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버블의 탄생 – 유명한 최초의 버블들

버블의 탄생10점
피터 가버 지음, 이용우 옮김/아르케

일전에 읽은 맬킬 선생의 유명한 [1]에서 이 책을 언급하길래 혹시나 역서가 있나 검색을 해 보니 딱 있었다. ㅎㅎㅎ 한국 번역가들 만세다. ㅋㅋㅋ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Famous First Bubbles: The Fundamentals of Early Manias다.

근래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에 ‘버블‘ 이야기가 날마다 나오는데, 과거 유명한 버블 사건들인 튤립 마니아, 남해 회사 버블 등을 되돌아보고 비교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늘 이코노미스트지 웹사이트[2]를 딱 보니 때마침 비슷한 차트도 만들어 놨다.

이 책은 그러한 세간의 관점에 반대하여, 튤립 마니아, 미시시피 회사 버블, 남해 회사 버블이 사실은 버블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책의 텍스트의 분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 완독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본인이 이해한 저자의 핵심적 주장은 이러하다.

  1. 튤립 마니아가 버블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며 1950년대 이전의 학술저술에서는 거의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튤립 구근의 시계열 가격정보는 현재로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비교적 빈약한 정보를 토대로 처음 버블이라고 인지한 사람의 연구가 재인용과 재생산되면서, 세간에 버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2. 당대는 튤립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였으므로 튤립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3. 가장 희귀한 종류의 튤립 구근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폭락한 것은 사실이나, 비싼 튤립 구근의 가격 하락은 지속적 재배를 통해 더 이상 희귀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다른 희귀한 구근이 차지하게 된다. 실제로 100년 후대인 18세기에 희귀한 구근들의 가격과 튤립 마니아 당대 비싼 구근의 가격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책에도 없는 내 맘대로 비유를 하자면-_-, 10년 전에 ‘성능좋은 컴퓨터’는 지금 성능상으로 봤을 때는 가격이 폭락해서 똥값-_-이지만, 이 폭락이 ‘성능좋은 컴퓨터’의 버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당대의 ‘성능좋은 컴퓨터’의 가격 자체는 변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4. A가 정보를 조작하여 100원짜리 가치를 가진 주식을 1000원에 B에게 파는 경우, B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어쨌든 그는 펀더멘탈의 관점에서 주식이 1000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B의 관점에서는 합리적 행동이며 이것을 버블이라 말할 수 없다. 버블은 100원짜리 주식이 100원인줄 알면서도, 자신은 가장 마지막에 매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1000원보다 비싸게 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시시피 회사와 남해 회사는 버블이 아니었다.

튤립 버블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관해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책으로 일전에 Mike Dash의 책[3]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당대 역사적 정황을 파악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위 2번에 당대 튤립의 수요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잘 나온다.

이 책은 튤립 버블을 인용한 다양한 글들의 사례로 맬킬 선생의 책[1]도 인용하는데(p132), 맬킬 선생이 이 부분을 본 건지는 몰라도, 가장 희귀한 구근의 가격이 그래도 너무나 높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책[1;p51]에서 주장하고 있다.

저자인 Peter M. Garber 선생을 포함하여 튤립 버블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소개하는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4]를 과거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일반인들은 bubonic plague가 만연해서 명이 길지 않은 탓에 투기에 참여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뭐 다양한 주장을 봐 두는 것도 좋겠지 ㅋ

마지막으로 남해 회사가 버블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은 ‘버블’의 정의를 이용한 말장난 같아 보이는데, 좀 어거지 같은 주장이다-_- 암만 펀더멘탈을 속아서 잘못파악했다고 해도, 단기간에 초 급등하면 사는 놈들이 펀더멘탈을 인식하고 샀을 리가 없다. 한국인들이 국제가격 이상으로 비트코인을 사는 모습[5]만 봐도, 인간들이 얼마나 멍청하게 투기적 거래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을 너무 이성적으로 보는 거 아닌가? ㅋ

p85에 킨들버거 선생의 유명한 책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를 언급하는데, 이거 하도 많이 언급되는 책이라 빨랑 읽어봐야겠다… ㅋ

 


