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10초전 고양이의 반응

지난 6월 18일 오사카 북부에서 진도 6.1짜리 꽤 큰 지진[1]이 있었는데, 검색해보면 처참한 영상[2]을 무척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사카 대학에 소재한 23억엔짜리 초정밀 전자 현미경이 파손되어서 복구에만 1년 이상이 걸린다[3]하니, 과학계도 나름 손실이 상당한 듯.

Frans de Waal 선생의 페이스북[4]을 보니, 지진 10초전의 고양이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5]을 소개하고 있다. 좀 신박함. ㅋㅋ 재생시간 44초.

영상에 표시된 시계로 7시 58분 48초에 고양이들이 일제히 이상을 감지한다. 아마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미약한 형태의 P파를 감지한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들긴 하는데, 그 진동이 심상치 않은 사건의 전조(즉, 지진)인 줄은 어째 알았나 좀 신박하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건물에서는 꽤 큰 트럭이 큰 도로에서 속도내면서 지나가면 진동을 좀 느낄 수 있는데-_- 이런 종류의 진동도 평소에 많이 겪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여하간 좀 재미있어 걍 포스팅해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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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地震情報 (tenki.jp)
[2] ねとらぼ 駅ホームに電光板が落下、本屋もぐちゃぐちゃに…… 大阪北部の地震、Twitterに被害の写真が続々集まる 2018年06月18日 14時34分
[3] 마이니치 最先端の電子顕微鏡が損傷 大阪大 2018年6月22日 06時00分
[4] https://www.facebook.com/franspublic/posts/10156543405864700
[5] 猫カフェキャッチー 地震 (youtube 44초)

수학에서 길을 잃다(Lost in Math)

Peter Woit 선생의 블로그[1]에서 ‘Lost in Math'[2]라는 신간 소개를 하는 걸 며칠 전에 봤는데, 이 책이 Mathematical Investor 블로그[3]에서도 또 소개가 되고 있길래, 나도 포스팅하지 않을 수 없구만. ㅋ

책 내용 자체는 아무래도 일전에 Gian Francesco Giudice 선생의 그 이야기[4]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즉, empirical evidence 보다는 mathematical beauty에 더 치중하는 이론 물리학에 대한 문제제기 같아 보인다. 저자 Sabine Hossenfelder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독일 사람인 듯 한데, 나름 인지도가 있는 듯 하다.

math investor 블로그[3]에서는 현재 경제학 분야도 실증적 접근 보다는 지나치게 수학적 모델링의 우아함을 추구한 나머지 수학에서 길을 잃은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그 예로 CAPM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본인은 CAPM을 정확히 이해를 못해서-_- 잘 모르겠구만. 예전에 좀 찾아보다가 귀찮아서 접었음-_- 좀 공부해 둘 껄… ㅋ 이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5,6] 들은 적이 있긴 하다.

여하간 이 책의 역서가 나오면 잽싸게 구입할 의사가 있는데, 나오려나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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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st in Math (math.columbia.edu)
[2] Lost in Math: How Beauty Leads Physics Astray (amazon.com)
[3] Are economics and finance “lost in math”? (mathinvestor.org)
[4] 내 백과사전 Gian Francesco Giudice의 기고글 : 이론 물리학의 위기? 2017년 11월 3일
[5] 내 백과사전 경제학자의 공허한 수학 2014년 9월 27일
[6] 내 백과사전 경제학자의 수학공부 2012년 5월 1일

하드론을 이용한 암 치료법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센터에서 발간하는 소식지인 CNRS 뉴스의 기사[1]에 하드론 치료법에 대한 기사가 있어 포스팅해봄.

입자 가속기로 가속된 입자가 물질을 통과할 때, 특정 깊이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방출한 후, 급격히 운동 에너지를 잃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Bragg peak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이 원리를 이용하면 인체에 가속된 입자를 쏘아서 특정 부위의 세포만 정밀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암은 단일 질병이 아니라 워낙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고, 각 케이스마다 처리법이 천차만별인 듯 하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The Hallmarks of Cancer와 같이 암을 정형화하고, 통일된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노력도 없지는 않으나, 아직까지 크게 성공적이지는 않은 듯[2] 하다.

