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SARS 발발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은이), 정병선 (옮긴이) | 돌베개 | 2008-01-07 | 원제 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2005년)

p85-89

2003년 조류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새로운 H5N1이 홍콩에서 분리되기 직전, 세계보건기구 베이징 사무소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광둥에서 ‘이상한 전염병’으로 불과 일주일 만에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주로 의료 종사자들과 식료품 취급자들이 감염되었다. 성도 광저우에서는 겁에 질린 주민들이 전통적으로 호흡기 질병의 민간 치료제로 쓰여온 식초는 물론이고 수술용 마스크와 항생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며칠 후 중국의 공중보건 관리들은 ‘비전형적인 폐렴’으로 5명이 사망했음을 마지못해 시인했다. 전해 11월 포산에서 발병 사태가 시작되어 약 300명이 감염되었으나 이제 진압되었다는 것이었다. 중국 당국은 그들이 세계보건기구에 전염병 발생 사실을 은폐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세계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희생자들에게서 모두 인플루엔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과 중앙 행정 당국은 병원균과 관련해 상충되는 설명을 내놓았다. 광둥은 폐렴 미코플라스마 박테리아를 범인으로 지목한 반면 베이징은 클라미디아가 병원균이라고 주장했다. “광둥성 위생청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그밖의 모든 정보는 당 선전국이 배포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발표의 신뢰성은 더욱 흔들렸다.2 이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퍼져나갔다. 당국이 다시 한 번 협박에 나섰다. “질병 관련 소식을 보도하는 기자나 의사는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3

경험 많온 인플루엔자 연구자들은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을 크게 불신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다시 홍콩의 새들을 도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미지의 폐렴이 오랫동안 우려해왔던 대유행병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했다. 게다가 광둥의 보고에 이어 2건, 어쩌면 3건의 H5N1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정황증거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이 질병이 세계로 향하는 중국 남부 지역의 관문 인 홍콩에서 발생한다면 그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퍼질지도 모른다는 추론도 이어졌다.

조사관들이 나중에 여정을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2월 셋째 주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 폐렴 희생자들을 돌보던 광저우의 한 의사가 가족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월 21일 홍콩에 도착했다.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메트로폴 호텔 9층의 한 방에 투숙했다. 여기서 그는 불확실한 메커니즘을 통해 같은 층에 머물던 다른 투숙객 16명에게 바이러스롤 전염시켰다. 전염병학 용어로 말하자면 그 의사는 ‘초강력 전파자’ 였다. 항공사 승무원 등 감염된 호텔 투숙객들이 계속해서 각기 다른 다음 목적지로 여행하면서 광둥의 발병 사태는 곧 맹아적 형태의 전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변했다. 질병통제센터가 나중에 메트로폴 호텔에서 시작된 발병 사태의 흐름을 정리했다. 홍콩 195건, 싱가포르 71건, 베트남 58건, 캐나다 29건, 아일랜드와 미국이 각각 1건씩이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전 세계 발병 경계 및 대응팀의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 세계적 발병 사태는 이렇게 홍콩의 호텔 한 층에서, 단 하루 만에, 단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4