[1] 내 백과사전 [서평]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2017년 9월 30일
[2] 이코노미스트 Crypto-currencies are in a tailspin Jan 22nd 2018
[3] 내 백과사전 [서평] 튤립, 그 아름다움과 투기의 역사 2010년 11월 30일
[4] 이코노미스트 Was tulipmania irrational? Oct 4th 2013
[5] 내 백과사전 비트코인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엄청난 차이 2017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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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피커의 ダジャレ 성능비교

it media news 기사[1]를 보니 4종의 스마트 스피커의 말장난(ダジャレ) 성능을 비교하고 있다. ㅋㅋ 4종은 구글 홈, 아마존 에코닷, 애플 아이폰의 시리, 라인 클로버 웨이브이다. 일본 라인에서 클로버라는 제품을 출시한 줄은 몰랐네 ㅋ

ダジャレ란 homophone으로 문장을 만드는 아저씨 개그를 말하는데-_- homophone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2]도 있으니 함부로 보지 말자-_- ㅋㅋ

구글이랑, 알렉사는 네타가 꽤 많은데 클로버는 별로 없는 듯-_- 시리는 부끄럽다고-_- 농담하는 걸 계속 거부하다가 마지막에 冗談なんてSiriません。하고 말장난 한다. 비싼 여자구만-_- ㅋㅋ

기사[1]에서 마지막으로 스마트 스피커에게 布団が吹っ飛んだ。라고 말장난을 해 봤는데, 알렉사와 구글은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는데, 시리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대답하고-_- 클로버는 자기도 ダジャレ로 응수한다. ㅋㅋ

본인은 스마트 스피커가 없지만 때마침 아이패드[3]가 있어서, 한국어 설정으로 시도해 봤는데, Siri가 문장 이해를 못한다…. 아놔-_-

그래서 일본어로 시리 언어설정을 바꾸니, 이번에 몇 번 거부하더니 冗談なんてSiriません。라고 기사[1]하고 똑같은 말장난을 한다. 이런… 시리는 네타가 거의 없는 듯.. ㅋㅋ 시리에게 トイレにいっといれ 라고 말장난을 해 보니 座布団10枚!라고 응수한다. ㅎㅎㅎㅎ

언어설정을 영문으로 바꾼 후 Tell me a pun이라 명령하면 못알아 듣고 Tell me a joke라 하면 get Siri-ous, Ha ha! 라고 대답한다. ㅋ 한 번 더 물으니 The past, present and future walk into a bar. It was tense.라고 대답한다. ㅎㅎ 한 번 더 물으니 I don’t think you’d understand a joke in my language. They’re not so funny. anyway라고 오해한다. 이런-_- 난 아저씨 개그에도 웃는다고! ㅋㅋㅋㅋ

본인이 봤을 때, 종합적인 ダジャレ 성능은 네이버의 클로버가 가장 높은 게 아닐까 싶다. ㅎㅎㅎ

 


[1] it media news スマートスピーカーはダジャレが好きか? 2018年01月22日 09時46分
[2] 내 백과사전 Homophone 때문에 해고당한 사람 이야기 2014년 8월 7일
[3] 내 백과사전 아이패드 프로 12.9 (2세대)를 구입하다 2017년 10월 13일

퀀트 트레이더 권용진 인터뷰

ㅍㅍㅅㅅ에서 재미있는 글[1]을 봤다. ㅋ

처음 HFT에 대해 들었을 때[2]는 완전 신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에 대한 요지경 세상의 묘사는 마이클 루이스씨의 [3]에 좀 나와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ㅎ

대충 인터뷰[1]는 자기 PR과 강연회 광고-_- 같아 보이지만, 인터뷰 전반에 걸쳐 근래 생겨난 흥미로운 토픽을 모두 담고 있으니 재미로 볼만하다. 개인적으로 뉴럴 네트워크로 트레이딩을 하는 건 고전적인 방법보다 별로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4]하는데, 그 예상이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ㅎ

 


2018.1.23
퀀트란 무엇인가? by 권용진

 


[1] ㅍㅍㅅㅅ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초단타 퀀트 매매법을 말하다 2018년 1월 18일
[2] 내 백과사전 초고속 매매 High-frequency trading 2013년 10월 18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플래시 보이스-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2014년 10월 7일
[4] 내 백과사전 Neural network를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져에 대한 개인적 견해 2016년 5월 17일

하와이 맥도널드에서는 라면을 판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라는 애니메이션 3화를 보니 하와이 맥도널드에서는 라면을 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_-

초 놀라서 검색을 해 봤는데-_- 사이민이라는 하와이 전통 국수의 형태를 파는 듯[1,2] 하다. 맥사이민McSaimin 이라 부른다고 한다. ㅋㅋㅋ

