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물질이 암을 일으키는 이유

로버트 와인버그 저/ 안성민, 조혜성 역, “세포의 반란“, 사이언스북스, 2005

p99-103

DNA 복제 과정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암의 형성이 촉진될 수 있는 다른 길을 제시해 주었다.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들은 단순히 세포가 DNA를 복제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DNA가 더 많이 복제된다는 의미는 복제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고, 따라서 더 많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리는 어떤 종류의 물질들이 DNA에 직접 손상을 입히지도 않으면서 발암 물질로 작용할 수 있을지 추리해 보기 시작했다. 자주 거론되던 물질은 알코올로서, 알코올 자체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능력이 없지만 담배와 어울리면 강력한 발암물질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농도의 알코올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구강과 후두를 덮고 있는 세포들이 상당수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러면 살아남은 세포들은 성장하고 분열해서 전사한 동료들의 자리를 대체하라는 명령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성장과 분열이 반복될 경우, 해당 세포들의 DNA에는 돌연변이가 생길 것이고, 게다가 복제과정 중에 있는 DNA는 증식하지 않는 세포의 DNA에 비해 돌연변이에 의한 손상에 훨씬 더 취약하다. 앞에서 말한 추리는 수많은 돌연변이원이 들어 있는 담배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알코올이 왜 치명적인 짝을 이루는지 설명해준다. 이들을 함께 사용하면 구강암과 후두암의 발병률은 30배까지 커진다.

아시아에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간암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며,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며, 역학 연구는 간암의 발생이 B형 간염 바이러스(HBV)의 만성 감염(때때로 평생 지속되는)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타이완의 공무원들을 분석한 어느 연구에서는 만성 B형 간염에 걸린 공무원들은 일반 동료들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100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RSV와는 달리 HBV의 DNA에는 암 유전자가 없으며, HBV가 세포 내에서 직접 돌연변이를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것 같다. 대신에 HBV는 감염된 사람의 간 세포를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죽이며, HBV에 감염된 사람들은 아직 감염되지 않은 세포들이 성장과 분열을 통해 죽은 간 세포를 끊임없이 대체해 주는 덕택에 수 십 년 동안 생존할수 있다. 하지만 HBV감염 환자의 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포증식은 세포분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반인의 간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단순히 세포분열을 반복해서 촉진하는 물질도 암의 출현을 촉진할 수 있다.

완전히 자연산인 에스트로겐은 인체의 고유한 호르몬이지만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에 기여한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에서 월경 주기 및 임신 기간 동안 유관(milk duct)을 덮고 있는 세포들의 증식을 촉진한다. 유선 상피 세포들은 다달이 증식했다가 죽어서 떨어져 나가며, 대부분의 여성의 경우에 이러한 주기가 초경에서 폐경 때까지, 즉 보통 12~50세 동안 계속 반복된다.

많은 연구자들은 유방암의 원인을 에스트로겐에 의해 반복되는 세포 증식에서 찾고 있으며, 최근 유방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월경 주기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과 연관이 있는 듯 하다. 영양상태가 크게 개선되면서 20세기 후반의 소녀들은 할머니들에 비해 초경을 4. 5년 빨리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출산과 관련된 풍속이 변화하고 있는 서양에서는 월경 주기를 억제하는 임신과 모유 수유가 모두 늦춰지고 있으며, 임신과 모유 수유를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겨우 몇 년을 차지할 뿐이어서, 여성의 삶에서 30년을 출산과 수유에 바치곤 했던 한 세기 전의 상황과는 크게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현대의 18세 소녀의 유방 조직은 그녀의 증조할머니의 유방조직이 전 생애 동안 경험한 것에 비교될 수 있는 에스트로겐 세포 증식 주기를 경험했을지 모른다. 여기에서도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조건은 암의 출현에 크게 기여한다.(여기에서 언급된 효과와는 별도로 나이가 어릴 때 임신과 수유를 하면 평생 유방암의 발병률이 감소하며, 이러한 예방효과의 이유는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한 가지 공통된 주제로 귀결된다. 어떤 물질들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발암 과정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DNA를 복제하는 세포들은 DNA 복제 과정 중에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으며, 실수가 잦아지면 돌연변이가 많아지고. 때로는 그 돌연변이가 원형 암 유전자를 활성 암 유전자로 바꾸어 놓는다. 세포성장이 촉진되면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시간간격이 단축되어 세포가 다수의 돌연변이 암 유전자를 획득하는 데 걸리는 과정을 단축시킨다.

DNA에 손상이 있어야 암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는데, 직접 DNA에 손상을 주지 않는 물질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가끔 도수 높은 술을 입안에 굴려서 먹기도 하는데, 이게 구강 세포를 죽여서 발암 확률을 높일 것 같구만. 안 마셔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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