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의 분자적 증거와 오염문제로 인한 논쟁

유명한 고전 영화 ‘쥬라기 공원‘에는 호박에 갇힌 중생대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복원하는 걸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 상황에서는 화석이나 호박이나 고대 생물의 외형은 남아있지만 그 분자적 증거는 전혀 남아있지 않아서, 분자생물학적 접근이 불가능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전[1]에 티라노사우르스의 콜라겐을 추출했다고 주장하는 Schweitzer 선생의 연구[2]는, 고생물학자들이 의심스럽게 생각하기에 충분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논란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인데, 최근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아틀랜틱 지[3]에 실려 있다.

자신의 소개[4]에 따르면 시카고에 소재한 Field Museum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Evan Saitta라는 연구자는 화석화된 뼈속에서 군집화해서 살아가는 미생물을 발견[5]하였는데, 이는 Schweitzer의 결과[2]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근원적으로 외부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아직 bioRxiv에만 올라와 있어 피어리뷰는 받지 않은 듯.

일전에 읽은 닉 레인 선생의 책[6;p353]이랑, 양자 생물학 책[7;p88]에서는 Schweitzer 선생의 결과[2]가 나름 믿음직한 것처럼 돼 있던데, 이거이거 내용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Schweitzer 선생은 한술 더 떠서 일전의 티라노사우루스[2]처럼 근래에도 비슷한 논문을 하나 더 쓴 모양인데, 브라키로포사우루스의 콜라겐을 추출했다고 주장[8]하고 있다. 이 주장도 마찬가지로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아틀랜틱 기사[3]에서 Schweitzer 선생은 그들의 주장이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듯.

여하간 고대생물의 분자적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쪽과 회의적인 쪽의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고대생물의 분자적 정보는 언제나 오염문제로 골치를 썩게 되는데, 일전에 mad scientist 선생도 스판테 파보 선생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9]이 있다.

참고로 아틀랜틱 기사[3]를 쓴 사람은 Ed Yong이라는 사람인데, 일전에 동물의 거울 자각 테스트 기사[10]이야기도 했지만, 이 사람이 쓴 기사가 무척 훌륭할 때가 많은 듯 하다. 위키를 보니 나름 한 가닥 하는 사람인 듯 하다. 한겨레 과학기사의 오철우 기자처럼 이 사람의 기사는 일단 무조건 믿고 읽으면 될 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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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동물 2011년 6월 29일
[2] M. H. Schweitzer, Z. Suo, R. Avci, J. M. Asara, M. A. Allen, F. T. Arce and J. K. HOrner, “Analyses of soft tissue from Tyrannosaurus rex suggest the presence of protein”, Science vol. 316:5822 (2007), pp. 277-80 DOI: 10.1126/science.1138709
[3] 아틀랜틱 Bacteria in a Dinosaur Bone Reignite a Heated Debate SEP 13, 2018
[4] https://evansaitta.blog/
[5] Evan Thomas Saitta, et al. “Life Inside A Dinosaur Bone: A Thriving Microbiome”, bioRxiv 400176; doi: https://doi.org/10.1101/400176
[6]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 2011년 7월 1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018년 8월 7일
[8] Elena R. Schroeter, et al “Expansion for the Brachylophosaurus canadensis Collagen I Sequence and Additional Evidence of the Preservation of Cretaceous Protein”, Journal of Proteome Research 2017 16 (2), 920-932 DOI: 10.1021/acs.jproteome.6b00873
[9]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654069168073838
[10] 내 백과사전 여러 동물의 거울 자각 테스트 2017년 2월 14일

2018 이그 노벨상

BBC 기사[1]에 2018 이그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2]되었다길래 함 검색을 해 봤다. ㅋ

의학부문 수상(Medicine Prize)은 롤러 코스터가 신장결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3] 같다. 신장결석 환자는 정말 죽을만큼 끔찍한 고통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헉 정말 신장결석 환자를 롤러코스터에 태운건가?? 싶어서 논문[3]을 보니 그런건 아니고 신장을 시뮬레이션한 기구를 롤러코스터에 태운 것 같다. 롤러코스터 앞에도 태워보고, 뒤에도 태워보고 여러가지 해 본 것 같다. 아무래도 실용적 적용은 힘들 듯. ㅎ

