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violation을 이용한 초기 생명의 chirality를 설명하는 가설

Chirality는 분자구조상 거울 대칭형태를 가지는 광학 이성질체가 나타나는 성질을 말하는데, 생물은 L-아미노산과 D-포도당만 사용하고 D-아미노산과 L-포도당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생명이 가지고 있었던 특징이라고 추정되는데, 어떤 (화학적?) 과정을 통해 최초의 생명이 chirality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이 있는데, 물리학의 CP violation 현상을 이용하여 이를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본인도 디머 선생과 같이 racemization을 거스를 정도로는 너무 에너지차가 적어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실이라면 너무나 매력적인 주장이라 옮겨본다. ㅎㅎ

데이비드 디머 저/류운 역, “최초의 생명꼴, 세포”, 뿌리와 이파리, 2015

p157-158

약력이 생물과는 상관없는 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이 있다. 다른 세 힘들은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기본적인 대칭성을 가지는데, 이를 반전성parity이라고 한다. 그런데 약력은 비대칭적이다. 이를 일컬어 반전성 위반parity violation이라고 한다. 약력이 주관하는 방사성 붕괴과정이 일어나면,생성된 입자들이 손짝을 가지게 된다. 이 효과를 서술할 말로 물리학자들도 ‘손짝가짐’이란 말을 쓴다. 나아가 이 기본적인 손짝가짐이 분자구조에까지 전해졌을 만한 방도들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이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압두스 살람이었다. 그는 전기약 상호작용electroweak interaction 이론을 확립한 공로로 1979년에 셀던 글래쇼, 스티븐 와인버그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다. 1993년에 살람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을 경우, 라세미 상태의 아미노산 혼합물이 아미노산의 D-거울상 이성질체와 L-거울상 이성질체 사이의 에너지 차로 인해 약 1만 년 뒤에는 저에너지 상태인 L-거울상 이성질체로 바뀌어야 한다고 계산했다. 이보다 훨씬 일찍인 1966년에 가나자와 대학교의 야마가타 유키오는 이런 생각을 내놓았다. “생분자들의 비대칭적인 모양새는,전자기 상호작용에서 반전성이 살짝 깨지고, 일련의 화학반응들을 거치면서 이 반전성 깨짐이 축적된다고 볼 때에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다른 과학자들도 생각을 같이했다. 이를테면 런던 대학교의 스티븐 메이슨Stephen Mason과 조지 트랜터George Tranter는 수용액에서 알라닌의 ‘반전성을 위반하는 에너지 차parity violating energy difference'(PVED)를 계산한 뒤, L-알라닌의 에너지가 D-알라닌보다 1몰당 ~6.5 x 10-14줄(J)이 낮다고 규정했다. 최근에 이론적으로 계산한 PVED 값은 이보다 훨씬 높아서 1몰당 10-12줄 범위이다. 그러나 이 차는 극히 작은 값이어서 거시적 수준에서 감지될 만한 효과를 내려면 모종의 증폭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생체계에서 나타나는 손짝같음의 기원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설명이라고 보기에는 PVED가 몹시 미심쩍다고 여기는데,바로 본 것이다. 아미노산의 D-꼴과 L-꼴의 에너지 차를 계산한 값은 너무 작아서, 아직까지 한 번도 측정되지 못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올바른 계산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느 메커니즘이 그 에너지 차를 아주 크게 증폭할 수 있다면, PVED가 L-아미노산 쪽으로 균형추를 기울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6.5.17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6278396140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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