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적은 그린스펀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
세바스찬 말라비 (지은이),박홍경 (옮긴이) 다산출판사 2018-10-30 원제 : The Man Who Knew (2016년)

p183~188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 당시를 돌아보면 그린스펀의 입장은 인상적이기도 하고 모순적이기도 하다. 그린스펀의 비판자들은 그가 연준 의장에 있던 시절에 부의 효과와 버블을 간파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훨씬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시대를 앞질러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부분에서도 시대를 앞서 있었다. 1970년대와 그 이후의 대다수 예측 모델은 기본적으로 금융을 배제했다. 자본을 예금자에서 투자자로 이동시키는 일은 유틸리티와 같은 기능일 뿐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주택 지분가치 추출을 적극적으로 추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금융 분야의 변화가 경제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8 이처럼 경제 전문가들이 금융을 과소평가하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옳지 않다는 점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린스펀은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1950년대에 존 걸리와 에드워드 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이래 금융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강조했다. 1970년대에는 경제 예측에 금융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욱 굳건해졌다. 이 당시 논문에서 그는 “오늘날의 금융기관은 수십 년 전보다 더 유연하고 복잡하다. 금융시스템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도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요소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낙관적으로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는 태도에서 비관적으로 안전 자산을 추구하는 태도로 변화하는 것은 곧 두드러지는 요소에서 눈에 띄지 않는 요소의 변화이며 지출과 생산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타운센드-그린스펀에서 그린스펀은 채권 발행과 MMF, 일반 은행 업무를 추적했고 관찰한 내용을 예측 모델로 바꾸는 작업에 매달렸다. 이러한 접근은 그린스펀의 멘토이자 파트너였던 빌 타운센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존 테일러가 2011년에 회고했듯 “시대를 앞서가는 접근”이기도 했다.

(중략)

그린스펀은 세금 관련 증언을 한 3개월 후인 1978년 10월에 주택금융에 관련된 주장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주장을 내놓은 곳은 다소 의외의 장소인 유타주립대학교였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13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산지 속 소도시에서 연설을 해 달라고 초대받았다. 연설에서 그는 주택 지분가치 추출에 대한 논문에 함축되어 있던 의문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모기지 대출이 폭증하였다. 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그린스펀은 금리와 주택시장의 관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인상되면 모기지금융은 말라버렸다. 그러면 주택 수요가 감소했고 자연히 주택 가격도 떨어졌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는 금리 인상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린스펀이 유타에서 연설을 하던 시기 즈음에 연준은 단기금리를 9퍼센트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모기지 대출은 손쉽게 받을 수 있었고 주택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12

그린스펀은 정부로 인해 게임의 규칙이 바뀐 것이 변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고금리 때문에 주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타격을 입자 분개하여 워싱턴 정가에 구제해 달라는 로비를 펼쳤다. 정치인들은 업계의 요구에 응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치적 시도와 마찬가지로 그 정도가 지나쳤다.”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1970년 불황기에 페니매(Fannie Mae)라는 정부지원기관(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이 설립되어 처음으로 민간 모기지를 인수했다. 같은 해 의회는 페니매와 경쟁할 두 번째 GSE인 프레디맥 (Freddie Mac)을 설립했다. 페니매와 프레디맥은 경쟁적으로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의 모기지를 사들였다. 덕분에 대출 기관은 거대한 자금 조달원을 새로 확보하였고 ‘모기지 신용 가능성(credit availability)의 대규모 확대’ 가 일어났다. 십년 전만 해도 모기지의 신규 창출은 연간 150억 달러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금액의 여섯 배가 평범한 수준이 되었다.

그린스펀은 이러한 혁명이 주택시장의 변화를 일으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모기지시장은 새롭고 중요한 금융기구로 인해 폭발했는데 이 기구는 연방 적자, 기업 대출, 주 및 지방 정부의 차입을 작아 보이게 만든다. 또한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지배적인 요소가 되었다. GSE는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가계의 부를 늘려 소비를 증가시켰다. 정치적으로 금융이라는 배관에 실시된 변화는 휴가, 교육, 대형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지출이 늘어나는 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모기지 폭발은 단순히 주택시장과 금리의 연계를 끊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최소한 단기적으로 경제 전체와 금리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연준이 단기금리를 4년래 최고 수준까지 인상했지만 페니매와 프레디맥 덕분에 값싸게 대출을 얻을 수 있었고 대출 기관의 대출 여력도 풍부했다. 분명 통화정책은 긴축적이었으나 실계 금융환경은 완화적이었다.13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아니었다.14

그린스펀은 훗날 이러한 상황에 ‘수수께끼(conundrum)’ 라는 이름을 붙였다.15 2005년 2월 의회 증언에서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국채 매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장기채 금리를 끌어내려 단기금리의 인상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린스펀은 연준이 주택 버블을 진정시키기에 거의 무력할 정도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장기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단기금리 조치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단기금리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그린스펀이 지적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었다. 그는 박사 논문을 통해 금융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끊임없이 경제활동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2000년대 외국인의 미국채 매입은 이를 잘 보여주며, 1970년대 페니매와 프레디맥의 출현은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린스펀은 경제 성장이 일시적이나마 금리와 무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곧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훗날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거액을 차입하는 등 새로운 신용 경로가 개방되면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1978년 그린스펀은 모기지라는 호스가 열리면서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페니매와 프레디맥으로 창출된 소비력은 이미 CPI 인플레이션을 연율 8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이에 맞서는 연준의 의지가 약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강력했다. 그린스펀은 연준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는데 이제와 돌아보면 무척이나 아이러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연준은 금융 혁신이라는 자극을 단기금리 인상으로 맞서는 대신 금융시스템이 제 길을 가도록 방조했다. 그 결과 ‘금융시스템에 거대한 신용 과잉’이 발생했다.16 결국 연준이 칼을 빼들면 파티는 멈추겠지만 칼을 꺼내는 시기가 늦춰질수록 주택 버블이 꺼질 때의 고통은 심해질 것이다.