다양한 암들 중에서 화학요법이 잘 통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수술로도 절제하기 매우 까다로운 부위에 있을 경우, 대단히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모양인데, 이 경우 이런 하드론을 이용한 치료법을 시도하는 듯 하다. X선 등을 이용한 방사선 요법은 투과율이 높아서 다른 세포의 파괴도 많이 일어나는 모양인데, Bragg peak 때문에 다른 장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는 Particle therapy라는 용어로 등록되어 있고, 국내에서는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원리로 몇몇 홈페이지[3,4]를 참고하면 좋다. 국내에서도 세브란스 병원이 무려 3000억(!)을 투자하고 있다[5]고 하니, 어쩌면 국내에서도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양성자를 가속시켜 쏘는 방법과 탄소핵을 가속하여 쏘는 방법이 있는 듯 하다. 탄소는 양성자보다 무거워서 높은 타격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양성자를 쏘면 ‘양성자 치료’이고, 탄소원자를 쏘면 ‘중입자 치료’라 부르는 듯 하다. 그런데 CNRS 기사[1]를 보니 높은 원자량은 세포와 충돌하여 낮은 원자량의 원소로 분해되는데, 이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아직까지 신기술이라 그런지 거의 연구된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환자라면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닐 듯 하다. 특정 암의 경우 3년 생존율이 74%에 달한다는 주장[6]도 있다. 이 치료를 받을 정도면 화학요법이나 여러 치료법을 이미 시도하여 실패한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물론 다른 치료법들과 벙행했을 것이므로 단독치료법의 유효성이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여하간 나름 뛰어난 치료법이라 생각한다.

뭐 입자가속기가 싼 물건은 아니다보니, 의학자들이 이런 종류의 연구를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 듯 한데, 기사[1]에서는 척박한 프랑스 연구환경에 대한 개탄(?)도 조금 나온다. 프랑스에서 전문적으로 이런 하드론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CYCLHAD라는 기관이 새로 개설된 모양이다.

입자가속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치료비가 어마무지막지한 모양인데, 아마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가 될 듯-_- CAR-T도 치료비가 어마어마 하다[7]고 하던데, 그것보다 더 많이 나오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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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NRS news Hadron Therapy Ready for Takeoff 07.05.2018
[2] 내 백과사전 Robert A. Weinberg의 기고글 :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나? 2015년 3월 25일
[3] 양성자치료 원리 (국립 암센터)
[4] 중입자 치료란? (한국 원자력 의학원)
[5] 조선일보 세브란스, ‘중입자 치료기’ 국내 최초 도입…암 환자 일본 원정 치료 사라질 듯 2018.03.29 17:47
[6] 후생신보 간암 양성자 치료, 3년 생존률 74% 달해 2018/06/29 [16:39]
[7] 내 백과사전 CAR-T의 FDA 허가 2017년 7월 15일

“놀랍도록 간단한(remarkably simple)” 공식

symmetry 매거진 기사[1]를 봤는데, 스탠포드 선형가속기 센터 소속의 Lance Dixon 선생의 인터뷰 영상[2]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2]을 대충보니, 입자가속기에서 충돌현상이 일어날 때 입자들이 사방으로 방출되는데, 생성된 입자들의 방출되는 방향과 각도에 따른 관계식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이런걸 Energy-Energy Correlation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Lance Dixon 등이 쓴 논문[3]에는 이 관계식이 “놀랍도록 간단한(remarkably simple)” 공식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니, 얼마나 간단한 공식인지 함 봅시다. ㅋ

이 개그를 하려고 이 글을 써봤음. ㅋㅋㅋㅋㅋ 영혼을 파괴하는 연습문제[4] 수준이구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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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ymmetry magazine We’re going to need a bigger blackboard 06/06/18
[2] Theorists love giant formulas (even more than coffee) (youtube 3분 17초)
[3] Lance J. Dixon, Ming-xing Luo, Vladyslav Shtabovenko, Tong-Zhi Yang, Hua Xing Zhu, “The Energy-Energy Correlation at Next-to-Leading Order in QCD, Analytically”, arXiv:1801.03219 [hep-ph]
[4] 내 백과사전 영혼을 파괴하는 연습문제 2012년 3월 20일

