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 잃어버린 고리? 경계, 전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화석의 매혹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 잃어버린 고리? 경계, 전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화석의 매혹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18-06-29 | 원제 The Story of Life in 25 Fossils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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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보이는 게 많아서 읽는 재미가 난다. ㅎㅎ 근래 오파비니아 시리즈[1]가 계속 출간되고 있어서, 고생물학에 무지한 본인도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이 풍성해서 대단히 좋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25개 화석을 중심으로 고생물학과 고생물학사의 변천을 전반적으로 훑어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는 독립적인 내용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끊어 읽기도 좋다. 일전에 프로세로 선생의 저서[2]를 이미 읽은 바 있는데, 이거랑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p16에 챌린저 호의 탐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관해서 김명호 화백의 책[3]에 재미있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p26에 프로세로 선생은 ALH84001에 대해 중립적 입장인 듯 한데, 대충 분위기 보니-_- 생명체가 아닌 쪽으로 인정되는 듯 하다.[4]

p47에 프로세로 선생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폭발이 아니라 천천히 일어난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데, 프로세로 선생은 전반적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완만한 변화라는 설명을 선호하는 듯 하다. 본인이 알기로 칙슬룹 충돌로 K-Pg 멸종을 설명하는 것이 대세인 듯 한데, 과거에 프로세로 선생은 K-Pg 멸종도 서서히 일어났다고 주장했지만[2], 본 서에서는 K-Pg 멸종에 대해 언급이 없다. 여하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서서히 일어난 현상이라는데에 대한 반론은 마틴 브레이저 선생의 저서[20]에 나온다.

p49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서서히 일어났다는 주장을 하면서 Andrew Knoll 선생의 말을 인용하는데, 본인이 읽은 Knoll 선생의 책[4]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인 듯 하다. ㅎㅎ

p54에 삼엽충이 방해석의 구면수차를 이용하여 시각을 구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 블로그에서 포티 선생의 저서[5]에서 일부를 인용[6]해 두었으니 참고 바란다.

p66에 굴드 선생의 그 유명한 저서[7]를 언급하는데, 애석하게도 포티 선생의 설명[5]에 따르면 현생 생물과의 연결관계는 대부분 파악되고 있는 듯 하다. 고생물학의 지식은 너무 업데이트가 빨라서 너무 옛날책을 읽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좋다.

p154에 물고기에게 걷는 훈련을 시켜서 몇 세대 후에 땅위를 걸어다니는 물고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좀 내용이 신박해서-_- 검색을 해 봤다. 에밀리 스탠든의 논문[8]을 말하는 듯 한데, 영상[9]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연구가 있는 줄 몰랐네. ㅋㅋ

p253에 프로세로 선생은 티라노사우루스 앞다리의 용도가 없어서 퇴화된 쪽을 지지하는 듯 한데, 본 블로그에서도 T Rex 앞다리의 수수께끼에 대해 언급한 적[10]이 있다. T Rex를 둘러싼 여러가지 논쟁점들[11]은 galoist 화백도 한 번 다룬 적[12]이 있다.

p274에 유명한 고생물화가인 Charles R. Knight가 그린 브론토사우루스의 작품이 실려있다. 일전에 Brian Choo의 인터뷰[13]를 보니 고생물화가들도 나름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듯 하다. ㅎㅎ 이쪽으로 관심있으면 페북의 Studio 252MYA 페이지[14]를 추천한다.

p273에 나오는 브론토사우루스의 명명에 대한 논란은 유명한데, 이 책에는 살짝 옛날 정보가 실려있다. 근래 브론토사우루스의 명명이 부활했다고 하던데, 디플로 선생의 슬로우뉴스 기사[15]에서 잘 다루고 있다. 고생물학 웹툰인 Corkboard of Curiosities에서도 언급[16]하고 있다.

20번째 화석이야기가 고래인데, 이에 관해 오파비니아 시리즈 책[17]이 이미 있다. 아 빨랑 읽어봐야 하는데 아직 안 읽어봤다. ㅎㅎ

p405에 분자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의 논쟁이 언급되어 있는데, 고고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두 문화가 있다. 일전에 언급한 적[18]이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내용은 고인류학 내용인데, 이에 관해서는 역시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의 하나인 Ann Gibbons의 저서[19]에 잘 설명되어 있다. 사실 이 책[19]의 후반 1/3은 근래 발견된 고인류의 흔적 중에서 누가 가장 오래됐느냐를 두고 고인류학자들이 논쟁 및 정치싸움을 묘사하는데 할애하고 있어서, 학술적인 재미는 좀 덜한 편이다. 여하간 프로세로 선생은 투마이를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고생물학 서적은 지질연대표를 대략적으로 암기해 놓고 읽는 것이 무척 도움된다.

