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생각하는 법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크리스마스 특별판에 동물도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에세이가 있어 포스트해 본다.

이코노미스트 Animals think, therefore…

내용이 상당히 길긴 하지만 읽을 가치가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과거 스키너로 대표되는 행동주의적 관점에서는, 동물은 컴퓨터와 같이 일종의 입출력이 정해진 머신으로 이해를 할 수 있고, 정해진 입력(고통, 종소리 등)에 대한 정해진 출력(비명, 침흘림 등)이 발생하는 장치라고 본다면, 동물의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 행동에 대한 관찰이 역사적으로 누적되면서 이와는 다른 견해가 나오게 된다. 동물 행동 관찰은 여러모로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 실험실에서는 변수의 통제가 쉽지만 자연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행동을 유도함으로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고, 야생 관찰에서는 일화적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간접적 증거가 누적되고 있는데, 이코노미스트지의 이 에세이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전에 크리스틴 케닐리의 저서에서 소개된 개의 추론에 관한 사례도 나온다. 이 사례는 비록 비언어적과정을 통한 듯 하지만, 언어 없이 추론이라는 정신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인상에 남는다. 또 본 블로그에서 소개한 원숭이도 불평등을 거부한다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위 에세이에 등장하는 사례 중 본인이 처음 듣는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해본다.

1. Billie라는 야생 돌고래는 치료를 위해 남호주 아쿠아리움에서 보호를 받았는데, 이 때 서커스 훈련을 받은 다른 돌고래들과 같이 지냈다고 한다. Billie는 어떤 훈련도 받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야생에 풀어줄 때는 tailwalking을 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tailwalking을 검색하면 어떤 행동인지 볼 수 있는데, 돌고래가 물 밖으로 튀어나가면서 아주 잠깐 꼬리를 발처럼해서 뒤로 걷는 듯한 행동을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Billie가 합류한 야생 돌고래 떼의 무리 중 다섯 마리가 이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행동은 자연에서 돌고래의 생존과 아무 상관이 없는 행동이므로 단지 재미로 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외에 다른 설명을 하기 어렵다.

2. 1970년대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소재한 Port Elizabeth Oceanarium의 수중 탱크에서는 유리창을 통해 Dolly라는 돌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담배를 피고있는 모습을 본 Dolly가 자기 어머니 돌고래에게 달려가 젖을 빤 다음에 입으로 우유를 뿜으며 담배연기 뿜는 것을 흉내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헐!

3. 수컷 흑고래는 수십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는 여덟 개 정도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파트는 2개에서 20개 정도의 휘파람이나 신음소리,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포함한다. Ellen Garland와 Michael Noad는 남태평양 흑고래의 노래의 유행이 수천킬로미터에 걸쳐 동쪽으로 이동진전함을 발견했다[1]고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환경적 또는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연구자는 흑고래 문화의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4. Alex라는 앵무새는 6까지 셀 수 있고, 간단한 어휘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banana와 cherry라는 친숙한 단어를 아는 상태에서 사과를 보여줬더니 스스로 bannery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한다.[2]

5. 남 브라질에 소재한 Laguna에서는 수 세대에 걸쳐 돌고래와 어부들의 협력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위 링크의 맨 마지막에 실제로 조업을 하는 어부들의 영상이 있으니 함 보시라. 어부들은 해안에 몇 시간 동안 낭창하게 서 있으면, 돌고래가 멀리 있는 물고기 떼를 어부쪽으로 몰아준 뒤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영상을 보니 단 한 번의 그물질로도 상당한 고기가 잡히는 듯. 이 작업은 인간이든 돌고래든 양쪽 종의 세대를 걸쳐서 기술이 전수되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인 모양인데, 종간 협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예전에 본 동영상 중에 오리가 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동영상이랑 개가 새랑 장난치면서 노는 장면이 생각나는데, 생존본능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장면을 보고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동물이 어떤 형태로 생각을 전개하는지는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뭐 같은 사람 마음도 헤아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동물이야!

 


[1] Garland EC, Gedamke J, Rekdahl ML, Noad MJ, Garrigue C, Gales N (2013) Humpback Whale Song on the Southern Ocean Feeding Grounds: Implications for Cultural Transmission. PLoS ONE 8(11): e79422. doi:10.1371/journal.pone.0079422
[2] Wise, Steven M. (2002). Drawing the Line. Cambridge, MA: Perseus Books. p. 107. ISBN 0-7382-0340-8.

3 thoughts on “동물이 생각하는 법

  1. 다른 동물들이 어떤 형태로 생각을 전개하는지는… 사람도 동물이라는 점에서 의외로 알기 쉬울거 같아요.

  2. 오리가 잉어를 먹이는 동영상 댓글을 보니, 원래 오리는 음식을 적셔서 먹는다네요. 저 오리는 어려서 그런지 음식을 적시다가 잉어들에게 음식을 빼앗긴거라고 하는 댓글이 있어요. 그렇게 보니 또 그런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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