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eBook]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정희선(저자)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06-25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자신의 경험담과 사건 사례 위주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정희선 선생은 국과수 퇴임 후 충남대로 간 듯 하다.[1] 검색해보면 몇몇 인터뷰[2,3]도 발견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재직당시 의뢰를 받은 사건들을 기본으로 당시 분석을 진행했던 과정, 사연을 서술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전공이 약학 쪽이다 보니 제시되는 사례가 대부분 화학/약물/독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 아쉽다.

글 중에 저자가 어떤 현상에 호기심/지적 욕구를 느꼈다던가, 실험을 하고 싶어 흥분했다는 표현이 꽤 많이 나온다. 학자로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이나 주변사람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도 많고,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표현하는 묘사도 많다. 확실히 자연과학자 또는 과학수사관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성격이 아닌가 싶다. ㅎㅎ

ebook으로 읽어서 물리적 페이지의 위치는 알 수 없는데, 1장에서 선배 연구원들이 부검후 의뢰되는 위 내용물의 뚜껑만 열어도 청산중독사인줄 알아 맞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이야기가 강신몽 선생의 저서[4;p52]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청산에 의한 사망이 적어서 법의학자들도 사인을 판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한국에서 온 법의학자가 냄새만 맡고 단칼에 사인을 알아맞추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실히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청산 사망 비율이 높은 듯 하다.

2장에 교통사고를 검증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나름 국과수의 능력에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나무위키에서의 설명[5]에 따르면 국과수는 자동차 기계사고 쪽으로는 꽤 능력이 신통찮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좀 대조적이다. ㅎ 사실 이런 류의 작업은 열 번을 잘 해도 당연하고, 한 번 잘못하면 욕먹는 종류의 일이라, 나무위키[5]쪽이 별 근거도 없이 과장한다는 느낌도 든다.

2장에 모발 검사로 마약사범을 색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고학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연구를 하는 것 같다. 일전에 본 Martin Jones 책[6]에 Ötzi 연구와 관련하여 잠시 나온다.

2장에 보성 어부 살인사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음향 분석이 범인을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마치 지문처럼 엔진소리가 똑같은 배가 하나도 없다는게 신기방기하구만.

2장에 이윤상 유괴 살해 사건 당시에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굳힌 거짓말 탐지기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에도 이윤상 살해 사건과 관련하여 거짓말 탐지기가 언급[8]되는데, 그 책[7] 보다는 본서에 조금 더 상세한 정황이 나온다.

3장에 법최면(Forensic Hypnosis)으로 사건을 해결한 사례가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에도 약간 관련 내용이 있다.

3장에 베른하르트 작전이 잠시 언급되는데, Cicero씨의 포스트[9]에 설명이 잘 돼 있다. 참고 바란다. 저자는 정교한 위조지폐를 볼 때마다 왜 이런 대단한 수고를 다른 일에 쓰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하는데, 위폐범은 나름 위조술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10]인 줄은 모르시는 것 같다. ㅎㅎㅎㅎ

사건위주로 나열되어 있고, 대부분 국내 사건 위주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과 성격이 비슷하므로 이 책과 같이 보면 좋을 듯 하다. 일부를 발췌[11]했으니 독서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람.

 


[1] 한국대학신문 정희선 국과수 前 원장,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취임 2013.09.26 16:06:36
[2] 약업신문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을 이끄는 국과수 대모 2011-03-18 11:16
[3] 더피알 마약수사, DNA 감식은 한국이 표준입니다 2012.03.09 09:29
[4] 강신몽 저, “죽음의 해석“, 수사연구사, 2012
[5] 국립과학수사연구원 7.문제점 (나무위키)
[6] 마틴 존스 저/신지영 역,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바다출판사, 2007
[7] 내 백과사전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2013년 9월 10일
[8] 내 백과사전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2013년 9월 6일
[9] 베른하르트작전-영국경제를 붕괴시켜라! (Cicero)
[10] 내 백과사전 [서평]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가장 예술적으로 돈을 벌었던 남자, 아트 윌리엄스 이야기 2014년 6월 15일
[11] 내 백과사전 스마트폰으로 부정 도박 카드 적발하기 2018년 3월 31일