책의 뒤쪽에 국내에서 화석을 볼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역자께서 조사하신 듯? 김정은 번역가의 과학책들을 꽤 많이 읽어봤는데, 품질이 높고 좋은 책들이 많다. 번역가의 품이 많이 들어간 듯하여 추천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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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파비니아 (aladin.co.kr)
[2] 내 백과사전 [서평] 공룡 이후 : 신생대 6500만 년, 포유류 진화의 역사 2013년 6월 10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최초의 30억 년 :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 2010년 11월 1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2010년 5월 2일
[6] 내 백과사전 삼엽충의 눈 2019년 1월 20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2010년 5월 19일
[8] Emily M. Standen, Trina Y. Du & Hans C. E. Larsson, “Developmental plasticity and the origin of tetrapods”, Nature volume 513, pages 54–58 (04 September 2014) https://doi.org/10.1038/nature13708
[9] Senegal bichirs wriggle out of water | Science News (youtube 5초)
[10]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의 용도 2012년 10월 25일
[11]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몇 가지 의문점 2013년 10월 30일
[12] https://www.facebook.com/galoist/posts/279478386070538
[13] 내 백과사전 Brian Choo의 작품 2011년 5월 22일
[14] Studio 252MYA (facebook.com)
[15] 슬로우뉴스 브론토사우루스의 귀환 2015-04-21
[16] PALEONTOLOGICAL NOMENCLATURE, PART 1 (corkboardofcuriosities.com)
[17] 걷는 고래 – 그 발굽에서 지느러미까지, 고래의 진화 800만 년의 드라마 J. G. M. 한스 테비슨 (지은이), 김미선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16-07-04 | 원제 The Walking Whales (2014년)
[18] 내 백과사전 고고학의 두 문화(two cultures) 2018년 5월 14일
[19] 최초의 인류 –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선 140년의 대탐사 앤 기번스 (지은이), 오숙은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08-10-24 | 원제 The first Human: The Race to Discover Our Earliest Ancestors
[20] 내 백과사전 [서평]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을 찾아서 2014년 4월 28일

삼엽충의 눈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리처드 포티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07-12-21 | 원제 Trilobite: Eyewitness To Evolution (2000년)

강조된 부분은 원문을 따르는 것임.

p117-131

그 눈은 약간의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그 눈은 전적으로 방해석의 광학적 특성에 의존하며, 따라서 방해석의 결정학에 의존한다. 커다란 방해석 결정을 깨면 미세한 원자구조와 연관된 방식으로 부서질 것이다. 광물의 그런 쪼개짐은 물질 자체의 보이지 않는 배열의 명령에 따른다. 당신의 손에는 능면체라고 하는 면이 6개인 광물이 놓여있다. 능면체의 면은 정육면체의 면 같은 정사각형도 판 초콜릿 같은 직사각형도 아니며, 직각에서 기울어져있다. 광물형태의 기하학은 결정의 중심을 지나는 축 몇 개의 방향을 갖고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정육면체다. 다시 말해 각 면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중심에서 만나는 축들이 모두 직각이고 거리가 같을 때다. 이 축들은 각각 a, b, c라고 한다. 한때 과학이 단순하게 명칭을 붙이던 시대의 산물이다. 방해석 구조에서는 하나의 축에 수직인 세 개의 축이 서로 120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능면체 구조가 된다. 이 정육면체가 아닌 투명한 방해석은 빛을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광선이 능면체의 측면에서 들어오면 둘로 갈라진다. 그것을 복굴절이라고 한다. 하나는 ‘정상’ 광선이 되고 다른 하나는 ‘이상’ 광선이 된다. 두 광선의 경로는 능면체의 모양에 따라, 곧 개별원자들이 쌓이는 양상에 따라 정해진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1층에는 거대한 빙주석 표본이 놓여있다. 들여다보면, 몰타 십자가의 상이 두 개 보인다. 하나는 정상광선을 통해 생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광선이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빛의 광학적 쪼개짐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이 딱 한 군데 있다. 광선의 방향이 c 결정축에 근접할 때다. 이 방향에서 오는 광선은 둘로 나뉘지 않고 곧장 지나간다.

