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이식의 존재론적 질문 : 똥이란 무엇인가?

Science News의 기사[1]에 제목이 웃겨서-_- 포스팅해봄. ㅋ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이전하여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는 시술법이 있는 모양인데, Fecal microbiota transplant라고 부르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세브란스 병원에서 시술되는 듯[2]하다.

나름 신종 치료술이고 인기가 꽤 있는 모양인데, 똥 은행-_-이라 할 수 있는 OpenBiome이라는 회사에서는 2012년 이래로 3만 종류 이상의 똥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1]

당연히 FDA 측에서는 향후 일어날 지 모를 의료 사고를 막기 위해서 이런 종류의 시술에 규제 방법을 고심하게 되는데, 시술되는 똥을 의약품으로 봐야 하는지, 인체 장기의 일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분변 이식 시술법은 약제의 복용과 장기의 이식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놓인게 문제다. 기사[1] 중간에 시술의 연속성에 대한 도표가 하나 있는데, 개인의 분변을 개인에게 직접 이전하는 시술부터, 농축된 미생물 캡슐을 삼키는 시술이나, 다수의 사람에게 추출한 배양된 박테리아 칵테일을 삼키는 시술까지 다양하다.

2013년에 FDA에서는 이 시술법을 의약품으로 규정했던 모양인데, von Rosenvinge라는 사람이 이를 두고 (아마 비꼬려는 의도인 듯) ‘이것은 우리 모두 평균적으로 하루 1회 의약품을 배설하는 제약공장이라는 것 의미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ㅋㅋㅋ

뭐 여하간 모든 신기술은 사회적 도입에 따르는 성장통을 겪는 법이라, 자연스러운 논란 같아 보이긴 한데, 이러한 분변 이식 시술법 때문에 ‘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하게 되다니 좀 재미있음. ㅋ

 


[1] science news To regulate fecal transplants, FDA has to first answer a serious question: What is poop? 10:00AM, MAY 18, 2018
[2] 한국일보 “똥도 이식”… 건강한 사람 대변 이식해 장염 치료 2017.06.26 20:00

동굴 벽화에서 나타나는 고대인의 자폐증?

popular archaeology 기사[1]를 보니 흥미로운 논문[2]이 소개되어 있다. 고고학과 미술과 정신의학에 모두 관심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흥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구만. ㅋㅋㅋㅋ

3만년 전후의 기간에 유럽 동굴벽화에는 갑작스러운 사실주의의 경향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진을 자주보는 현대인에게는 사실주의 화풍에 별다른 감흥이 없을 듯 하지만, 고대인에게는 꽤나 임팩트가 있는 그림일 것이라 생각한다. 일전에 Raphaella Spence의 작품[3]이나 Pedro Campos의 작품[4]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아마 현대인이 이런 작품을 보며 드는 느낌이 고대인이 사실주의 작품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ㅋㅋㅋ

여하간 3만년 전후의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이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모양인데, 이것을 고대인의 자폐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는 모양이다. 일전에 올리버 색스 선생의 저서를 인용한 적[5]이 있었는데, 말미에 잠시 나디아 이야기가 나온다. 나디아는 서번트 신드롬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언급되는 사례인데, 나디아가 5살에 그렸다는 그림과, 일반적으로 5세 어린이가 그린 그림과의 비교가 논문[2;p271]에 들어 있다.

서번트 신드롬은 분류에 따라서 고기능 자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데, 각각의 차이는 나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학술적인 논쟁이 좀 있는 듯… 여하간 이런 종류의 자폐아는 일전에 어느 자폐아가 쓴 시[6]에서도 볼 수 있지만, 특정분야에서 조숙하고, 디테일을 무척 신경쓰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여하간 논문[2]의 저자는 동굴벽화의 이런 화풍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자폐로 보는 듯 한데, 술먹고 읽어서 그런지 논거의 핵심이 잘 이해는 안 되네-_- 여하간 나디아의 사례를 꺼내는 건 좀 에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디아는 자주 언급되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구만.

추가로, 고대 증거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증거의 손실 때문에 실제로 갑작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고생물학의 유명한 경구를 여기서 들자면,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실제로는 서서히 일어난 변화가 갑작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ㅎㅎ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나디아는 지난 2015년에 4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7]고 한다. 자폐증의 몰이해의 시기에 태어나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좀 짠하다.

