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의 눈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리처드 포티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07-12-21 | 원제 Trilobite: Eyewitness To Evolution (2000년)

강조된 부분은 원문을 따르는 것임.

p117-131

그 눈은 약간의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그 눈은 전적으로 방해석의 광학적 특성에 의존하며, 따라서 방해석의 결정학에 의존한다. 커다란 방해석 결정을 깨면 미세한 원자구조와 연관된 방식으로 부서질 것이다. 광물의 그런 쪼개짐은 물질 자체의 보이지 않는 배열의 명령에 따른다. 당신의 손에는 능면체라고 하는 면이 6개인 광물이 놓여있다. 능면체의 면은 정육면체의 면 같은 정사각형도 판 초콜릿 같은 직사각형도 아니며, 직각에서 기울어져있다. 광물형태의 기하학은 결정의 중심을 지나는 축 몇 개의 방향을 갖고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정육면체다. 다시 말해 각 면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중심에서 만나는 축들이 모두 직각이고 거리가 같을 때다. 이 축들은 각각 a, b, c라고 한다. 한때 과학이 단순하게 명칭을 붙이던 시대의 산물이다. 방해석 구조에서는 하나의 축에 수직인 세 개의 축이 서로 120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능면체 구조가 된다. 이 정육면체가 아닌 투명한 방해석은 빛을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광선이 능면체의 측면에서 들어오면 둘로 갈라진다. 그것을 복굴절이라고 한다. 하나는 ‘정상’ 광선이 되고 다른 하나는 ‘이상’ 광선이 된다. 두 광선의 경로는 능면체의 모양에 따라, 곧 개별원자들이 쌓이는 양상에 따라 정해진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1층에는 거대한 빙주석 표본이 놓여있다. 들여다보면, 몰타 십자가의 상이 두 개 보인다. 하나는 정상광선을 통해 생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광선이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빛의 광학적 쪼개짐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이 딱 한 군데 있다. 광선의 방향이 c 결정축에 근접할 때다. 이 방향에서 오는 광선은 둘로 나뉘지 않고 곧장 지나간다.

방해석이 빛을 처리하는 방식은 교양지식을 알아보는 시험에서 심오한 답인 양 자랑스럽게 제시하는 하나의 기이한 사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c축의 선택성에 따라 그 각도에서 접근하는 빛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결정이 c축에 평행하게 길어져서 각기둥이 되어도, 그 축 방향으로 들어온 빛은 굴절되지 않은 채 각기둥의 긴 축을 따라 결정 속을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들은 정상광선과 이상광선으로 갈라질 것이고, 그 광선들은 굴절되어 각기둥 가장자리에 도달했다가 부분적으로 내부반사가 이루어지거나 다시 굴절될 것이다. 각기둥이 충분히 길면, 한쪽 끝에서 들어운 빛들 중에 오직 c 결정축 방향에서 오는 것만이 제대로 통과하게 된다. 달리 표현하지면, 그런 결정이 ‘보는’ 빛은 한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삼엽충이 방해석의 특성을 자신의 목적에 활용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다시 말해 그들은 결정 눈을 갖고 있다.

삼엽충의 눈은 긴 각기둥 모양의 투명한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눈은 그런 각기둥들을 옆으로 많이 늘어세운 형태다. 다른 수십종류의 절지동물들과 비교하면, 각기둥들은 하나하나 수정체 구실을 한 것이 분명하다. 파리의 눈이 수정체가 하나씩 있는 육각형들이 모인 벌집 모양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또는 잠자리의 눈이나 바닷가재의 눈처럼. 삼엽충은 또 다른 유형의 절지동물 겹눈을 머리에 달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수많은 작은 사각단위들로 이루어진 눈 말이다. 구성단위는 수정체다. 특이한 점은 삼엽충의 수정체가 암석을 만드는 광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략)

그림 10 삼엽충의 눈이 작용하는 방식. 광선은 c 결정축에 평행한 방향으로 방해석 수정체를 통과한다. 눈 안쪽에는 광수용체가 놓여 있다.


삼엽충의 수정체에서 c 결정축은 각 수정체를 이루는 각기둥의 긴 축을 따라 놓여있다. 대부분의 수정체에서는 이 축이 수정체 표면과 정확히 직각을 이룬다. 당신이 각 수정체의 표면 전체를 볼 수 있다면(확대경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그 수정체도 당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할 나위없이, 수정체 자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정체는 특정한 방향의 빛이 통과하도록 허용한다. 일반적인 삼엽충의 눈은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작고 긴 각기둥들이 많이 모인 것이다. 길쭉한 반원형 눈에는 그런 수정체가 수백 개 또는 수천 개 모여 있다. 그 수정체들 중에는 c축이 앞을 향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옆을 향한 것들도 있고, 뒤를 향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수정체들의 중심으로부터 미세한 바늘들이 c축들을 따라 삐죽 튀어나와 있다고 상상해보자. 커다란 눈은 그런 상상의 바늘들이 가득한 고슴도치나 호저가 된다. 각 바늘은 특정한 표적에 꽂힌 수많은 작은 화살들처럼, 수정체들을 통과할 수 잇는 광선들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각 빛의 화살은 그 눈에 한가닥 이해의 빛줄기가 될 것이고, 각 수정체는 그 나름으로 시야에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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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엽충의 눈이 평범하지 않다고 한다면, 파콥스의 눈은 더 기이하다.(‘정상적인’ 삼엽충 눈은 전문용어로 완전복안이라고 하며, 파콥스와 그 친척들의 특수한 눈은 집합복안(schizochroal eyes)이라고 한다.) 그것을 더 상세히 연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수정체를 잘라 단면을 만들어서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광학적 특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비록 삼엽충이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해도, 이 아름다운 생물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원형 톱으로 머리를 가르는 일은 왠지 죄받을 짓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억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빽빽하게 모인 진주들은 이제 한나절 만에 파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만든 단면들은 기이한 비밀을 드러낸다. 첫째, 이 수정체들은 정말로 거의 구형이거나 물방울과 좀 비슷한 모양이다. 파콥스의 렌즈는 불편할 정도로 의안과 비슷하다. 나는 학창시절에 의안을 낀 어느 나이가 꽤 많은 형과 노동일을 한 적이 있었다.

