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의 두 문화(two cultures)

The Two Cultures라는 C. P. Snow 선생의 대단히 유명한 에세이가 있다. 뭐 대부분 아실 듯 싶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문과 지식인-_-과 이과 지식인-_-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몰이해 및 나아가 양 집단 사이의 반목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근데 제대로 요약한 거 맞나-_-?

여하간 네이쳐 기사에 고고학계에 존재하는 두 문화의 반목에 대한 기사[1]를 봤는데, 고고학과 생물학 양쪽에 관심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나름 흥미롭다. ㅋ 기사[1]가 무척 길지만 재미있으니 함 읽어볼만 하다.

고대 유전체(ancient genomics)의 분석이 늘어나면서, 고고학계의 오래된 정설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종종 발표되는 모양인데, 기사[1] 앞부분에서도 그런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고대 유전체 분석이 고고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일전에 Martin Jones의 저서인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2]라는 책을 읽은 적[3]이 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기사[1]에 스톤헨지 근교의 신석기 유적에 대한 연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뭐 한국인으로서는 큰 감흥이 안 오지만, 모르긴해도 영국인들에게는 나름 임팩트 있는 결과인 듯 하다. 만약 DNA 분석으로 고조선에 대하여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결과가 도출된다면, 한국인에게도 나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듯. ㅋ

뭐 여하간 고고학계에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모양인데, DNA 분석을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부류가 있고, 지나치게 단편적인 증거로 전체 스토리를 새로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학자도 있는 것 같다.

후자의 견해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사실 단편적인 증거나 가설만으로 이어붙이면 뭐든 못하는 게 없다. 재야 사학자들 중에는 고구려/신라/백제의 삼국이 중국 대륙에 있었다!! 라는 주장[4]부터, 영어는 사실 한국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는 해괴한 주장[5,6]을 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페이스북의 언어학 그룹에도 이런 사람들의 주기적 출몰로 골치가… -_-) 이런 사람들의 주장도 자기딴에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절대 절대 설득되지 않는다-_-)

결국 단편적인 증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분야들에서 나온 증거들의 조합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해야 고고학적 사실이 확립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지나치게 DNA 증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고대 인류의 이동경로의 사례를 들자면, 하플로그룹의 추적으로 예상한 고대 인류의 이동경로[7]를 언어학이나 고고학으로 뒷받침 하면서 완성한 사례는 좋은 사례라 본다. 반면에 일전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 흔적에 대한 이야기[8]를 했지만, 지나치게 단편적인 증거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사실을 주장하는 일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DNA 증거는 강력하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와 정황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본인의 견해는 생물학이든 고고학이든 전공과 무관하므로 그냥 흘려듣기 바란다-_- 사실 이 글은 술먹고 쓰는 글이니 넘어갑시다. ㅋㅋ 요새 대부분의 포스팅은 술먹고 쓰는 글임-_-

 


[1] 네이쳐 뉴스 Divided by DNA: The uneasy relationship between archaeology and ancient genomics 28 MARCH 2018
[2] 마틴 존스 저/신지영 역,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바다출판사, 2007
[3] http://zariski.egloos.com/2227703
[4] 정용석 저, “고구려 신라 백제가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책이있는마을, 2004
[5] 강상순 저, “영어는 우리말입니다“, 홍일, 1997
[6] 허핑턴포스트 영어가 우리 말이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가? 2015년 10월 06일 11시 44분
[7] 내 백과사전 고인류의 유라시아 이동경로 추적 2012년 12월 5일
[8] 내 백과사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흔적? 2017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