 


[1] popular archaeology How our ancestors with autistic traits led a revolution in Ice Age art Tue, May 15, 2018
[2] Penny Spikins, Callum Scott, Barry Wright, “How Do We Explain ‛Autistic Traits’ in European Upper Palaeolithic Art?”, Open Archaeology, Volume 4, Issue 1, Published Online: 2018-05-12 DOI: https://doi.org/10.1515/opar-2018-0016
[3] 내 백과사전 Raphaella Spence의 작품 2014년 3월 5일
[4] 내 백과사전 Pedro Campos의 작품 2012년 5월 21일
[5] 내 백과사전 숫자가 보이는 사람 2012년 5월 17일
[6] 내 백과사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10살 어린이의 시 2016년 4월 17일
[7] the guardian Nadia Chomyn obituary Wed 9 Dec 2015 12.57 GMT

고고학의 두 문화(two cultures)

The Two Cultures라는 C. P. Snow 선생의 대단히 유명한 에세이가 있다. 뭐 대부분 아실 듯 싶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문과 지식인-_-과 이과 지식인-_-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몰이해 및 나아가 양 집단 사이의 반목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근데 제대로 요약한 거 맞나-_-?

여하간 네이쳐 기사에 고고학계에 존재하는 두 문화의 반목에 대한 기사[1]를 봤는데, 고고학과 생물학 양쪽에 관심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나름 흥미롭다. ㅋ 기사[1]가 무척 길지만 재미있으니 함 읽어볼만 하다.

고대 유전체(ancient genomics)의 분석이 늘어나면서, 고고학계의 오래된 정설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종종 발표되는 모양인데, 기사[1] 앞부분에서도 그런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고대 유전체 분석이 고고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일전에 Martin Jones의 저서인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2]라는 책을 읽은 적[3]이 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기사[1]에 스톤헨지 근교의 신석기 유적에 대한 연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뭐 한국인으로서는 큰 감흥이 안 오지만, 모르긴해도 영국인들에게는 나름 임팩트 있는 결과인 듯 하다. 만약 DNA 분석으로 고조선에 대하여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결과가 도출된다면, 한국인에게도 나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 듯. ㅋ

뭐 여하간 고고학계에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모양인데, DNA 분석을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부류가 있고, 지나치게 단편적인 증거로 전체 스토리를 새로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학자도 있는 것 같다.

후자의 견해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사실 단편적인 증거나 가설만으로 이어붙이면 뭐든 못하는 게 없다. 재야 사학자들 중에는 고구려/신라/백제의 삼국이 중국 대륙에 있었다!! 라는 주장[4]부터, 영어는 사실 한국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는 해괴한 주장[5,6]을 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페이스북의 언어학 그룹에도 이런 사람들의 주기적 출몰로 골치가… -_-) 이런 사람들의 주장도 자기딴에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절대 절대 설득되지 않는다-_-)

결국 단편적인 증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분야들에서 나온 증거들의 조합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해야 고고학적 사실이 확립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지나치게 DNA 증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고대 인류의 이동경로의 사례를 들자면, 하플로그룹의 추적으로 예상한 고대 인류의 이동경로[7]를 언어학이나 고고학으로 뒷받침 하면서 완성한 사례는 좋은 사례라 본다. 반면에 일전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 흔적에 대한 이야기[8]를 했지만, 지나치게 단편적인 증거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사실을 주장하는 일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DNA 증거는 강력하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와 정황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본인의 견해는 생물학이든 고고학이든 전공과 무관하므로 그냥 흘려듣기 바란다-_- 사실 이 글은 술먹고 쓰는 글이니 넘어갑시다. ㅋㅋ 요새 대부분의 포스팅은 술먹고 쓰는 글임-_-

 


[1] 네이쳐 뉴스 Divided by DNA: The uneasy relationship between archaeology and ancient genomics 28 MARCH 2018
[2] 마틴 존스 저/신지영 역,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바다출판사, 2007
[3] http://zariski.egloos.com/2227703
[4] 정용석 저, “고구려 신라 백제가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책이있는마을, 2004
[5] 강상순 저, “영어는 우리말입니다“, 홍일, 1997
[6] 허핑턴포스트 영어가 우리 말이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가? 2015년 10월 06일 11시 44분
[7] 내 백과사전 고인류의 유라시아 이동경로 추적 2012년 12월 5일
[8] 내 백과사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흔적? 2017년 4월 28일

[서평]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장 루이 쿠르조(저자) | 김옥진(역자) | 스크린셀러 | 2011-06-27 | 원제 Je ne pouvais pas l’abandonner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1]의 범인인 베로니크씨의 남편인 쿠르조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정신질환의 한 종류인 ‘임신거부증‘에 대해 알리고자 쓴 책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일견 불합리해 보였던 행동들(사건 직후 프랑스로 출국했다든지, 출산을 하고도 임신 사실을 몰랐다든지)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능하다.

