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소를 이용한 약효의 증가

헌팅턴 병은 그 독특한 유전성 질환과 뇌 기능과 관련된 연구 때문에, 뇌과학 관련된 책에서 흔하게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수잰 코킨의 저서[1]의 설명을 잠시 인용해보자.

p262

헌팅턴병은 미상핵의 뉴런이 소실되어 나타나는 희귀 유전병으로 피질 내의 세포 사멸을 야기하는 현상이 수반된다. 이 병의 원인은 4번 염색체의 HTT 유전자 결함으로 알려져 있다. 헌팅턴병 환자에게는 이 유전자의 특정 염기가 120회까지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병을 앓지 않는 사람들은 10회에서 35회가량 반복된다. 파킨슨병의 특징이 움직임 결핍이라면 헌팅턴병의 특징은 움직임 과다라고 할 수 있다. 헌팅턴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얼굴, 사지, 엉덩이의 비틀림이나 경련 같은 불수의적 움직임으로 이 증상이 나타나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16

 


16. M. Victor and A. H. Ropper, Adams and Victor’s Principles of Neurology, 7th ed. (New York: McGraw-Hill, Medical Pub. Division, 2001).

얼마전에 헌팅턴 병에 의한 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SD-809라는 Teva의 약[2]이 FDA에 의해 승인[3]되었다고 하는데, 이 약은 독특하게도 중수소를 사용한다. 왜 이것을 사용하는가?

약학에서 신진대사를 통해 약이 체외로 배출되는 속도를 Clearance라고 한다. 위키피디아를 대충 보니 미분방정식을 풀어 함수도 만들 수 있는 모양인 듯. ㅋ 여하간 이 clearance는 특정 탄소-수소의 결합력에 의해 좌우되는데, 몇몇 수소를 중수소로 대체하면 이 속도가 떨어져서 약효가 더 오래간다고 한다.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핵융합에나 쓰일 줄 알았지 이렇게 약에 쓰일 줄은 몰랐다. ㅋㅋ

중요한 부분은, 이런 기법이 모든 약에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많은 종류의 약에 적용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특허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3]에 광학이성질체에 따르는 약효의 차이와 관련된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이렇게 중수소를 대체하는 기법이 머지않아 곧 “obvious to one skilled in the art“라고 보는 듯 하다.

“obvious to one skilled in the art”가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특허와 관련된 문서에서 되게 많이 보이는 관용구인 듯 하다. 특정 분야에 숙련된 일반적인 기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의미 같다. 뭐 판사가 보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도, 그쪽 분야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그런 류의 지식인 듯. ㅋ

여하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수소가 제약계에서 좀 더 널리 쓰이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듯 하다. 생각치 못한 진보가 어느 분야든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2015년 10월 19일
[2] http://www.drugs.com/nda/sd_809_150812.html
[3] 이코노미스트 Drugs that live long will prosper Sep 5t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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