일전에 크리켓 경기결과를 보기 쉽게 TV를 변형한 인도 현지화 전략[3]이 생각나는데, 아무리 글로벌한 기업이라도 현지화에 대한 부단한 노력을 피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하와이 함 놀러가보고 싶었는데, 언젠간 먹고 말테다 ㅋㅋㅋㅋ

 


[1]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해외 맥도날드 이색 메뉴 베스트 20 by HowieMoney
[2] 하와이에서 맥도날드를 간다고? 독특한 맥도날드 메뉴 공개! in myhawaii.kr
[3] 내 백과사전 인도 현지화 판매전략 2013년 3월 14일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법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저/문수민 역, “카오스 멍키”, 비즈페이퍼, 2017

스타트업에게 언론의 관심은 섹스와 같다. 좋은 것 그리고 더욱 좋은 것, 이 둘 뿐이다. 창업자라면 언론에 철저히 외면당하느니 공공장소에서 동성애, 소아성애, 수간으로 체포당해서 기사거리가 되는 편이 낫다고 여겨야 한다. 당시 우리가 언론에서 받은 관심은 전무했다. 초기 스타트업은 내용물뿐 아니라 포장도 중요하다. 이제 뉴스거리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었다.

친구들이 퇴근한 뒤, 나는 쓰레기만 가득한 텅 빈 원룸에 혼자 남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위층에 사는 시끌벅적한 인도인들이 여는 이유 모를 파티 소리뿐이었다. 내 생각에 아마도 포르노영화를 보는 파티였지 싶다. 내가 십대 시절 가봤던 비슷한 파티처럼, 처음에는 모두들 소리를 치고 발을 구르다가 갑자기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에 잠긴 채 흠집이 난 원목 바닥 위를 서성였다. 애드그로크의 이름으로 처음 포스팅할 때 내가 건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상대는 뭘까? 뉴요커들의 폭발하는 화산 같은 자부심만큼 찔러보기 좋은 주제가 어디 있겠는가! 스타트업의 신이 미소짓고 있었다.

배경 설명을 좀 해야겠다. 전날 밤 저녁식사에서 론 콘웨이가 뉴욕의 스타트업계를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레이엄도 그에 관해 몇 마디 했다. 골드먼삭스에서 보냈던 시절을 상기하며, 나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왜 스타트업의 터전이 될 수 없는지 생각해보았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없고, 뭔가 결과물을 만들려는 사람보다는 사기꾼이 많고, 월가가 최고의 인재를 모조리 빼가버린다는 것, 내가 스타트업을 차리러 월가를 떠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지었던 비웃는 표정. 뉴욕이 스타트업을 위한 풍요로운 터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뉴욕에서 살거나 일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레이엄은 천재적 구루였지만, 많은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상황을 터무니없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내 뮤즈는 광적으로 귓가에 아이디어를 속삭여댔고,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들의 명예를 후려치는 과도한 일반화, 재미있는 일화와 적절한 각주가 이어졌다. 친구들이 집에 간 뒤 이틀 밤에 걸쳐 타이핑을 해댄 결과, 나는 글을 완성했다.

일부를 소개해둔다.

개방형 대 폐쇄형 소스

뉴욕의 경제는 정보의 독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월가의 은행은 자사가 거래하는 제품의 시장 흐름에 대한 내부 정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를 계속해나갈 수 있다. 출판에이전트는 출판사로의 좁은 문을 여는 열쇠를 손에 쥔 채 수많은 작가 지망생을 줄 세워둔다. 부동산중개인은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할 때마다 15퍼센트의 수수료를 챙긴다(다시 말하지만, 매매가 아니라 임대다). 비어 있는 아파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 2개월 치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상환선 5,000달러)을 챙기는 것이다.

뉴욕에서는 이런 독점현상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부동산 알선업자에게 두 달 치 봉급을 내지 않는다. 그냥 크레이그리스트를 만들어 뚜쟁이의 존재이유 자체를 말살시킬 뿐이다.

조회수를 늘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전 국민이 공감할 만한 폭발적인 밈이 또 없을까?

아!

내 전 고용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흡혈오징어처럼 촉수를 뻗어 미국 전역의 처녀를 겁탈하고 아기들을 굶긴 자본주의의 거대악, 바로 골드먼삭스가 딱이었다. 골드먼삭스를 두들겨 패면 모두들 환호할 터였다. 골드먼삭스 내부의 삶이 어떤지 공개하면 사람들의 호기심이 얼마나 끓어오를지, 골드먼삭스를 비난하면 모두들 얼마나 환호할지 상상해보자. 터부를 공공연히 말하는 것은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구경거리다.