의학 교육부문 수상(Medical Education Prize)으로 자가 대장내시경에 대한 이야기[4]인데, 소화기 전문의가 자신의 대장을 직접 내시경으로 검진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될만한 팁을 설명한 글 같다. 근데 정작 원문[4]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경험담을 짧게 한 페이지 정도 서술해 놓은게 다였다. 헐… 그래도 좀 도움이 되도록 자세하게 썼으면 좋았을 텐데… 원문[4]에는 캐리커쳐만 있는데, BBC가 수상자 본인의 사진을 어디서 구한 건지, 기사[1]에 이 사진이 있다.

근데 에세이[4] 자체는 2006년 글인데, 꽤 오래전 연구라도 걍 재밌으면 주는 듯-_-

남극 탐험 도중 자기 자신을 직접 맹장수술했던 의사 Leonid Rogozov[5]가 갑자기 생각난다. ㅋ 자기 자신을 수술한 사례가 위키피디아에 몇 건 소개되어 있다.

나머지 수상작은 홈페이지[2]에서 각자 확인하시길 바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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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5
ねとらぼ 「座ったままでの大腸内視鏡検査」を自分のお尻で実験・研究 イグ・ノーベル賞、12年連続日本人が受賞 2018年09月14日 11時25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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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BC Ig Nobel win for kidney stone removing roller-coaster 14 September 2018
[2] Winners of the Ig® Nobel Prize (improbable.com)
[3] “Validation of a Functional Pyelocalyceal Renal Model for the Evaluation of Renal Calculi Passage While Riding a Roller Coaster,” Marc A. Mitchell, David D. Wartinger, The Journal of the 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vol. 116, October 2016, pp. 647-652. doi:10.7556/jaoa.2016.128
[4] “Colonoscopy in the Sitting Position: Lessons Learned From Self-Colonoscopy by Using a Small-Caliber, Variable-Stiffness Colonoscope,” Akira Horiuchi and Yoshiko Nakayama, Gastrointestinal Endoscopy, vol. 63, No. 1, 2006, pp. 119-20. DOI: https://doi.org/10.1016/j.gie.2005.10.014
[5] 중앙일보 스스로 자신의 맹장 수술한 전설적 의사 2009/12/27 19:05

심해에서 상어를 공격하는 거대 절지동물?

페북에서 어느 심해 영상[1]을 보게 됐다. 재생시간 4분 24초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상어 두 마리를 야생으로 풀어주는 과정에서 상어를 공격하는 미지의 생물을 목격한 것 같다. 근데 그 생물이 마치 절지동물처럼 생겼다는게 문제다. 아니, 상어 머리를 물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입을 가진 거대한 절지동물이 있던가??

위키피디아의 Arthropod 항목을 대충보니 에디아카라기에도 절지동물로 분류되는 것들이 있는 듯 하다. 여태까지 에디아카라기에는 exoskeleton이 있는 동물이 없는 줄 알았다. ㅎㅎ 거대 절지동물로 삼엽충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삼엽충은 2.5억년 전에 P–Tr 대멸종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니 그럼 저 생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중간에 Stephen Brusatte 선생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글[2,3]은 가끔 봤어도 얼굴은 처음 봤다. 훈남이구만. ㅋㅋㅋ

뭐 여하간, 지난 52헤르츠 고래 이야기[4]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육지보다도 넓은 바다 속에는 뭐가 살고 있는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구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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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ScienceChannel/videos/vb.14391502916/2114775605509426/
[2]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 크기의 변화 2010년 9월 23일
[3] 내 백과사전 영화 Jurassic World의 고증 논란 2015년 6월 14일
[4] 내 백과사전 52 헤르츠 고래 2016년 2월 29일

[서평] 은여우 길들이기

은여우 길들이기
리 앨런 듀가킨, 류드밀라 트루트 (지은이), 서민아 (옮긴이) | 필로소픽 | 2018-07-13 | 원제 How to Tame a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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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킨스 선생의 [1]에서 이 유명한 실험 이야기를 들었을 때[2] 무척 흥미로웠고, 리센코의 악명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따로따로 알고 있던 이 둘이 관련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리센코의 과학자 탄압을 피해 모피제조를 핑게로 실험한 것이라 한다.

