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 범죄 현장에서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한국일보 경찰팀 (지은이) | 북콤마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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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제 발생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례가 하마터면 미제로 남을뻔한 사건들을 미세한 단서를 포착하여 극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를 담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다. 일전에 본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과 내용면이나 구성에 있어 무척 유사하며, 둘 중 한쪽에 흥미가 있다면 다른 쪽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사건들 중에는 물질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도 ‘감’이나 ‘촉’에 의해 수사범위를 좁힌 후에, 집중 조사하여 물리적 증거를 찾아내는 사례가 무척 많다. 확실히 베테랑 수사관들의 기여도는 대단히 큰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법최면(Forensic hypnosis)으로 2015년 정읍 납치사건[2]을 해결한 사례(p133)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마찬가지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에 소개된 법최면 사례는 2003년 인천 살인사건[3]을 해결한 사례로서 다른 사례다. 일전에 본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의 책[4]에 소개하는 법최면 사례는 2001년 대구 뺑소니 사건으로 또 다른 사례다. 연쇄살인마 정남규의 몽타주도 법최면으로 확보했다고 하니[1], 뭔가 수상해보이는 수사기법을 활용한 사례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ㅎㅎ
p159에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익사하여 지문이 훼손된 시신의 지문을 추출하는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에도 같은 이야기가 언급된다.
p205에 18년전 미제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 끈기에는 감탄이 절로 난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일일이 CCTV 얼굴과 사진을 대조하는 작업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발전하고 있는 안면인식 기법[5]들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긴 하다.
p306에 한국의 존속 살해 비율이 전체 살인의 5% 정도로, 서구권의 1~3%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좀 놀랐다. 동방예의지국이니 뭐니 하는 이름은 이제 버릴 때가 아닌가 싶다. ㅋ 다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통계자료를 대충 검색해봤는데, 진위여부를 인터넷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2012년 대전 판암동 살인사건[6]에서 최초로 혈흔형태분석이 증거로 채택되었다 한다.(p320) 일전에 읽은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7]에서는 혈흔형태분석이 나름 체계적인 학술분야로서 정립되지 않아서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국내 수사기법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책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한국일보에서 이미 한 번 연재된 내용인 듯 하다. 기사로 봐도 되지만, 모아서 읽는 재미가 있으니 사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이외에 다른 국내 사례에 흥미가 있다면 일전에 언급한 다른 책들[8,9]도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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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2013년 9월 10일
[2] 한국일보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 최면으로 30시간 전 범죄현장 돌아가 맞춰 2017.06.20 04:40
[3] 서울신문 토막살인 범인 잡으려 여관女에 최면 걸었더니… 2011-10-25 15:01
[4]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2018년 4월 1일
[5] 내 백과사전 발전하고 있는 안면인식 알고리즘 2014년 8월 27일
[6] 한국일보 죽은 사람, 쓰러진 사람, 신고한 사람… 밀실의 세 남자 중 범인은? 2017.12.26 04:40
[7] 내 백과사전 [서평]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2014년 1월 28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타살의 흔적 : 죽음과 의혹에 대한 현직 법의학자들의 현장 리포트 2010년 11월 17일
[9] 내 백과사전 [서평]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2012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