[서평]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저자) | 김정훈(역자) | 이중원(감수) | 쌤앤파커스 | 2018-04-09 | 원제 La realta non e come ci appare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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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Lisa Randall 선생이 카를로 로벨리 선생의 이 책을 열라게 혹평했다는 이야기[1]를 했는데, 이 책이 설마 역서로 나올 줄은 몰랐다. ㅎㅎㅎ 혹시 전자책으로 나올까 싶어서 두 달 정도 기다려봤는데, 안 나오길래 하는 수 없이 종이책으로 구입하였다. ㅋ

원제는 La realtà non è come ci appare인데, 역자가 원저와 영문 번역서인 Reality is Not What It Seems를 참고했다고 한다. 책의 맨 뒤에 있는 참고서적 목록에, 한국어 번역판이 있는 것들은 번역판 제목도 같이 붙어 있다. 나름 역자의 품이 꽤 들어간 듯하여 추가점을 주고 싶다. ㅎㅎㅎ

일전[1]에도 이야기했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수학적 프레임워크를 시도하는 몇 가지 방법론이 있는데, 현재 이론물리학계의 대세는 끈이론이라고 알고 있다. 로벨리 선생은 고리 양자 중력파(?)이므로, 이론물리학계의 대세인 끈이론파(?)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론적 스탠스를 가진 사람이다. 끈이론에 관한 대중적 저서는 꽤 있는데 비해, 고리 양자 중력을 소개하는 대중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고리 양자 중력을 소개하는 대중서 중에 리 스몰린 선생이 쓴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2]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_- 물론 이 책[2]은 뒤쪽 참고서적 목록에도 있다.

책의 앞부분 절반 정도는 물리학사에 대한 내용으로, 물리학사에 대해 웬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미 거진 알고 있는 내용일 듯 하다. 고리 양자 중력이야기는 p199의 네 번째 강의부터 슬슬 발동이 걸리는데, 아무래도 현재까지 LHC에서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끈이론파 사람들이 느끼는 곤혹스러움[3]을 약올리는(?) 듯한 내용도 살짝(p211) 나온다. ㅋㅋㅋㅋ 물론 고리양자 중력이론에는 초대칭 입자가 필요없다. 일전에 arXiv의 기괴한 논문들 이야기[4]에서 나온 끈이론가와의 대화[5]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ㅎㅎ

Randall 선생이 언급[1]한 10120 이야기는 p229에 등장한다. 뭐 앞부분에서 면적이야기를 쭉 했으니 면적비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할 듯. Randall 선생이 좀 너무한 감이 있다. ㅋ

p230에 아르키메데스의 모래알 계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6]에도 이야기 했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생각이 왜 위대한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p232

양자중력은 모래알 계산의 탐구를 이어가는 많은 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우주를 이루고 있는 공간의 알갱이를 세고 있습니다. 광대한 우주이지만, 유한합니다.

오직 우리의 무지만이 무한할 뿐입니다.

인상적인 이 부분은 장자의 양생주편[7]이 생각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이 이후로 책의 가장 뒷부분에 정보 이론 이야기는 왜 한 건지, 저자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여하간 꼴랑 이 책을 읽고 고리 양자 중력을 눈곱만큼이라도 이해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다면 로벨리 선생이 글을 잘 쓴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ㅋ 단테와 세익스피어, 물리학사를 넘나드는 글솜씨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일전에 해커뉴스[8]에서 로벨리 선생이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 글[9]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뭐 자세히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_- 뭔가 문과스러운 지식이 많은 물리학자인 듯 하다. ㅋ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문지식을 전달하려는 모든 책은, 지루하지만 엄밀한 설명재미있지만 부정확한 설명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괜찮게 조화를 이룬 책이라 본다. 물론 재미있으면서도 엄밀한 설명을 성취한다면 최고의 책이 되겠지만, 그런 거 없다-_- 제대로 된 공부는 언제나 고생을 해야 하는 법이다. ㅋ