그린스펀은 1978년 10월 유타주립대의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불황이 다가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에 발생한 불균형을 숨길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그런 시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정확히 같은 내용의 경고가 2006년 1월, 연준 의장에서 사임하던 그린스펀에게 내려졌다.

 


8. 이 아이디어의 여러 버전이 케인스 이전에도 존재했다. 화폐를 경제의 실제 작용을 숨기는 ‘베일’ 로 묘사하거나 거래에서 바퀴가 아닌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비유했다.

12. 그린스펀이 연설할 당시 주택가격은 인플레이션 조정 후 연 6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13. 연준의 정책이 겉보기보다 긴축 정도가 약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근원 PCE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단기금리는 그린스펀의 연설 당시 2퍼센트 남짓이었다。하지만 단기금리와 모기지금리의 탈동조화추세는 뚜렷했다. 1975년 10월 초부터 1978년 10월 초까지 연준은 단기금리를 6.2퍼센트에서 8.9퍼센트로 인상했지만 30년 모기지금리는 9.22퍼센트 에서 9.86퍼센트로 0.6퍼센트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모기지 데이터는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FRED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데이터베이스를 참고.

14. 1978 년 초부터 9월까지 인플레이션 조정 후 성장률은 5.3퍼센트를 기록했다.

15. 모기지 금리 관련 ‘수수께끼(conundrum)’의 존재는 이 기간 학계의 연구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회고 분석에 따르면 그린스펀의 견해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54~69년에는 실질 연방기금금리와 주택모기지의 계절 조정의 상관관계가 강했다(외교 협회의 워커(Dinah Walker)의 계산에 따르면 R2가 0.4로 집계 됐다). 1970~84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약화됐다(R2가 0.06). 다시 말해 1978년에는 금리와 모기지 대출 성장률 간에 존재했던 강한 상관관계가 깨졌다.

16. 2007년 이후 그린스펀은 ‘수수께끼’가 연준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1978년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예전에 박근혜의 주장은 박근혜의 과거 주장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박적박(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는 개그가 생각나는데, 비슷하게 윤적윤도 있다-_- 그린스펀 선생의 전기를 보니 그적그-_-라고 해야할 판이구만-_-

근데 사실 나도 옛날에 쓴 블로그 글을 읽으면 ‘내가 이렇게 생각했었나’-_- 싶은 경우가 좀 있다. 반성하면서 발전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 같다. ㅎㅎ

랜덤하게 연결한 Neural Network의 이미지 인식 능력

요새 인공지능 관련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논문[1]이 자주 눈에 띄길래, 이게 뭔가 싶어서-_- 대충봤다. 아마 관련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보셨을 테지만, 본인같은 문외한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대충 포스팅해봄-_- 이건 그냥 문외한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거라서 개소리라고 흘려들으시길 바란다. ㅋㅋㅋ

일전에 위키피디아 연결성에 대한 글[2]을 쓰면서 Watts–Strogatz model에 대한 네이쳐 논문[3]을 대충 본 적이 있는데, Xie 선생의 논문[1]에도 레퍼런스에 언급이 있다. 여하간 이건 완전 생판 랜덤은 아니고 밀그램 선생의 좁은 세상 실험에 영감을 받은 거라서 completely regular graph랑 랜덤 그래프랑 두 종류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듯하다.

여하간 이미지 인식을 위한 Neural Network 모델로 ResNets[4]이나 DenseNets[5] 같은게 유명한 모양인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현존하는 가장 이미지 인식력이 좋은 모델 중 하나인 듯 하다.

근데 Watts–Strogatz model로 생성한 그래프로 이미지 인식을 하면 정확도가 이런 것들[4,5] 보다 쪼매 더 올라 가는 것 같다. 기존이 77%정도라면 이건 79%정도? 차이 자체는 적긴 한데, 랜덤하게 만든게 crafted된 것 보다 성능이 좋으면 좀 의미가 큰 거 아닌가?

random collection이 craft collection을 이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원숭이 포트폴리오(원숭이가 고른 주식 목록)가 시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가중 인덱스 펀드를 이긴다-_-는 연구[6,7]가 생각난다. ㅋㅋㅋㅋ 주식을 열심히 연구해서 골라봤자 큰 파도의 흐름에는 못당한다는 점에서 버튼 멜킬 선생의 주장[8]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기존 인공지능 모델을 짜잘하게 개선하는 것 보다 기똥찬 모델 하나를 생각해 내는게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은 Watts–Strogatz model로 생성한 그래프는 backpropagation처럼 노드의 연결 조정을 해서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트레이닝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뭐 사실 전체 다 모르겠다-_-

여하간 예전에 Joseph LeDoux 선생의 책[9]을 읽을 때 보니까, 사람의 뉴런이 태어난 이후로 연결 되었다 끊어졌다 하면서 학습을 하는 듯 하던데, 뇌의 뉴런 연결 상태가 딱히 결정론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랜덤연결로도 대충 지성이 잘 작동할 수 있다는 근거의 하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_- 하는 헛 망상을 좀 해본다. ㅋㅋ 이게 진짜라면 랜덤 연결을 보면서 뇌의 이 부분이 왜 연결됐고, 어떻게 작동하고 이런 걸 따지는게 의미 없는 건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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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8

