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탈세 정보 제공자 루츠 오테 인터뷰

이번 달 이코노미 인사이트에는 진짜 흥미진진한 기사가 널려 있어 완전 대박이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스위스에 소재한 율리우스 베어 은행의 탈세자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인터뷰이다. 은행 경영진의 보안에 대한 인식 차이, 독일 세무당국의 탈세자 검거방식, 스위스의 정보유출 수사방법, 그리스의 탈세 규모 등등 흥미진진한 간접적인 정보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토리와 함께 제공된다.

탈세자들의 개인정보를 독일 세무 당국에 넘길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
골프장에서 시작됐다.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독일과 스위스에서 골프를 쳤다. 이 자리에 베를린의 퇴직 세무사관이 있었다.

당신이 거주한 곳은 스위스였다.
그렇다. 당시 스위스 은행인 UBS의 정보기술(IT)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방금 말한 세무조사관이 혹시 내가 독일 탈세자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때가 언제였는가.
2007년이었다.

뭐라고 대답했나.
나는 “기대를 접으라”고 말했다. UBS는 전세계 대형 은행 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었다. 고객의 개인정보는 엄격히 관리된다. UBS는 금융위기 와중에 직원을 대량 해고했는데,나도 해고됐다. 이후 율리우스베어 은행에 취직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율리우스 베어가 아주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어 개인정보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경영진은 무시했다. 그러다가 2011년 다시 스위스에서 골프모임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세무조사관도 있었다. 그는 내게 율리우스 베어 은행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안상태가 어떤지 물어왔다. 이론상으로는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할 계획인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세무조사관이 계획을 들려줬다. 매우 흥미진진하게 들렸다.

당시 대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나.
처음부터 대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가 먼저 구체적인 금액을 명시했나. 아니면 당신이었나.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개인정보 건당 1만~1만2천 유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머리로 계산해보니 상당한 액수가 나왔다

어느 정도의 금액이 나왔나.
내가 고객 개인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는 당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300만~400만 유로를 손에 쥐게 되고, 이 돈으로 20년 동안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모임에서 시작된 정보 거래

중개자 역할을 했던 전직 세무조사관도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으려고 했나.
전직 세무조사관은 자신이 중개자 역할을 한다면 수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성장한 사람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거래블 성사시킨 사람은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당신에게 그것은 비즈니스였나.
나는 그것을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위험이 많은 비즈니스였고 그 대가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그러다가 일이 생각지 않은 데로 흘러간 것이다.

당신은 징역형을 살았다.
그렇다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자신을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내가 전달할 개인정보의 품질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은행 고객의 주소가 맞는지, 고객이 예치한 금액이 실제 탈세액인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은행 고객의 성명, 계좌번호, 계좌개설일, 잔고, 고객 주소 등 20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그중에 독일인 고객도 있었나.
독일 전역의 은행 고객이 포함돼 있었다. 4주 만에 전직 세무조사관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그는 내가 전달한 정보에 만족해했다. 그리고 다음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나는 계좌번호 100개를 전달받았고, 해당 계좌주의 성명 첫 글자를 알아내야 했다. 나는 그 테스트도 무난히 해냈다. 다시 3주가 흘렀다. 전직 세무조사관은 모든 정보가 정확하고 깨끗하니 전체 개인정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렇게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 수집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간 돈은 없었나.
없었다. 그게 협상조건이었다.

독일 세무 당국과의 연락은 항상 베를린의 중개자를 통해 이루어졌나.
그렇다. 내가 정보를 수집 중인 독일 탈세자들을 뮌스터지방국세청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뮌스터지방국세청과 연락을 취한 적은 한번도 없다.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직접 나누지 않았다.

어떻게 소통했나.
전화로 연락했다.

도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5유로면 대포폰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대포폰을 구입했다. 뮌스터 쪽과 연락하기 위해 스위스-독일 국경을 넘어 독일 통신망에서 연락을 했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넘겼는가.
1만8천개의 탈세 정보를 넘겼다. 그런데 내가 넘긴 대다수 고객 정보에 뮌스터 쪽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뭔스터 쪽은 ‘10만유로 이하의 예금은 일만 많이 만들기 때문에 애당초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다수 정보가 그냥 폐기됐다.