Mad Scientist 선생이 이 책의 원서를 소개한 글[3]을 봤었을 때, 역서가 나올까 싶었는데 진짜 나올 줄 몰랐다. ㅎㅎㅎ 투머치 설명충 선생의 책소개[4]도 참고할만 하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가둬놓고 몇세대 동안 어릴때부터 인간에게 익숙해지면, 저절로 친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책에 의하면 야생 동물은 그런 공격성이 사라지지 않는 듯 하다-_- ㅎㅎㅎ 가축화가 왜 의문점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앞부분에 제시되어 있으니 잠시 인용해 본다.

p37-40

동물의 가축화 역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가축화된 종의 가까운 사촌들을 가축으로 길들이려는 다방면의 노력들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얼룩말은 말과 굉장히 가까운 친척으로 간혹 둘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기도 할 정도다. 수컷 얼룩말과 암컷 말 사이에서 잡종 말 조스zorce가 태어나거나, 수컷 말과 암컷 얼룩말 사이에서 암컷 헤브라hebra가 태어난다. 그러나 말과 유전적 관련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얼룩말은 성공적으로 가축화 되지 못했다. 19세기 말에 아프리카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식민지 당국이 아프리카에 데리고 온 말들은 체체파리가 옮긴 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지만, 얼룩말은 이런 질병들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얼룩말이 말과 매우 유사하므로 대체 동물로 적당할 거라는 생각은 더할 나위 없이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얼룩말의 사육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내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깨닫게 되었다.

얼룩말은 누우와 영양 곁에서 풀을 뜯어먹고 사는 초식동물이지만 사자, 치타, 표범의 주요 목표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식 압력이 그들에게 맹렬한 투지를 심어주었다. 얼룩말이 발로 차는 힘은 굉장히 세다. 그런데도 배짱 좋은 일부 사람들은 얼룩말을 타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고분고분하게 훈련시키기도 했다. 영국의 대담한 동물학자 월터 로스차일드는 심지어 얼룩말 무리를 런던에 들여와 한동안 네 마리의 얼룩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버킹엄 궁까지 달리며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얼룩말들은 사실상의 가축화에는 저항했다. 이처럼 많은 동물이 인간의 통제에 복종하도록 훈련될 수는 있지만, 가축화로 이어지려면 선천적으로 길들도록 유전자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좀처럼 길들지 않는 말이 있는 것처럼 특정한 각각의 동물이 덜 길들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슴은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사슴의 가까운 친척들은 가축화 시도에 저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 전 세계 수십 종의 사슴 가운데 단언컨대 단 한 종의 사슴 – 순록 – 만이 가축화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원주민 사미족에 의해 아마도 두 차례 독립적으로 가축화된 마지막 포유류 가운데 하나인 순록은 북극과 아북극 기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동물이 되었다.24 인간과 오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해온 야생 동물에 속하며 대체로 우리에게 공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밖에 다른 사슴 종들이 가축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특히 흥미롭다. 또한 사슴은 수천 년 동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우리는 유순한 사슴 무리를 기르고 싶은 동기가 강했다. 그러나 사슴은 일반적으로 신경질적인 동물이며, 새끼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되면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또 겁을 먹으면 무리지어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한다. 얼룩말과 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슴 역시 가축화를 시작하기에는 길들임을 위한 유전적 변이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을지 모른다.

드미트리는 여우 역시 가축화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까운 친척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그가 니나에게 자신의 실험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무렵엔 은여우가 인간들에게 사육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대부분 조금도 길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은여우는 붉은 여우의 특별한 품종으로, 붉은 여우는 포식자들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지 않는 한 야생에서 특별히 공격적이지 않다. 붉은 여우는 유럽과 미국 근교 지역으로 들어가 작은 개와 고양이를 사냥하며 살지만, 선천적으로 인간과 멀리 떨어져 지내길 선호하며 야생에서는 주로 더 작은 먹잇감을 사냥한다. 잡식동물이라 과일, 딸기류, 풀, 곡물 등도 먹지만 설치류와 작은 새들을 특히 좋아한다. 늑대처럼 무리지어 사냥하지 않으며, 새끼를 낳은 직후부터 새끼들이 혼자 자립할 준비가 될 때까지 부모가 새끼를 보살피는 기간을 제외하면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생활한다. 짝짓기 철마다 새 짝을 찾는 대신 평생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데 아주 능숙해서 밝은 오렌지 빛을 띠는 붉은 여우조차 야생에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갇혀 지내는 여우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여우들은 돌보는 사람이 다가가면 사납게 으르렁대면서 굉장히 공격적이고 이따금 무척 사나울 때도 있다. 우리에 있는 여우를 향해 너무 가까이 손을 내밀다간 자칫 심하게 물어뜯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니나 소로키나의 코힐라 농장처럼 여우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추장스럽지만 두꺼운 보호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필수였다.