재생시간 39분 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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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ining Xie, Alexander Kirillov, Ross Girshick, Kaiming He, “Exploring Randomly Wired Neural Networks for Image Recognition”, arXiv:1904.01569 [cs.CV]
[2] 내 백과사전 좁은 세상과 위키피디아 링크의 연결성 2018년 2월 28일
[3] Duncan J. Watts & Steven H. Strogatz, “Collective dynamics of ‘small-world’ networks”, Nature, volume 393, pages 440–442 (04 June 1998) doi:10.1038/30918
[4] Kaiming He, Xiangyu Zhang, Shaoqing Ren, Jian Sun, “Deep Residual Learning for Image Recognition”, arXiv:1512.03385 [cs.CV]
[5] Gao Huang, Zhuang Liu, Laurens van der Maaten, Kilian Q. Weinberger, “Densely Connected Convolutional Networks”, arXiv:1608.06993 [cs.CV]
[6] Cass Business School, Monkeys vs Fund managers – An evaluation of alternative equity indices Date published: Wednesday, 3 April, 2013
[7] Barron’s Monkeys Are Better Stockpickers Than You’d Think June 19, 2014
[8] 내 백과사전 [서평]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2017년 9월 30일
[9] 시냅스와 자아 – 신경세포의 연결 방식이 어떻게 자아를 결정하는가 조지프 르두 (지은이),강봉균 (옮긴이) 동녘사이언스 2005-10-28 원제 : Synaptic Self (2002년)

45분 동안 4억6천만 달러 손실을 본 Knight Capital의 소프트웨어 버그

2012년 HFT[1] 투자그룹인 Knight Capital이 2012년 소프트웨어 버그로 인해 45분동안 4억 6천만달러의 손실을 일으킨 사건[2]은 유명한데, 일전에 읽은 카카오 AI 리포트[3;p114]에서도 짧게 언급되어 있다.

이에 대해 SEC의 보고서[4]에 대한 어느 블로그 글[5]이 해커뉴스[6]에 공유되어 있길래 잠깐 봤다.

물론 본인은 SEC의 보고서[4]를 읽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이 블로거[5]의 설명을 내가 이해한 대로 여기에 대충 써 본다. 본인은 미국 증권 거래에 관해 완전히 무지하므로 그냥 개소리라고 흘려 들으시길 바란다. ㅎㅎㅎㅎㅎ

뉴욕 증권 거래소에는 Retail Liquidity Program이라는 게 있는 모양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7] 이것 때문에 열라 작은 금액 단위의 매매 금액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런 작은 단위의 주문을 이용하여 다크풀에서 HFT의 전략은 마이클 루이스플래시 보이스[8]에서도 짧게 설명이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그런 전략이 내가 알기로는 불가능함.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2012년에 새롭게 Retail Liquidity Program을 도입하면서 Knight Capital에서도 자신들이 운용하는 SMARS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를 여기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년 전부터 기능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Power Peg이라 부르는 부분을 제거 하였다. 이 Power Peg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는 변수의 값을 Yes로 할당한 것 같다.

Power Peg의 코드는 child 주문이 실행될 시, child들의 주식의 숫자가 누적되어 parent 주문이 실행되도록 이루어진 구조라고 한다. parent 주문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 child 주문은 정지 되는 기능을 갖는다. 근데 2003년에 Knight Capital은 Power Peg 사용을 중지했다고 한다. 2005년에 Knight Capital은 SMARS에 Power Peg의 일부 기능을 이식할 때 재테스트를 하지 않았고, 나름 잘 작동하는 듯이 보였다고 한다.

2012년 7월 27일에 새롭게 도입되는 Retail Liquidity Program에 대응하기 위해 SMARS에 새로운 코드가 삽입되었는데, Knight Capital의 한 기술자가 새 코드를 8개 서버 중에 한 군데에 카피하지 않은 실수를 범하고 만다. Knight Capital 측에서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여덟 번째 서버에 Power Peg 코드가 제거되지 않은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8월 1일에 Knight Capital은 주식 중개자로부터 Retail Liquidity Program에 참여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곱 개의 서버는 정확하게 일을 처리했다. 근데 여덟 번째 서버에는 폐기된 Power Peg 코드가 여전히 남아있었고, 이 서버는 오류 주문을 보내고야 만다. 내부 시스템에서 오류 관련 이메일이 자동발송되었는데, Knight Capital의 관리자는 이 이메일을 자세히 보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Knight Capital은 새로운 Retail Liquidity Program 대응 코드를 언인스톨했는데, 이게 Power Peg 코드의 주문을 활성화시키면서 문제가 더 확대했다고 한다. 음…

8년 넘게 숨어있던 해묵은 버그가 돌고 돌아서 사람 뒤통수를 친 격인데-_- 여러모로 운명의 장난이라고나 할까. ㅎㅎ

여러모로 기술에 의한 문제라기 보다는 크로스 체킹을 소홀히 한 문제 같아 보이는데, 어쨌든 기계가 문제를 일으켜도 책임은 사람이 지게 돼 있으니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_- 기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모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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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초고속 매매 High-frequency trading 2013년 10월 18일
[2] 뉴욕타임즈 Knight Capital Says Trading Glitch Cost It $440 Million AUGUST 2, 2012 9:07 AM
[3] 내 백과사전 [서평] 카카오 AI 리포트 – 인간과 인공지능을 말하다 2018년 9월 14일
[4] United States of America Before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Release No. 70694 (October 16, 2013) Administrative Proceeding File No. 3-15570 “In the Matter of Knight Capital Americas LLC Respondent.” https://www.sec.gov/litigation/admin/2013/34-70694.pdf
[5] How to lose $172,222 per second for 45 minutes (sweetness.hmmz.org)
[6] How to lose $172k per second for 45 minutes (2013) (hacker news)
[7] 월스트리트 저널 What Exactly Is NYSE’s Retail Liquidity Program? Aug 2, 2012 1:41 pm ET
[8] 내 백과사전 [서평] 플래시 보이스-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2014년 10월 7일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존재성

얼마전에 별세한[1] 내쉬 선생의 그 한 쪽짜리 논문[2]을 대충 봤는데, 너무 짧아서 유명하다.[3] 뭔가 무림 초고수의 내공[4]-_- 같은게 있는 사람이다. ㅎㅎㅎ 사실 그 내용은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내쉬 균형의 존재성을 증명하기 위해 카쿠타니 고정점 정리를 사용한다.