뉴욕의 IT업계와 골드먼삭스에서의 삶, 그것이야말로 (마케팅업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콘텐츠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두 시발점이 될 터였다.

홍보업계에 파다한 신화에 따르면, 어느 요일에 글을 올리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식의 규모와 반향에 따라, 언론의 뉴스는 업계에서 메아리처럼 굴절되어 퍼져나간다. 그래서 글을 올린 다음 메아리가 울려 퍼질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주말은 안 된다). 월요일은 사람들이 여전히 주말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숙취며 시차에 시달리는데다 메일이나 회의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너무 이르다. 목요일에는 사람들이 주말에 뭘 할까 생각하기 시작하고, 해피아워 따위를 노리며 술집으로 몰려가느라 빨리 퇴근할 가능성이 높다. 금요일에 새 소식을 알리는 것은 발표하는 게 아니라 소식을 묻어버리는 데 가깝다. 금요일은 사람들을 해고하고 나쁜 수익보고서를 발표하는 날이다.

나는 우리가 터뜨린 폭탄의 폭발음이 인터넷상의 사이보그에서부터 캔자스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울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화요일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태평양 기준시로 오전 9시, 나는 인터넷의 어느 틈새시장에 접속했다. 바로 ‘해커 뉴스’였다. YC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레딧’과 비슷한 게시판으로, 컴돌이, 분주한 YC 소속 창업자, 욕구불만 상태이면서도 자못 진지한 체하는 ‘사업가 지망생’이 모여드는 기묘한 도가니 같은 곳이었다. 나는 글을 올린 다음 관심을 좀 모으기 위해서 친구들 몇 명에게 ‘추천’을 눌러달라고 부탁했다. 몇 분 만에, 그 글은 해커 뉴스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글이 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유능(및 무능)한 젊은 IT업계 사람들이 보게 된 것이다. 이어 로버트 스코블이 글을 트윗하면서 문제의 글은 정말 온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

로버트 스코블은 IT업계에서는 신비롭고 힘 있는 존재다. 구세대, 아니 IT계의 쥐라기에서 온 듯한 나이 지긋하고 창백한 백인 컴돌이다. 온갖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지인을 만나며 최신 제품을 직접 써보고 평하는 와중에 지속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활동하고 있어서,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에 광적인 집착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공식적으로 그는 당시 무슨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고용되어 있었는데, 그건 스코블의 작은 일면에 불과했다. IT에 관련된 거라면 뭐든 숭배하는 그의 성향은 조금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근본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고, 실리콘밸리의 주요 선수들 다수가 그의 트윗을 팔로했다. 스코블은 트윗만으로도 스타트업의 명운을 가릴 수 있을 만큼 IT계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우리가 올린 글을 스코블이 트윗한 것이다. 그 자체는 좋은 일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덕분에 우리의 블로그는 먹통이 되었다. 수천 명이 서버에 접속하는 바람에 완전히 다운되고 말았다.

애드그로크 본부에서는 패닉이 벌어졌다.

아지리스와 나는 불안해하며, 블로그의 서버에 로그인하려고 애쓰는 매슈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우리는 단순하게도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터 한 대만 빌려서 블로그의 서버로 사용하면서 당시 오줌줄기처럼 빈약하던 일간 페이지 접속을 감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접속이 폭주해서 CPU와 네트워크 연결에 과부하가 걸린 나머지 매슈가 로그인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본부에 감도는 침묵 속에서, 세 개의 괄약근이 동시에 죄어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트위터를 새로고침해보니 알림이 계속 쌓여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리트윗을 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드그로크닷컴에 접속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을 받아도 헛일이었다. 서버가 내 위대한 글의 HTML 버전을 그들에게 보여주지 않아서, 아무도 우리의 웹사이트와 제품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폐쇄 시험 단계였으므로 아무도 우리 툴을 써볼 수조차 없었다. 그 글을 올린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라고 유도하는 게 아니라 애드그로크라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이 포스트가 이렇게 성공적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웹사이트에 들르면 제품을 써볼 수 있게끔 준비를 갖춰 두었을 것이다.

젠장, 좆됐다!