스마트폰으로 부정 도박 카드 적발하기

정희선 저,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

2011년 8월, 강남의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사기 도박판을 벌여 1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챙긴 ‘타짜’들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이들은 2006년 3월부터 5년 동안 강남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 ‘바둑이’와 ‘훌라’ 등의 도박을 벌였는데 손과 카드 사이의 거리나 손동작, 주먹의 동작, 은어 등을 교묘하게 활용해 서로 필요한 카드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은어와 손동작을 익히기 위해 여관에 모여 특별 훈련까지 받고, 카드 뒷면에 특수 형광 물질을 미리 발라두고 도박 도중 특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패를 읽는다는 ‘목카드’ ‘첵카드’ 등의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사기 수법으로 하루에 6천만 원을 잃은 한 유흥업소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사기 도박에서 주로 쓰이는 목카드는 의외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카드에 입히는 다양한 잉크가 개발되면서 그 기술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목카드가 생산된 지 25년이 다 되는 동안 그 수법이 점차 발달해 요즘엔 자외선에서는 검출되지 않도록 자외선차단제를 입히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기 도박 기술도 이에 못지않게 발전해 중국 쪽으로 기술을 전수할 정도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부산경찰청에서 국내 최고의 목카드 제조업자라고 알려진 사기범 A씨를 체포했는데, 그가 자백한 여러 기술을 살펴 보니 우리나라 카드 사기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가는 붓과 면봉 등을 이용해 카드나 화투에 특수 잉크로 점을 찍었다. 이를테면 클로버는 ‘X’, 다이아몬드는 ‘V’ 등으로 모양을 표시하고 그 아래에 숫자를 적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공범 B씨는 특수 잉크의 형광 물질 원료를 인식할 수 있는 특수 콘택트렌즈를 중국에서 제작해 국내로 밀수했다. 이렇게 완성된 형광 물질을 입힌 카드와 이를 인식하는 콘택트렌즈는 전국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것은 A씨는 다른 사기 도박단으로부터 목카드 감별을 의뢰받아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는 대가로 건 당 30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사기 도박범들은 사전에 도박장 안에 특수 카메라를 설치해 공범이 도박장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화투나 카드 번호를 판독해 도박장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무선 송신기로 알려주는 방법도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같은 해 12월, 부산경찰청에서는 특수 카메라와 목카드 등 사기 도박 장비를 설치해놓고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포커 사기 도박판을 벌인 일당을 잡았는데 이들은 시내 모텔 등에 미리 특수 카메라를 설치하고 도박꾼들을 유인해 2억 원가량을 편취했다.