카쿠타니 시즈오가 누군가 싶어 위키피디아를 보니,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한 수학자인 듯 하다. 당시 미-일은 서로 적대국인데, 어떻게 공부했는지 개인사가 꽤나 궁금해진다.

본인은 이와 관련하여 전공을 하지 않았고, 본 블로그의 글은 본인이 대충-_- 이해한 내용이므로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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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용어를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2X는 X의 power set을 의미한다.

set-valued function은 말 그대로 함수값이 set인 function이다.

closed graph는, set-valued function인 φ: X → 2Y이 주어질 때, X × Y의 부분집합 {(x,y) | y ∈ φ(x)}이 product topology로서 closed면 φ는 closed graph라고 정의한다.

fixed point는, set-valued function인 φ: X → 2X이 주어질 때, a ∈ φ(a)인 a를 φ의 fixed point라 부른다.

카쿠타니 고정점 정리는, 유클리드 공간 Rn에서 공집합이 아니고 compactconvex인 부분집합을 S라 하고, set-valued function φ: S → 2S가 closed graph이면 φ는 fixed point를 가진다는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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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떤 종류의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유한한 개수의 전략들(pure strategy라 부르는 듯)이 n개 있다고 하자. 각 pure strategy에 대해 자신이 선택할 확률을 할당하는데, 이걸 mixed strategy라 부르는 것 같다. 뭐 각자의 입장에서 선택 불가능한 전략은 확률을 각 pure strategy에 대해 취할 확률을 0으로 세팅하면 되므로, 어쨌든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dimension의 전략 세트를 두고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들에 대해 이 mixed strategy는 Rn의 한 점이 된다. 각 플레이어들이 취할 수 있는 모든 Rn의 한 점의 합집합을 S라 하자. 각자 Rn의 한 점을 선택하면 그 결과는 Rn의 부분집합이 되므로, 한 번의 게임이 set-valued function의 한 번의 대응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 B, C가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하자. A는 가위를 낼 확률을 0.1, 바위를 낼 확률을 0.5, 보를 낼 확률을 0.4로 세팅한다고 하자. A의 mixed strategy를 (0.1, 0.5, 0.4)라 쓰면, R3의 한 점이 된다. B, C의 mixed strategy를 (0.2, 0.8, 0), (0.3, 0.3, 0.4)로 세팅하면 R3의 세 점이 되고, A의 입장에서 (0.1, 0.5, 0.4)가 세 점에 대응되는 set-valued function의 함수값이 된다.

S가 bounded인 이유는 자명한데, closed인 이유는 각자 mixed strategy들의 sequence P_1, P_2, …. 의 limit point도 여전히 선택가능한 전략이기 때문인 듯 하다. 뭐 각 pure strategy 별로 확률을 엄청 근접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그 확률도 선택할 수 있겠지. convex인 이유는 한 mixed strategy P에서 다른 mixed strategy Q까지, tP + (1-t)Q가 모두 선택 가능하기 때문인 듯 한데, 이것도 확률을 연속적으로 쪼금씩 분배하면 되니까 가능한 듯 하다.

이 set-valued function이 closed graph인 이유는 S가 closed니까 그 product topology에서도 closed가 되는 듯 하다.

여하간 대충 그렇다 치면-_- 카쿠타니 고정점 정리를 쓸 수 있으므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선택한 mixed strategy가 그대로 게임의 결과(즉, set-valued function의 함수값)가 되는 상태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 점을 내쉬 균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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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깜빡했는데, 일전에 이야기한 이코노미스트지의 Big economic ideas 시리즈[5]에서 Nash equilibrium편[6]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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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존 내쉬 별세 2015년 5월 24일
[2] Nash, John (1950) “Equilibrium points in n-person gam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36(1):48-49. https://doi.org/10.1073/pnas.36.1.48
[3] 내 백과사전 분량비 중요도가 가장 높은 수학논문? 2010년 11월 7일
[4] 내 백과사전 존 내쉬의 지도교수 추천서 2015년 6월 5일
[5] 내 백과사전 이코노미스트지의 Big economic ideas 시리즈 2016년 8월 1일
[6] 이코노미스트 Prison breakthrough Aug 20th 2016

2회 디코노미에서 부테린과 루비니의 설전?

분산경제포럼(Deconomy)이라는 공개 포럼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런게 있는 줄 몰랐네. 블록체인과 이코노미에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장인 것 같다. 작년에 1회를 개최했고 오는 4월 4~5일에 2회가 개최되는 듯. 두 번 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양이다. 홈페이지[1]도 있고, 유튜브 채널[2]도 있다.

홈페이지[1]의 연사 패널 목록을 쭉 보니,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Vitalik Buterin이랑 루비니 선생 뿐인데, 모르긴 해도 뭔가 면면이 화려해 보인다. 나름 규모가 있는 행사인 듯.

근데 루비니 선생이 암호화폐 무용론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는 줄은 처음 알았네. 디코노미에서 루비니 선생과 부테린이 토론을 할 모양[3,4]이다. 이거 지디넷에서 은근 바람잡는 기사[3]를 썼던데, 이미 두 사람이 트위터에서 나름 설전을 펼쳤던 적이 있는 모양이다.