방해석이 빛을 처리하는 방식은 교양지식을 알아보는 시험에서 심오한 답인 양 자랑스럽게 제시하는 하나의 기이한 사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c축의 선택성에 따라 그 각도에서 접근하는 빛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결정이 c축에 평행하게 길어져서 각기둥이 되어도, 그 축 방향으로 들어온 빛은 굴절되지 않은 채 각기둥의 긴 축을 따라 결정 속을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들은 정상광선과 이상광선으로 갈라질 것이고, 그 광선들은 굴절되어 각기둥 가장자리에 도달했다가 부분적으로 내부반사가 이루어지거나 다시 굴절될 것이다. 각기둥이 충분히 길면, 한쪽 끝에서 들어운 빛들 중에 오직 c 결정축 방향에서 오는 것만이 제대로 통과하게 된다. 달리 표현하지면, 그런 결정이 ‘보는’ 빛은 한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삼엽충이 방해석의 특성을 자신의 목적에 활용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다시 말해 그들은 결정 눈을 갖고 있다.

삼엽충의 눈은 긴 각기둥 모양의 투명한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눈은 그런 각기둥들을 옆으로 많이 늘어세운 형태다. 다른 수십종류의 절지동물들과 비교하면, 각기둥들은 하나하나 수정체 구실을 한 것이 분명하다. 파리의 눈이 수정체가 하나씩 있는 육각형들이 모인 벌집 모양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또는 잠자리의 눈이나 바닷가재의 눈처럼. 삼엽충은 또 다른 유형의 절지동물 겹눈을 머리에 달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수많은 작은 사각단위들로 이루어진 눈 말이다. 구성단위는 수정체다. 특이한 점은 삼엽충의 수정체가 암석을 만드는 광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략)

그림 10 삼엽충의 눈이 작용하는 방식. 광선은 c 결정축에 평행한 방향으로 방해석 수정체를 통과한다. 눈 안쪽에는 광수용체가 놓여 있다.


삼엽충의 수정체에서 c 결정축은 각 수정체를 이루는 각기둥의 긴 축을 따라 놓여있다. 대부분의 수정체에서는 이 축이 수정체 표면과 정확히 직각을 이룬다. 당신이 각 수정체의 표면 전체를 볼 수 있다면(확대경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그 수정체도 당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할 나위없이, 수정체 자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정체는 특정한 방향의 빛이 통과하도록 허용한다. 일반적인 삼엽충의 눈은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작고 긴 각기둥들이 많이 모인 것이다. 길쭉한 반원형 눈에는 그런 수정체가 수백 개 또는 수천 개 모여 있다. 그 수정체들 중에는 c축이 앞을 향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옆을 향한 것들도 있고, 뒤를 향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수정체들의 중심으로부터 미세한 바늘들이 c축들을 따라 삐죽 튀어나와 있다고 상상해보자. 커다란 눈은 그런 상상의 바늘들이 가득한 고슴도치나 호저가 된다. 각 바늘은 특정한 표적에 꽂힌 수많은 작은 화살들처럼, 수정체들을 통과할 수 잇는 광선들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각 빛의 화살은 그 눈에 한가닥 이해의 빛줄기가 될 것이고, 각 수정체는 그 나름으로 시야에 기여를 한다.

(중략 : 5페이지)

삼엽충의 눈이 평범하지 않다고 한다면, 파콥스의 눈은 더 기이하다.(‘정상적인’ 삼엽충 눈은 전문용어로 완전복안이라고 하며, 파콥스와 그 친척들의 특수한 눈은 집합복안(schizochroal eyes)이라고 한다.) 그것을 더 상세히 연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수정체를 잘라 단면을 만들어서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광학적 특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비록 삼엽충이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해도, 이 아름다운 생물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원형 톱으로 머리를 가르는 일은 왠지 죄받을 짓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억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빽빽하게 모인 진주들은 이제 한나절 만에 파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만든 단면들은 기이한 비밀을 드러낸다. 첫째, 이 수정체들은 정말로 거의 구형이거나 물방울과 좀 비슷한 모양이다. 파콥스의 렌즈는 불편할 정도로 의안과 비슷하다. 나는 학창시절에 의안을 낀 어느 나이가 꽤 많은 형과 노동일을 한 적이 있었다.