마침내 매슈가 원격 블로그 서버에서 명령 프롬프트를 잡아냈다. 느릿느릿 실행할 수 있는 명령어 몇 개를 이용해서 매슈는 재빨리 끌어다 쓸 수 있는 아마존 컴퓨터에 블로그를 복제하고, 소방호스의 물줄기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트래픽을 즉각 다른 새 컴퓨터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엔지니어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매슈는 필요하면 토스터에서도 리눅스를 실행시킬 수 있을 터였다.

내 컴퓨터로 다시 블로그에 접속해서 잘되는지 확인해보았다. 홈페이지가 떠 있었다.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우호적인 트윗에 예절바르게 답하고, 화제가 계속 퍼져나가도록 힘을 실어줄 때였다. 글에는 곧 수십 개, 마침내 수백 개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어느 쪽이든 좋았다. 사태가 끝날 무렵, 수천 명이 우리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당시 떠오르던 클릭 낚시질계의 발행인들은 가장 흥미로운 단락을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베낀 뒤 그 글에 대한 기사를 써서 우리의 홍보에 기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20/20(아직도 방송하나?)의 프로듀서도 뉴욕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일하는 코트니 컴스탁이라는 포르노배우 같은 이름의 기자가 뉴욕 IT업계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려고 전화를 해왔다(그녀는 이후 골드먼삭스를 다룬 내 글에 관해서도 기사를 썼다). 스톡홀름의 어느 이름 모를 IT 컨퍼런스에서도 나더러 강의를 해달라며 초청했다. 경비도 대준다고 했다. 사람들이 크리스 딕슨 등 뉴욕의 저명한 투자자에게 글을 포워딩해서 평을 청했다. 소셜미디어의 언덕에 애드그로크라는 이름이 울려 퍼졌고, 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에 나오는 슬림 픽컨스 같은 기분이었다. 즉 원자폭탄 위에 올라타서 거대한 버섯구름을 보려고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고함치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그 전략은 기대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애드그로크의 트래픽은 피보나치의 토끼들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일 페이지뷰가 5만을 찍고 있었다. 『애틀랜틱』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하루에 십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던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숫자였다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고 싶을 때면 우리의 웹서버 로그를 보면 됐다. 그나마 절반은 애드그로크 팀원이나 가족들이 접속한 거였으니까).

저자 블랙개그와 역자의 번역이 상당히 찰짐. ㅋㅋㅋㅋㅋ

소수 우주전투기(Prime Starfighter) 게임

간만에 Abstruse Goose 사이트[1]에 새 글이 올라왔던데, 보니까 웹브라우저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올라와 있다. 이름하여 Prime Starfighter-_-

날아오는 숫자들 중에서 합성수는 놔두고 소수만 제거하면 된다. 조작법은 화살표 키로 하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fire and fury[2]가 나온다고 한다. ㅋㅋㅋ 소수가 최하단에 도달하는 순간 게임 오버 된다.

초 단순한 게임이지만 나름 도입 스토리도 있다!! 사악한 소수 제국이 모든 합성수를 제거하려 하는 것를 막아야 한다나 뭐라나-_-

 


[1] http://abstrusegoose.com/576
[2] 내 백과사전 화제의 책 Fire and Fury 2018년 1월 12일

[서평]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 – 컴퓨터 탄생을 둘러싼 기이하고 놀라운 이야기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10점
시드니 파두아 지음, 홍승효 옮김/곰출판

과거에 구글 두들[1]에서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기념하는 걸 보고 처음 알게 된 사람인데-_- 최초의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왜 최초의 프로그래머인지 나무위키[2]에도 대략적인 설명이 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일전에 읽은 Henrik Rehr의 책[3]이나 Antonio Altarriba의 책[4]처럼 논픽션 만화책인줄 알았다. 즉,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일생을 다루거나 컴퓨터의 탄생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는데, 기만적인 제목-_-과는 달리 그런 내용이 절대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깨알같은 문화와 배경 잡지식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저자의 상상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을 만화적 구성으로 엮은 것이다. 다만 저자가 조사하여 찾아낸 매우 다양한 당대의 자료를 만나볼 수 있고, 빅토리아 시대의 배경을 여러모로 감안한 저자의 개그가 난무하고 있으니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마존 customer reviews를 보니 Catnip for nerdy geeks and/or geeky nerds 라고 평한 사람[5]이 있던데 딱 정답이다. ㅋㅋㅋ 지금 검색해보니 이 책의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는 걸 보면 나름 유명한 만화책인 듯? 저자인 Sydney Padua의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다.