홈페이지[1]를 보니 기업부스만 보는 10달러짜리는 이미 매진됐고, 키노트를 보는 99달러 짜리 표랑, VIP용 999달러짜리 표는 아직 남아 있는 듯. 헐. 99달러짜리 표 끊어서 함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되네 ㅋ

루비니 선생은 Great Recession 한 번 맞추는 바람에, 언론에서 너무 띄워주는 느낌도 좀 들긴 한다. 일전에 금값 이야기[5]도 했지만, 조금 빈약한 근거로 너무 주장을 쎄게 던지는 경향이 좀 있는 듯 하다. 근데 지금 금값차트를 보니 루비니 선생이 얼추 맞았네-_- 뭐 나오셔서 좋은 말씀 잘 하시겠지. ㅎㅎ

부테린 선생은 일전에 이더리움의 작업증명(proof of work)을 안 믿는다[6]고 해서 논란이 됐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본 기사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_- 여하간 그는 지분증명(proof of stake)을 밀고 있는 듯. 근데 지금 찾아보니 지분증명도 나름 비판적 스탠스가 꽤 있는 걸[7,8] 보면 루비니 선생의 말이 아주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ㅎ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게 쌈구경이랑 불구경인데-_- 쓸데없이 흥미가 생긴다-_- ㅋㅋㅋㅋ 근데 기왕이면 디코노미 말고 경제 유머 축제[9] 같은 거 개최하면 안 될까? 열심히 참여할 수 있을 듯 한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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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26

재생시간 5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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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4
블록미디어 헤이스 vs 루비니, 타이베이에서 암호화폐 찬반 맞대결 2019년 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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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deconomy.com/ko/
[2] Deconomy (youtube.com)
[3] 지디넷 이더리움 창시자 vs 암호화폐 저격수, 제대로 맞붙는다 2019/03/12 17:00
[4] 블록인프레스 ‘닥터 둠’ 루비니 교수 “암호화폐 성공할 근거 없어”…4월 부테린과 논쟁 예고? 2019년 3월 11일
[5] 내 백과사전 금값이 얼마나 내려갈 것인가? 2013년 6월 5일
[6] https://twitter.com/VitalikButerin/status/1077548790272405504
[7] 지분증명방식 (Proof of Stake) 완벽 가이드 – 이더리움 최신 개선안과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인터뷰 (blog.bitmex.com)
[8] POS 알고리즘과 Vitalik Buterin의 POS 철학에 대한 비판 (steemit.com/kr/@cryptodreamers)
[9] 내 백과사전 Kilkenomics : 경제 유머 축제 2015년 11월 20일

앨런 그린스펀의 연방준비은행 반대론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
세바스찬 말라비 (지은이), 박홍경 (옮긴이) | 다산출판사 | 2018-10-30 | 원제 The Man Who Knew (2016년)

p84-86

그린스펀은 서두에서 “자유방임주의가 경제 체제에서 유일하게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라면서 강연 취지를 밝혔다. 시장가격의 공정성을 공격하는 태도는 곧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가격을 형성하는 개인을 비난하는 도덕적 판단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사업가, 또는 그린스펀의 표현대로 기업가(enterpriser)’는 영웅이다. 기업가는 사회의 생산적 에너지를 평범한 시민의 욕망과 일치시키는 핵심적인 인물이며 이러한 작업을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낸다. 미국은 자유방임주의를 채택한 덕분에 경쟁자들을 제쳤다. 하지만 미국의 실용적이고 기업가적인 사고는 ‘물질 추구가 악하고 비도덕적이라는 윤리적, 종교적인 견해’와 충돌했다고 그린스펀은 탄식했다. 그린스펀은 청중들에게 “『아틀라스』가 미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온전히 평가하려면 미국사에 나타난 이런 모순의 해악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주의자 신념의 인내심을 발휘해 그는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분업을 하는 이유, 상업적 교환에 참여하는 이유, 비교우위와 절대우위의 차이 등을 다뤘다, 또한 통화의 목적과 기원에 대해 심도 깊게 고찰하였으며 특히 금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913년 연방준비법이 통과되기 이전의 ‘자유은행’ 시대를 찬양했다. 당시 은행은 금 보유고를 근거로 민간통화(private money)를 발행했고 정치적인 간섭을 받지 않았다. 그는 도덕적 근거에서 민간통화가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은행의 지폐의 경우 은행가의 말이 금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 반면 정부가 발행하는 지폐가 가치를 지니는 근거는 명예가 아니라 강제적 명령에 있다, 법이 강제하기 때문에 지폐가 통용되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화폐에 대한 『아틀라스』의 유명한 구절을 읊으면서 불태환화폐(fiat currency) 시스템에 내재된 폭력성을 강조했다, “지폐의 궁극적인 보증은 민간인의 신성한 말이 아니라 정부 관료가 겨누는 총구다.”

그린스펀은 민간 발행 화폐를 선호하는 이유를 도덕적 근거뿐만 아니라 실용적/실제적/현실적 차원에서도 드러냈다. 그는 민간화폐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처럼 화폐의 사용을 강제할 힘이 없었던 19세기 ‘자유’ 은행은 오로지 은행의 금 보유고로 확실히 보증할 수 있는 가주권(scrip)만을 발행했다. 따라서 화폐를 무한정 찍어낼 수 없었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민간은행이 가주권을 금으로 교환해 주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항상 의심을 샀던 것이다. 그러한 의혹이 짙어지면 은행은 경영이 악화되어 대출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경제는 둔화되었다. 연방준비법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의 지도자들이 ‘탄력적 통화(elastic currency)를 공급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설립하도록 이끈 원인이 바로 ‘머니 패닉’ 이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이러한 논리를 멸시했으니 경제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린스펀이 보기에 19세기의 머니 패닉은 유익한 면이 있었다.20 분명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을 위축시켰지만 자산 버블의 팽창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 은행은 머니 패닉 덕분에 금 보유고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신용이 창출되지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했다. 다시 말해 버블이 위험한 수준으로 커지도록 돈을 찍어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지도자들은 역사에서 완전히 잘못된 교훈을 얻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머니 패닉이 은행의 금 보유고 부족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한 정치인들은 “머니 패닉의 치료책이란 은행시스템에서 보유고의 부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무척 간단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란 얼음 사이에 온도계를 꽂아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미국 역사상 재앙에 버금가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연방준비제도의 설립이었다.”