(중략 : 학창시절 본 의안)

둘째, 한 수정체의 빛이 옆 수정체의 빛과 겹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차단벽이, 쉽게 말해 인접한 수정체들 사이에 대개 작은 ‘벽’이 세워져 있다. 가끔 수정체가 약간 가라앉아 있고, 수정체 사이의 부위가 약간 부풀어 있을 때도 있다. 이 광학적 배열은 그 동물이 오래된 존재라는 것과 걸맞지 않는 아주 정교한 구조다. 그 점이 놀라울 수도 있다. 우리는 광학 역사의 중간단계에 있는 눈이라면 으레 좀 엉성해 보이거나 적어도 다른 많은 초라한 동물들의 눈과 대강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펑범한 삼엽충의 눈처럼 말이다. 하지만 파콥스의 눈은 털털이 자동차 시대에 등장한 스포츠카처럼 뜻밖의 것이다. 그들은 방해석 수정체를, 그것도 아주 독특한 유형의 것을 지니고 있다.

(중략)

곧이어 유언 클락슨리카르도 레비세티는 그 비결의 작동방식을 알아냈다. 파콥스 수정체의 구형구조와 크기가 크다는 점을 볼 때 작은 수정체를 이용하는 친척들과 달리 그들이 어떤 다른 방법을 써서 상을 형성한 것은 분명했다. 그들의 수정체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된 두툼한 양면 볼록렌즈였다. 투명한 유리구슬을 빛이 들어오는 곳이 가져가서 들여다보면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잇다. 모든 것이 휘어지고 일그러진 뒤집힌 세계가 보일 것이다. 파콥스의 상은 그보다는 훨씬 더 선명했을 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이 초점에 모이는 것은 서로 다른 빛줄기들이 렌즈를 지날 때 자기 궤도에 따라 각기 다른 거리를 이동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방해석 같은 굴절물질에서는 빛줄기들이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인다. 그래서 초점이 흐릿하다. 내 옛 동료의 의안이 그렇듯이 투명하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설계결함을 전문용어로 구면수차라고 한다.

리카르도 레비세티는 타고난 천재들이 우글거리는 시카고 대학의 핵물리학 교수다. 그는 개인적으로 삼엽충에 관심이 많으며, 많은 고생물학자보다 더 그쪽으로 연구를 한다. 유언과 리카르도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서글서글한 털복숭이 스코틀랜드인과 단정하고 쾌활한 이탈리아 인이 만났으니 말이다. 그들은 파콥스가 구면수차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언은 삼엽충 집합복안의 각 수정체 내부와 바닥이 일종의 그릇 모양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냈고, 그것이 그 수정체의 색다른 구조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때로는 이 그릇이 떨어져나간 표본들도 있는데, 그러면 눈은 작은 접시들이 죽 늘어선 것처럼 보였다. 유언과 리카르도는 눈의 그 부위를 얇게 잘라 단면을 살펴보앗다. 그들은 그 방해석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음을 발견했다. 불순물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결정구조의 칼슘 원자들 중 일부가 가장 가까운 원소인 마그네슘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두 원자는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마그네슘은 같은 군복을 입고 군대에 침투한 스파이처럼 몰래 들어올 수 있었다. 가장 순수한 방해석에도 적긴 하지만 그런 숨은 요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어 ‘고마그네슙 방해석(high magnesian calcite)’이 형성되면 결정정이 빛을 휘는 능력인 굴절지수가 변한다. 수정체마다 고마그네슘 층의 두께가 구면수차를 보정하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다르며, 경이로울 정도의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빛은 그만큼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빛으로 보정된다. 이 보정층이 바로 그릇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 삼엽충은 현대 안경사들이 이중렌즈라고 부르는 것, 다시 말해 잘못 보이는 렌즈 두 개를 적절히 붙여서 만든 제대로 보이는 렌즈를 개발했던 것이다.

그림 12 유언 클락슨과 리카르도 레비세티가 파콥스의 수정체 안에 있는 고굴절 그릇이 어떻게 광선들을 구부려서 초점을 더 선명하게 맞추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 그림.

