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10점
유노가미 다카시 지음, 임재덕 옮김/성안당

‘일본 반도체 패전’을 쓴 유노가미 다카시의 책이다. 그의 전작도 읽어봤는데, 그 책의 논의를 이어서 계속하고 있고,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시간이 없다면 두 권 중 한 권만 읽어도 될 듯 하다.

일전에 엘피다 메모리 몰락의 원인에 대한 전작을 인용한 적이 있는데, 책의 앞부분에 전작에서 설명한 합병과정의 구조적 문제점 외에도 엘피다 메모리 사장의 경영적 실패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3장 이후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 개인의 추정이나 감상적 의견이 대단히 많아서 그리 유익한 내용은 아니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시장이나 상황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2015년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이 인용하는 데이터나 분석, 시장 상황 등은 약간 낡은 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책에서 언급한 3차원 DRAM 적층은 이미 양산되어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삼성-애플 소송이야기는 이미 거의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최신 반도체 산업 동향이라는 시의성을 강조한 관점보다는, 경영학적 실패사례로서 보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포브스 한국어판 기사에서 반도체 공정의 낮은 수율을 스피드로 극복하는 사례에 대한 기사를 인용한 적 있는데, 비슷한 이야기가 본 서에도 나온다.

p96-98

엘피다에서 삼성으로 전직한 X 이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X 이사는 내가 도시샤 대학의 교원이었던 2005년에 인터뷰를 했다. 당시,엘피다의 수율은 98%, 삼성의 수율은 83%였다. 그 숫자를 본 애널리스트들은 엘피다가 삼성보다 기술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X 이사는 ‘이러한 평가는 전혀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시 최첨단의) 512Mb DRAM의 칩 면적은 삼성이 70평방 밀리미터,엘피다가 91평방 밀리미터였다. 따라서 300mm 웨이퍼로부터 취득할 수 있는 칩의 수는 수율 83%의 삼성이 약 830개, 수율 98%의 엘피다는 약 700개가 되어 수율이 나쁜 삼성이 다수 DRAM을 취득할 수 있었다[웨이퍼의 외곽이기 때문에 쓸모없게 되는 부분(엣지 액스크루드 존,Edge Excluded Zone)이나 칩을 자를 때 소용없게 되는 폭(스크라이브라인, scribe Line)의 문제는 생략했다].

둘째,수율을 60%에서 80%로 올리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80%에서 98%로 올리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람, 돈, 시간 등 방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삼성은 수율 80% 이상 이라면 충분히 비즈니스가 성립되므로, 그 이상의 수율을 추구할 필요가 없고, 하지도 않는다.

셋째,삼성은 당시 양산하고 있던 DRAM의 Shrink판에 대해서, 4세대 동시 개발을 실시하고 있었다. 즉,한층 더 작은 DRAM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이 4세대 동시 개발은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현행 양산품의 수율 향상에 과다한 코스트를 들이지 않고, 좀 더 작은 칩 사이즈의 DRAM 양산 시작을 우선시했다.

넷째,삼성이 쓰고 있는 제조 장치의 스루풋(웨이퍼 처리의 효율)은 엘피다의 약 2배였다. 즉, 1매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시간이 엘피다의 반이다. 이와 반대로 같은 매수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경우, 엘피다는 삼성의 2배에 달하는 제조 설비가 필요하다. 그 결과,엘피다의 칩 원가는 대략 삼성의 배가 된다. DRAM은 칩 원가의 반 이상을 제조설비가 차지한다. 만일 엘피다의 칩 취득 수가 삼성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이익률에서는 엘피다가 삼성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실제로 2005년의 영업 이익률은 삼성이 약 30%,엘피다가 약3%로 한 자릿수가 다르다)

특히 기술적으로 뒤지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초창기 TSMC나 NAND 시장의 형성)를 들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관점은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하루 안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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