근데 이 책은 절반정도만(?) 만화책이라 말할 수 있는데, 만화책이라 하기에는 주석이 엄청나게 많다-_- 분량의 절반이 주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석이 많아서 이걸 만화책이라 부르기 뭣하다-_- 나는 재미있게 봤지만, 좀 geeky하지 않으면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p149에 필립스 곡선으로 유명한 그 필립스 선생이 만든 물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에 대한 배경은 일전에 팀 하포드 선생의 책[6] 앞부분에 잠시 나온다.

뭐 여하간 스팀펑크 sf를 좋아하거나, 일전에 본 김명호 화백의 만화책[7,8]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ㅎㅎ

책에 등장하는 배비지가 설계한 차분기관을 당대 기술을 감안하여 재연하는 영상[9]을 봤는데, 열라 무식해보여도-_- 이론적으로는 실작동을 하는 모양이다. 빅토리아 시대 당대에는 로그 계산도 상당히 노동력을 동원하는 큰 일이었던 만큼, 이 연구를 빌미로 정부예산을 무척 말아먹은 모양이지만-_- 어쨌든 배비지가 완전 엉터리는 아니었던 모양. ㅋ 재생시간 2분 39초.

 


[1] https://plus.google.com/+googlekorea/posts/YGkyxvwusri
[2]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 in 나무위키
[3] 내 백과사전 [서평] 가브릴로 프린치프- 세기를 뒤흔든 청년 2014년 7월 18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2013년 7월 14일
[5] https://www.amazon.com/gp/customer-reviews/R1K2D6K1EORZP3/ref=cm_cr_dp_d_rvw_ttl?ie=UTF8&ASIN=0307908275
[6] 내 백과사전 [서평]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2015년 1월 4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과학 뉴스 – 과학의 최전선을 누비는 최첨단 그래픽 노블 2017년 6월 29일
[9] https://www.youtube.com/watch?v=r7OFT2RkCW4

화제의 책 Fire and Fury

트럼프 선거 운동 기간부터 백악관 9개월까지의 행적을 묘사하는 Fire and Fury 라는 책이 요새 그렇게 엄청나게 화제라길래,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요새 세상이 워낙 좋아져서 영어가 잘 되는 사람은 킨들을 이용하면 바로바로 원서를 볼 수 있으니, 배송따위 기다리지 않아도 상관 없는 엄청난 좋은 세상이지만, 나는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그렇게는 못하겠고-_- 책의 내용을 간접적으로나마 약간 확인할 수 있는 몇 개의 글[1,2]을 검색해봤다.

트럼프씨가 너무 열받아서 출판 정지 신청을 한 모양인데, 기각된 듯 하다.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타이밍을 눈치챈 출판사가 출간일을 앞당긴 모양[3]. 저자인 Wolff씨는 트럼프에게 고맙다고 트윗[4]을 날렸다. ㅋㅋ 장사는 역시 이래야 하는 건가 ㅋㅋㅋ

이 정도로 화제가 됐으니 번역서는 틀림없이 나올 듯 한데, 뭐 본인은 워싱턴 정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성격/성향인지 잘 모르니 읽어봐야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내용은 심히 궁금하구만 ㅋㅋㅋ

 


2018.1.12
지금 보니 1주일만에 11쇄-_-가 나왔다[5]고 한다. 쥑이네-_-

 


[1] 트럼프에 관한 폭탄 같은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by hansikhouse
[2] 민중의 소리 FIRE AND FURY :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 2018-01-08 12:11:52
[3] CNN money Wolff’s Trump book going on sale four days early amid furor January 4, 2018: 4:32 PM ET
[4] https://twitter.com/MichaelWolffNYC/status/949023092357128194
[5] CNN money ‘Fire and Fury’ publisher says 1.4 million copies have been ordered January 11, 2018: 9:23 PM ET

빈터코른의 현대차 i30 시승

프랭크 에이렌스 저/이기동 역,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 프리뷰, 2017

p208-211

나중에 알고 보니 빈터코른이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우리 전시 부스로 걸어 들어온 2011년에 이미 디젤 배기가스 조작행위는 2년 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의 엔지니어들은 폴크스바겐이 어떻게 그토록 클린 디젤 차량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그들이 보유한 엔지니어들이 자기들보다 더 우수한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폴크스바겐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보유한 회사라는 명성을 누렸다.