남은 정보는 얼마나 됐나.
약 2700건이 남았다.

탈세로 보이는 금액은 모두 얼마였나.
탈세와 밀접하게 관련된 금액은 약 25억유로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마치 시장에서 거래하듯 일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누가 먼저 액수를 거론했나.
내가 300만유로를 언급했다.

독일 쪽의 반응은 어땠나.
독일은 80만유로를 얘기했다. 우리는 결국 110만 유로에 합의했다.

300만달러와 80만달러의 중간 액수가 아니다.
문제는 내가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미 훔쳤다는 것이다 나는 실질적으로 범죄행위에 이미 한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그래서 나의 협상 위치는 전혀 유리하지 못했다.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훔쳐냈나.
내가 일할 때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정보를 추출했다. 개인정보를 손쉽게 데스크톱에 옮겨서 평범한 엑셀파일에 담았다. 엑셀파일을 작은 파일로 수없이 쪼갠 다음 위장을 위해 사진파일로 변환했다. 그 사진파일을 내 개인 메일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았나.
아니다. 나는 개인 사진이 첨부된 메일을 회사 메일 계정과 개인 메일 계정 사이에서 줄곧 보냈다.

메일을 몇 통이나 발송했나.
8〜9통 보냈다. 여기에는 독일인 2700명뿐만 아니라 영국인 1700명, 이탈리아인 2500명,네덜란드인 700명, 그리스인 200명,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인 각각 수백명의 개인정보도 들어 있었다.

외국인들의 개인정보도 함께 제공했나.
아니다. 독일은 자국 탈세자의 개인정보에만 관심이 있었다.

다른 국가들과도 이와 유사한 거래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나.
뭐, 그럴 생각이었다. 독일이 이 거래에 돈을 지급한다면 다른 국가들과도 거래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입수한 개인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 예로 그리스인 200명이 예치한 금액은 독일인 2700명이 예치한 금액에 맞먹었다.

독일인 2700명이 25억유로 은닉

개인정보를 아직도 갖고 있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했나. CD에 저장했나.
언론에서 ‘탈세 정보 CD’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CD가 아닌 단순한 칩카드에 개인정보를 저장했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플라스틱 칩카드 말이다.

칩카드는 어떻게 전직 세무조사관에게 전달됐나.
우편으로 발송했다. 일단 고객 정보 200개를 먼저 보냈고,이후 수수료가 처음 지급됐다. 내가 베를린으로 가서 20만 유로를 받았다.

현금으로 받았나.
당연하다. 처음부터 현금으로 받겠다고 말했다.

독일 쪽은 처음에 어떻게 반응했나.
독일 쪽은 현금으로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이지 않은가. 현금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못박으니 현금 거래 문제는 술술 풀렸다.

현금은 어떻게 전달받았나.
독일 쪽이 해당 금엑을 베를린의 전직 세무조사관 계좌로 이체했고,세무조사관은 그 돈을 현금으로 찾았다. 그는 거래를 위해 별도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독일 세무 당국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기도 했다. 세무조사관은 베를린 근교의 호텔 객실에서 현금 다발이 든 가방을 내게 전달했다. 그는 자신의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을 내게 줬다.

그가 챙긴 수수료는 얼마였나.
15%였다.

그에게서 전달받은 돈을 세보았나.
당연하다.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두 번째도 현금을 이런 방식으로 전달받았나.
그렇다. 두 번째는 베를린역 인근에서 만났다. 이때 나머지 90만유로를 받았다. 세무 당국이 세금을 때고 준 돈이다. 이번에는 가방이 처음보다 컸다.

그 돈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하나.
당연하다.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에서 세무조사관의 수수료를 지급했나.
그렇다.

돈은 어떻게 했나.
안전한 장소에 돈을 보관했다.