스마트폰으로 화투 표면을 읽어내기

목카드를 사용한 사기 도박 적발 건수가 한 해 100여 건에 달하는데, 도박장에서 사용된 카드나 화투에 입혀진 특수 물질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사기 여부를 현장에서 곧바로 판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현장에서 의심되는 증거물을 수거해 국과수로 보내 판정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물이 이송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감정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며칠이 걸렸다. 국과수에서는 1억 5천만 원 상당의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카드나 화투에 칠해진 특수 잉크를 정확하게 확인했는데, 고가인데다 크기가 커서 사건 현장으로는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간 CCTV에 찍힌 불완전한 영상을 복원하고 차량 번호판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영상연구실의 이 실장이 IT 기술을 이용하여 사기 도박 사건을 해결할 장비를 개발해보고 싶다고 했다. 화학 분야에만 집중해 연구해온 내게는 증거물을 원상태 그대로 보존하면서 덧칠해진 부분을 분석한다는 것은 큰 도전처럼 여겨졌고, 카드에 칠해진 극미량의 화학 물질을 과연 어떤 원리의 IT 기술로 확인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이 실장은 자신있게 빚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감정 기법을 개발하겠다고 장담했다. 그의 열정과 자신감에 감동받아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손쉽게 가능한 것처럼 보여도, 카드나 화투에 칠해져 있는 극미량의 화학 물질을 IT 기술로 검출해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았다. 더욱이 그의 계획대로 작은 카메라 기구만을 이용해 간단하게 감정할 수 있을지 우려되었다. 과연 적외선이나 자외선에만 반응하는 특수 잉크를 가시광선 영역만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가 읽어낼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그저 응원 말고는 해줄게 없어 몇 달간 연구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제에 매달리는 것을 지켜만 보았는데, 2010년이 저물어갈 무렵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실장의 표정을 보고 마침내 그가 성공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실장과 함께 바로 영상연구실로 달려갔는데, 특수 장비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놀랍게도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통해 동일한 양의 빚을 카드나 화투의 표면에 쪼이는 원리였는데, 만약 표면에 화학 물질이 칠해져 있을 경우 그 부분과 자체 표면의 빛 반사나 산란의 정도가 다를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였다. 그 작동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드나 화투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그것을 자체 제작한 앱 프로그램에 작동시키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특수 잉크로 표시된 글자가 그대로 나타났다. 사진을 찍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전과정이 30초면 끝났다. 놀라운 나머지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데,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이렇게 큰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 실장에게 들어보니 간편한 사용법과는 달리 프로그램에 적용된 이론은 상당히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수학공식이 활용되었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수학식이 간단하게 시현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Cheat Finder’라고 이름 붙였는데, 속임수를 찾는 프로그램에 걸맞은 멋진 이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수 잉크의 종류에 관계없이 작동시킬 수 있었고, 자외선이나 적외선에만 반응하는 특수 잉크라도 정확한 위치와 문자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특허 출원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실장은 앱의 형태로 개발한 Cheat Finder를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수사 기관에 근무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현장에서 바로 작동시킬 수 있어 수사관들에게는 큰 선물이 되었다. 게다가 경제적 가치 면에서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장비가 1억 5천만 원이나 하는데, 이 장비 대신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카드나 화투를 읽을 수 있으니 그만큼 외화도 절약되고 인건비와 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

이 실장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모색하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이야말로 국과수에서 발명한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인 것 같다. 요즘도 이 실장은 집념을 가지고 꾸준히 새로운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곧 얼굴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손쉽게 진위를 판별할 수 있게 한다니 기대가 크다. 이 프로그램만 완성되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건물을 통과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언급한 ‘Cheat Finder’를 검색해봤는데,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앱은 아닌 듯 하다. 관련 기사[1,2]만 찾을 수 있다. 요새 스마트폰의 화수가 높다보니 이런 종류의 광학 분석도 가능하구나 싶다. 앱을 만드신 분은 아무래도 광학이론 + 시그널 프로세싱 + 앱 개발 프로그래밍의 3단 능력을 갖춘 걸 보면 상당한 능력자인 듯하다. ㅎㅎㅎ 위에서 언급한 ‘고차원적인 수학공식’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하다.

 


[1] 연합뉴스 `타짜 꼼짝마’ 사기도박카드 식별 앱 개발 2011/03/24 15:16
[2] 노컷뉴스 ”사기도박” 꼼짝마! 카드식별앱 등장 2011-03-25 10:10

[서평] 과학수사견과 체취선별 – 개와 핸들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과학수사견과 체취선별10점
Adee Schoon 외 지음, 최용석 외 옮김/수사연구사

개인적으로 법의학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수사연구사에서 발간하는 책은 두 권[1,2]을 읽은 적이 있다. 홈페이지[3]에 가보면 이 외에도 다양한 서적과 월간지를 판매하는 듯 하다.