임신거부증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임신 사실을 거부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임신 20주차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미한 경우 부터, 출산 후에야 비로소 임신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출산을 하고도 임신임을 인지하지 못하여 영아유기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 베로니크 씨의 경우도 아마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읽은 BBC 기사 중에서 칠레 여자 역도 선수가 임신 사실도 모르고 베이징 올림픽 훈련 도중에 출산을 했다는 기사[2]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건가 싶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정신질환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의 성향을 과도하게 따지는 건가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의문의 여지는 있다. 다만 이것이 정도를 넘어 영아유기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된다.

상식적으로 아기를 보고도 출산임을 인지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 싶긴한데,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신질환은 라마찬드란 선생의 저서[3]나 올리버 색스 선생의 저서[4]에 여러 사례가 나온다.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뀔 지도? ㅋ

임신거부증이 있는 여성들이 시간 개념에 약하다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이 부분은 별도 포스트[5]를 했다.

여하간 최초에 부인이 범인으로 지목당했을 때, 남편인 쿠르조씨가 국과수의 DNA 감식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는데, 최초에 그는 자신의 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완벽히 전혀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그의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그러나 일전에 읽은 정희선 선생의 저서[6]를 읽어보니, 이 사건 당시에 이러한 국과수에 대한 능력의심에 대단히 섭섭했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

그 밖에 저자의 동네 사람들이 스토킹하는 기자를 쫓아내 준다든지 하는 이웃사람들의 소소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같으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사람들에게 배척당할 듯 한데,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베로니크 부인이 형무소에서 외출하여 취직 면접을 보고 다시 형무소로 복귀한 경험담도 나온다. 물론 모범수라서 가능했겠지만, 프랑스 재활 시스템을 보니 국내 재활 시스템에 대해서도 꽤 궁금해진다.

저자는 자신의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자의 구구절절한 감정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다른 여자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어 있는데, 본인은 중고로 매입하였다. 절판이라 좀 아쉽구만. 절판 걱정이 없는 ebook이 빨랑 확산돼야 한다. 진짜로. ㅋ

 


[1]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나무위키)
[2] bbc Chile weightlifter has unexpected baby during training 23:52 GMT, Tuesday, 15 December 2009
[3] 내 백과사전 [서평]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2011년 8월 18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12년 5월 18일
[5] 내 백과사전 임신거부증 Denial of pregnancy 2018년 5월 3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2018년 4월 1일

임신거부증 Denial of pregnancy

장 루이 쿠르조 저/김옥진 역,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스크린셀러, 2011