저자의 다른 대중서 중에 번역된 것으로 ‘모든 순간의 물리학‘[10]이 있는데, 본인은 읽지 않았다. 이 책은 ‘모든 순간의 물리학’보다 출간시점은 늦지만 먼저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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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Lisa Randall이 Carlo Rovelli의 대중물리학 책을 혹평하다 2017년 3월 9일
[2] 리 스몰린 저/김낙우 역,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 사이언스북스, 2007
[3] 내 백과사전 Gian Francesco Giudice의 기고글 : 이론 물리학의 위기? 2017년 11월 3일
[4] 내 백과사전 arXiv의 기괴한 논문들 2017년 7월 16일
[5] Carlo Rovelli, “A dialog on quantum gravity”, arXiv:hep-th/0310077
[6] http://zariski.egloos.com/2068347
[7] 내 백과사전 장자 양생주편 중에서 2016년 1월 19일
[8] Physics Needs Philosophy. Philosophy Needs Physics (hacker news)
[9] ROVELLI, Carlo (2018) Physics Needs Philosophy. Philosophy Needs Physics. Foundations of Physics, 48. pp. 481-491. ISSN 0015-9018, DOI:10.1007/s10701-018-0167-y
[10] 카를로 로벨리 저/김현주 역, “모든 순간의 물리학“, 쌤앤파커스, 2016

[서평] 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루크 디트리치(저자) | 김한영(역자) | 동녘사이언스 | 2018-03-20 | 원제 Patient H.M.: A Story of Memory, Madness and Family Secrets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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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1]에 이 책의 이름을 봤을 때 눈여겨 두긴 했는데, 진짜 역서가 나올 줄은 몰랐다. 혹시 전자책으로 나오나 싶어서 출간 후에 몇 달 기다려 봤는데, 안 나오길래 종이책을 구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ㅋㅋ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책의 퀄리티는 무조건 최소 평타 이상은 되므로 주저없이 슥샥 구입했다. ㅎㅎ

일전에 수잰 코킨의 책[2]을 읽었을 때는, 신경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들 중의 하나인 환자 H. M.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나의 기준에서 봤을 때 엄청나게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환자 H. M.에 대한 사전지식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능하면 수잰 코킨의 책[2]을 먼저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알라딘 웹사이트[3]를 보면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이 다음 책도 구입하셨습니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리스트에 수잰 코킨의 책이 뜨지 않는 점이 엄청나게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 Luke Dittrich는 환자 H. M.의 뇌 수술을 시행한 신경과학자 스코빌의 외손자이고, 저자의 어머니는 수잰 코킨과 고등학교 동창이자 어릴적 부터 친했다고 한다. 헐… 처음에는 이 사실도 모르고 읽었는데, 독서 도중에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아 삽질을 했다-_- 저자는 서술의 시점이나 장소/시간을 자주 바꾸는 난잡한 서술을 즐기는데, 어지러워서 상황파악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켁.

