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의사에 대한 단상

효창공원에는 삼의사(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의 묘가 있다고 한다. 세 의사에 대한 세간의 인지도나 평가에 대한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봉창 의사는 과대 평가를, 백정기 의사는 과소평가를, 윤봉길 의사는 제대로 평가 받고 있는 듯 하다.

1. 이봉창 의사의 경우는 ‘기노시타 쇼조,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다'[1]에 따르면 그는 빅 플랜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생각은 그리 없었는 듯 하다. 평범한 일본인들도 알고 있었던 당일 천황의 진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폭탄을 던졌으니, 거사 직전에 술 마시고 놀던 거 좀 줄이고 계획에 대한 심사숙고만 좀 했어도 거사가 성공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2. 한국인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는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폭탄 투척 사건은 일왕 생일인 천장절에 일본의 주요 장교들을 공격한 사건으로, 당대 신문에서도 1면에 큰 비중으로 기사가 나갔었다고 한다. 장제스는 이 사건에 크게 감복받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크게 후원하였고, 그의 일기에 따르면 카이로 회담 당시 처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최종 선언문에 조선의 독립을 보장하는 문구를 넣었다. 결국 과장을 좀 보태자면 그 폭탄 한 개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근데 민족주의 계열의 김구 팀 의거와는 독립적으로 아나키즘 계열인 흑색공포단의 구파 백정기 의사 팀도 같은 날 비슷한 폭탄공격을 준비하였으나, 일본어에 능숙했던 윤봉길 의사와는 달리 인맥이 딸려서인지는 몰라도 당일 입장권을 구할 수 없어서 거사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한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김구-윤봉길 팀이 실패하고 백정기 팀이 성공했다면, 오늘날의 아나키즘 독립운동사를 바라보는 세간의 관점이 참으로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3. 구파 백정기 의사[2]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 다음해에 육삼정에서 일본 공사 아리요시 아키라(有吉明) 암살을 계획했으나, 누군가의 사전 밀고로 거사 직전에 전원 검거되고야 말았다. 별로 세간의 평가는 좋지 않은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인상깊게 본 영화 ‘아나키스트'[3]는 아마 이 육삼정 의거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인 것 같은데, 아나키스트 독립 운동가들의 이상이 녹아있는 몇몇 명대사가 나온다. 독립 운동 유적에 관한 KBS 방송[4]을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육삼정이라는 요리점의 현재 위치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니, 아무튼 성공한 거사만 기억되고 실패한 거사는 별로 기억되지 못하는 측면에서 많이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기노시타 쇼조,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다 : 인간 이봉창 이야기 2011년 1월 1일
[2] http://zariski.egloos.com/2382981
[3] http://zariski.egloos.com/180319
[4] KBS [광복절 특집] 항일 유적이 사라진다 2011.08.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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