일전에 본 혈흔형태분석 책[1]처럼, 이 책도 일종의 교과서를 목적으로 쓰인 것 같다. 대중적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이쪽 분야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짐작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앞부분에는 개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범인을 검거했던 과거의 사례가 몇 개 소개되고 있고, 그 이후로 체취와 개와 관련된 생리/화학적 현상을 설명하고, 이후 체취 수집과 선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 현재 유럽 국가별로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의 내용이 있다. 저자가 유럽인이라 그런지 미국 등 그외 국가들의 상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개의 반응을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개의 반응이나 선택이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채택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수사 범위를 빠르게 좁힐 수 있으므로, 한정된 경찰력을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은 있는 듯 하다.

또한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기 위해 선별법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나름 이쪽 분야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일전의 혈흔형태분석 책[1]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동물의 반응을 종합적이고 맥락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읽고 있는 Frans de Waal 선생의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4]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책에서도 유명한 Clever Hans의 일화가 짧게 소개(p135)되어 있다. Clever Hans에 대해서는 de Waal 선생의 책[4]에서 소개하는 후속 연구의 내용이 좀 더 흥미롭다.

국내에서도 경찰견을 활용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일반 형사 사건에는 쓰이지 않는 것 같고, 폭발물이나 인명 찾기, 마약 탐지 등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 냄새로 흔적 추적을 하는 한정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 같다.[5,6,7] 국내에는 경찰이 130여마리 정도 운영하는 듯 하다.[7] 경찰견을 훈련하는 사설업체는 다음 지도로 검색해보니 꽤 여러군데 있는 것 같다. 다만, 경찰견 용만 훈련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목적의 다양한 개들을 훈련하는 것 같다.[8]

 


[1] 내 백과사전 [서평]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2014년 1월 28일
[2] 강신몽, “죽음의 해석“, 수사연구사, 2012
[3] http://www.susa.co.kr/
[4] 내 백과사전 [서평]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2017년 11월 16일
[5] 경찰견 핸들러를 아시나요? in 스마트 서울경찰 blog
[6] 한국일보 경찰견 ‘미르’ “훈련 한 달 만에 첫 임무 성공했습니다” 2016.07.12 17:16
[7] 각지에서 활약하는 ‘경찰견 이야기’ in 경찰청 공식 블로그
[8] 스카이 데일리 “경찰견 한국 최고의 훈련사 외길 30년 걸었죠” 2016-05-27 12:31:51

총소리로 위치 추적하기

이코노미스트지[1]에 따르면 워싱턴 DC에서는 도심지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을 때, 설치된 마이크의 소리로 격발지역 위치를 동정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추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총소리로 어떻게 위치를 추적할까?

참고로 기사[1]의 첫 문장은 오래된 철학 질문인 “If a tree falls in a forest and no one is around to hear it, does it make a sound?“를 패러디한 것이다.

여하간 기사[1]에는 현황만 있고 기술적인 설명이 없는데, 본인이 알기로는 다음과 같다.

전시에서 갑자기 적의 포격을 받게 될 때,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면 우왕좌왕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매복한 적에게 갑자기 소총사격을 당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본인은 포병에 있었는데, 실전에서는 아마 포탄이 워낙 빨라서 육안으로 날아오는 것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학자들은 포사격의 소리를 듣고 포탄이 발사되는 위치를 추정하는 기법을 생각해냈는데, 그 기본 원리는 무척 단순하다. 세 개의 마이크로폰을 장착하면, 두 마이크로폰에 도달하는 소리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가능한 포탄 격발지 위치의 마이크로폰을 초점으로 하는 쌍곡선을 그릴 수 있다. 세 마이크로폰을 이용하여 두 쌍곡선을 그리면 그 교점이 격발지가 된다.
hyperbolas
그림[2]의 파란선은 A, B가 초점인 쌍곡선이고, 빨간선은 B, C가 초점인 쌍곡선이다. 방정식을 풀어 교점의 좌표를 구하는 것 정도는 고교 수학을 정상적으로 이수한-_- 모든 고교생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른바 Sound ranging이라는 기법인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때 까지도 쓰인 모양이지만, 포탄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 파악이 어렵기도 하고, 더욱 발전된 군사기술들이 쓰이면서 현대 전쟁에서는 이 방법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약간 old tech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런 마이크로폰 기법을 워싱턴 DC 경찰들은 잘 활용하는 모양. 물론 폭죽이나 기타 소음과 구별해야하기 때문에 좀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지 않나 싶다.