 


24 K. Roed, O. Flagstad, M. Nieminen, O. Holand, M. Dwyer, N. Rove, and C. Via, “Genetic Analyses Reveal Independent Domestication Origins of Eurasian Reindeer,”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275 (2008):1849-1855

개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무척 흥미롭지만, 동물의 행동에 대한 해석에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도 짧지만, 동물의 행동이 진짜 인간의 감정과 같은 어떤 것인지, 아니면 감정을 표현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일련의 입력-출력 반응인지에 대한 논쟁이 짧게 언급(p93,p111)된다. 일전의 Frans de Waal선생의 동물행동학에 대한 책[5]에서 좋은 설명이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사회생물학자인 E. O. Wilson의 견해도 잠시 언급(p112)된다. (사회주의는 종을 잘못 선택했다[6]는..-_-)

수십년에 걸쳐 진화실험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경의를 표해야 마땅할 것 같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두 일전의 글[2]에서 이야기 했고, 좋은 서평[3,4]도 많으니 일독을 권한다. 텍스트의 분량이 많지 않아 하루 정도 집중하면 완독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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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상 이야기 –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전면 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옌 웡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까치 | 2018-01-30 | 원제 The Ancestor’s Tale: A Pilgrimage to the Dawn of Life (2004년)
[2] 내 백과사전 여우의 가축화 2011년 7월 15일
[3] https://www.facebook.com/ …
[4] https://www.facebook.com/ …
[5] 내 백과사전 [서평]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2017년 11월 16일
[6] https://www.facebook.com/galoist/posts/218668165484894

[서평]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17-11-24 | 원제 Life On The Edge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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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유사과학인 줄 알았다-_- 원제가 Life On The Edge인데,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싶어서 찾아보니, 일전에 본 2014 이코노미스트지 추천서[1]가 아닌가! 이코노미스트지 추천이 아니었으면 절대 안 읽었을 거다. ㅋㅋㅋ

이 책은 비교적 신생학문인 양자생물학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책인데, 양자생물학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생물의 분자적 현상을 설명하는 분야같다. 책 내용은 생물학에서 잘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수수께끼를 양자역학을 토대로 설명을 시도하는 연구에 초점이 있다. 대단히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되어있어, 양쪽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볼만할 것이다.

다만 책의 맨 뒤쪽은 인간의 의식 존재와 최초의 생명 탄생을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설명을 시도하고 있는데, 좀 오버하는 느낌이 없지 않고, 지나치게 최근의 결과라 향후 변경의 여지가 크다. 사실 이 뒷부분은 매우 대충 읽었다-_-

3장까지는 과학사와 양자역학의 배경지식을 짧게 짚고 있어서 대부분 다른 대중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고, 본격적인 내용은 4장부터 엽록소에서 양자적 현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2], 5장은 향을 감지하는 원리, 6장은 생물이 지자기를 감지하는 원리, 7장은 유전자 복제 과정, 8장은 인간의 의식, 9장은 최초의 생명과 관련하여 양자역학적 설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p60에 프랜시스 크릭 선생이 블레츨리 파크에서 암호를 해독했다는 언급이 한 줄 나오는데, 본인이 알기로는 크릭 선생은 블레칠리 파크에서 일한 적이 없다. 크릭 선생은 당시 물리학자로서 기뢰 등의 전쟁 무기와 관련하여 연구한 걸로 알고 있다.[3]

p88부터 티라노사우르스의 콜라겐을 추출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일전에 본 닉 레인 선생의 책[4]에 관련 이야기[5]가 있다. 닉 레인 선생도 최초 생명의 탄생시 발생했던 생화학적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6]을 썼는데, 이것도 흥미로우니 함 보시길 권한다. ㅋ