세계보건기구에 포착된 첫번째 메트로폴 감염자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였다. 그는 하노이에서 중병을 앓게 되었고, 그 병이 조류독감일 가능성에 질겁한 지역 병원의 전문의는 세계보건기구 베트남 대표부의 카를로 우르바니 박사에게 환자를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탈리아인 의사는 2월 28일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사무소에 그 수수께끼의 질병이 드디어 여행을 시작했다고 급히 보고했다. 곧이어 다른 몇몇 나라에서도 발병 사태가 보고되었다. 3월 1일 홍콩에서는 환자 몇 명이 이미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여성 승무원 1명(첫번째 메트로폴 희생자로 기록되었다)이 급성 호흡곤란 증세로 싱가포르의 병원에 입원했다. 메트로폴에 머물렀던 중년의 캐나다인 1명이 며칠 후 토론토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가족 5명도 곧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 광둥에서 퍼진 소문처럼, 홍콩과 하노이에서 메트로폴 환자들과 접촉한 병원 관계자들이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하노이의 프랑스병원은 폐쇄를 명령받았다. 이어서 그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했다. 토론토로 돌아간 중년 여성의 아들도 죽었다. 3월 중순경에는 하노이와 홍콩에서 수십 명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중환자실에 격리되었다. 온타리오 주의 관리들도 스카보로 그레이스 병원을 당분간 폐쇄시켜야만 했다. 우르바니 박사도 병에 걸렸다. 그는 하노이에서 타이의 한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거기서 3월 29일 죽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중국과 캐나다와 베트남의 병원 인력들은 겁에 질려 수수께끼의 치명적인 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치료를 거부했다.

그것이 과연 조류독감이었을까? 3월 15일까지도 병원균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증상을 바탕으로 이 질병을 급히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사스)이라고 명명했다. 같은 날 뉴욕에서 열린 의료 학술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던 싱가포르의 젊은 내과의 1명이 임신한 아내 및 장모와 함께 경유지 프랑크푸르트의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문제의 스튜어디스를 치료했던 의사였다. 그녀가 거의 100명을 감염시킨 또 다른 초강력 전파자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마침내 항공운송업계에 긴급히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감염된 다른 승객들이 계속해서 사스를 베이징과 타이완으로 전파하는 것을 막기에는 이미 때가 늦은 상황이었다. 3월 말 홍콩과 토론토 당국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콩 관리들은 휴교를 명령했고, 주민 1,080명 이상을 격리했다. 토론토에서는 또 다른 병원 한 곳이 폐쇄되었고, 사스 환자와 접촉한 병원 관계자 등 수천 명이 집에서 나오지 말도록 요청받았다.

홍콩에서는 이 전염병으로 주룽의 아모이 가든 아파트에서 악몽과도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아파트 E동은 33층으로, 층마다 8개 가구가 살고 있었다. 주민 한 명의 동생이 3월 중순 처음으로 이 건물에 문제의 바이러스를 옮겨왔다. 그가 사스에 감염된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에서 최근에 투석 치료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심한 설사로 고생하다가 형의 집 화장실을 사용했다. 불과 며칠 만에 E동과 옆 건물들에 살고 있던 주민 321명이 사스에 감염되었다. 전염 경로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승강기의 공기를 통해 전염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사스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배관 시스템의 결함 때문에 퍼졌다고 결론지었다. 주민들이 “오염된 하수의 작은 물방울을 통해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모이 가든 사태가 문제적이었던 까닭은, 고층의 주택, 병원, 슬럼처럼 도시 인구가 고도로 밀집한 환경에서는 환기나 하수 체계의 결함내지 더 심한 경우 그런 시스템 자체의 부재로 인해 바이러스의 전파 정도가 엄청나게 증폭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으로 인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5

 


2) WHO, “SARS: Chronology of a Serial Killer,” Update 95; and Tabitha Powledge, “Genetic Analysis of Bird Flu,” Scientist, 27 February 2003.
3) Huang in Knobler, Learning from SARS, p. 118.
4) J. Mackenzie et al., “The WHO Response to SARS and Preparations for the Future,” in Knobler, Learning from SARS, p. 43; and Karen Monaghan, “SARS: Down But Still a Threat,” in Knobler, Learning from SARS, p. 249 (CDC chart).
5) I. Yu and J. Sung, “The Epidemiology of the Outbreak of SARS in Hong Kong—What We Do Know and What We Don’t,” Epidemiol. Infect. 132 (2004): pp. 784: Hong Kong Department of Health, “Outbreak of SARS at Amoy Gardens, Kowloon Bay, Hong Kong: Main Findings of the Investigation,” 17 April 2003.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최초로 확인하고 병사한 Carlo Urbani 선생의 영웅적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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