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로 위치 추적하기

이코노미스트지[1]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는 도심지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을 때, 설치된 마이크의 소리로 격발지역 위치를 동정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추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총소리로 어떻게 위치를 추적할까?

참고로 기사[1]의 첫 문장은 오래된 철학 질문인 “If a tree falls in a forest and no one is around to hear it, does it make a sound?“를 패러디한 것이다.

여하간 기사[1]에는 현황만 있고 기술적인 설명이 없는데, 본인이 알기로는 다음과 같다.

전시에서 갑자기 적의 포격을 받게 될 때,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면 우왕좌왕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매복한 적에게 갑자기 소총사격을 당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본인은 포병에 있었는데, 실전에서는 아마 포탄이 워낙 빨라서 육안으로 날아오는 것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학자들은 포사격의 소리를 듣고 포탄이 발사되는 위치를 추정하는 기법을 생각해냈는데, 그 기본 원리는 무척 단순하다. 세 개의 마이크로폰을 장착하면, 두 마이크로폰에 도달하는 소리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가능한 포탄 격발지 위치의 마이크로폰을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을 그릴 수 있다. 세 마이크로폰을 이용하여 두 쌍곡선을 그리면 그 교점이 격발지가 된다.
hyperbolas
그림[2]의 파란선은 A, B가 초점인 쌍곡선이고, 빨간선은 B, C가 초점인 쌍곡선이다. 방정식을 풀어 교점의 좌표를 구하는 것 정도는 고교 수학을 정상적으로 이수한-_- 모든 고교생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른바 Sound ranging이라는 기법인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때 까지도 쓰인 모양이지만, 포탄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 파악이 어렵기도 하고, 더욱 발전된 군사기술들이 쓰이면서 현대 전쟁에서는 이 방법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약간 old tech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런 마이크로폰 기법을 워싱턴 DC 경찰들은 잘 활용하는 모양. 물론 폭죽이나 기타 소음과 구별해야하기 때문에 좀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지 않나 싶다.

 


[1] 이코노미스트 Calling the shots Sep 13th 2014
[2] https://plus.google.com/+LarryPhillipsTutor/posts/JRGaMs9ML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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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10점
Tom Bevel 지음, 최용석 옮김/수사연구사

책의 원제는 혈흔형태분석(bloodstain pattern analysis)인데, 번역제목은 아무래도 이 분야에 생소한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한 선택인 듯 하다.

혈흔형태분석은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피의 흔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수사기법 중의 하나인데, 피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 화학적 성질을 세심하게 활용하여 수사에 도움을 주는 분야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분야의 교육 훈련을 목적으로 저술된 책으로, 대중독자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니기에 가볍게 지식을 획득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리 적당하지는 않다.

말 그대로 교과서이므로 좀 재미없는 부분도 좀 있어 술렁술렁 읽었지만, 만약 혈흔형태분석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걸로 시험을 친다면-_- 암기해야 할 분량이 상당할 듯. ㅋ

책의 앞 부분은 혈흔 분석의 역사와 용어설명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혈흔의 각종 형태분류에 상당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장 방법론, 혈액의 물리화학적 특성, 판단과 분석법, 시험법, 현장분석, 법정 증거 제출방법, 실험법, 감염위험 관리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바닥에 떨어진 혈흔부터 흐른 혈흔, 닦인 혈흔 등 인간의 각종 행위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피의 흔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역력하다. 이 분야가 법정에서 가끔 주관적 견해랴는 이유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나본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학문적 설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혈액의 흔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거론되는데, 예를 들어 저자는 현장 수사방법에서는 고고학의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고학의 역사적 사실 추적과 현장분석의 기법이 동일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혈액 검출이나 시약 사용에서는 화학적 지식을 동원하고, 공간의 발혈부위지점을 파악[1]하는 데는 약간의 수학도 동원한다. 이 부분은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이 동원되나 싶다.

물론 혈흔만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데는 어폐가 있다. 혈흔 증거는 다른 각종 증거들과 조화하여 종합되어야 하며 저자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혈흔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정보가 나올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과학적 분석기법을 이용해 학문의 한 분야를 구축하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확실히 모든 학문에서 남이 한 것을 따라가기는 쉬워도 자신이 개척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교육목적이라 그런지 모든 사진자료가 풀컬러로 박력이 있다. 사건 현장사진이나 증거자료 및 피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 자료가 제공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재미로 그냥 읽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과학수사에 확실한 관심이 있으면 챙겨볼만한 책이라 본다.