p184-187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이스라엘 니장 교수는 프랑스의 임신거부증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베로니크 측 변호사들이 소환한 전문가였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발표를 준비했고, 열정에 찬 따뜻한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배심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니장 교수의 발표에 인용된 사례를 살펴보았다 “저는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이 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임신거부증은 심각한 병이지만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조차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조차 임신거부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제가 이 병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클리닉에 원장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방사선실에서 불러서 가 봤더니 젊은 여자가 아기를 낳고 있더군요. 의대 6년차로 4개월 전부터 외과에서 근무하던 인턴이었는데 종양이 생긴 줄 알았던 제 동료 의사가 수술을 하려던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출산을 한 것입니다. 당시 저는 임신거부증에 대해 몰랐습니다. 이 젊은 여인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관계를 가졌는데, 그녀의 교육 수준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니장 교수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는 중증과 경증 임신거부증 환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 연구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0명 중 1명꼴로 임신거부증을 경험한다고 하니 이것도 하나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저는 연평균 30여 건의 임신거부증 사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인체의 발열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150가지 이상의 원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간에게 있어 임신은 정신적, 신체적 현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임신 과정에서 정신적 현상이 빠졌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임신거부증에 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일부 임상 사례에서 관찰된 바에 의하면 이 여성들은 어느 날 문득 임신에 대해 생각했다가는 다음날이면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심리상담사의 도움으로 출산 전에 임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산부인과에도 임신거부증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임신 은폐’와 ‘임신거부증’ 을 혼동하는 것이지요. 두 가지 증상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입니다.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성은 임신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거나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해 말하는 순간부터 존재감을 주는 것이니까요. 엄마가 사랑 혹은 혐오의 말을 해줄 때 비로소 아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태아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면 임신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지난주에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딸이 일하는 모습을 보다가 발목이 부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작 자신은 몰랐지만 아버지는 딸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결국 임신 8개월로 밝혀졌습니다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 내게 임신했다고 말해주고 나서 몇 시간 만에 제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자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배가 갑자기 불러왔어요.’ 일반적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궁은 복부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늘어 납니다 그러나 임신을 인정하지 않는 여성들의 경우 자궁은 앞이 아니라 복부 내장 기관의 사이에 길게 자리 잡게 됩니다. ‘거부증’에 걸린 여성들 중에는 성생활이나 임신에 있어서 공백, 은폐, 조절과 예상이 불가능한 상태, 즉 일종의 지각 마비와 시야암점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생활이나 임신, 출산을 하기위한 극히 정상적인 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었습니다. 저는 이런 여성들의 외모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점에 매우 놀랐습니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성생활이나 그 즐거움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기도 합니다.

또한 시간 개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알베르빌에서 일어났던 영아살해 사건의 피고인은 제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사님, 제발 저한테 날짜를 물어보지 마세요. 저는 날짜를 기억 못해요. 시간 개념이 없어서 약속을 잡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지도 못해요. 그런 부분에서 정확하지가 못하다고요.’

저는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임신거부증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베로니크 쿠르조 씨의 경우 이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병은 발생 빈도도 높고 위험하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의료계, 법조계, 시민 사회 모두 임신 거부증의 결과와 심각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기를 부엌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것과 관련해서는 임신거부증 환자 가운데 그런 경우를 여럿 보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10년 후에도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옆에 보관하려고 얼렸어요’ 혹은 ‘나중에 벌을 받으려고 얼렸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쿠르조 부인의 경우에도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왜 그런 식으로 했는지 대답할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꾸준한 상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후략)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1]에 대해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재판에서 이스라엘 니장 교수의 증언이라고 함. 중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의 연구는 찾지 못했지만 비슷한 결과가 있는 연구[2]는 찾을 수 있다. 이 연구[2]는 임신 20주차가 될 때까지도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를 임신거부증으로 분류할 때, 독일 내에서 475건 중 1건의 빈도로 임신거부증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간 개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책의 뒤쪽에 피고인 베로니크씨와 그녀의 가족들도 시간개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전에 계산장애를 가진 사람이 손가락 인식장애를 겪는다는 이야기[3]도 한 적 있는데, 서로 달라 보이는 두뇌의 기능들이 어떤 식으로 가깝게 연관되어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1]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나무위키)
[2] Jens Wessel, Jan Endrikat & Ulrich Buscher. “Frequency of denial of pregnancy: results and epidemiological significance of a 1-year prospective study in Berlin.” Acta Obstetricia et Gynecologica Scandinavica. Volume 81, 2002 – Issue 11. Pages 1021-1027 DOI: 10.1080/j.1600-0412.2002.811105.x
[3] 내 백과사전 두뇌 속의 수를 세는 모듈 2011년 7월 19일

프리프린트 공유 사이트

수학, 물리학, 천문학, 컴퓨터 공학 분야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arXiv[1]는 유명한데, 오늘 페북의 고생물학 그룹을 보니 고생물학분야에서도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aleoXiv라는 사이트[2]가 생긴 듯 하다. 오호! 아직 총 논문이 74편 밖에 안 되니 신생 사이트인 듯. ㅋㅋ

얼마전에 신경정신 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syArXiv라는 사이트[3]를 본 적이 있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사회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SocArxiv[4]도 있네??? 헐… 첨 알았음. 근데 사회과학쪽은 프리프린트 오픈억세스로 SSRN[5]이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ㅋ 생물학 쪽의 bioRxiv[6]는 꽤 오래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이쪽은 숫자가 꽤 많이 증가한 듯 하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viXra라는 사이트도 있는 듯 하다. 메인페이지[7] 하단의 자신들의 소개에 따르면, 코넬 대학교의 운영방침에 반하여 arXiv에 싣지 못하는 논문에 대한 대안으로 만든 사이트라고 한다. 뭔 일이 있었던 건가-_-? viXra는 arXiv를 거꾸로 한 것인데, 마치 DivX에 반발하여 만든 Xvid를 연상케 한다. ㅎㅎ

