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먼의 강령회 실험

리처드 와이즈먼 저/한창호 역, “괴짜심리학“, 웅진지식하우스, 2008

p95-99

탁자를 움직인 유령

내 기억에 가장 인상적인 연구는 강령회(降靈會: 죽은영과의 대화를 위해 열리는 모임ᅳ옮긴이)에서 암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였다35 그 연구에는 친구인 앤디 니먼(Andy Nyman)도 참여했다. 앤디는 연기자이자 마술사로 영국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있는 데런 브라운의 자문자 이기도 하다. 여러 해 전 어느 마술대회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우리 둘 다 강령회에 유령이 나타난 것처럼 꾸미기 위해 19세기 영매들이 사용했던 속임수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100년이나 묵은 이 기법이 현대인도 속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 우리는 특이한 실험에 착수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우선 사람들을 극장식으로 개조한 빅토리아 시대의 강령회 장소로 초대해 암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혼이 나타난 것 처럼 꾸민다. 그 다음 사람들에게 경험한 것을 말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우리의 속임수에 넘어갔는지 판단할 것이다.

우선 무시무시해 보이는 장소가 필요했다. 우리는 우연히 런던 심장부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지하감옥을 찾아냈다. 어둡고 축축하고 퇴락한 그곳은 우리의 실험을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건물 주인이 일주일 동안 이곳을 빌려준 덕분에 우리는 매일 저녁 두 번씩 25명의 실험 잠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짜 쇼를 선보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강령회장에 도착하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다고 믿는지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다음 나는 강령회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사람들을 미로처럼 얽힌 지하감옥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좁다란 환기구를 따라 감옥의 심장부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안내되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 앤디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영매로 소개했다. 촛불만을 켠 채 그는 사람들을 자신이 서 있는 방 한가운데의 커다란 탁자 주위로 모이게 했다.

그 다음 20분 동안 앤디는 사람들에게 마리 엠브로즈라는 실재하지 않는 빅토리아 시대 가수의 살인사건을 들려주었다. 앤디가 치밀하게 만들어낸 각본에 따라, 마리가 감옥 근처에 살았고, 그녀의 유령이 감옥에서 자주 목격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다음 앤디는 리듬악기인 마라카스, 작은 종, 버들가지를 엮어서 만든 공 등 그녀의 삶과 관련 있는 다양한 물건을 가져왔다(실제로는 며칠 전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어둠속에서도 빛을 내도록 탁자와 물건들에는 발광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앤디는 물건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모두에 손을 잡으라고 한 뒤 촛불을 꼈다. 방은 완전히 어둠에 빠졌지만 탁자위의 물건들은 희미한 빛을 냈다. 앤디는 있지도 않은 마리 엠브로즈의 영혼을 천천히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공에 주의를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몇 분 후 공이 공중으로 1미터쯤 떠올라 방 안을 떠돌아다니더니 사뿐히 탁자 위로 되돌아왔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마리카스에 주의를 집중하자 마라카스가 천천히 탁자위를 굴러다녔다. 마치 유령의 수작처럼 보이는 이러한 현상들은 지난 세기말에 가짜 영매들이 사용했던 단순한 속임수들이었다. 과거의 속임수들이 현대인들에게도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우리는 적외선 카메라로 강령회장을 촬영했다. 그 결과 숨을 헐떡이는 사람, 비명을 지르는 사람, 돌처럼 굳은 채 벌벌 떠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록되었다.

이제 강령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암시. 앤디는 마리 유령에게 커다랗고 육중한 탁자를 옮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려보라고 했다. 탁자는 꼼짝하지 않았지만, 앤디는 “좋아. 마리” “좀더 높이 들어 올려” “탁자가 움직인다”와 같은 말로 탁자가 들어 올려지고 있다는 암시를 했다. 그 다음에 앤디는 존재하지도 않는 마리 유령을 다시 허공으로 보내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불이 들어왔고 쇼를 보러 와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의 말이 이어졌다.

2주 후 우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문지를 발송했다. 우선 그들에게 자신이 목격했던 일 중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사전 조사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 중 40퍼센트가 자신들이 본 현상을 진짜 유령이 저지른 일이라 생각했다. 반면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던 사람들 중에는 단 3퍼센트만이 유령의 존재를 믿었다. 그 다음 우리는 암시의 효과를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3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실제 탁자가 떠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사전 조사 결과와 연계해 보았다. 그러자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사람은 절반 정도가,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던 사람도 단지 3분의 1 정도만이 탁자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올바르게 진술했다. 우리는 또한 실험 참가자들에게 강령회 도중 어떤 특이한 경험을 했는지 물었다. 우리가 조성한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면서 다섯 중 한 사람 꼴로 으스스한 전율, 몸을 타고 에너지가 강하게 흐르는 느낌, 신비로운 존재의 실재감 등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간단한 암시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간단한 암시로 불가능한 것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35) R. Wiseman, E. Greening & M. Smith, “Belief in the paranormal and suggestion in the seance room”,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vol. 94, no. 3 (2003),pages 285-97.

ㅎㅎ 현대인도 이렇게 속이기 쉬운데, 과거는 어땠을지 쉽게 상상이 된다.

와이즈먼 교수는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심리학과 소속인데, 일전에 그의 코르크 띄우기 마술카드트릭 마술을 소개한 적 있다. 여기 워드프레스 닷컴에 그의 블로그가 있어서 가끔 그의 글을 보는데,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하는 사람인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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