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독감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은이), 안정희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3-12-15 | 원제 Flu: The Story of the Great Influenza Pandemic of 1918 and the Search for Virus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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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로 추정할 경우, 사망자가 1억명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을 사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제사 읽게 되었다. 근데 이미 절판이네… 헐…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는 뉴스페퍼민트에도 글[1,2]이 있으니 참고할만 하다.

이 책은 그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추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추적하는 책이다. 일전에 마이크 데이비스 선생의 책[3]을 볼 때, 주석에서 이 책을 ‘오류투성이’라고 쓰는 바람에[4], 정확성에서 뭔가 좀 꺼림칙한 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출처와 주석은 빈약한 편인데, 특히 주석은 뒤쪽에 몰려 있는데다가, 본문에 번호가 없어서 찾아보기가 매우 난감하다. 게다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책은 274페이지 이후로 여섯 페이지가 백지로 인쇄되지 않은 불량품이었다. 책은 이미 파쇄되어 pdf 스캔본이 되어 있었으므로,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품질의 책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으므로 어느정도 참고할만 하다.

스페인 독감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파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은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당시의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중간(p171~247)에 Fort Dix 기지에서 1976년 발생한 돼지독감으로 인해 미국 전체에 독감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은 질병관리본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백신 접종사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건사업이 어떻게 정치쟁점화 될 수 있는지, 통계학에 무지한 일반대중이 어떻게 백신을 받아들이는지 등등, 보건 정책을 추진할 때 마주하게 될 총체적 난국-_-의 흥미로운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얼마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2019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10가지 요소 중 하나로 anti-vaxxer를 지목[5]하던데, 페이스북에 백신 관련 기사만 나오면, 그 댓글에 백신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대단히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니 미국내에서 백신이 정치쟁점화가 되고 antivaxxer가 양산이 되는 이유를 알듯하다.

p289부터 1997년 홍콩에서 H5N1이 인간을 감염시킨 미스테리한 현상[4]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책[3,6]들을 참고하면서 크로스 체킹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농담으로 중국인은 ‘다리 4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위험한 신종 바이러스의 종간전파가 중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종은 먹으면 안 될듯-_-

책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있다. 1950년대에 Johan Hultin이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에 묻힌 스페인 독감 희생자를 다시 파내어, 당시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를 규명하려다 실패한 것을 두고두고 마음에 두고 있다가, 기술이 훨씬 발전한 90년대에 Jeffery Taubenberger가 다시 그 사업을 시도하다가 Hultin을 알게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Taubenberger의 이 발견은 뉴스페퍼민트 기사[1]에도 짧게 언급되고 있지만,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꽤나 복잡한 사연을 가진 듯 하다. Kirsty Duncan도 같은 시기에 동토층을 파내는 동일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추진했으나 실패한 이야기도 나온다. 책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위키피디아를 보니 Duncan 이 사람은 나중에 정치인이 된 듯.

데이비스 선생의 혹평[4]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본인은 전혀 몰랐던 과학사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스페인 독감에 대해 국내에 다른 역서[7]가 있던데, 이것도 읽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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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5
죽는게 불법인 마을 (udaqueness.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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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7
라포르시안 [3.1절 100주년] 1918년 한국서 14만명 사망자 낸 스페인 독감…”3.1운동에 영향” 2019.02.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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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페퍼민트 100년 전 1억 명 목숨 앗아간 스페인 독감 (1/2) 2018년 9월 15일
[2] 뉴스페퍼민트 100년 전 1억 명 목숨 앗아간 스페인 독감 (2/2) 2018년 9월 15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2018년 10월 20일
[4] 내 백과사전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의 아종 발견 2018년 10월 14일
[5] Ten threats to global health in 2019 (who.int)
[6] 내 백과사전 [서평]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2018년 11월 26일
[7]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l 지구사 연구소 총서 2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은이), 김서형 (옮긴이) | 서해문집 | 2010-03-05 | 원제 America’s Forgotten Pandemic : The Influenza of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