생각이 나서 오랫만에 snarXiv[8] 사이트에 가 봤는데, 아직도 운영되는 듯? ㅋㅋㅋ

 


[1] https://arxiv.org/
[2] https://paleorxiv.org/
[3] https://psyarxiv.com/
[4] https://osf.io/preprints/socarxiv
[5] https://www.ssrn.com/
[6] https://www.biorxiv.org/
[7] http://vixra.org/
[8] 내 백과사전 snarXiv 2010년 6월 9일

타이레놀의 간손상 부작용에 대해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1]에 대한 어느 응급의학과 의사의 페이스북 글[2]을 봤는데, 유익하니 함 읽어보시길 바란다. 근데 뭔가 쓸데없이 재미있다-_- ㅋㅋ 나는 병원에서 약 처방 받으면, 보통 각 개별 약들의 정보를 이리저리 검색해보는데, 약 정보를 찾아보는 게 은근 재미있다. ㅋ

타이레놀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약제에 ER이라는 이름을 들은 건 처음인데, 유튜브에 속방정(빨리 녹는 약)과 서방정(천천히 녹는 약)을 직접 녹이는 실험을 하는 영상[3]도 찾아볼 수 있다.

ER이 무슨 뜻인가 검색해봤는데 extended-release의 약자인 것 같다. 위키피디아의 Modified-release dosage 항목을 참고하시라.

타이레놀에 의한 간독성은 꽤 유명한 모양인데, 위키피디아의 Paracetamol poisoning 항목이 별도로 있다. [2]에서 언급한 두 개의 논문은 좀 독특한 케이스의 간독성 증상보고인 것 같다. 나름 주의해야겠지만, 간이 약한 상태가 아닌 이상 정량을 복용하면 문제는 없을 듯.

폰 노이만 선생이 한 말씀[4]이 있다.

If people do not believe that mathematics is simple, it is only because they do not realize how complicated life is.
수학이 간단하다는 걸 믿지 못하는 놈들은,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모르기 때문이지

타이레놀도 나름 복잡한 놈이었구만. 인생은 복잡하다는 걸 실감한다. ㅎ

 


2018.3.27
데일리팜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 공포…약국에도 환자문의 급증 2018-03-24 06:30:55

 


2018.4.5
메디컬 옵저버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 얼마나 위험한가? 2018.04.04 06:47:48

 


2018.4.6
데일리팜 ‘간독성 위험’ 서방형 타이레놀, 퇴출대신 6정 포장으로 2018-04-06 12:33:36

 


[1] 한국일보 “간 손상” 유럽서 판매 금지 타이레놀 서방정 복용해도 되나요 2018.03.15 04:40
[2] https://www.facebook.com/ ….
[3] 특이하게 녹는 알약 – 타이레놀이알서방정 #7 TYLENOL ER TABLETS (youtube 9분 25초)
[4] John von Neumann (wikiquote)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에드워드 J. 라슨 저/임종기 역, “얼음의 제국“, 에이도스, 2012

p369-371

당시 지휘를 맡고 있었던 앳킨슨은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대원들의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그곳에서 소지품과 함께 썰매를 찾아냈다. 소지품 중에는 비어드모어 빙하의 빙퇴석에서 채집한 아주 중요한 지질 표본도 있었는데 무게가 35파운드 정도 됐다. 윌슨 박사의 요구에 따라, 죽을 때까지 이 표본들을 간직했던 것이다. 심지어 재앙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을 때조차도, 자신들이 끌어야 했던 짐에 보태기에는 표본이 너무나 무겁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수거한 우리는 텐트 방수포로 시신을 덮고는 장례식을 치렀다. 이때부터 다음날까지 줄곧 시신 위에 돌무덤을 쌓았다.” 대원들은 오츠의 시신을 찾기 위해 썰매를 이끌고 남쪽으로 20마일을 갔지만, 그의 슬리핑백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70

