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은이) | 김호동 (옮긴이) | 사계절 | 2000-06-27 | 원제 Marco Polo (1934년)

 


중앙아시아의 역사에 대해 조사하다보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소속의 김호동 교수를 언급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일전에 읽은 James A Millward 선생의 저서[1]에서도 김호동 교수의 연구가 몇 군데 언급된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이리저리 찾아보던 차에 읽어본 책인데, 역시나 김호동 교수의 꼼꼼한 역주가 자세하게 달려 있어 상당히 학술적으로도 뛰어난 책인 듯 하다. 뭐 본인은 문외한이라 가치를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사료를 인용하여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을 교차검증하는 부분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르코 폴로의 이 책은 다양한 사본이 존재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일전[2]에 인용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본문에는 중요한 세 개의 사본을 모두 참고하여 다른 사본에 없는 문장은 각각 표시가 되어 있다.

책 주석에서 김호동 선생이 폴 펠리오의 연구를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예전에 읽은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 ‘실크로드의 악마들'[3]을 봤을 때는, 이 사람이 걍 유물 도둑놈인줄로만 알았는데, 동양사에 대해 이 정도로 식견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폴 펠리오 다시 봤음 ㅋㅋ

p42에 스기야마 마사아키 선생이 마르코 폴로는 가공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했다는 언급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본인은 스기야마 선생의 책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사에 대해 조사해 보면 자주 나오는 인물이라 꽤 영향력있는 사람 같은데 이런 극단적 주장을 한 줄은 몰랐네. ㅎㅎ

p143 (41장)에 이스마일파의 ‘산장의 노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깜짝 놀랐다. 오래 전에 읽은 버나드 루이스 선생의 저서[4]가 생각나서 다시 찾아봤다.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까먹고 있었는데-_-, 그 책에 마르코 폴로의 41장이 인용되어 있었다. 아사신파의 자세한 이야기는 루이스 선생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p270 (96장)에 쿠빌라이 칸이 종이 지폐를 이용한다고 소개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려 13세기 당대에 종이 화폐 경제가 이정도까지 발달한 줄 처음 알았다. 일전에 읽은 Thomas Levenson의 책[5]에서는 17세기에 은화의 은 함유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영국 정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까지도 서구에서는 돈의 가치가 금속으로만 판정되던 시대였으니, 과연 마르코 폴로가 시대를 앞서는 화폐 시스템을 ‘연금술’이라 부를만 하다. ㅎㅎ

p295에 Marco Polo Bridge 이야기가 나온다. 마르코 폴로가 이 다리를 묘사하면서 너무나 아름답다고 설명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중일전쟁의 기폭제가 된 노구교 사건이 여기서 일어난 줄 처음 알았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베이징 외곽 서남 방향에 위치하는 듯. 평균값의 다리[6]와 함께 한 번 보고 싶구만 ㅎㅎ

마르코 폴로가 여행한 그 시점은 쿠빌라이 칸의 영향력과 몽골의 국력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였고, 몽골 제국 하에서 풍요를 구가하던 13세기 중국 사람들의 생활상이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p374(152장)부터 항저우 시 내부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거리의 묘사가 너무 생생하여 도저히 13세기의 기록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역사기록은 보통 왕실이나 정치적 설명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묘사하는 생생한 풍경의 묘사가 흥미를 자아낸다.

p476에 형제의 싸움을 막기 위해 어머니가 유방을 잘라내겠다고 외치는 설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일전에 본 무케르지 선생의 책[7;p256]에 무케르지 선생의 할머니가 아버지와 삼촌이 싸울 때, 자궁을 씼어내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랑 똑같다. 이거 뭔가 문화인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한데, 뭐 본인은 문외한이라 모르겠음-_-

역자인 김호동 선생은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지명마다 일일이 현대의 지명을 비정하고 있는데(물론 불명확한 장소도 많다), 구글지도로 언급된 지명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마르코 폴로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대략 감이 온다. 세계지도를 이리저리 뒤적이는 부차적인 재미도 있다. ㅎㅎㅎ 13세기 당시 알려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환경/문화/구전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때로는 그 묘사가 당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다. 일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신장의 역사 : 유라시아의 교차로 2013년 5월 30일
[2] 내 백과사전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의 사본들 2017년 8월 24일
[3] http://zariski.egloos.com/2576823
[4] http://zariski.egloos.com/2496447
[5] 내 백과사전 [서평] 뉴턴과 화폐위조범 –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 2016년 7월 7일
[6] 내 백과사전 평균값의 다리 2013년 12월 20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2017년 8월 21일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