코킨의 책[2]을 보고 이 사람이 환자 H. M.의 보호를 위해 이렇게 헌신적인 활동을 했구나 하고 감동했는데, 그 보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 많다. 코킨은 환자 H. M.을 독점적 자산 취급하여, 과도하게 주변인들의 접근을 제한하는데, 그 정도가 상당히 과했던 것 같다. 제길 내 감동을 돌려줬으면 좋겠다-_- 그녀가 H. M.의 법적 보호자를 만드는 트릭(p429)도 의심스럽다. 마지막 100페이지 정도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데, H. M.의 뇌와 데이터 소유권을 둘러싸고 MIT의 코킨과 UCSD의 Jacopo Annese와의 분쟁에서, 내가 볼 때는 MIT에서 과도하게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결정적으로, 코킨이 자신의 논문에 대한 반론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파기한다는 부분은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봐도 코킨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할 듯 하다. 애석하게도 코킨은 제작년에 별세했는데, 위키피디아의 코킨 항목 하단부에 그에 대한 논란이 짧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MIT 측에서 이 책에 대한 반발이 심한 듯. 개인적인 보복이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는 일단 드러난 정보만으로도 코킨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p39에 스미스 파피루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이 이야기한 적[4]이 있다.
p158에 뉘른베르크 강령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5]은 본 블로그에 인용하였다.
p200에 프리먼의 얼음송곳(icepick) 뇌수술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일전에 이야기한 적[6]이 있다.
p320에 델가도가 전기 충격으로 소의 공격성을 제거하는 쇼 이야기를 하는데, 유튜브에 영상[7]이 있다.
p323에 별 테스트 이야기를 하는데, 글로만 묘사를 해서 어떤 테스트인지 독자가 알 도리가 없다. 유튜브 영상[8]을 참고하기 바란다.
p357에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코킨의 책[2]에도 비슷한 설명이 있다. 비교하여 읽으면 도움이 될 듯.
p417, p429에 자기장의 단위를 ‘텔사’라고 번역했는데, 이거 테슬라의 오기인 듯 하다.

저자가 기자다보니 다양한 관계자를 인터뷰하거나 현장답사를 하는 장면이 많고, 자료 수집도 꽤나 열심히 한 듯 하다. 허나 내용과 무관한 듯한 장광설이 좀 길어서 의아해질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놀라움이 가중된다. 일독을 권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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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2015년 10월 19일
[3] 환자 H.M. (aladin.co.kr)
[4] 내 백과사전 스미스 파피루스에 묘사된 유방암 2015년 1월 5일
[5] 내 백과사전 뉘른베르크 강령 Nuremberg Code 2018년 6월 8일
[6] http://zariski.egloos.com/183098
[7] Delgado bull (youtube 34초)
[8] HM and the tracing task – Intro to Psychology (youtube 1분 6초)

고대 지구의 대륙 위치를 웹브라우저로 보기

해커뉴스[1]를 보니 재미있는 사이트[2]가 화제가 되고 있어 포스팅함. ㅋ

판 구조론 때문에 대륙이 이동한다는 사실은 고교 과학책에도 나오는 상식같아 보이지만, 많은 지질학자들이 불과 70년대까지만해도 이 이론을 거부했다고 한다.[3] ㅎㅎ

여하간 시대별로 텍토닉의 위치를 웹브라우저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2]다. 로딩에 살짝 시간 걸린다. 데스크탑의 크롬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의 크롬브라우저, 아이패드의 사파리 브라우저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 근데 모바일에서는 로딩시간이 꽤 길다.

주요 생물학적 사건들 (K-Pg 대멸종, P–Tr 대멸종, 캄브리아기 폭발 등)의 시점에서 특히 확인할 수 있다.

대륙이 지구 역사 동안에 몇 번 헤쳐모여를 했는데, P–Tr 대멸종 전후로 모든 대륙이 연결되는 초 거대 대륙을 이룬 적이 있다. 소위 판게아라는 것인데, 이 당시 한국의 위치를 찾아보니 형체도 없었구만-_- ㅋ

제작자는 GPlate의 데이터를 참고했다고 한다. 나름 지질학자들의 헌신적인 데이터 수집이 있었는 것 같다. 이런 걸 공짜로 보는 거에 감사할 따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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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ow HN: Plot modern addresses on Earth 240M years ago (hacker news)
[2] http://dinosaurpictures.org/ancient-earth
[3] 내 백과사전 대륙이동설 2011년 8월 18일

