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상식의 실패, 리먼브러더스의 오판

상식의 실패 –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직접 겪은 전 부사장이 말한다
로렌스 G. 맥도날드, 패트릭 로빈슨 (지은이),이현주 (옮긴이) 컬처앤스토리 2009-09-15 원제 : A Colossal Failure of Common Sense

리먼브러더스의 오판
Joseph Timbman (지은이),장훈 (옮긴이) 첨단금융출판 2010-08-10 원제 : The Murder of Lehman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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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라더스에 재직했던 두 사람이 각각 저술한 별개의 두 책인데, 번갈아가며 읽어봤다. 두 권 모두 리만 브라더스 내부자의 저술이지만, 관점이 꽤 달라서 비교하며 읽기가 재미있다. 리만 브라더스가 나름 오래된 연혁이 있는 투자은행이라서, 두 권 모두 책의 일부에 리만 브라더스의 과거와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상식의 실패’의 부제에 저자 McDonald가 ‘부사장’이라고 나와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채권 트레이딩 부서의 부부서장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31층 최고 경영진 클래스의 경영적 판단과정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한 듯 하다.

로렌스 맥도날드씨의 저술은 거의 자서전에 가깝다. 최고 폭찹 판매사원으로 이름 날리다가, 동경하는 월스트리트에 들어가기 위해 과감히 퇴직한 후, 전환사채를 다루는 스타트업을 창업하였다가 모건 스탠리에 인수되면서 떼부자가 된 후, 리만 브라더스로 전직하기까지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신 것 같다. 인터넷 시대 초창기에 전환사채 평가를 다루는 스타트업을 세워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에 모건 스탠리에 팔았으니, 꽤나 모범적인(?) 창업 사례라고도 생각해볼만 하다. ㅎㅎ

Joseph Timbman은 자신의 투자은행가 커리어 때문에 만든 익명이라고 한다. 익명으로 저술한 책이라서 전반적으로 자신을 특정지을 수 있는 정보는 공개가 적고, 리만 브라더스 관련하여 이미 알려진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감상을 서술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실관계 자체는 두 책이 거의 일치하고 있지만, 한 쪽에서 간단히 언급하는 사실을 다른 쪽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 리만 사태 당시, 당대에는 급박하고 어지럽게 돌아가던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사가 쏟아지던 시절이었으니, 사실정리를 하는 데 나름 도움이 될 듯 하다. 맥도날드씨는 리만의 채권 부서쪽(3층)에 있었고, Timbman씨는 어느 부서에 있었는지 불명하지만, 경영자의 희망적인 말에 계속 속았었다고 회고하는 걸로 봐서 31층(최고 경영진 층)과 가까운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참고로 문제의 모기지 부서는 4층이었다고 한다.

두 책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조금씩 다른데, Timbman 책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Fannie MaeFreddie Mac의 적격 기준을 낮춘 것을 원인으로 보는 반면, 맥도날드씨는 글라스-스티걸 법의 철폐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것 같다. 재미있게도, 가이트너씨는 이에 반대하고 있으니[1], 누구의 관점이 맞는지는 독자 스스로 판단해야 할 듯 하다. ㅎㅎ

Timbman 책 p119에 하나의 금융기관이 복수의 규제기관에게 감독을 담당받게 되면서, 조율이나 종합적인 통제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이트너 씨의 회고록[2]에도 비슷한 하소연이 나온다. 이 부분은 가이트너씨와 의견이 일치하는 듯 하지만, Timbman씨는 책의 여러부분에서 정부 관리자들의 오판들을 비난하고 있다.

Timbman 책 p213에 2008년 2,3월 동안 리만에서 정리해고를 하였다는 언급이 짧게 나와 있는데, 이 때 맥도날드 씨가 리만에서 해고된 것 같다. 맥도날드 책에는 자신이 해고되었을때의 비통함이 절절히 서술되어 있다. 근데 맥도날드씨는 채권 부서에서 이전 2년간 연속으로 3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상당히 유능한 사람인데 어째서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간 것인지는 의문이다.