뭐 여하간 과학 대중서를 즐겨 읽는다면 꽤 재미있을테니, 일독을 권한다. 어쨌건 나는 재밌게 읽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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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2014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4년 12월 7일
[2] 내 백과사전 엽록체 안의 양자컴퓨터 2018년 8월 3일
[3] 프랜시스 크릭 – 유전 부호의 발견자 매트 리들리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을유문화사 | 2011-06-20 | 원제 Francis Crick (2006년)
[4]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 2011년 7월 1일
[5]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동물 2011년 6월 29일
[6] 바이털 퀘스천 –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닉 레인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까치 | 2016-07-05 | 원제 The Vital Question (2015년)

말벌집을 공격하는 개미

페북에서 본 영상[1]임. 1분 7초.

army ant라고 한다. 영상의 흰 고치는 말벌의 유충 같은데, 말벌의 유충을 모두 약탈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species가 다리를 만들어 이동하는 걸로 유명한 듯? 이런 개미의 특성을 로보틱스에 응용하는 연구도 있는 것 같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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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10
https://www.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18668165484894&id=1361543104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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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El.entomologo/videos/2139274832974727/
[2] Sydney Morning Herald Ant engineers build bridges for tomorrow’s robots 24 November 2015 — 6:53pm

엽록체 안의 양자컴퓨터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17-11-24 | 원제 Life On The Edge (2014년)

p167-173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DNA 다음으로) 중요한 분자라고 할 수 있는 엽록소는 더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그림 4.5). 엽록소는 주로 탄소(회색 구)와 질소(N) 원자로 이루어진 오각형이 중심에 있는 마그네슘 원자(M)를 둘러싸고 있으며, 탄소, 산소(O), 수소(흰색) 원자로 이루어진 꼬리가 달려 있는 2차원 구조다. 마그네슘 원자에서는 최외각 전자가 원자의 나머지 부분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태양에너지의 광자를 흡수하면 전자가 마그네슘을 둘러싸고 있는 탄소로 빠져나올 수 있고, 마그네슘 원자에는 양전하를 띠는 구멍이 생긴다. 정공hole 또는 양공이라 불리는 이 구멍은 매우 추상적인 방식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양전하로 하전된 구멍 자체를 하나의 ‘물체thing’로 보는 것이다. 이 개념에서는 마그네슘 원자의 나머지 부분은 중성으로 남겨두고, 광자의 흡수를 통해서 탈출한 전자와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양전하를 띠는 구멍으로 구성되는 계를 창조한다. 엑시톤(그림 4.6을 보라)이라 불리는 이 이중계는 음극과 양극으로 이루어진 작은 전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 전지에는 나중에 사용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엑시톤은 불안정하다. 전자와 정공은 정전기적 인력을 느끼고 서로 끌어당긴다. 전자와 정공이 다시 결합하면, 원래 광자에 있던 태양에너지는 열로 손실된다. 따라서 식물이 포획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엑시톤을 반응 중심이라고 알려진 분자 제조 시설로 잽싸게 옮겨야 한다. 반응 중심에서는 전하 분리라는 과정이 일어난다. 간단히 말해서, 고에너지 상태의 전자를 원자에서 완전히 분리해 이웃한 분자에 전달하는 과정인 전하 분리는 앞 장에서 관찰했던 효소의 작용과 무척 비슷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엑시톤보다 더 안정된 (NADPH라고 불리는) 화학 전지가 만들어지고, 이 전지는 광합성의 모든 주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데 이용된다.

그러나 반응 중심은 분자 규모에서 볼 때 들뜬 엽록소 분자와 꽤 멀리(나노미터 거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에너지가 반응 중심에 닿기 위해서는 엽록소의 숲에 있는 한 안테나 분자에서 다른 안테나 분자로 전달되어야만 한다. 이런 작용은 엽록소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덕분에 일어날 수 있다. 광자를 흡수한 분자와 이웃한 분자는 맨 처음 들뜬 전자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어받아 들뜬 상태가 될 수 있고, 이 에너지를 다시 자신의 마그네슘 원자의 전자에 전달한다.