이 ‘역사적 재앙’, 즉 훗날 그린스펀이 이끄는 중앙은행의 설립은 은행시스템이 정치적으로 무한한 지급준비금을 갖추는 멋진 신세계를 열었다.21 은행은 보유하던 금을 연준에 넘겼고, 그 대가로 연준 예치금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 예치금은 은행시스템의 새로운 지급준비금이 되었다. 금과 달리 새로운 지급준비금은 중앙은행의 명령에 따라 탄력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연준은 은행이 보유한 국고채를 매입하면서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산하는데 이는 신용을 창출한다. 혹은 은행의 기업채권을 받아들이면서 준비금 계좌를 더 차감하여 은행이 보유한 기타 자산을 ‘할인’ 할 수도 있었다. 이와 같은 마법이 가능해지자 은행은 더 이상 자금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경제는 머니 패닉을 방지하는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솜씨 좋은 새 시스템이 썩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준비금의 부족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영원한 번영을 가져오는 대신 세계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초래했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발생한 것이다.”

강의가 종반부로 가면서 그린스펀은 뉴프런티어 경제에 대한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연준은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의 보좌진들이 약속한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은행준비금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려 경제를 부양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관료의 실수가 아니었다. 인간 진보의 진실한 동력을 이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뉴프런티어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경제를 하나의 기계로 이해하고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듯 미세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경제 발전은 사회 경제, 시스템 등의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기능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정도까지 우리 사회는 인간 의 성취가 일궈낸 잔광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부를 창출하던 위대한 인물들은 복지국가가 부상하면서 역사 속에서 오명을 얻었다.”라고 한탄하면서 어릴 때 흠모했던 영웅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제임스 힐J. P. 모건은 평범함을 숭배하는 사회에 대한 모욕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평범함이 서서히 국가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그는 아인 랜드의 레퍼토리에서도 한 구절 빌려 왔다. 미국이 스스로 “원초적인 이타주의적 도덕성에 순응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노예, 폭력, 발전 없는 오류, 제물로 바쳐진 용광로”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는 엘리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하면서 일종의 자유의지론 레닌주의(libertarian Leninism)를 설파했다, 19세기의 자유국가를 회복하기 위해 대중을 전부 객관주의자로 개종시킬 필요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대신 “수백, 많아야 수천 명 정도인 지식인 지도자들이 트랜드를 설정하는데 이 지도자들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산주의는 소수의 헌신적인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면서 루스벨트 호텔에 모인 열정적인 형제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객관주의는 공산주의와 과거의 철학적 운동과 비교해 대단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객관주의는 올바를 뿐만 아니라 현실에 부합하고, 이 땅에서의 삶과 일치한다.”

 


20. 그린스펀의 설명과는 극명하게 엇갈리게도 19세기 말의 일부 금융공황은 일시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불황을 야기했다. 가령 1873년의 패닉은 당시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불렸던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그린스펀은 강의에서 남북전쟁 중 금본위제가 정지된 결과로 이런 불황이 일어났다고 제시했다. 전쟁중 정부가 소위 그린백(greenback)을 발행한 것이다. 그린스펀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의 불황은 투자자들이 1879년(금태환의 재개로) 그린백이 금에 자리를 내줄 것을 예상함에 따라 신용이 수축되어 디플레이션이 찾아온 결과였다.
21. 금본위제는 1914년 연준이 설립된 이후 1971년 닉슨이 달러와 금의 연계성을 폐기하기까지 단계적으로 해체됐다. 그렇더라도 1914년 이후 정부가 임의로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낼 능력을 얻었다는 지적은 옳다. 곤란할 때마다 남은 제약 사항의 완화를 명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연방은행장으로 명성을 얻은 그린스펀으로서, 젊었을 때 연방은행과 Fiat money에 반대하고 금본위제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인식조차 배리 아이켄그린 선생의 주장[1]과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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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2019년 1월 11일

일반적인 투자법을 200년 이상의 장기데이터에 적용하기

해커뉴스[1]를 보니 블룸버그의 기사[2]에 대해 화제가 되고 있었다. 블룸버그의 기사는 Guido Baltussen, et al.의 연구[3] 결과를 설명하는 내용인데, 논문은 SSRN에서 받을 수 있다. 근데 원체 지식이 없으니 원문을 봐도 잘 이해는 안 되던데-_- 여하간 나는 이렇게 이해를 했다. ㅋ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프리미엄 팩터들을 214년간의 주가지수, 채권, 외환, 원자재 변동에 적용하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본 듯 한데, 이만큼의 장기 백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는 과거에도 별로 없는 듯해 보인다. 뭐 논문의 큰 뼈대는, 하늘아래 새로운 거 없고 이전에 학술적으로 알려진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 같다.