예전에 썼던 글을 약간 정리해서 재업로드 한 것임.

최악의 알파벳 책 : P is for pterodactyl

일전에 A is for Array와 같은 책 이야기[1]도 했지만, 애들에게 알파벳을 알려주기 위한 Alphabet book의 종류가 무척 많은 듯 한데, 자칭 최악의 알파벳 책이라고 광고하는 책이 있는 듯 하다. 이름하여 ‘P is for pterodactyl'[2]이라고 한다. ㅎㅎㅎ

근데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나름 엄청 팔린 듯 하다.[3] 진짜 실제로 애 한테 보여줄 사람이 있긴 있는감?? 그냥 단어 오타쿠가 좋아할 듯하다. ㅋㅋㅋ

가디언 기사[3] 중간에, B 묵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영어에서 오직 하나 뿐이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이게 뭔 단어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bdellium[4]이라고 한다.[5] 진짜 단어 오타쿠나 알만한 단어구만-_-

한편 pterodactyl이랑 pterosaur가 뭐가 다른가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홈페이지[6]에 따르면, 아무래도 pterodactyl는 pterosaur의 한 종류인 듯 하다. pterodactyl이라 하니, 트위터에서 예전에 본 개그[7]가 생각나는구만. ㅋ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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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프로그래머의 자녀를 위한 그림책 : A is for Array 2013년 6월 1일
[2] P Is for Pterodactyl: The Worst Alphabet Book Ever (amazon.com)
[3] 가디언 P is for pterodactyl, T is for tsunami: the ‘worst alphabet book’ becomes a bestseller Mon 3 Dec 2018 07.00 GMT
[4] bdellium (dic.daum.net)
[5] Which word has a silent B at the start? [duplicate] (english.stackexchange.com)
[6] PTERODACTYL OR PTEROSAUR? (carnegiemnh.org)
[7] https://twitter.com/thenatewolf/status/685632235857408001

고생물의 분자적 증거와 오염문제로 인한 논쟁

유명한 고전 영화 ‘쥬라기 공원‘에는 호박에 갇힌 중생대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복원하는 걸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실제 상황에서는 화석이나 호박이나 고대 생물의 외형은 남아있지만 그 분자적 증거는 전혀 남아있지 않아서, 분자생물학적 접근이 불가능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전[1]에 티라노사우르스의 콜라겐을 추출했다고 주장하는 Schweitzer 선생의 연구[2]는, 고생물학자들이 의심스럽게 생각하기에 충분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논란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인데, 최근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아틀랜틱 지[3]에 실려 있다.

자신의 소개[4]에 따르면 시카고에 소재한 Field Museum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Evan Saitta라는 연구자는 화석화된 뼈속에서 군집화해서 살아가는 미생물을 발견[5]하였는데, 이는 Schweitzer의 결과[2]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근원적으로 외부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아직 bioRxiv에만 올라와 있어 피어리뷰는 받지 않은 듯.

일전에 읽은 닉 레인 선생의 책[6;p353]이랑, 양자 생물학 책[7;p88]에서는 Schweitzer 선생의 결과[2]가 나름 믿음직한 것처럼 돼 있던데, 이거이거 내용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Schweitzer 선생은 한술 더 떠서 일전의 티라노사우루스[2]처럼 근래에도 비슷한 논문을 하나 더 쓴 모양인데, 브라키로포사우루스의 콜라겐을 추출했다고 주장[8]하고 있다. 이 주장도 마찬가지로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아틀랜틱 기사[3]에서 Schweitzer 선생은 그들의 주장이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듯.

여하간 고대생물의 분자적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쪽과 회의적인 쪽의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고대생물의 분자적 정보는 언제나 오염문제로 골치를 썩게 되는데, 일전에 mad scientist 선생도 스판테 파보 선생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9]이 있다.