(중략 : 학창시절 본 의안)

둘째, 한 수정체의 빛이 옆 수정체의 빛과 겹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차단벽이, 쉽게 말해 인접한 수정체들 사이에 대개 작은 ‘벽’이 세워져 있다. 가끔 수정체가 약간 가라앉아 있고, 수정체 사이의 부위가 약간 부풀어 있을 때도 있다. 이 광학적 배열은 그 동물이 오래된 존재라는 것과 걸맞지 않는 아주 정교한 구조다. 그 점이 놀라울 수도 있다. 우리는 광학 역사의 중간단계에 있는 눈이라면 으레 좀 엉성해 보이거나 적어도 다른 많은 초라한 동물들의 눈과 대강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펑범한 삼엽충의 눈처럼 말이다. 하지만 파콥스의 눈은 털털이 자동차 시대에 등장한 스포츠카처럼 뜻밖의 것이다. 그들은 방해석 수정체를, 그것도 아주 독특한 유형의 것을 지니고 있다.

(중략)

곧이어 유언 클락슨리카르도 레비세티는 그 비결의 작동방식을 알아냈다. 파콥스 수정체의 구형구조와 크기가 크다는 점을 볼 때 작은 수정체를 이용하는 친척들과 달리 그들이 어떤 다른 방법을 써서 상을 형성한 것은 분명했다. 그들의 수정체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된 두툼한 양면 볼록렌즈였다. 투명한 유리구슬을 빛이 들어오는 곳이 가져가서 들여다보면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잇다. 모든 것이 휘어지고 일그러진 뒤집힌 세계가 보일 것이다. 파콥스의 상은 그보다는 훨씬 더 선명했을 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이 초점에 모이는 것은 서로 다른 빛줄기들이 렌즈를 지날 때 자기 궤도에 따라 각기 다른 거리를 이동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방해석 같은 굴절물질에서는 빛줄기들이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인다. 그래서 초점이 흐릿하다. 내 옛 동료의 의안이 그렇듯이 투명하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설계결함을 전문용어로 구면수차라고 한다.

리카르도 레비세티는 타고난 천재들이 우글거리는 시카고 대학의 핵물리학 교수다. 그는 개인적으로 삼엽충에 관심이 많으며, 많은 고생물학자보다 더 그쪽으로 연구를 한다. 유언과 리카르도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서글서글한 털복숭이 스코틀랜드인과 단정하고 쾌활한 이탈리아 인이 만났으니 말이다. 그들은 파콥스가 구면수차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언은 삼엽충 집합복안의 각 수정체 내부와 바닥이 일종의 그릇 모양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냈고, 그것이 그 수정체의 색다른 구조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때로는 이 그릇이 떨어져나간 표본들도 있는데, 그러면 눈은 작은 접시들이 죽 늘어선 것처럼 보였다. 유언과 리카르도는 눈의 그 부위를 얇게 잘라 단면을 살펴보앗다. 그들은 그 방해석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음을 발견했다. 불순물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결정구조의 칼슘 원자들 중 일부가 가장 가까운 원소인 마그네슘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두 원자는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마그네슘은 같은 군복을 입고 군대에 침투한 스파이처럼 몰래 들어올 수 있었다. 가장 순수한 방해석에도 적긴 하지만 그런 숨은 요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어 ‘고마그네슙 방해석(high magnesian calcite)’이 형성되면 결정정이 빛을 휘는 능력인 굴절지수가 변한다. 수정체마다 고마그네슘 층의 두께가 구면수차를 보정하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다르며, 경이로울 정도의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빛은 그만큼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빛으로 보정된다. 이 보정층이 바로 그릇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 삼엽충은 현대 안경사들이 이중렌즈라고 부르는 것, 다시 말해 잘못 보이는 렌즈 두 개를 적절히 붙여서 만든 제대로 보이는 렌즈를 개발했던 것이다.

그림 12 유언 클락슨과 리카르도 레비세티가 파콥스의 수정체 안에 있는 고굴절 그릇이 어떻게 광선들을 구부려서 초점을 더 선명하게 맞추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 그림.

예전에 썼던 글을 약간 정리해서 재업로드 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