 


[1] 이코노미스트 Calling the shots Sep 13th 2014
[2] https://plus.google.com/+LarryPhillipsTutor/posts/JRGaMs9ML1d

[서평]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10점
Tom Bevel 지음, 최용석 옮김/수사연구사

책의 원제는 혈흔형태분석(bloodstain pattern analysis)인데, 번역제목은 아무래도 이 분야에 생소한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한 선택인 듯 하다.

혈흔형태분석은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피의 흔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수사기법 중의 하나인데, 피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 화학적 성질을 세심하게 활용하여 수사에 도움을 주는 분야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분야의 교육 훈련을 목적으로 저술된 책으로, 대중독자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니기에 가볍게 지식을 획득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리 적당하지는 않다.

말 그대로 교과서이므로 좀 재미없는 부분도 좀 있어 술렁술렁 읽었지만, 만약 혈흔형태분석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걸로 시험을 친다면-_- 암기해야 할 분량이 상당할 듯. ㅋ

책의 앞 부분은 혈흔 분석의 역사와 용어설명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혈흔의 각종 형태분류에 상당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장 방법론, 혈액의 물리화학적 특성, 판단과 분석법, 시험법, 현장분석, 법정 증거 제출방법, 실험법, 감염위험 관리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바닥에 떨어진 혈흔부터 흐른 혈흔, 닦인 혈흔 등 인간의 각종 행위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피의 흔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역력하다. 이 분야가 법정에서 가끔 주관적 견해랴는 이유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나본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학문적 설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혈액의 흔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거론되는데, 예를 들어 저자는 현장 수사방법에서는 고고학의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고학의 역사적 사실 추적과 현장분석의 기법이 동일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혈액 검출이나 시약 사용에서는 화학적 지식을 동원하고, 공간의 발혈부위지점을 파악[1]하는 데는 약간의 수학도 동원한다. 이 부분은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이 동원되나 싶다.

물론 혈흔만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데는 어폐가 있다. 혈흔 증거는 다른 각종 증거들과 조화하여 종합되어야 하며 저자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혈흔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정보가 나올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과학적 분석기법을 이용해 학문의 한 분야를 구축하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확실히 모든 학문에서 남이 한 것을 따라가기는 쉬워도 자신이 개척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교육목적이라 그런지 모든 사진자료가 풀컬러로 박력이 있다. 사건 현장사진이나 증거자료 및 피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 자료가 제공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재미로 그냥 읽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과학수사에 확실한 관심이 있으면 챙겨볼만한 책이라 본다.

 


2015.11.8
한국의 CSI in 채널 예스

 


[1] 내 백과사전 삼각함수와 혈흔형태분석에서의 적용 2014년 1월 21일

삼각함수와 혈흔형태분석에서의 적용

Tom Bevel저/최용석 역,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수사연구사, 2010, 3판

p434-437

(전략 : 삼각함수의 정의)

사인함수를 이용해 혈액방울의 충돌각도를 계산할 수 있다. 그림 B.2의 직각 삼각형은 회전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라. 삼각형의 상부에 직각이 있다.