시신과 일기 말고 회수된 암석들도 그때 이후로, 아주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비평가들은 스콧이 시간을 들여 표본을 채집해서 끌고 오는 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스콧을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표본을 간절히 채집하고 싶어 했던 인물은 월슨이었다. 윌슨의 일기는 암석에 들어 있는 나뭇잎 화석의 흔적을 보고서 느낀 전율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발견 결과를 통해, 화석에 있는 식물이 세계적 범위의 식물군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가장 큰 잎들 대부분은 모양과 엽맥으로 볼 때 너도밤나무 잎 같았다”고 지적했다. 데븐햄은 표본을 보고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버클리 산에서 남극점 팀이 가져온 35파운드 무게의 표본에는 고생대 후기의 식물 화석 흔적이 있었다. 대충 봐도 그 식물은 다른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면밀한 연구를 통해서 이 화석에는 오랫동안 찾아왔던 식물, 즉 글로소프테리스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극대륙에 이 식물이 서식했다는 사실은 한때 남쪽의 대륙이 광대한 초대륙을 형성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케임브리지의 식물학자인 A. C. 슈워드는 1914년 이렇게 말했다. “비록 불충분하지만, 남극점 팀이 채집한 표본으로 남극대륙의 영토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다. 그 그림에 근거해서 볼 때, 표본은 고생대의 대륙에서 분기선에 퍼져 있던 새로운 식물군이 진화한 것이라고 보는 판단은 합당하다. 버클리 산의 빙퇴석에서 글로소프테리스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가설을 확증된 사실로 받아들이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다”71

 


70. E. L. Atkinson, “The Last Year at Cape Evans,” in Scott, Last Expedition, 237.
71. Edward Wilson, Field Notes, in A. C.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in British Museum (Natural History), British Antarctic (“Terra Nova”) Expedition, 1910, Natural History Reports: Geology, vol. 1 (London: British Museum, 1914), 6; F. Debenham, “The Geological History of South Victoria Land.” in Scott, Last Expedition, 300;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42

당뇨병에는 5가지가 있다는 연구

당뇨병은 러프하게 1형 당뇨2형 당뇨로 구분된다고 하던데,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흔한 당뇨는 2형 당뇨이고, 선천적인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소아 당뇨는 1형이 많다고 들었다.

의료기기는 정부허가가 까다롭고 걸리는 시간도 길다보니 혁신이 느린 축에 드는데, 1형 당뇨 환자를 위한 스마트 인슐린 펌프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려면 정부허가가 너무 오래 걸리니까, 각자 자기가 직접 라즈베리 파이로 제작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로 만든 게[1] 생각나는구만. ㅋ 국내 사정도 비슷해서 연속혈당측정기가 얼마전까지 국내에서도 불법이었던 모양[2,3]인데, 며칠 전에 1형 당뇨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허가가 났다는 뉴스[4]를 본 기억이 난다.

여하간 이게 주제가 아니고-_- 해커뉴스[5]에서 당뇨병이 이 2가지가 아니고 사실은 5가지라는 연구[6]가 화제가 되던데, 해커뉴스[5]에서도 나름 비판적 의견이 많은 듯하다. 당연히 나는 연구의 내용은 이해를 못했지만 ㅋ 조홍근 선생의 블로그에 이와 관련하여 해설을 쓴 글[7]이 있으니 읽어볼 만 하다. 한국인에게 적용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연구인 듯 해 보인다.

당뇨 환자들 사이에서는 나름 빠르게 확산된 소식인 듯.[8] ㅎㅎ

 


[1] ARTIFICIAL RASPBERRY PI PANCREAS (raspberrypi.org)
[2] KBS 당뇨 아들 위해 의료기기 직구했는데… 2018.02.28
[3] the science life 혈당 측정 기기 개조로 고발 당한 한 당뇨 환자의 엄마 March 9, 2018
[4] news1 연속혈당측정기 19년만에 국내허가…소아당뇨환자들 ‘숨통’ 2018-03-02 18:41
[5]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16499376
[6] Emma Ahlqvist, et al. “Novel subgroups of adult-onset diabetes and their association with outcomes: a data-driven cluster analysis of six variables”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Published: 01 March 2018, DOI: https://doi.org/10.1016/S2213-8587(18)30051-2
[7] 당뇨병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 by 닥터 조홍근
[8] https://www.facebook.com/lipidcho/posts/1832493666823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