 


2015.11.8
한국의 CSI in 채널 예스

 


[1] 내 백과사전 삼각함수와 혈흔형태분석에서의 적용 2014년 1월 21일

삼각함수와 혈흔형태분석에서의 적용

Tom Bevel저/최용석 역,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수사연구사, 2010, 3판

p434-437

(전략 : 삼각함수의 정의)

사인함수를 이용해 혈액방울의 충돌각도를 계산할 수 있다. 그림 B.2의 직각 삼각형은 회전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라. 삼각형의 상부에 직각이 있다.

4장에서 논의되었던 것들과 그림 B.2를 고려할 때에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figb2
그림 B.2 혈액방울이 목표물에 부딪치는 경로와 목표물의 표면을 결합하면 직각 삼각형 abc가 만들어진다. 이 삼각형을 이용해 최종 혈흔의 크기와 삼각형 사이의 등비관계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충돌각도를 계산할수 있다.

figb3
그림 B.3 최종 혈흔과 직각 삼각형 간의 관계. 맞은변(ab)은 혈흔의 폭(LM)과 유사하다. 빗변(bc)은 혈흔의 길이 (JK)와 유사하다.

  • 대체적으로 비행중인 혈액방울의 모양은 타원형이다.
  • 따라서 혈액방울의 직경은 어느 방향에서나 동일하다. 그림 에서 AB=DE가 된다.

그림 B.2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시용되는 삼각형은 혈액방울의 수직 치수(선 ab), 혈액방울의 경로(선 ac), 혈액방울이 목표물 표면에 최초로 접촉된 지점과 경로가 끝나는 지점(선 bc)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림 B.2에서, 각i는 각o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각i는 충돌각도로서 구해야 할 값이다. 그림 B.3에서는, 삼각형을 분리해 최종 혈흔과 비교했다. 빗변(be)의 길이와 혈흔의 길이(JK), 혈흔의 폭과 인접변(ab) 간에 등비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혈흔의 JK와 LM 길이를 이용해 각 o를 다음과 같이 정할 수 있다.

Sin o = 맞은변 또는  bc  또는  lm 
빗변 ab jk

이 나눗셈의 답은 비율이다. 삼각함수표에서 이 비율을 찾은 후 가장 근접한 각을 결정한다.

분석가가 공학용계산기를 가지고 있다면, 역사인 또는 아크사인 함수(ASN)를 이용해 이 비율을 각으로 환산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도형을 볼 때, 선 LM과 선 ab 또는 선JK와 선bc사이에 1:1 관계가 존재함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혈액방울이 충돌할 때, 혈액은 바깥쪽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혈흔의 폭보다 비산중인 혈액방울의 지름이 훨씬 작은 것이다. 그렇지만, 최종 혈흔의 길이와 폭은 같은 비율로 전위(displacement, 혈액의 퍼짐현상)가 일어나기 때문에 삼각함수를 적용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figb4
그림 B.4 탄젠트 공식을 시용할 때 현장과 다른 직각 삼각형 간의 관계. 혈혼의 출발점인 탄젠트 상부 지점은 선 AB로 일 수 있다. 선 AC는 혈흔 C로부터 평면집중부위 지점(A)까지 거리와 동일하다. 각도 c는 혈흔 C의 충돌각도이다.

탄젠트 공식의 적용은 확실하지 않다(그림 B.4). 혈액방울들이 표면에 충돌했을 때, 발혈점(B)을 찾기 위해선 각도 c와 d의 맞은변인 선 AB의 길이를 측정해야 한다. 그림에서 선 AC는 각도 c에 대한 인접변이고, 선 AD는 각도 d에 대한 인접변이다. AB는 불상의 발혈지점에서 대상물 표면까지 연결된 직선이므로, 두 삼각형의 A지점은 직각이다. 그림 B.4에서 각도 c를 풀 때, 탄젠트 공식을 사용하면 된다.

tan C = 맞은변 또는  AB 
인접변 AC

사인 함수를 이용해 두 개의 충돌각도(c와 d)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각각의 혈흔들이 부착된 지점에서 이것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각각 삼각형의 인접변 길이를 구한다. 알고 있는 이 두 값을 이용해, 알려지지 않은 맞은변(선 AB)의 길이를 구한다. 삼각형 ABC와 각도 c는 다음을 의미한다.

