.

잠시 후 시장은 떨어질 때와 거의 같은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날 다우존스 지수와 대부분 회사의 주식은 시작했을 때의 값과 몇 퍼센트 차이 나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와 마감되었다. 주식 가격은 다시 올라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기 전에, 제트기처럼 대단히 파괴적인 난기류 속으로 들어가서 무시무시한 죽음의 소용돌이로 수천 피트 급강하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런 “플래쉬 크래쉬(flash crash, 급격한 주가 폭락 사태)” 이후의 몇 주 동안, 대중들의 추측은 컴퓨터 오작동이나 아마도 (주식 거래인이 자판기를 잘못 눌러서 잘못된 거래를 시작했다는) “살찐 손가락(fat finger)“이 원인일 것이라는 쪽으로 쏠렸다. CNBC 웹사이트의 기사는 어떤 사람이 P&G 주식을 거래할 때 100만(million)의 m을 치려다가 10억(billion)의 b를 잘못 쳤다는 소문을 보도했다. (한 블로거가 b와 m 사이에 있는 n을 건드리지 않고서 m을 놓치고 b를 치다니, 그 손가락은 매우 뚱뚱하고 이상한 모양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지적했을지라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유력한 금융 천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거래자들이 그 크래쉬를 일으키도록 꾀어, 자신의 이익을 내기 위해 시장을 조작했다고 우려했다.

그 이후 5개월에 걸쳐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가 조사했지만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SEC가 그 하루동안 많은 시장에서의 거래를 세세하게 보여주는 산더미 같은 자료를 샅샅이 살펴본 후에 찾아낸 것은 워델 앤드 리드 사의 거래가 이 혼란의 주요 시발점이었고, 그 다음 상황은 이 혼란 자체의 에너지로 번져갔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6일에 주식 시장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결론」이라고 제목이 붙은,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미국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CFTC)의 최종 보고서2)는 매우 복잡한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한다. 하지만 양의 되먹임 측면에서 보면 개념적으로 상당히 단순하게 요약이 되는 사건이다. 2~3개의 주요 단계를 거치며, 모든 양의 되먹임처럼 결국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상 이상의 결과에 이른 것이다.

 


1) 이것은 그 붕괴 후에 실시된 2010년 5월 6일자 사건 사후 분석에서 명확하다. 다음을 참조하라. Andrei Kirilenko et al., “The Flash Crash: The Impact of High Frequency Trading on an Electronic Market.”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id=1686004
2) “Findings Regarding the Market Events of May 6, 2010,” Report of the Staff of the CFTC and SEC to the Joint Advisory Committee on Emerging Regulatory Issues. September 30, 2010

2010 플래시 크래시 사건 때문에 얼마전에 어느 선물 거래자 한 명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도 묘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