참고로 아틀랜틱 기사[3]를 쓴 사람은 Ed Yong이라는 사람인데, 일전에 동물의 거울 자각 테스트 기사[10]이야기도 했지만, 이 사람이 쓴 기사가 무척 훌륭할 때가 많은 듯 하다. 위키를 보니 나름 한 가닥 하는 사람인 듯 하다. 한겨레 과학기사의 오철우 기자처럼 이 사람의 기사는 일단 무조건 믿고 읽으면 될 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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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21
science This fossil is one of the world’s earliest animals, according to fat molecules preserved for a half-billion years Sep. 20, 2018 , 2: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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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동물 2011년 6월 29일
[2] M. H. Schweitzer, Z. Suo, R. Avci, J. M. Asara, M. A. Allen, F. T. Arce and J. K. HOrner, “Analyses of soft tissue from Tyrannosaurus rex suggest the presence of protein”, Science vol. 316:5822 (2007), pp. 277-80 DOI: 10.1126/science.1138709
[3] 아틀랜틱 Bacteria in a Dinosaur Bone Reignite a Heated Debate SEP 13, 2018
[4] https://evansaitta.blog/
[5] Evan Thomas Saitta, et al. “Life Inside A Dinosaur Bone: A Thriving Microbiome”, bioRxiv 400176; doi: https://doi.org/10.1101/400176
[6]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 2011년 7월 1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 2018년 8월 7일
[8] Elena R. Schroeter, et al “Expansion for the Brachylophosaurus canadensis Collagen I Sequence and Additional Evidence of the Preservation of Cretaceous Protein”, Journal of Proteome Research 2017 16 (2), 920-932 DOI: 10.1021/acs.jproteome.6b00873
[9]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654069168073838
[10] 내 백과사전 여러 동물의 거울 자각 테스트 2017년 2월 14일

심해에서 상어를 공격하는 거대 절지동물?

페북에서 어느 심해 영상[1]을 보게 됐다. 재생시간 4분 24초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상어 두 마리를 야생으로 풀어주는 과정에서 상어를 공격하는 미지의 생물을 목격한 것 같다. 근데 그 생물이 마치 절지동물처럼 생겼다는게 문제다. 아니, 상어 머리를 물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입을 가진 거대한 절지동물이 있던가??

위키피디아의 Arthropod 항목을 대충보니 에디아카라기에도 절지동물로 분류되는 것들이 있는 듯 하다. 여태까지 에디아카라기에는 exoskeleton이 있는 동물이 없는 줄 알았다. ㅎㅎ 거대 절지동물로 삼엽충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삼엽충은 2.5억년 전에 P–Tr 대멸종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니 그럼 저 생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중간에 Stephen Brusatte 선생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글[2,3]은 가끔 봤어도 얼굴은 처음 봤다. 훈남이구만. ㅋㅋㅋ

뭐 여하간, 지난 52헤르츠 고래 이야기[4]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육지보다도 넓은 바다 속에는 뭐가 살고 있는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구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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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ScienceChannel/videos/vb.14391502916/2114775605509426/
[2]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 크기의 변화 2010년 9월 23일
[3] 내 백과사전 영화 Jurassic World의 고증 논란 2015년 6월 14일
[4] 내 백과사전 52 헤르츠 고래 2016년 2월 29일

고대 지구의 대륙 위치를 웹브라우저로 보기

해커뉴스[1]를 보니 재미있는 사이트[2]가 화제가 되고 있어 포스팅함. ㅋ

판 구조론 때문에 대륙이 이동한다는 사실은 고교 과학책에도 나오는 상식같아 보이지만, 많은 지질학자들이 불과 70년대까지만해도 이 이론을 거부했다고 한다.[3] ㅎㅎ

여하간 시대별로 텍토닉의 위치를 웹브라우저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2]다. 로딩에 살짝 시간 걸린다. 데스크탑의 크롬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의 크롬브라우저, 아이패드의 사파리 브라우저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 근데 모바일에서는 로딩시간이 꽤 길다.

주요 생물학적 사건들 (K-Pg 대멸종, P–Tr 대멸종, 캄브리아기 폭발 등)의 시점에서 특히 확인할 수 있다.