Timbman 책 p218에 가이트너 씨가 베어 스턴즈의 파산을 용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가이트너 씨의 회고록[2]에는 오히려 가이트너 씨는 구제금융파였던 것 같다. 리만 CEO인 풀드에게 오랫동안 속았다는 이야기라든지, 이런 걸 보면 Timbman씨가 타인의 의도를 해석하는 능력은 그리 높지 못한 듯. ㅎㅎ

맥도날드 책에서는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폴슨 장관이 리만을 파산하도록 두는 이유로, 마치 풀드에게 개인적 악감정이 컸다는 인상을 주는 서술을 하는데,(p457 전후) 이런 견해에 대해 Timbman 책에서도 언급(p329 전후)하고 있다. 그러나 Timbman 선생은 그러한 가설에 회의적인 듯. 실제로 가이트너 씨의 설명[2]대로, 당시 모럴 해저드에 대해 정치권에서 대단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설명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참고로, Timbman 책에 Kool-Aid를 마시다는 표현이 몇 번 등장하는데, 책 안에 설명도 있지만, 이에 대한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무래도 리만의 자금이 매우 급박하던 당시, 한국의 산업은행이 리만을 인수하려는 시도[3]가 있었지만, 결국 CEO인 풀드가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로 세 번이나 거부하면서 깽판-_-을 놓은 것 때문에 인수실패가 되었다는 부분이다. 유튜브의 슈카월드에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영상[4,5]이 있다. 이에 관하여 두 책 모두 그리 길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풀드의 의지가 있었다면 아마 인수가 가능했을 듯 하다. 리만의 부채 사이즈가 LTCM보다도 훨씬 크고, 이전까지 최대 파산규모였던 월드컴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났다고 하니, 풀드를 무다구치 렌야[6] 만큼이나 의도치 않은 구국의 영웅(?)으로 취급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ㅋ

맥도날드 씨의 공저자는 Patrick Robinson인데, 일전에 염소치기 딜레마[7]에서 언급했던, 마커스 루트렐 하사의 생존 경험담을 서술한 유명한 책 Lone Survivor의 공저자이다. 맥도날드 씨의 책은 아무래도 전문 작가가 쓴 책이다보니, 극적인 서술을 하고 있어서, Timbman씨의 책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맥도날드 씨가 퇴사한 이후에 리먼 내부 사정은, 비록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Timbman 책은 ‘첨단금융출판사’라는 이름도 수상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일전에 본 세바스찬 선생의 [8]을 낸 곳이다. 비교적 직역투의 번역으로, 내용도 비교적 건조하여 일반인이 읽기에는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다. 그러나 역자의 꼼꼼한 주석이 좋아서, 이쪽에 관심이 있으면 꽤 볼만하다. 가이트너 씨의 자서전[2]과 대조해가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정황상 추측컨대, 리만의 몰락 과정은 중국 왕조의 전형적인 멸망스토리와 흡사하다. ‘국민들(사원들)과 단절하여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폭군(CEO) – 군주에게 직언(서브프라임 채권의 경고)을 하는 자의 숙청(퇴사) – 간신배들의 횡행’ 이라는 전형적인 왕조 멸망 스토리와 닮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집단의 근본 구조는 시대가 지나도 별로 변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두 저자 모두 리만 브라더스의 애사심을 상당히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맥도널드 씨가 비통함을 느끼는 부분은 많이 나온다. Timbman씨도 익명으로나마 자신이 본 것을 저술하려는 의도는 애사심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두 책 모두 저자가 100년도 더 된 이전에 회사의 발자취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있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리만 몰락에 대해 분석하는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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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글라스-스티걸 법의 폐지가 2007-8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2018년 3월 18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트레스 테스트 2018년 3월 23일
[3] 한국일보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2016.04.16 11:00
[4] 세계 최대급 파산 ‘리만 브라더스 사태’ 쉽게 이해하기 (youtube 44분 36초)
[5] 아찔했던 순간.. 대한민국,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시도하다 (feat.블랙머니) (youtube 32분 54초)
[6] 무타구치 렌야 (나무위키)
[7] 내 백과사전 염소치기 딜레마 2019년 9월 22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헤지펀드 엘리트들 2012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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