뉘른베르크 강령 Nuremberg Code

루크 디트리치 저/김한영 역, “환자 H. M.“, 동녘사이언스, 2018

p158-161

다하우와 여타 강제수용소에서 나치가 행한 연구는 인류 역사에서 비 인간적인 인간실험 중 가장 잔인하고 장기적인 사례지만, 최초는 아니었다. 망가진 것은 항상 온전한 것을 비춰주었고, 역사를 통틀어 그 망가짐은 의도적일 때가 많았다. 기원전 300년경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헤로필로스에라시스트라토스는 인간 해부술을 개척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대부분 죽었지만 일부는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 두 의사의 연구를 연대순으로 기록한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켈수스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통증 외에도 다양한 질병이 여러 체내기관에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기관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들을 치료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죽은 자들의 몸을 열고 그 들의 내장과 장기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지금까지 해라필로스와 에라시스트라토스가 그런 일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했다 한다. 그들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왕들이 공급해준 범죄자들)의 몸을 열고, 자연이 감춰놓은 기관들을 들추면서 각 기관의 위치, 색, 형태, 크기, 배치, 단단함, 부드러움, 매끄러움, 관계, 작용, 기능 약화, 한 기관이 다른 기관 속에 끼워져 있거나 안겨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했다.28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기원전 1세기에 이집트의 파라오 클레오파트라는 일련의 생체 실험을 인간에게 하라고 직접 명령을 내렸다 한다. 자궁 속에서 남아가 여아보다 더 천천히 발달하는지를 두고 당시에 토론이 벌어졌다. 이 문제를 확인해보고자 클레오파트라는 몸종 여러 명에게 강제로 임신을 시킨 후 다양한 임신 단계에서 살아 있는 여자를 해부했다고 전한다.29

생체실험은 드물고 극단적인 경우지만, 의학의 역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위태로운 실험들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1796년에 낙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그들이 ‘우두’라는 비교적 경미한 병에 걸린 적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이론을 테스트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의 여덟 살 된 아들 필립스(블로그 주인 주 : 이름이 Phipps이므로 핍스의 오기 같음)의 팔에 작은 절개들을 나란히 낸 다음, 동네 낙농장에서 일하는 여자의 우두에서 채취한 고름을 피부 안에 주입했다. 다음 한 주 동안 필립스는 우두의 증상인 미열과 체내외 통증을 보였고, 얼마 뒤 완전히 회복했다. 6주 뒤에 제너는 필립스의 팔을 다시 절개해서는 당시만 해도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이라 알려져 있는 천연두 균을 투입했다. 필립스가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자 제너는 잇달아 도합 스무 번이나 균을 투입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마침내 제너는 자신이 천연두 백신을 발견했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발견은 천연두를 박멸했을뿐더러 근대 면역학을 태동시키고 그 후 수많은 다른 질병의 백신 개발을 이끌어냄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에드워드 제너가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인간의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해도 설득력이 있다. 이 점에 비추어 여덟 살 된 소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것은 용납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의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실험들은 적이 염려스럽고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하다.

1845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의사인 매리언 심스는 흑인소녀 열네 명을 대상으로 4년에 걸친 수술실험 계획에 착수했다. 열네 명은 모두 노예였고, 대부분은 그가 구입해서 그의 사유지에서 살아 있는 실험 재료로 키운 아이들이었다. 수술 목적은 방광과 질이 어떤 이유로 연결 되어 있어 치명적인 출산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당시에 흔했던 방광 질루의 치료법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심스는 어떤 노예들에겐 서른 번 이나 수술을 했다. 마취는 갓 태어난 기술이라 그의 농장에선 전혀 사용 되지 않았다. 많은 시행착오와 감염으로 인한 죽음을 본 뒤에 심스는 효과적인 수술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백인 여자들을 수술하기 시작했다. 심스는 나중에 미국의사협회 회장이 되었고, 지금은 현대 부인과 의학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도 뉴욕 센트럴파크를 방문 한 사람들은 뉴욕의학아카데미에서 길을 건너면 오른쪽에 실물보다 더 큰 심스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1932년에 미국 공중보건청은 터스키지 매독실험에 착수했다. 앨라배마 주의 흑인들을 대상으로 매독의 영향을 모니터하는 실험으로, 대상자들에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매독은 방치하면 목숨이 위험하고,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연구자들이 페니실린을 몇 번만 처방했다면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병이 진행되는 처방했다면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병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인류의 역사 중 대부분에서 인간 실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엄격히 공리주의적이었다. 과학적 이익이 충분하면 거의 어떤 희생도 정당화되었다. 1895년의 논문 〈생명과 앎의 상대적 가치〉에서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화학자인 에드윈 슬로손은 이 태도를 요약해, “한 인간의 생명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의 목표는 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경멸했고, “그와 정반대로 과학의 목표는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키고서라도 인간의 지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라 주장했다.30