4장에서 논의되었던 것들과 그림 B.2를 고려할 때에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figb2
그림 B.2 혈액방울이 목표물에 부딪치는 경로와 목표물의 표면을 결합하면 직각 삼각형 abc가 만들어진다. 이 삼각형을 이용해 최종 혈흔의 크기와 삼각형 사이의 등비관계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충돌각도를 계산할수 있다.

figb3
그림 B.3 최종 혈흔과 직각 삼각형 간의 관계. 맞은변(ab)은 혈흔의 폭(LM)과 유사하다. 빗변(bc)은 혈흔의 길이 (JK)와 유사하다.

  • 대체적으로 비행중인 혈액방울의 모양은 타원형이다.
  • 따라서 혈액방울의 직경은 어느 방향에서나 동일하다. 그림 에서 AB=DE가 된다.

그림 B.2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시용되는 삼각형은 혈액방울의 수직 치수(선 ab), 혈액방울의 경로(선 ac), 혈액방울이 목표물 표면에 최초로 접촉된 지점과 경로가 끝나는 지점(선 bc)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림 B.2에서, 각i는 각o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각i는 충돌각도로서 구해야 할 값이다. 그림 B.3에서는, 삼각형을 분리해 최종 혈흔과 비교했다. 빗변(be)의 길이와 혈흔의 길이(JK), 혈흔의 폭과 인접변(ab) 간에 등비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혈흔의 JK와 LM 길이를 이용해 각 o를 다음과 같이 정할 수 있다.

Sin o = 맞은변 또는  bc  또는  lm 
빗변 ab jk

이 나눗셈의 답은 비율이다. 삼각함수표에서 이 비율을 찾은 후 가장 근접한 각을 결정한다.

분석가가 공학용계산기를 가지고 있다면, 역사인 또는 아크사인 함수(ASN)를 이용해 이 비율을 각으로 환산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도형을 볼 때, 선 LM과 선 ab 또는 선JK와 선bc사이에 1:1 관계가 존재함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혈액방울이 충돌할 때, 혈액은 바깥쪽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혈흔의 폭보다 비산중인 혈액방울의 지름이 훨씬 작은 것이다. 그렇지만, 최종 혈흔의 길이와 폭은 같은 비율로 전위(displacement, 혈액의 퍼짐현상)가 일어나기 때문에 삼각함수를 적용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figb4
그림 B.4 탄젠트 공식을 시용할 때 현장과 다른 직각 삼각형 간의 관계. 혈혼의 출발점인 탄젠트 상부 지점은 선 AB로 일 수 있다. 선 AC는 혈흔 C로부터 평면집중부위 지점(A)까지 거리와 동일하다. 각도 c는 혈흔 C의 충돌각도이다.

탄젠트 공식의 적용은 확실하지 않다(그림 B.4). 혈액방울들이 표면에 충돌했을 때, 발혈점(B)을 찾기 위해선 각도 c와 d의 맞은변인 선 AB의 길이를 측정해야 한다. 그림에서 선 AC는 각도 c에 대한 인접변이고, 선 AD는 각도 d에 대한 인접변이다. AB는 불상의 발혈지점에서 대상물 표면까지 연결된 직선이므로, 두 삼각형의 A지점은 직각이다. 그림 B.4에서 각도 c를 풀 때, 탄젠트 공식을 사용하면 된다.

tan C = 맞은변 또는  AB 
인접변 AC

사인 함수를 이용해 두 개의 충돌각도(c와 d)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각각의 혈흔들이 부착된 지점에서 이것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각각 삼각형의 인접변 길이를 구한다. 알고 있는 이 두 값을 이용해, 알려지지 않은 맞은변(선 AB)의 길이를 구한다. 삼각형 ABC와 각도 c는 다음을 의미한다.

