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실재성에 대한 부모의 딜레마

일전에도 언급[1]했지만 (오덕들에게만) 초초초 유명한-_- 라노베/애니메이션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산타 클로스를 언제까지 믿었냐는 건 하잘 것 없는 이야기만큼도 안되는 정도의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내가 언제까지 산타라 불리는 상상의 빨간옷 할아버지를 믿었냐고 말하자면 확신을 가지고서 말하건대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サンタクロースをいつまても信じていたかなんてことはたわいもない世間話にもならないくらいのどうでもいいような話だが、それでも俺がいつまでサンタなどという想像上の赤服じーさんを信じていたかと言うとこれは確信を持って言えるが最初から信じてなどいなかった。

영미권에서는 부모가 어린이에게 빨간옷을 입은 불법 주거 무단 침입자의 존재성을 믿게하려는 문화가 있는데, 유튜브에서 영어 강좌[2]로 나름 유명하신 Michael Elliott 선생의 페북에 어릴 때 산타를 믿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글[3]이 있길래 본인도 함 써본다. ㅎ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서 이 글[3]은 무척 잘 썼다고 생각되니 일독을 권함. 영어를 이 정도의 필력으로 쓸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_-

여하간 어린이 중 산타를 믿는 비율 이야기가 나오면 1978년 논문[4]의 결과를 인용하는 글이 꽤 많던데, 내가 볼 때는 이건 너무 오래 됐고 좀 최근 연구가 없나 싶어서 찾아보니, 비교적 근래의 연구[5]도 있었다. CNN 기사[6]에 위 두 연구[4,5]를 포함한 잡다한 통계를 언급하고 있어 참고할만 하다. 서구권 아이들은 대략 5세에서 8세 사이에 그 비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 같다.[7] 위 Elliott 선생의 일화[3]는 대략 8세 정도에 있었던 사건으로 추정되니, 아무래도 집단적으로 확산되는 불신의 끝자락에 있었던 마지막 저항(?)이 만들어낸 추억이 아닐까 싶다. ㅎㅎㅎ

예전에는 왜 아이들을 기만하고 사기를 치면서까지 끝끝내 그 괴이한 존재를 믿고 싶게 만드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본인은 일전에 어느 고교생과 대화 도중에 부모에게 배신(?)을 당해 대단히 불쾌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 산타의 존재는 아이를 위한다기보다는, 아이가 그걸 믿고 있다고 믿음으로서 자신이 아이의 (기만으로 얻어진) 순수성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어른의 자위적 욕구가 아닐까?

근데 Elliott 선생의 글[3]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뀐다. 즉, 생후 처음으로 가장 신뢰하는 성인에게 당하는 사기(?)에 대한 심리적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유익함도 있지 않나 싶다. 크든 작든 평생 사기를 당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생후 최초로 사회집단 전체가 제공하는 무해한 사기를 경험함으로서, 사기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교육적(?)인 문화일지도 모를 일이다. ㅎㅎㅎ

사실 이런 경험으로 어떤 대상의 존재를 함부로 믿는 것에 벗어나, 증거와 근거 중심의 합리적이고 논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게 아니겠나 싶긴 한데, 미국에서조차 무신론자가 많지 않다[8]는 걸 생각하면, 그런 경험들이 별로 교훈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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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하루히 문제 : Superpermutation의 최소 길이 2018년 11월 2일
[2] Michael Elliott (youtube.com)
[3]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590513337688459&set=a.123834524356345&type=3&theater
[4] Norman M. Prentice, Martin Manosevitz, Laura Hubbs, “Imaginary figures of early childhood: Santa Claus, Easter Bunny, and the Tooth Fairy.”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Vol 48(4), Oct 1978, 618-628 https://doi.org/10.1111/j.1939-0025.1978.tb02566.x
[5] Jacqueline D. Woolley, Lili Ma, Gabriel Lopez-Mobilia, “Development of the Use of Conversational Cues to Assess Reality Status” Journal of Cognition and Development, Pages 537-555 | Published online: 02 Nov 2011 https://doi.org/10.1080/15248372.2011.554929
[6] CNN How many kids still believe in Santa? 1313 GMT (2113 HKT) December 19, 2017
[7] 아틀랜틱 When Kids Stop Believing in Santa DEC 21, 2014
[8] 내 백과사전 신을 믿지 않을 자유 2012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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