하지만 뉘른베르크의 의사 재판이 끔찍한 실험들을 폭로하자 그런 사고방식이 ‘도덕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또한 근심스럽게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뉘른베르크 재판은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과학 연구의 도덕성을 엄한 눈으로 보게 했다. 실제로 나치 과학자들의 주요 변론은, 자신들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이 항상 해왔던 일이며, 그들의 실험이 유난히 잔인했을지는 몰라도 전 세계에는 이런저런 인간 실험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1947년 8월 20일에 법정은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스물세 명 모두에게 교수형이 언도된 것은 누가 봐도 당연했다. 하지만 나치의 실험은 다른 곳에서 행하는 의학 연구와 종류만 달랐을 뿐 성격까지 다르진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서, 법정은 차후에 모든 인간 실험에 적용해야 하는 기본 원칙을 새롭게 규정해 판결문에 포함시켰다. 〈뉘른베르크 강령〉으로 알려지게 된 그 원칙은 그 자체로 법률적 효력은 없었지만 대단히 영향력 있는 틀이 되어, 의학실험 행위에 대한 새로운 법률이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28 Demedicina, by Celsus, translated by W. G. Spence (Boston:Loeb Classical Libary, 1935)
29 “Cleopatra the Physician,” by Joseph Geiger, Zutot:Perspectives on Jewish Culture (2001)
30 “The Relative Value of Life and Learning,” by E. E. Slosson, The Independent, 1895

뉘른베르크 강령이 뭔지 처음 알았음. ㅎㅎ 국가 생명윤리정책원 홈페이지[1]에 강령의 전문 번역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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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뉘른베르크 강령(Nuremberg Code) (nibp.kr)

마쉬멜로우 실험의 재현성

예전에 페북에서 재미있는 영상[1]을 본 적이 있다. ㅋㅋ 재생시간 2분 32초.

ㅋㅋㅋㅋ 확실히 애기들은 이런 거 참는게 쉽지 않은 듯.

medical xpress 기사[2]를 보니 흥미로운 연구[3]를 소개하고 있다.

마쉬멜로우 실험은 대부분 아실터인데, 실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당장 보상을 얻는 것 보다,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어린이가 훗날 SAT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경향이 있다는, 비교적 직관적인 결과의 실험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공부라는 건 미래의 높은 성취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하는 행위이므로 비교적 직관과 부합하는 실험이라 볼 수 있다.

근데 이 실험을 더 많은 인종적 구성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실험했더니 상관관계가 생각보다는 낮은 것 같더라는 이야기 같다. 918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하는데, 4세 가량의 애들을 15세가 될 때까지 추적해야 되니 나름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일 듯. ㅎㅎ

원문[3]에는 표가 많은데, 어지러워서 잘 이해를 못했지만-_- p11의 Fig 1을 보니 어쨌든 마쉬멜로우를 안 먹고 버틴 애들이 15세에 점수가 평균에서 위쪽을 받는 경향이 있긴 있다. 다만 과거에 생각하던 것 만큼 엄청난 영향을 가진 팩터는 아니라는 이야기 같다.

뭐 인내의 능력과 공부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ㅎ

 


2018.6.4
뉴스페퍼민트 마시멜로 실험, 재현에 실패하다 2018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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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9
[바이오토픽] 금수저의 심리학 – 부잣집 아이들이 마시멜로 테스트에 합격하는 이유 (m.ibric.org)

 


[1] https://www.facebook.com/384434508248807/videos/2523728050986098/
[2] medical xpress Researchers replicate famous marshmallow test, makes new observations May 25, 2018
[3] Tyler W. Watts, Greg J. Duncan, and Haonan Quan,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A Conceptual Replication Investigating Links Between Early Delay of Gratification and Later Outcomes”, Psychological Science First Published May 25, 2018 https://doi.org/10.1177/0956797618761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