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의 강의 스타일

조던 엘렌버그 저/김명남 역, “틀리지 않는 법“, 열린책들, 2006

코시가 내렸던 정의를 정확하게 쓰려면, 우리는 꽤 품을 들여야 한다. 코시 자신은 우리처럼 현대적이고 깔끔한 형식으로 그 개념을 표현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랬다(수학에서는 어떤 개념을 발명한 사람이 그 개념을 가장 깔끔하게 기술하는 방법까지 알아낸 예가 거의 없다).[29] 코시는 굳건한 보수주의자이자 왕정주의자였지만, 수학에서만큼은 당당한 혁명가이자 학계 권위자들의 골칫거리였다. 위험천만한 무한소를 쓰지 않고도 미적분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는 자신의 새로운 개념들을 반영하게끔 에콜 폴리테크닉의 강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고쳐 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 조치에 화를 냈다. 최신 순수 수학 세미나를 신청한 게 아니라 신입생 미적분 수업을 신청한 것뿐이었던 학생들은 얼떨떨했고, 동료 교수들은 그 학교의 학생들이 엔지니어 지망생들이니 코시처럼 정밀 수학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으며, 관리자들은 코시가 공식 강의 개요를 준수하라는 명령을 깡그리 무시했기 때문에 화를 냈다. 대학은 전통적인 무한소 기법의 미적분을 가르치는 새 수업 요강을 짜서 내려보냈고, 코시가 그것을 잘 따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의 강의실에 강의 내용을 받아 적을 첩자를 들여보냈다. 그래도 코시는 따르지 않았다. 그는 엔지니어들의 요구에는 흥미가 없었다. 진실에만 흥미가 있었다.6

교육학적 관점에서는 코시의 태도를 옹호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그에게 공감한다. 수학의 굉장한 즐거움 중 하나는 무언가를 옳은 방식으로, 바닥까지 철저히 이해했다고 느끼는 단호한 감정이다. 나는 수학을 제외하고는 정신 활동의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일단 당신이 무언가를 옳은 방식으로 할 줄 알게 되면, 이후에는 그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좀 더 완고한 사람이라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29] 여러분이 엡실론이나 델타 같은 표기를 사용하는 수학 수업을 들었다면, 코시의 형식적 정의의 후예를 접한 것이다.
6 코시의 미적분 수업에 관한 일화는 19세기 초 수학과 문화의 상호 작용을 흥미롭게 추적한 역사적 연구인 아미르 알렉산더의 책 『새벽의 결투Duel at Dawn』에서 가져왔다. 다음도 참고하라. Michael J. Barany, “Stuck in the Middle: Cauchy’s Intermediate Value Theorem and the History of Analytic Rigor,” Notice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60, no. 10 (Nov. 2013): 1334~1338. 이 자료는 코시의 접근법의 현대성에 대해서 약간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첩자…-_- 와하하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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