맞은변 = tan C ㆍ인접변 또는 AB = tan C ㆍAC

혈액방울들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지는 삼각형을 관찰하면, 목표물 표면 위쪽에 있는 B지점 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모든 혈액방울들이 동일한 발혈점에서 출발했다면 이 거리는 동일해야 한다. 발혈점을 설정할 때 탄젠트 공식이 갖는 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장에서 논의되었던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0점
유영규 지음/알마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국내에서 일어난 각종 케이스를 소개하고 당시 수사에서 동원된 과학수사 기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상당히 오래된 사례도 있지만, 비교적 특이한 케이스만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내용은 재미가 넘친다. ㅎㅎ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에 기고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코너라고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1]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이고 글의 내용도 신문에 기고되었던 내용이라고 하니, 주로 대중적인 독자를 염두해 두고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없어서 아쉽지만 실제 수사에 동원되는 과학적 기법들을 여러가지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추락사한 시신의 손상정도를 지수화해 추락 높이를 역산해내는 Injury Severity Scale이라든지, 수중에서 부패해 지문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신에 열처리 하여 지문을 도드라지게 하는 열처리법과 같은 기법은 흥미가 생기는데, 좀 더 자세한 자료를 검색해보려 했으나 별로 없어서 아쉽다.

범인을 잡는 쪽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보니, 학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기법도 동원되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법최면(Forensic Hypnosis)이다. 사건 현장을 보았지만 기억해내지 못하는 목격자에게 단서를 얻기 위해 최면을 건다고 하는데, 이걸로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검거를 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일전에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2]나 조폭들의 칼 솜씨[3]에 관한 일부를 발췌한 적이 있다. 독서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하기 바란다.

비교적 대중성이 높은 흥미로운 케이스를 많이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일독을 권한다.

 


[1] https://www.facebook.com/crimeseoul
[2] 내 백과사전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2013년 9월 6일
[3] 내 백과사전 전문가의 칼 솜씨 2013년 9월 5일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유영규 저,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알마, 2013

p133-135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기가 적극적으로 이용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981년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는 범인 주영형에게 쇠고랑을 채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용된 장비는 1975년 미국의 스톨링사Stoeltling Co.가 개발한 수동식 모델이었다.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심장박동수와 혈압, 땀, 전류반응 등을 통해 미묘한 변화를 잡아내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초기 수동식 모델은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현재도 일선 경찰은 이 회사의 장비를 사용한다. 반면 검찰은 경쟁사인 스톨링사보다 정확도를 더 높였다고 주장하는 후발주자 라파예트사Lafayette Instrument company의 LX-5000W기종을 사용한다.

최근 들어서는 뇌파(p300) 변화를 측정해 범인의 기억을 추적하는 뇌지문 탐지 기술도 많이 이용된다. 뇌에 기억되어 있는 범죄 장면 사진이나 단어 등을 보여주면서 뇌파의 반응을 분석해 거짓말 여부를 알아내는 장비다. 예를 들어 범인만 알 수 있는 범죄현장의 모습이나 흉기 사진, 피해자 얼굴 등을 보여줬을 때 범인의 뇌파는 다른 사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뇌기억반응 탐지기라고도 불리는 이 기계는 2009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의 자백을 얻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짓말 탐지기와 뇌파탐지기 모두 유용하게 쓰이지만 한계가 있다. 복잡하게 측정장비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피검사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제 기존 거짓말탐지기는 호흡과 피부, 혈압 등에서 보이는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최소한 5개 이상의 장치를 몸에 붙여야 한다. 뇌기억반응탐지기 역시 머리쪽에 최소 10개 이상의 측정장치(뇌침)을 부착한다.

최근 주목을 받는 첨단기술은 감정이 변할 때 마다 머리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진동 주파수를 읽어내는 ‘바이브라Vibra 이미지’라는 기술이다. 전정기관이 달려 있는 인간의 머리는 항상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이런 움직임은 인간의 심리나 정서에 관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의 공통점을 읽어내면 심리도 읽을 수 있다는 원리다. 카메라로 얼굴을 찍은 뒤 진폭과 진동수를 측정해서 해석 과정을 거치면 얼굴만 보고도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마술처럼 알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질문지나 몸에 붙이는 측정장치 없이도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장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특정 장비를 부착한 카메라만 들이대면 비리 의혹으로 청문회에 서 있는 관료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있다. 2002년 러시아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독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의 기관과 공항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오오 신기방기.

전문가의 칼 솜씨

영화에서 조폭이 배를 찌르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떨까?