문제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면, 엽록소의 숲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반응 중심에 에너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그냥 잃게 될 것이다.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할까? 엑시톤이 소멸되기 전에 길을 찾으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

최근까지도 한 엽록소 분자에서 다른 엽록소 분자로의 에너지 도약은 무계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여겨졌다. 본질적으로, 무작위 걸음이라고 알려진 탐색 전략을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무작위 걸음은 때로 ‘주정뱅이 걸음drunken walk’이라고도 불리는데, 술에 취한 사람은 술집을 나와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에는 집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위 걸음은 어딘가를 가는 수단으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만약 집이 아주 멀다면, 그 취객은 마을 반대편에 있는 덤불숲에서 아침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무작위 걸음을 하는 대상이 시작점으로부터 이동하는 거리는 걸린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이 1분 동안 1미터를 전진한다면, 4분 뒤에는 2미터, 9분 뒤에는 3미터를 나아간다는 것이다. 진행 속도가 이렇게 더디므로, 동물과 미생물이 먹이나 사냥감을 찾을 때 무작위 걸음을 하는 일은 당연히 드물다. 무작위 걸음은 다른 선택권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략일 뿐이다. 개미 한 마리를 낯선 곳에 내려놓으면, 개미는 냄새를 맡자마자 무작위로 돌아다니지 않고 냄새를 따라갈 것이다.

후각도 없고 다른 길 찾기 능력도 없는 엑시톤 에너지는 주정뱅이의 전략을 따라 엽록체의 숲을 나아갈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추측은 잘 납득되지 않았는데, 광합성의 첫 단계인 이 과정은 대단히 효율적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엽록소의 안테나 분자에서 포획한 광자 에너지가 반응 중심으로 전달되는 과정은 알려진 모든 자연적 반응과 인위적 반응에서 가장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효율성이 무려 100퍼센트에 근접한다. 최적의 조건 하에서는 엽록소 분자가 흡수한 에너지가 거의 다 반응 중심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만약 정처 없이 헤매는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면, 거의 모든 에너지가 중간에 사라져야 마땅하다. 어떻게 광합성 에너지는 주정뱅이나 개미나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기술보다도 목적지를 훨씬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생물학에서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양자 맥놀이

MIT 모임의 회원들이 웃어넘긴 기사의 도화선이 된 연구 논문3의 책임 저자는 귀화 미국인인 그레이엄 플레밍이었다. 1949년에 잉글랜드 북부의 배로에서 태어난 플레밍은 현재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양자역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그의 팀은 “2차원 푸리에 변환 전자 분광학two-dimensional Fourier transform electronic spectroscopy”(2D—FTES)이라는 인상적인 이름의 막강한 기술을 활용한다. 2D-FTES는 가장 미세한 분자계에 지속 시간이 짧은 레이저 펄스를 집중시킴으로써 그 분자계의 내부 구조와 역학을 조사할 수 있다. 이들은 식물이 아니라 주로 페나-매슈스-올슨(FMO) 단백질이라는 광합성 복합체를 이용해서 연구를 했다. 이 단백질은 녹색황세균이라는 광합성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세균은 흑해와 같은 황화물이 풍부한 깊은 바다에서 발견된다. 연구자들은 광합성 복합체에 세 개의 레이저 펄스를 연속적으로 쏘는 방식으로 엽록소 시료를 조사했다. 레이저 펄스가 매우 빠르고 정확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에너지를 방출하면, 시료에서는 이 에너지를 감지한 감지기가 빛 신호를 만든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그레그 엥겔은 밤을 꼬박 새워서 50〜600펨토초 길이의 신호가 만들어내는 자료들을 이어 붙이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최소 600펨토초 동안 진동하면서 오르내리는 신호였다(그림 4.7). 이 진동은 이중 슬릿 실험 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번갈아 나타나는 간섭무늬를 닮았다. 또는 악기를 조율할 때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맥놀이와도 비슷했다. 이런 ‘양자 맥놀이’는 엑시톤이 엽록소라는 미로에서 하나의 길을 따라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경로를 동시에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림4.8). 이와 같은 여러 갈래의 길은 거의 조율된 기타에서 나는 진동음과 조금 비슷한 작용을 한다. 길이가 거의 같으면 맥놀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자 결맞음은 대단히 섬세해서 유지시키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을 기억하자. 결어긋남을 막기 위해 영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수의 MIT 양자컴퓨터 연구자들보다 미생물과 식물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플레밍의 논문에서 내놓은 주장은 참으로 대담했다. 세스 로이드의 말처럼, 이 “수상한 양자 속임수”는 이 MIT 학자 모임의 화를 돋웠다. 버클리 연구진은 FMO 복합체가 반응 중심에 이르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양자컴퓨터처럼 작용한다고 제안하고 있었다. 이런 최적화 문제는 다수의 목적지를 경유하는 여행 경로와 연관된 유명한 수학 문제인 외판원 순회 문제에 해당되며, 대단히 강력한 컴퓨터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3 G. S. Engel, T. R. Calhoun, E. L. Read, T-K. Ahn, T. Mančal, Y-C. Cheng, R. E. Blankenship and G. R. Fleming, ‘Evidence for wavelike energy transfer through quantum coherence in photosynthetic systems’, Nature, vol. 446 (2007), pp. 782-6 doi: https://doi.org/10.1038/nature05678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물리학자, 생물학자 양반들???? 혼란하다 혼란해-_-

