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소를 이용한 약효의 증가

헌팅턴 병은 그 독특한 유전성 질환과 뇌 기능과 관련된 연구 때문에, 뇌과학 관련된 책에서 흔하게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수잰 코킨의 저서의 설명을 잠시 인용해보자.

p262

헌팅턴병은 미상핵의 뉴런이 소실되어 나타나는 희귀 유전병으로 피질 내의 세포 사멸을 야기하는 현상이 수반된다. 이 병의 원인은 4번 염색체의 HTT 유전자 결함으로 알려져 있다. 헌팅턴병 환자에게는 이 유전자의 특정 염기가 120회까지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병을 앓지 않는 사람들은 10회에서 35회가량 반복된다. 파킨슨병의 특징이 움직임 결핍이라면 헌팅턴병의 특징은 움직임 과다라고 할 수 있다. 헌팅턴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얼굴, 사지, 엉덩이의 비틀림이나 경련 같은 불수의적 움직임으로 이 증상이 나타나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16

 


16. M. Victor and A. H. Ropper, Adams and Victor’s Principles of Neurology, 7th ed. (New York: McGraw-Hill, Medical Pub. Division, 2001).

얼마전에 헌팅턴 병에 의한 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SD-809라는 Teva의 약이 FDA에 의해 승인되었다고 하는데, 이 약은 독특하게도 중수소를 사용한다. 왜 이것을 사용하는가?

이코노미스트 Drugs that live long will prosper Sep 5th 2015

약학에서 신진대사를 통해 약이 체외로 배출되는 속도를 Clearance라고 한다. 위키피디아를 대충 보니 미분방정식을 풀어 함수도 만들 수 있는 모양인 듯. ㅋ 여하간 이 clearance는 특정 탄소-수소의 결합력에 의해 좌우되는데, 몇몇 수소를 중수소로 대체하면 이 속도가 떨어져서 약효가 더 오래간다고 한다.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핵융합에나 쓰일 줄 알았지 이렇게 약에 쓰일 줄은 몰랐다. ㅋㅋ

중요한 부분은, 이런 기법이 모든 약에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많은 종류의 약에 적용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특허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에 광학이성질체에 따르는 약효의 차이와 관련된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이렇게 중수소를 대체하는 기법이 머지않아 곧 “obvious to one skilled in the art“라고 보는 듯 하다.

“obvious to one skilled in the art”가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특허와 관련된 문서에서 되게 많이 보이는 관용구인 듯 하다. 특정 분야에 숙련된 일반적인 기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의미 같다. 뭐 판사가 보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도, 그쪽 분야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그런 류의 지식인 듯. ㅋ

여하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수소가 제약계에서 좀 더 널리 쓰이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듯 하다. 생각치 못한 진보가 어느 분야든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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