유영규 저,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알마, 2013

p65-68

조폭들의 ‘허벅지 테러’

하지만 이상한 점은 조직폭력배들의 칼부림이 있을 때 유독 허벅지를 노려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벅지는 피를 보면서도 최악의 결과로는 치닫지 않아 상대를 겁주기에 알맞다는 판단에서일까. 법의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허벅지 테러는 칼을 꽤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의 지능적인 살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례들을 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건 1

2003년 7월 17일 오전 6시 40분쯤, 서울 논현동 대로변 포장마차. A(33세)씨 등 세명이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찔렀다. 채권ㆍ채무 문제로 서로 심하게 다투다 A씨 일행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찔렀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건 2

1992년 4월 12일 오후 11시, 전주 완산구의 한 당구장. 폭력 조직 W파 행동대원 김모(24세) 씨가 경쟁 조식 N파 소속 두 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인들은 2층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김씨의 뒤를 노렸다. 목격자는 경찰에서 20대 청년 두 명이 당구장 계단에서 흉기로 김씨의 양쪽 허벅지를 10여 차례 찌른 뒤 길에 대기시켜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범인들이 노린 것은 허벅지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낀 테러사건일 수록 피해자의 자상이 허벅지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폭들이 허벅지 부위를 공격하는 이유는 대퇴부의 동맥이나 정맥을 끊어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수 있는 반면, 나중에 자신은 재판정에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할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살해를 하더라도 살의는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최근 들어 조직폭력배 등이 관련된 이 같은 범행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의학적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전체 혈액 중 20~30퍼센트를 쏟으면 심한 쇼크상태에 빠진다. 40퍼센트 이상 피를 쏟으면 2~3시간을 버티기가 힘들다. 물론 그 이상이 되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많은 피가 빠져나가 사망하는 ‘실혈사’와 출혈을 하는 동안 급하게 혈압이 떨어져 사망하는 ‘실혈성 쇼크사’다. 피를 흘린 채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에는 실혈사로, 대동맥 등이 절단돼 한꺼번에 급격한 피가 빠져나갈 때는 실혈성 쇼크사로 사망한다.

전문가의 칼 솜씨는 다르다?

허벅지는 살이 많다는 이유로 갖은 수난을 겪어왔다. 역사속의 태형도, 학교의 체벌도 주로 허벅지나 엉덩이에 집중됐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많이 맞은면 신체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조선시대 등에서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는 게 이런 경우다. 현대의학에서는 외상성 효크Traumatic Shock라고 부르는데, 맞은 부위에 피가 집중적으로 몰려 혈액 순환량이 떨어져 사망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매를 맞으면 연조직 사이로 상당한 출혈이 일어난다. 비록 몸 바깥으로 피가 터져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혈관을 돌아다녀야 하는 피가 몸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식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종교집단 등에서 병을 고쳐주겠다며 몸을 때리는 안수기도를 하다가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하는데 비슷한 경우다. 의학계에서는 몸 전체 면적의 30퍼센트 정도에 멍이 들었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처가 깊고 예리한 것을 보니 정확히 급소를 노렸네요. 전문가의 솜씨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부검의가 시신에게 남은 칼자국을 보고 형사에게 흔히 이렇게 툭 던진다. 과연 전문가의 칼솜씨라는 것이 존재할까. 부검의들은 이른바 ‘전문 칼잡이’가 낸 자상은 한 해 수백 구의 시신을 부검하는 의사들도 실제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죽이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만큼, 일반적으로는 살인자라도 심리적으로 동요하는 주저흔hesitation mark이 남기 마련”이라고 했다. 현실이 영화같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서평] CSI IN 모던타임스- 재즈 시대 뉴욕, 과학수사의 탄생기

CSI IN 모던타임스10점
데버러 블룸 지음, 장세현 옮김/어크로스

대공황 전, 재즈가 유행하던 시기를 재즈 시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무렵 형편없이 운영돼 왔던 뉴욕 검시제도를 바로 세우고 과학 수사를 확립한 찰스 노리스와 제대로 이론적 확립도 되어 있지 않았던 독성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알렉산더 게틀러의 활약을 그린 역사서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법독성학forensic toxicology으로서 당시 어떤 물질이 인체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시절에 그러한 독들을 검출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그려내고 있다.

추리소설은 다들 많이 읽어봤겠지만 추리소설 같은 실제 사건들의 사례가 많이 나온다. 타살이든 자살이든 사고사이든 전부 독살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독은 제각각이다. 각각의 화학적 특성에 맞는 검출기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알려져 있던 지식이 많지 않던 1920년대에, 그러한 방법 자체를 스스로 개발해나가야 했던 선구적 독물학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여하튼 상당히 재미있다. 게틀러가 담당한 살인 사고의 경위 뿐만 아니라, 당대 미국의 문화적 분위기와 당시의 금주법이 미친 사회적 영향도 상당히 비중있게 소개되고 있다. 금주법과 같은 미국 근대 문화와 역사적 측면에서도 볼만하다. 재미있는 사건사고 에피소드도 많은데, 이 중 라듐 걸스의 사례는 이미 소개한 바[1]가 있으니 독서에 참조하기 바란다.