블룸버그 기사[2]를 보니 시장 비효율성도 드러나는 모양이던데, 설령 효율적 시장가설이 맞다해도, 그 비효율성이 제거되려면 이 정도 장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니 근데 내가 내용을 맞게 이해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ㅋ 케인즈 대사부께서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했는데[4], 인생을 오버하는 기간에 효율성이 구현되는게 얼마나 의미있을지 모르겠다. ㅎㅎㅎ 번 돈은 살아서 써야지-_-

예전에 효율적 시장가설이 참이라는 명제와 P = NP는 서로 동치라는 괴이한 주장[5]을 본 기억이 나는데, 경제학계의 최대 떡밥과 전산수학계의 최대 떡밥을 서로 엮는 엄청난-_- 주장이라서 꽤 재미있다. ㅎㅎ 본인이 그 주장[5]을 대충 보니 거의 썰-_- 수준의 논의 같아 보이던데, 시장데이터를 몽땅 처리하여 반영하는게 NP문제니까 시장이 효율적이 되려면 P = NP와 동치라는 이야기 같다. 이 주장이 맞다면 상당수의 전산수학자들은 P ≠ NP라고 믿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시장도 비효율적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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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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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runching 200 years of stock, bond, currency and commodity data (hacker news)
[2] 블룸버그 Eternal Market Patience Offers Eternal Rewards 2019년 2월 7일 오후 2:01 GMT+9
[3] Baltussen, Guido and Swinkels, Laurens and van Vliet, Pim, Global Factor Premiums (January 31, 2019).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325720
[4] John Maynard Keynes (wikiquote.org)
[5] Philip Maymin, “Markets are efficient if and only if P = NP”, arXiv:1002.2284 [q-fin.GN]

다른 경제환경에서 생기는 경제관점의 차이

1960년부터 2004년에 걸친 데이터에서, 불황기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더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1]를 예전에 본 기억이 나는데, 자신의 경제적 환경이 경제를 보는 관점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같다.

유튜브에서 러시아 출신인 Ashiya씨의 채널[2]을 가끔 보는데, 일본어를 무척 잘해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간단한 러시아어 강좌가 꽤나 재미있으니, 일본어를 알고 러시아어에 관심있으시면 추천한다. ㅎㅎ

얼마전에 올라온 영상[3]에서 자신이 겪은 러시아 경제위기 당시 경험과, 러시아에서 경험한 인플레이션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은 일본인과의 관점차이를 설명하는 영상이 무척 재미있다. 재생시간 14분 1초

중간에 언급하는 1990~1993년의 높은 러시아의 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원인이 뭔지 좀 검색해봤는데, 잘 모르겠음-_- 1998년의 러시아 경제위기는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LTCM이 몰락한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다는 이야기[4]는 유명하다. 로저 로웬스타인저서[4]를 참고하시라.

러시아 장기 인플레이션[5]을 한번 찾아봤는데, 그래프에서도 나오지만 2000년 푸틴이 집권한 이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의 경제재재로 인한 금융위기에 인플레이션율이 십몇 프로까지 올라가긴 했는데, 과거 데이터가 원체 높다보니 그래프상에 거의 티가 안나는구만-_- 여하간 이런 걸 보면 암만 푸틴 저항 시위[6]같은 걸 하고 도덕성을 따져도, 경제 앞에서는 별로 위력이 없는 듯 하다. 푸틴이 나름 경제방어는 잘 하는 듯 하다.

여하간 영상[3]에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러시아에서는 저축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크루그먼 선생의 저서[7]에서 소개하는 그 유명한 베이비 시터 불황[8]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하포드 선생의 저서[9]에서도 같은 일화를 짧게 소개하고 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Ashiya씨는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도 문제인 것은 모르시는 듯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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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lrike Malmendier & Stefan Nagel, 2011. “Depression Babies: Do Macroeconomic Experiences Affect Risk Taking?,”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Oxford University Press, vol. 126(1), pages 373-416. DOI: 10.3386/w14813
[2] Ashiya (youtube.com)
[3] 意外と知らないロシアのお金事情!給料・貯金・経済危機・インフレなど (youtube 14분 1초)
[4] 내 백과사전 [서평] 천재들의 실패 2010년 11월 12일
[5] Historic inflation Russia – CPI inflation (inflation.eu)
[6] 내 백과사전 러시아 시위 현장의 정규분포식 2012년 1월 15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경제학의 향연 2011년 12월 15일
[8] Sweeney, J.; Sweeney, R. J. (1977). “Monetary Theory and the Great Capitol Hill Baby Sitting Co-op Crisis: Comment”. Journal of Money, Credit and Banking. 9 (1): 86–89. doi:10.2307/1992001
[9] 내 백과사전 [서평]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2015년 1월 4일

[서평]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배리 아이켄그린 (지은이), 박복영 (옮긴이) | 미지북스 | 2016-12-10 | 원제 Golden Fetters: The Gold Standard and the Great Depression, 1919-1939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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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_- 소설가 김유정의 ‘금따는 콩밭‘이라는 소설이 있다. 금에 환장해서 멀쩡한 콩밭을 갈아엎다가 망한다는 이야기인데 ㅋㅋㅋ, 시대적 배경이 대략 1930년대 초반이다. 전세계 각국이 금본위제에서 탈퇴함에 따라, 자산보호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금의 수요가 급증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영향이 조선의 콩밭에까지 미친 것이라 짐작된다. 당시 조선에서 금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기괴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 천태만상의 이야기는 전봉관 선생의 책[1]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것도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ㅎㅎㅎ

베리 아이켄그린 선생의 저서는 여러 권[2,3,4] 읽어봤기 때문에 주저없이 샀다. 일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전후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 탑 5에 들어가는 걸 봤는데[5], 본인은 문외한이라 모르긴 해도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대공황 이전에도 공황은 여러 번 있었지만, 왜 그때 그렇게 타격이 크고 회복도 더뎠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일전에 킨들버거 선생의 패권안정론을 주장하는 책[6]을 읽은 바 있는데, 그 내용인 즉슨,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단일 패권국이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공황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그와는 좀 다른 주장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대공황의 원인으로 금본위제를 사수하려는 집착 때문에 대공황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황금족쇄’란 바로 이 집착을 상징한다. 이 책의 내용을 매우 거칠게 요약을 하자면, 한겨례의 어느 기사[7]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사가 독서에 참고가 될 듯 하다.