맞은변 = tan C ㆍ인접변 또는 AB = tan C ㆍAC

혈액방울들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지는 삼각형을 관찰하면, 목표물 표면 위쪽에 있는 B지점 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모든 혈액방울들이 동일한 발혈점에서 출발했다면 이 거리는 동일해야 한다. 발혈점을 설정할 때 탄젠트 공식이 갖는 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장에서 논의되었던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유영규(저자) | 알마 | 2013-06-11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국내에서 일어난 각종 케이스를 소개하고 당시 수사에서 동원된 과학수사 기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상당히 오래된 사례도 있지만, 비교적 특이한 케이스만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내용은 재미가 넘친다. ㅎㅎ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에 기고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코너라고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1]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이고 글의 내용도 신문에 기고되었던 내용이라고 하니, 주로 대중적인 독자를 염두해 두고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없어서 아쉽지만 실제 수사에 동원되는 과학적 기법들을 여러가지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추락사한 시신의 손상정도를 지수화해 추락 높이를 역산해내는 Injury Severity Scale이라든지, 수중에서 부패해 지문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신에 열처리 하여 지문을 도드라지게 하는 열처리법과 같은 기법은 흥미가 생기는데, 좀 더 자세한 자료를 검색해보려 했으나 별로 없어서 아쉽다.

범인을 잡는 쪽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보니, 학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기법도 동원되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법최면(Forensic Hypnosis)이다. 사건 현장을 보았지만 기억해내지 못하는 목격자에게 단서를 얻기 위해 최면을 건다고 하는데, 이걸로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검거를 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일전에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2]나 조폭들의 칼 솜씨[3]에 관한 일부를 발췌한 적이 있다. 독서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하기 바란다.

비교적 대중성이 높은 흥미로운 케이스를 많이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일독을 권한다.

 


[1] https://www.facebook.com/crimeseoul
[2] 내 백과사전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2013년 9월 6일
[3] 내 백과사전 전문가의 칼 솜씨 2013년 9월 5일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유영규 저,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알마, 2013

p133-135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기가 적극적으로 이용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981년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는 범인 주영형에게 쇠고랑을 채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용된 장비는 1975년 미국의 스톨링사Stoeltling Co.가 개발한 수동식 모델이었다.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심장박동수와 혈압, 땀, 전류반응 등을 통해 미묘한 변화를 잡아내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초기 수동식 모델은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현재도 일선 경찰은 이 회사의 장비를 사용한다. 반면 검찰은 경쟁사인 스톨링사보다 정확도를 더 높였다고 주장하는 후발주자 라파예트사Lafayette Instrument company의 LX-5000W기종을 사용한다.

최근 들어서는 뇌파(p300) 변화를 측정해 범인의 기억을 추적하는 뇌지문 탐지 기술도 많이 이용된다. 뇌에 기억되어 있는 범죄 장면 사진이나 단어 등을 보여주면서 뇌파의 반응을 분석해 거짓말 여부를 알아내는 장비다. 예를 들어 범인만 알 수 있는 범죄현장의 모습이나 흉기 사진, 피해자 얼굴 등을 보여줬을 때 범인의 뇌파는 다른 사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뇌기억반응 탐지기라고도 불리는 이 기계는 2009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의 자백을 얻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짓말 탐지기와 뇌파탐지기 모두 유용하게 쓰이지만 한계가 있다. 복잡하게 측정장비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피검사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제 기존 거짓말탐지기는 호흡과 피부, 혈압 등에서 보이는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최소한 5개 이상의 장치를 몸에 붙여야 한다. 뇌기억반응탐지기 역시 머리쪽에 최소 10개 이상의 측정장치(뇌침)을 부착한다.

최근 주목을 받는 첨단기술은 감정이 변할 때 마다 머리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진동 주파수를 읽어내는 ‘바이브라Vibra 이미지’라는 기술이다. 전정기관이 달려 있는 인간의 머리는 항상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이런 움직임은 인간의 심리나 정서에 관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의 공통점을 읽어내면 심리도 읽을 수 있다는 원리다. 카메라로 얼굴을 찍은 뒤 진폭과 진동수를 측정해서 해석 과정을 거치면 얼굴만 보고도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마술처럼 알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질문지나 몸에 붙이는 측정장치 없이도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장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특정 장비를 부착한 카메라만 들이대면 비리 의혹으로 청문회에 서 있는 관료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있다. 2002년 러시아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독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의 기관과 공항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오오 신기방기.