빈터코른은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폴크스바겐을 대변하는 인물이었고,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우리 전시 부스에 올 때 그는 수석 디자이너인 클라우스 비쇼프Klaus Bischoff를 대동했다. 빈터코른은 청색 신모델 i30 주위를 빙빙 돌며 귀티가 흐르는 매부리코 위로 눈을 내리깔고 이모저모 유심히 살펴보았다. 마치 사자가 쓰러뜨려 놓은 영양 한 마리를 앞에 두고 살피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러더니 호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들고 열어놓은 해치백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는 자동차 앞쪽으로 가서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운전석에 앉더니 자기가 어떤 자리에 와 있고,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잠시 잊은 듯이 행동했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들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았다. 마호메드가 산으로 간 게 아니라, ‘산이 마호메드에게 다가온 것’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2위 자동차 메이커 CEO가 아니라 젊은 엔지니어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앞뒤 분간하지 않고, 학생 시절 친구가 만든 신기한 물건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보는 것 같았다.

그는 i30의 핸들을 잡아 보고는, 왼편 아래쪽으로 한 손을 넣어 핸들 고정 레버를 젖힌 다음 핸들을 밀고 당기며 조절해 보았다. 다시 레버를 젖혀 제자리로 돌려놓더니 수석 디자이너를 불러 독일어로 질문을 마구 해대기 시작했다.

“어이,비쇼프!” 하고 부르자 비쇼프가 그에게 다가 갔다.

그러자 빈터코른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덜거덕 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잠기는데.”

비쇼프가 나서서 고정 레버를 조작해 보니 정말 덜거덕 거리지 않았다. 빈터코른은 다소 심각한 어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BMW도 이건 못해. 우리도 할 수 없고.” BMW나 폴크스바겐 모두 핸들 고정 레버를 덜거덕 거리지 않고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없다는 말이었다. “우리도 솔루션은 있습니다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못하고 있습니다.” 비쇼프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좋았어! 바로 그것이었다. 현대의 기술력을 이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말이 있을 수 없었다. 빈터코른이 곧바로 되물었다. “바룸 칸스 데어?”Warum kann’s der? ‘그러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낸 거지?’라는 말이었다. 그는 i30 운전석 위쪽의 화장용 배니티 미러vanity mirror를 내려서 거울 커버를 좌우로 짜증스럽게 한번 열었다 닫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 자리에 자동차 전문기자들과 눈이 휘둥그레진 현대 관계자들만 모여 있었다면 ‘상당히 화제가 될 사건’ 정도로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당시는 몰랐지만 그 장면이 고스란히 필름에 담긴 것이었다. 빈터코른이 운전석에 앉은 직후 비디오 카메라를 든 어떤 사람이 뒷좌석에 올라타고 빈터코른의 오른쪽 어깨너머로 현장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았다. 그리고 그 필름은 곧바로 유투브에 올려졌다. 빈터코른은 그런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후부터는 현대차에서 일하는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어떤 게릴라 마케팅 팀이 작심하고 덤벼들었어도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틈날 유투브 조회수가 마구 늘어나며,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으리으리한 폴크스바겐 본사에서는 아마도 사무실 창밖으로 의자들이 핑핑 날아다녔을지 모른다.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게 어느 정도로 놀라운 일인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유투브 조회수는 지금까지 2백만 건을 넘겼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 사건은 모터쇼 흥행에 있어서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몇 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내게 이야기한다. 되돌아보면, 내가 와서 일하는 3년 동안 현대차는 고급차 시장으로 올라서겠다는 열망으로 넘쳤고, 적시에 ‘빈터코른 사건’이 일어나 준 것이었다.

마르틴 빈터코른이 우리 때문에 자신의 모터쇼는 엉망으로 망치고 나서 몇 시간 뒤, 우리는 미디어 리셉션을 열었다. 2백 명 가량의 기자들이 모여들어 다과를 했고, 한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계 임원 몇 명이 함께 어울렸다.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프로처럼 리셉션을 리드했고,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면서 현대차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빈터코른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폴크스바겐 브랜드를 추켜세우며 부드럽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가 기자들을 능수능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내가 계속 옆에서 같이 일한다면, 현대차를 세계 최고 인기 브랜드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나도 잘 알았다.

책에서 언급한 유튜브 영상은 이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근데 왜 이게 그렇게까지 홍보에 도움이 되는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