그러면 왜 1차 대전 이전의 금본위제에서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의 ‘가격-정화 플로우‘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대외 불균형이 제거됨을 설명하는 거시경제모델이지만, 18세기의 단순한 경제 시스템에서는 훌륭하게 작동되었을지 몰라도, 환경이 크게 바뀐 20세기가 되어서까지 이런 방식으로 불황을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p77) 나무위키의 ‘세계 대공황’ 항목[8]에도 이런 빈약한 모델을 토대로, 금본위제가 국지적 불황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세계적인 대공황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나와 있으나, 아이켄그린 선생은 그런 종류의 반론에 대해 재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19세기는 장기 평화의 기간으로서, 각 국가간 중앙은행간의 국제협력이 잘 이루어지던 시기였고, 따라서 한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신용보다 더 많은 신용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1차대전 이전까지는 금본위제임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나온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전쟁 배상금을 갚은 선례 때문에, 1차 대전 당시 각 국가들은 전쟁 배상금의 기대를 가지고 전쟁비용 조달을 세금의 인상없이 국채만으로 진행했다고 한다.[9] 이 결과 전후 독일에게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리게 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2차 대전의 원인이 된다. 현대 경제 정책의 관점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엄청난 재앙이지만, 당시에는 청산주의적 관점에서 디플레이션을 하더라도 화폐가치와 금본위제를 사수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본 듯 하다. 미국의 청산주의적 관점으로 재정정책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전에 본 가이트너씨의 책[10]이 생각나는데,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싶다. ㅋㅋㅋ

게다가 독일은 초인플레이션의 경험으로, 영/프/미도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인해, 긴축 재정을 선호한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준비금을 유지해야 하므로 자유로운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독일의 이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충격은 나름 꽤 뼈아팠던 모양인데, 일전에 본 세바스찬 말라비 선생의 [11]에서도, 독일 통일 당시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강한 고금리정책을 실시했던 독일의 중앙은행장 헬무트 슐레징거가, 금리를 내리라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견디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하간 이후 각 국가별 경제, 무역, 정치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군데군데 패권안정론에 대한 반박도 담고 있다. 디테일한 사건들의 설명이 무척 많은데, 일일이 검색하면서 조사하다보면 끝이 없다. 읽기 초 빡시다-_-

저자는 경제상황 뿐만 아니라, 국가 내 정치와 국제 정치까지도 동원하여 세부적인 각 사건들의 이해관계를 조립하여, 금본위제와 대공황을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역자의 말 그대로 ‘대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다.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전후 최대 영향력있는 경제학자들 중의 하나로 언급[5]되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p302부터 프랑스 전간기 정치 상황에 대해 나오는데, 수학자 팽르베도 잠시 언급된다. 책에는 오직 정치가로서의 언급만 있어서 본 블로그의 글[12]도 참고하기 바란다.

책에서 M1 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뭔 말인가 싶어 검색해 봤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폐와 동전 및 수표 등의 물리적인 통화 공급량을 가리키는 듯 하다.[13]

저자가 중간중간에 미국의 리더십 부족이 문제가 아니었고, 국가간 협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강조하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지만 당연하게도 패권안정론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p412에 “1프랑의 금이 추가되면 35%의 금 준비율 하에서는 이론상으로는 약 3프랑의 유통 은행권 증가가 가능했지만” 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아무래도 승수효과에 의한 계산이 아닌가 싶다. 즉, 최초 a원의 금에서 지급준비율 r이 결정되면, 이 돈을 대출하여 a(1-r)원이 풀리고, 그 돈이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 a(1-r)2가 대출되는 형식으로 무한히 반복하면, 결국 무한등비급수의 합인 \frac{a}{1-(1-r)} = \frac{a}{r}가 되어 1/0.35 = 2.86이므로 얼추 맞아 들어간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들은 서문과 결론, 그리고 역자의 말에 실질적으로 전부 들어가 있으므로, 바쁜 사람은 이 부분만 읽어도 요약본을 읽은 것과 다름이 없을 듯 하다.

역자인 박복영 교수는 경희대학교 국제 대학원에 재직중이라고 한다.[14] 이 책의 초벌번역에만 4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군데군데 어려운 용어의 해설도 들어 있다. 저자의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책인데, 이런 책이 시중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외한인 본인에게는 읽기에 상당히 빡셌지만, 킨들버거 선생의 책[6]을 읽으면서 이리저리 검색해 본 게 있으니 좀 수월했다. 만약 이 책을 완독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킨들버거 선생의 책[6]도 함께 읽는 편이 도움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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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은이) | 살림 | 2005-01-27
[2] 내 백과사전 [서평]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011년 10월 9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달러 제국의 몰락-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2015년 10월 14일
[4] 글로벌 불균형 –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 베리 아이켄그린 (지은이), 박복영 (옮긴이) | 미지북스 | 2008-11-05 | 원제 Global Imbalances and the Lessons of Bretton Woods
[5] 내 백과사전 지난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2011년 3월 6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대공황의 세계 1929-1939 2018년 4월 13일
[7] 한겨레 우리는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18-11-13 14:35
[8] 세계 대공황 (나무위키)
[9] 내 백과사전 1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별 세수 변화 2019년 1월 2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스트레스 테스트 2018년 3월 23일
[11] 내 백과사전 [서평] 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헤지펀드 엘리트들 2012년 4월 12일
[12] 내 백과사전 프랑스에서는 수학자가 정치가가 될 때도 있다 : Paul Painlevé 2018년 8월 20일
[13] M1 (investopedia.com)
[14] Park, Bokyeong (gsp.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