전문가의 칼 솜씨

영화에서 조폭이 배를 찌르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떨까?

유영규 저,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알마, 2013

p65-68

조폭들의 ‘허벅지 테러’

하지만 이상한 점은 조직폭력배들의 칼부림이 있을 때 유독 허벅지를 노려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벅지는 피를 보면서도 최악의 결과로는 치닫지 않아 상대를 겁주기에 알맞다는 판단에서일까. 법의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허벅지 테러는 칼을 꽤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의 지능적인 살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례들을 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건 1

2003년 7월 17일 오전 6시 40분쯤, 서울 논현동 대로변 포장마차. A(33세)씨 등 세명이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찔렀다. 채권ㆍ채무 문제로 서로 심하게 다투다 A씨 일행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찔렀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건 2

1992년 4월 12일 오후 11시, 전주 완산구의 한 당구장. 폭력 조직 W파 행동대원 김모(24세) 씨가 경쟁 조식 N파 소속 두 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인들은 2층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김씨의 뒤를 노렸다. 목격자는 경찰에서 20대 청년 두 명이 당구장 계단에서 흉기로 김씨의 양쪽 허벅지를 10여 차례 찌른 뒤 길에 대기시켜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범인들이 노린 것은 허벅지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낀 테러사건일 수록 피해자의 자상이 허벅지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폭들이 허벅지 부위를 공격하는 이유는 대퇴부의 동맥이나 정맥을 끊어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수 있는 반면, 나중에 자신은 재판정에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할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살해를 하더라도 살의는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최근 들어 조직폭력배 등이 관련된 이 같은 범행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의학적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전체 혈액 중 20~30퍼센트를 쏟으면 심한 쇼크상태에 빠진다. 40퍼센트 이상 피를 쏟으면 2~3시간을 버티기가 힘들다. 물론 그 이상이 되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많은 피가 빠져나가 사망하는 ‘실혈사’와 출혈을 하는 동안 급하게 혈압이 떨어져 사망하는 ‘실혈성 쇼크사’다. 피를 흘린 채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에는 실혈사로, 대동맥 등이 절단돼 한꺼번에 급격한 피가 빠져나갈 때는 실혈성 쇼크사로 사망한다.

전문가의 칼 솜씨는 다르다?

허벅지는 살이 많다는 이유로 갖은 수난을 겪어왔다. 역사속의 태형도, 학교의 체벌도 주로 허벅지나 엉덩이에 집중됐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많이 맞은면 신체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조선시대 등에서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는 게 이런 경우다. 현대의학에서는 외상성 효크Traumatic Shock라고 부르는데, 맞은 부위에 피가 집중적으로 몰려 혈액 순환량이 떨어져 사망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매를 맞으면 연조직 사이로 상당한 출혈이 일어난다. 비록 몸 바깥으로 피가 터져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혈관을 돌아다녀야 하는 피가 몸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식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종교집단 등에서 병을 고쳐주겠다며 몸을 때리는 안수기도를 하다가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하는데 비슷한 경우다. 의학계에서는 몸 전체 면적의 30퍼센트 정도에 멍이 들었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처가 깊고 예리한 것을 보니 정확히 급소를 노렸네요. 전문가의 솜씨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부검의가 시신에게 남은 칼자국을 보고 형사에게 흔히 이렇게 툭 던진다. 과연 전문가의 칼솜씨라는 것이 존재할까. 부검의들은 이른바 ‘전문 칼잡이’가 낸 자상은 한 해 수백 구의 시신을 부검하는 의사들도 실제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죽이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만큼, 일반적으로는 살인자라도 심리적으로 동요하는 주저흔hesitation mark이 남기 마련”이라고 했다. 현실이 영화같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