안전한 장소란 어디인가.
은행과 국가기관의 감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중략)

옳은 일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가.
그 일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었다. 그런 식의 판단은 내 기준이 아니다. 이는 내게 비즈니스다. 과거에 내가 했던 수많은 비즈니스와 다를 바 없다. 이 일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 뒤 일부 돈을 들고 다시 스위스로 갔다.
나는 15만 유로가 든 가방을 들고 스위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속 일을 했는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계속 일했다.

대체 왜 그랬는가.
문제는 내게 갑자기 큰 돈이 생긴 것을 아내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이 사실을 몰랐나.
전혀 몰랐다. 아내를 이 일에 관여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내에게 밤새 인터넷 도박을 해서 큰 돈을 땄다고만 말했다. 아내와 나는 독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추진력을 갖고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일 출근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집에서 초인종이 울린 뒤 체포됐나.
아니다. 은행에서 체포됐다. 내가 개인정보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독일 세무조사관들은 내가 넘긴 정보를 토대로 즉각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관련 탈세자들은 당연히 율리우스베어 은행에 항의했다. 그들은 은행을 철석같이 믿고 율리우스베어에 돈을 맡긴 것이다. 은행은 오래지 않아 개인정보를 넘긴 사람이 나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최고 경영자(CEO) 집무실로 불려갔고,남자 6명이 수갑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체포됐다.

어떻게 끌려갔나.
뒷문으로 몰래 끌려나갔다. 그리고 내 집으로 갔다. 이들은 데이터 백업 자료를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데이터를 어디에 숨겨놓았나.
옷장 서랍에 숨겼다. 옷장 서랍 아래쪽에 투명테이프로 붙여놨다.

너무 뻔한 장소다.
맞다. 너무 뻔한 장소다. 그들은 미친듯이 CD를 찾아댔다. 그들은 CD란 CD를 모조리 압수해갔다. 하지만 나는 칩카드에 개인정보를 담아놨다.

그리고 감옥에 갔나.
취리히 경찰 구치소의 2인실에 있었다. 거기서 일주일 동안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심문이 이어졌다. 변호사가 제일 강조한 것은 나는 피의자로서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주 중요한 대목이었다. 나는 증인이 아니고 피의자며, 증인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피의자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거짓 진술을 했는지는 경찰이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거짓진술을 했나.
당연하다.

스위스 당국은 무엇을 알고자 했나.
무엇보다 내가 받은 돈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었다.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설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색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돈으로 독일에서 체납 세금을 냈다고 말했다. 전혀 사심이 아니었지만 아주 멋진 답이었다.

스위스 당국은 당신이 얼마를 대가로 받았는지 알고 있었나.
수수료로 15%가 아닌 20%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심문과 수사가 이루어지다가 결국 법정에 가게 됐나.
나는 수사에 무척 협조적이었고, 결국 개인정보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말했다. 나는 18개월형을 선고받았고 감옥살이를 했다.

이 일이 당신에게는 비즈니스였다고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망가뜨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위스를 이해하는가.
나는 이해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 않은가.

(후략)

탈세자 검거를 위해 비지니스까지 동원하는 독일 세무 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ㅎㅎㅎ 더불어 아직도 스위스의 매국노 취급을 받으며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장 지글러씨의 책 서문이 생각난다. 스위스는 부도덕을 팔아 국부를 얻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

당시 사건의 아시아 경제 기사.

아시아 경제 스위스 최대 자산관리전문은행 율리우스베어 고객정보 털렸다 2012.08.28 10:17

2 thoughts on “스위스 탈세 정보 제공자 루츠 오테 인터뷰

  1. 대박이네요! 그리고 이런 솔직한 인터뷰 문화가 신기합니다.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그냥 비지니스라고 말하는 태도 같은 것도요.

    • 문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코노미 인사이트지에 가금 놀랄만큼 솔직한 인터뷰 번역 기사가 나옵니다. 예전에 실크로드 운영자가 검거되기 전에 인터뷰도 실렸었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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