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벵골어로 번역하기

싯다르타 무케르지 저/이한음 역,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까치, 2017, p124

우리는 지붕에 있는 발코니로 올라갔다. 마침내 하늘이 보였다. 너무나 빠르게 어스름이 깔려서, 마치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광경을 거의 느낄 수 있는 듯 했다. 아버지는 멀리 있는 역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한 마리 외로운 새처럼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유전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전자라…” 아버지가 눈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뱅골말로는 뭐라고 하죠?”

아버지는 적당한 말이 있는지 떠올려보았지만, 없었다. 하지만 대신 쓸만한 단어를 찾아냈다.

“아베드(abhed)가 어떨까?” 아버지로부터는 처음 듣는 단어였다. “나눌 수 없는” 또는 “뚫을 수 없는”을 뜻하지만, 대강 “정체성”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가 그 단어를 골랐다는 데 놀랐다. 단어의 반향실(echo chamber)이라고나 할까. 멘델이나 베이트슨도 많은 울림을 지닌 그 단어에 흡족해했을 듯 하다. 나눌 수 없는, 뚫을 수 없는, 정체성.

나는 모니 형, 라제시 삼촌, 지구 삼촌(정신병을 앓던 저자의 친척들임) 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아베데르 도시(Abheder dosh)”

정체성의 결함. 유전질환, 자아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오점, 그 모든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아버지는 그 불가분성과 화해했다.

책에 Abheder dosh의 의미가 설명되어 있지 않은데, 검색해보니 벵골어로 ‘도쉬(দোষ)’는 죄, 잘못, 실수를 의미[1]하는 것 같다. [1]에서 발음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Abheder dosh는 ‘정체성의 결함’, ‘유전적 오점’ 정도의 의미가 되는 것 같다. abhed는 검색해봐도 의미를 찾을 수 없는데, 아무래도 뱅골어에서조차 흔하지는 않은 단어 같다.

 


[1] http://www.shabdkosh.com/bn/translate/dosha/dosha-meaning-in-Bengali-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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