유아 기억상실의 복구실험

일반적으로 4세 이전의 매우 어릴적 시절에 있었던 사건을 회상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런 현상을 infantile amnesia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인간의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도 관련 논점들이 나열되어 있다. 일전에 본 Luria의 책[1]에 등장하는 환자 Solomon Shereshevsky는 1살때의 기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일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예외가 있는 듯 하다.

여하간 한겨레 기사[2]를 보니 유전자 변형을 한 쥐에게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infantile amnesia가 일어난 기억을 회상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3]을 봤는데, 동물에게도 infantile amnesia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 뭐 실험을 회의적으로 보려면 지적할 부분이 끝이 없겠지만, 여하간 뇌의 자극으로 기억을 도왔다는 사실이 일전에 이야기한 뇌 임플란트[4]와 유사해 보여서 흥미롭다. 물론 뇌 임플란트는 입력을 돕는 거고, 이 실험은 출력을 돕는 거라 좀 차이가 있긴 하다. 여하간 조금 과장된 해석을 하자면, 우리도 뇌에 어떤 자극을 주면 1살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드는구만. ㅋㅋㅋ

그나저나 한겨레 기사[2]의 기자가 오철우 기자인데, 기사에 논문의 summary 번역도 있고 전반적으로 기사의 품질이 높다. 한겨레 사이언스 온[5]에서 오철우 기자의 기사를 자주 봤는데, 경험상 오철우 기자의 기사는 일단 믿고 읽어보는 게 좋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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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2014년 4월 13일
[2] 한겨레 유년기억, 사라진 게 아니라 잠자고 있었네 2018-07-12 16:19
[3] Axel Guskjolen, et al. “Recovery of “Lost” Infant Memories in Mice”, Current Biology, Published: July 5, 2018, DOI: https://doi.org/10.1016/j.cub.2018.05.059
[4] 내 백과사전 기억력을 보조하는 뇌 임플란트 2018년 7월 18일
[5] http://scienceon.hani.co.kr/

기억력을 보조하는 뇌 임플란트

페이스북의 Neuroscience News and Research 페이지를 보니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1]하고 있다. 3분 46초.

댓글에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질문 답변도 받고 있던데, 같이 읽어보면 재미있다. 댓글에 연구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일단은 치매나 간질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듯 하니, 가까운 시일 안에 정상인이 기억력 향상을 목적으로 장치를 다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듯 하다. ㅎㅎ

뇌에 해마와 유사하게 전기 자극을 줄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장치를 심어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모양인데, 사람이 기억을 시도할 때 생성되는 어떤 패턴을 흉내내는 것 같다. new scientist에 관련 기사[2]도 있다.

기억력을 부스트 할 수 있다니 대단히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는데, 공부하는데 노력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자꾸 드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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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NeuroNewsResearch/posts/2014432315242183
[2] new scientist Brain implant boosts human memory by mimicking how we learn 13 November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