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부정사 Split infinitive

아라비아의 로렌스 – 전쟁, 속임수, 어리석은 제국주의 그리고 현대 중동의 탄생 | 걸작 논픽션 12
스콧 앤더슨 (지은이), 정태영 (옮긴이) 글항아리 2017-06-12

p327

그러나 지략의 귀재였던 로렌스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부아를 돋우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틈만 나면 이스마일리아의 새로운 동료들에게 다른 정보요원들보다 무지하며 무능하다고 타박했다.(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나아가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들추며 쇼의 분리부정사[“to go quickly” 를 “to quickly go”로 바꾸는 어법. 영국의 대문호 조지 버나드 쇼는 분리부정사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난했다]나 동어반복 따위는 현학적인 말투라고 비꼬아 작성자를 열받게 만들곤 했다.”9

로렌스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1916년 9월 말, 로렌스는 로널드 스토스제다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열흘간 휴가를 신청했고, 한껏 짜증나 있던 상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냉큼 허락했다. 로렌스는 이런 식으로 공식적인 경로를 전혀 거치지 않고 로널드 스토스의 수행단에 끼어들어 생애 최초로 아라비아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10

 


9 Lawrence, Seven Pillars of Wisdom: A Triumph (1922 “Oxford” text). Blacksburg, VA: Wilder Press, 2011, p63.

10 로렌스가 아무런 공식 자격 없이 제다에 갔다는 것은 표면적인 사실에 불과했다. 그가 스토스와 동행해서 “아라비아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돌아오도록 길버트 클레이턴이 막후에서 손을 썼기 때문이다.(1916년 10월 9일 클레이턴이 윈게이트에게; SADD Wingate Papers, W/141/3/35). 이는 클레이턴이 로렌스를 아랍국으로 다시 데려오기 위한 노력과 관련이 있었다.

분리부정사가 뭔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ㅎㅎㅎ to 부정사의 to와 동사 사이에 부사를 끼워넣는 형식을 말하는 듯 하다. 나름 논쟁적인 표현인 모양인데, 언어 규범론자들은 이런 용법에 꽤 오래전부터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반대를 해 온 것 같다. 근데 1998년에 옥스퍼드 사전에서도 이러한 용법을 허용했다니[1] 분리 부정사가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ㅎㅎ

일전에 than이 접속사냐 전치사냐에 대한 논쟁[2] 이야기도 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영문법의 규범 논쟁에 무척 공감하기 어렵지만 ㅎㅎ, 언어 규범론자들은 나름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토픽인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지의 Johnson 칼럼에 그런 부류의 논쟁이 꽤 자주 소개된다. 뭐 대충 써도 상관없을 듯 하지만, 일전에 가정법에서 was/were 처럼[3] 나름 배운 티를 내는 문장을 쓰려면-_- 가능하면 분리부정사는 회피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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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앙일보 “영어 ‘to 부정사’ 분리가능” 옥스포드사전 미국판 1998.10.28 00:00
[2] 내 백과사전 다음 빈 칸에 들어갈 적절한 단어는? “I’m tall, but my brother is taller than __” 2017년 12월 12일
[3] 내 백과사전 가정법에서 was와 were 2014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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