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프레스톤의 저서 ‘핫 존’의 문제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은이), 강병철 (옮긴이) | 꿈꿀자유 | 2017-10-01

p99-102 이탤릭체는 원문을 따름

나처럼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이란 책이 출간되었을 때 푹 빠져 읽은 사람이라면, 또는 그 책이 에볼라에 관한 대중의 인상에 미친 광범위한 영향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사람이라면 매우 끔찍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프레스턴은 사건을 성실하게 조사한 후 생생한 묘사를 통해 노련하게 풀어내는 작가다. 책에서 그는 실로 무서운 질병을 거의 초자연적일 정도로 섬뜩하게 그려냈다. 수단의 한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침상에서 침상으로 뛰어다니며 사정없이 환자들을 죽이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환자들이 엄청난 출혈을 일으키고, 장기들이 흐물흐물 녹아 내려 ‘사람들이 침대 속에서 녹아 없어졌다’고 표현한 구절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침대에서 녹아 없어졌다고? 특히 에볼라-자이르는 ‘사실상 신체의 모든 부분을 바이러스가 집어삼켜 소화된 점액처럼 만들어 버린다’고 했던 프레스턴의 묘사에 몸서리를 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쿠! 어쩌면 에볼라에 감염된 시체는 죽은 후에 ‘갑자기 변형되고’ 내부 장기들은 ‘감전되어 녹아내린 것처럼’ 썩어 흐물흐물해진다는 대목에서 너무 끔찍해서 책을 덮어 버린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독자들은 녹아내린다는 말이 실제로 녹는다는 뜻이 아니라 기능 이상을 의미하는 일종의 은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하긴 은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마르부르크병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프레스턴은 아프리카에 살던 프랑스 사람이 ‘비행기 여행 중 마르부르크병 바이러스로 인해 사실상 녹아내렸다’고 썼다. 승무원, 빨리 와봐요! 빛을 가린 수단의 한 오두막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죽어간 희생자를 묘사하며 ‘출혈로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갔다’고 표현한 구절도 있다. 어쨌든 이 말은 그냥 ‘출혈’이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종이봉지 속에 죽을 잔뜩 퍼넣었을 때 봉지가 터지듯 인간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나와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상태를 암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프레스턴의 묘사를 읽다보면 〈신체 강탈자의 침입〉이라는 영화처럼 사람이 녹아 없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에볼라 희생자들은 안구 속에 혈액이 가득차 눈이 멀고, ‘핏방울이 눈꺼풀 위로 송글송글 솟아난다. 그야말로 피눈물이다.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굳지도 않고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린다.’고 썼다. 피칠갑이 된 죽음의 마스크는 의학논문이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동료 작가를 비난하기는 싫지만 이런 묘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충고하는 것이 나의 의무일 것이다. 적어도 에볼라 희생자들의 전형적인 경과는 아니다. 출간된 기록이나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면 실제로 환자들이 겪은 고통과 죽음이라는 면에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임은 틀림없지만 프레스턴이 묘사한 충격적인 증상 중 몇 가지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미국 전염병관리본부 특수 병원체부 차장인 피에르 롤린Pierre Rollin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에볼라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애틀랜타로 오기 전에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일했으며 지난 15년간 키크위트굴루의 유행을 포함하여 수많은 에볼라와 마르부르크병 유행 때 대응팀에서 활약했다. 인터뷰 중에 내가 이 병들이 극심한 출혈을 일으킨다는 대중의 인식에 대해 묻자 그는 쾌활한 태도로 말을 잘랐다. “그거 순 헛소리 예요.” 프레스턴의 책에 씌어진 내용을 언급하자 그는 그런 소리에 지쳤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그 구절을 암송했다. “사람들이 줄줄 녹아 흘러내렸다…이런 거죠? 프레스턴 씨야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겠죠. 나중에 픽션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되니까.” 롤린은 덧붙였다. “하지만 실화라면 진짜 있었던 이야기만 써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더군요. 사방에 피가 튀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면 훨씬 짜릿하긴 하겠죠.” 롤린은 출혈로 죽는 환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이 터지거나 녹아내리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 이상이 전혀 출혈이 없기 때문에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흡장애나 주요 장기의 기능 부전(녹아내리는 것은 아니고) 등 다른 원인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에볼라 유행 대응팀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칼 존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특유의 솔직한 태도로 몇 가지를 특별히 지적했다. 그는 플라이 낚시를 하러 몬태나 주를 자주 찾는데 한 번은 내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전부터 친했고 그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내게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인터뷰를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점점 진지해지더니 이렇게 말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건 순전 뻥이에요. 피눈물 흘리는 사람은 본 적도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프레스턴이 헛갈린 거죠.” 칼은 우선 리처드 프레스턴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후, 공정하게 얘기하자면 그 젊은 저널리스트가 아무 근거없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1976년 자이르(얌부쿠가 아니라) 유행 중에 있었던 일과 헛갈린 거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제대로 알고 써야지. 죽은 사람이 무슨 자루처럼 형체없이 녹아내린 건 아니었다오.” 또한 존슨은 출혈이 그토록 심하다는 건 과장이라는 피에르 롤린의 말에 동의했다. 진짜 출혈이 심한 병이 뭔지 알아요? 크림-콩고 출혈열을 한번 보셔야 해. 물론 에볼라는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이지만 정확히 그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것은 아니죠.

문헌에 따르면 에볼라의 주 증상은 복통, 발열, 두통, 인후통, 메슥거림과 구토, 식욕감소, 관절통, 근육통, 무력증, 빈호흡, 결막충혈, 설사 등이다. 결막충혈은 눈이 빨개진다는 뜻이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다르다. 치명적인 환자는 모든 증상들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수도 많다. 경우에 따라 흉통, 토혈, 잇몸 출혈, 혈변, 코피, 주사 부위 출혈, 무뇨증, 발진, 딸꾹질, 이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키크위트 유행 중, 환자의 59퍼센트는 전혀 출혈이 없었고, 출혈 여부는 향후 생존과도 별 관련이 없었다. 반면 호흡이 빨라지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딸꾹질이 시작되는 것은 조만간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불길한 징후다. 출혈이 있다고 해도 임신한 여성에서 태아가 자연 유산된 예를 제외하고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문제가 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 혼수와 쇼크로 사망했다. 간단히 말해서 에볼라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 병이지 갑작스럽게 터지거나 녹아내려 죽는 병은 아닌 것이다.

아…. 프레스턴씨 ‘First Light‘[1]읽고 감동받아서 엄청 좋아했던 저술가인데, 좀 실망이 크다. 프레스턴씨의 저서는 국내에 역서[2]가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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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영림카디널 | 2004-03-15
[2] 핫존 :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2015-03-20 | 원제 The Hot Zone: The Terrifying True Story of the Origins of the Ebola Virus (1994년)

2 thoughts on “리처드 프레스톤의 저서 ‘핫 존’의 문제점

  1. 아무리 끔찍한 상황이라도 위험을 과장하지 말고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물론 에볼라는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이지만 정확히 그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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