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10점
수잰 코킨 지음, 이민아 옮김/알마

신경과학에서 H.M.의 사례는 너무 유명해서 나같은 신경과학의 문외한조차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이다. 1953년, 그는 심각한 간질 발작의 치료를 위해 당시에는 실험적 수술이었던 해마절제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장기 기억능력을 잃게 된다.

사람의 기억은 신경회로의 전달형태로 수 초에서 수 분간 지속되는 단기 기억과, 이를 단백질로 변환하는 장기 기억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는 이 후자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기억이 수 분간밖에 지속되지 않으므로 책의 제목에서와 같은 ‘어제가 없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해마는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일 뿐만 아니라 장기기억의 정보를 꺼내는 데도 관여를 하는데, 일화기억(개인이 경험한 과거의 사건)과 의미기억이(개인과 무관한 사실) 다른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해마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관여한다는 사실(p349)도 처음 알았다. 기억이라는 정보가 저장되는 과정을 더 연구해 밝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를 통해 지난 50년간 기억 저장 매커니즘과 기억 연구와 관련해서 신경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그를 수 십년간 지켜보고 때로는 익명성으로 보호해주던 연구자 Suzanne Corkin씨가 2008년 H.M.이 사망할 때까지의 환자의 일생과 그로 인해 진보한 뇌과학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전반적으로 기억과 인지 매커니즘의 연구 방법이나 기존 이론 등을 소개하는 내용과, H.M.의 생활이나 인생사에 대한 내용이 섞여있다. 분량상으로는 반반정도일까. 이전에 읽었던 신경심리에 관한 책 중에서 올리버 색스의 저서가 생각이 나는데, 환자를 학술적 대상으로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의 정신적 교감을 바탕으로 수필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학술적 저서보다는 대중서에 더 가깝다. 장소법 기억술에 대한 책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 있으니 독서여부에 참고바란다.

일전에 페렐만의 사례에서도 들은 바 있지만, 어떤 사람이 갑자기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면 무례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방면으로 사생활 침해를 받는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익명성을 끝까지 보호해준 수잰씨의 연구 윤리가 인상적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H.M.이 사망한 후 그의 뇌를 보존하는 과정과 향후 신경과학에서 연구해야 할 방향, 그리고 H.M.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지식에 대해 설명하는 글로 마무리 된다. 책의 분량은 꽤 많지만 40년 넘게 지속된 연구의 기록으로서 시간을 내어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2016.8.6
한국일보 ‘기억’을 잃은 남자를 사랑한 과학자 2016.08.06 04:51

 


2016.8.13
와이어드 Why Patient HM’s Mysteries Are Still Locked in His Brain 08.12.16 9: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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