역사서라는 그 자체만으로 웬만한 추리소설보다는 훨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더욱이 법독성학 등의 내용도 흥미롭다. 오늘날 독물로 살해당한 사람들의 범인을 비교적 수월하게 발견하는 이유는 다 이런 과학수사의 선구자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필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1920년대, 라듐 걸스 2013년 8월 29일

[서평]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 : 법곤충학자는 어떻게 범죄를 해결하는가?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10점
도로시 제나드 지음, 신상언.현철호 옮김/글로세움(북스온)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란 곤충의 생태와 성질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사건(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법의학의 한 분야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법곤충학에 관한 책으로 일전에 Mark Benecke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와 Lee Goff의 ‘파리가 잡은 범인‘ 두 권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크 베네케의 책은 뒤로 갈수록 법곤충학에서 벗어나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법곤충학의 주요 목적은 곤충의 생태를 이용하여 시신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데 있다. 살인사건에서 사망시각은 매우 중요한 팩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사망시각 추정에만 법곤충학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본서의 서술에 따르면 밀수된 대마초가 어느 지역에서 채집되었는지 알아내거나, 곤충이 침입하여 오염된 식품이 어느 단계에서 오염되었는지와 같은 민사소송에도 쓰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이 책은 각종 곤충(주로 파리와 딱정벌레)에 관한 증거수집, 사육법, 사망시각 추정, 종판별, 생태, 법정에서 증언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일전에 소개한 마크 베네케의 책과 리 고프의 책은 주로 사례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어 대중서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책은 대중서라기 보다는 교본에 가깝다. 법곤충학자가 알아야 할 다양한 부류의 지식을 분야별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고, 사진자료도 꽤나 풍부하다. 컬러사진이었으면 교본으로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읽어보면서 법곤충학자도 상당히 데이터 중심의 엄밀성이 높은 분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망시각 추정을 할 때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가지고 사망장소의 온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정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그 밖에 몰랐던 실전 주의사항들이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시신에서 발견된 딱정벌레는 서로 포식할 가능성 때문에 개체별로 취급해야 한다든지, 법정에서 법곤충학자로서 증언할 때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이다.

몇몇 지식은 보충설명이 있었으면 문외한에게 더 좋았을 법한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구더기를 배양하여 파리로 변태시키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지만, 법곤충학자가 왜 구더기를 배양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실 파리의 정확한 종은 성충일 때 비로소 분별가능하며 구더기 상태에서는 종의 판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크 베네케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곤충을 분석하여 희생자가 살아 있을 때 섭취한 독극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내용(p37)도 있는데, 왜 시신을 직접 분석하여 독극물을 알아내지 않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책 자체가 이론적 배경지식보다는 실전 지식에 더 치중한 느낌이다.

한가지 대단히 아쉬운 점은 상당히 많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출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누구누구의 연구결과라고만 언급되어 있는데, 논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렵다. 어쩌면 원문에는 있을법도 한데, 아무튼 많이 아쉽다.

p121와 p122에 약간 이상한 도식이 있는데, 정황상 파리 다리에 난 털을 분류하여 설명하는 도식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진을 빼 먹은 것 같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대중적 재미를 주는 것에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법곤충학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고 독서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서평]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10점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알마

문국진 박사는 일전에 읽은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에서 이미 그 이름을 들은 바 있지만, 한국 법의학의 효시인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라 불리는 이 분의 인터뷰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단순히 법의학적 상식을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터뷰 현장에서 직접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생동감있는 대화체로 글을 풀어간다. 법의학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어떻게 법의학자가 되었고, 법의학 학회를 최초로 열기위해 생각치 못했던 난관을 헤쳐가는 이야기들 하며 모두 너무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그밖에 인권에 관한 이야기들과 여러가지 사례도 흥미롭다. 일전에 보았던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명화의 각 장면을 보면서 법의학자의 소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림에 흥미가 있다면 이것도 읽을만할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어가 전자책을 찾아서 즉석에서 책을 인용하거나 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서 인터뷰어도 준비를 많이 해야할 듯 하다.

읽은지 오래돼서 디테일한 내용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_- 여하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사실이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 할 것이다. 뒤쪽 참고도서 목록이 국내 출간된 도서들 목록이라 상당히 도움이 될 듯 하다. 그의 저작인 ‘지상아와 새튼이’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