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에드워드 J. 라슨(저자) | 임종기(역자) | 에이도스 | 2012-01-12 | 원제 An Empire of Ice (2011년)

 


남극 Adare 곶에서 과거 캡틴 스콧 팀의 식량으로 추정되는 케이크가 발견되었다는 BBC 뉴스[1]를 본 기억이 있다. 무려 106년(!)된 케이크지만 보존이 잘 돼 있어서, 마치 먹을 수 있을 듯 한 향을 내뿜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먹어본 용자는 없었는 듯 하다. ㅎㅎㅎ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과학사적 관점에서 캡틴 스콧의 업적에 대한 재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언급한 대로[2], 스콧 팀과 아문센 팀은 근본적으로 탐험의 목표가 달랐다. 과도하게 경쟁적 구도의 관점에서 부각되는 바람에, 스콧 선장의 테라 노바 탐험대는 마치 사전 준비와 지식의 결여, 실패한 리더십으로서 출발하기 전부터 약속된 실패자라는 세간의 인상을 가지고 있고, 사실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위키의 ‘아문센 vs 스콧’ 항목[3]에서도 과학적 가치를 무시하는 무지렁이들이 가지는 관점이 반영된 서술을 볼 수 있다. 특히,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4]와 같은 패착이 스콧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약속된 실패자로서의 인상이 부각된 소개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저자인 Edward J. Larson은 역사 저술가로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그의 다른 저술인 ‘Summer for the Gods’로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였는데, 국내에서 ‘신들을 위한 여름'[5]으로 역서가 출간되어 있다. 이 책도 재미있을 것 같아 사놓고 아직 안 읽어 봤는데-_- 너무 게을러 탈이다. ㅎㅎ

역자인 임종기씨의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 싶더니만, 아주 오래 전에 읽은 SF의 개략적 역사를 소개하는 책[6]의 저자였다. 헐…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SF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주는 책으로 SF에 관심있으면 읽을만하다.

여하간 이 책에서는 스콧 이전의 영국의 사회 문화적/과학사적 배경을 소개하고, 왜 그런 탐험을 하게 되었고/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대적 설명도 들어 있어 텍스트의 분량은 꽤 많은 편이다. 비록 탐사의 동기에는 영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깔려있긴 했으나, 본질적으로 다양한 필요성과 학문적 발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탐사였고, 아시다시피 결국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p60에 영국의 세금이 ‘한낱 이론적인 연구’(즉, 남극 탐사)에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등장하는데, 이건 과학 발전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렁이들이 현대에서도 묻는 질문이다. ㅎㅎ 세상은 돌고 도는 듯. ㅎㅎ

p135부터 설명되는 챌린저 호의 탐사는 인류 최초의 Big Science라고 볼 수 있는데, Edward Forbes심해 무생대 가설을 폐기시킨 대규모 세계 해저 탐사로서 유명하다. 일전에 본 김명호 화백의 만화 ‘생물학 공방'[7]에서 이 탐험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 바란다.

p194에 영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퍼진 제국의 위기의식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혀 언급을 안 하고 있지만, 이 시대는 신흥 강대국인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하던 시기로, 영국사회에서 제국의 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8]에도 잘 나와 있다.

지구가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오늘날 누구나 아는 간단한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북극성이 자석이다/자극이 여러 개 있다 등의 잘못된 (그러나 당대에는 어느정도 설득력 있었던) 가설들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목숨을 걸고 극점에 찾아가서 자기장을 측정해야만 했다. 과학의 발전은 데이터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1등을 강조하는 세간의 무지렁이적 인식[3] 때문에 스콧의 업적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목숨과 바꾸며 채집한 화석이 지구과학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는 사실[9]만 봐도 캡틴 스콧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아참, 참고로 스콧 선장의 테라노바 탐험대 직후에 남극점 정복을 시도한 시라세 노부라는 사람이 있다. 스콧이 1912년 1월 17일에 남극점에 도달했는데, 시라세 노부는 1월 16일에 남극 대륙에 상륙했으니 간발의 차라 할 수 있다. 일전에 읽은 김예동 선생의 저서[10]를 참고하기 바란다.

 


[1] BBC Antarctica fruitcake: 106-year-old dessert ‘left by Capt Scott’ 12 August 2017
[2] 내 백과사전 스콧/새클턴과 아문센의 차이 2018년 3월 2일
[3] 아문센 vs 스콧 (나무위키)
[4] 내 백과사전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 2018년 3월 11일
[5] 에드워드 J. 라슨 저/한유정 역, “신들을 위한 여름“, 글항아리, 2014, ISBN : 9788967351144
[6] 임종기,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책세상, 2004, ISBN : 9788970134383
[7]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2012년 12월 20일
[9] 내 백과사전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2018년 3월 16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남극을 열다 – 아시아 최초의 남극 탐험가, 시라세 노부 2016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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