대륙이 지구 역사 동안에 몇 번 헤쳐모여를 했는데, P–Tr 대멸종 전후로 모든 대륙이 연결되는 초 거대 대륙을 이룬 적이 있다. 소위 판게아라는 것인데, 이 당시 한국의 위치를 찾아보니 형체도 없었구만-_- ㅋ

제작자는 GPlate의 데이터를 참고했다고 한다. 나름 지질학자들의 헌신적인 데이터 수집이 있었는 것 같다. 이런 걸 공짜로 보는 거에 감사할 따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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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ow HN: Plot modern addresses on Earth 240M years ago (hacker news)
[2] http://dinosaurpictures.org/ancient-earth
[3] 내 백과사전 대륙이동설 2011년 8월 18일

프리프린트 공유 사이트

수학, 물리학, 천문학, 컴퓨터 공학 분야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arXiv[1]는 유명한데, 오늘 페북의 고생물학 그룹을 보니 고생물학분야에서도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aleoXiv라는 사이트[2]가 생긴 듯 하다. 오호! 아직 총 논문이 74편 밖에 안 되니 신생 사이트인 듯. ㅋㅋ

얼마전에 신경정신 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syArXiv라는 사이트[3]를 본 적이 있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사회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SocArxiv[4]도 있네??? 헐… 첨 알았음. 근데 사회과학쪽은 프리프린트 오픈억세스로 SSRN[5]이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ㅋ 생물학 쪽의 bioRxiv[6]는 꽤 오래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이쪽은 숫자가 꽤 많이 증가한 듯 하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viXra라는 사이트도 있는 듯 하다. 메인페이지[7] 하단의 자신들의 소개에 따르면, 코넬 대학교의 운영방침에 반하여 arXiv에 싣지 못하는 논문에 대한 대안으로 만든 사이트라고 한다. 뭔 일이 있었던 건가-_-? viXra는 arXiv를 거꾸로 한 것인데, 마치 DivX에 반발하여 만든 Xvid를 연상케 한다. ㅎㅎ

생각이 나서 오랫만에 snarXiv[8] 사이트에 가 봤는데, 아직도 운영되는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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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4

 


[1] https://arxiv.org/
[2] https://paleorxiv.org/
[3] https://psyarxiv.com/
[4] https://osf.io/preprints/socarxiv
[5] https://www.ssrn.com/
[6] https://www.biorxiv.org/
[7] http://vixra.org/
[8] 내 백과사전 snarXiv 2010년 6월 9일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에드워드 J. 라슨 저/임종기 역, “얼음의 제국“, 에이도스, 2012

p369-371

당시 지휘를 맡고 있었던 앳킨슨은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대원들의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그곳에서 소지품과 함께 썰매를 찾아냈다. 소지품 중에는 비어드모어 빙하의 빙퇴석에서 채집한 아주 중요한 지질 표본도 있었는데 무게가 35파운드 정도 됐다. 윌슨 박사의 요구에 따라, 죽을 때까지 이 표본들을 간직했던 것이다. 심지어 재앙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을 때조차도, 자신들이 끌어야 했던 짐에 보태기에는 표본이 너무나 무겁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수거한 우리는 텐트 방수포로 시신을 덮고는 장례식을 치렀다. 이때부터 다음날까지 줄곧 시신 위에 돌무덤을 쌓았다.” 대원들은 오츠의 시신을 찾기 위해 썰매를 이끌고 남쪽으로 20마일을 갔지만, 그의 슬리핑백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70

시신과 일기 말고 회수된 암석들도 그때 이후로, 아주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비평가들은 스콧이 시간을 들여 표본을 채집해서 끌고 오는 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스콧을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표본을 간절히 채집하고 싶어 했던 인물은 월슨이었다. 윌슨의 일기는 암석에 들어 있는 나뭇잎 화석의 흔적을 보고서 느낀 전율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발견 결과를 통해, 화석에 있는 식물이 세계적 범위의 식물군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가장 큰 잎들 대부분은 모양과 엽맥으로 볼 때 너도밤나무 잎 같았다”고 지적했다. 데븐햄은 표본을 보고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버클리 산에서 남극점 팀이 가져온 35파운드 무게의 표본에는 고생대 후기의 식물 화석 흔적이 있었다. 대충 봐도 그 식물은 다른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면밀한 연구를 통해서 이 화석에는 오랫동안 찾아왔던 식물, 즉 글로소프테리스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극대륙에 이 식물이 서식했다는 사실은 한때 남쪽의 대륙이 광대한 초대륙을 형성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케임브리지의 식물학자인 A. C. 슈워드는 1914년 이렇게 말했다. “비록 불충분하지만, 남극점 팀이 채집한 표본으로 남극대륙의 영토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다. 그 그림에 근거해서 볼 때, 표본은 고생대의 대륙에서 분기선에 퍼져 있던 새로운 식물군이 진화한 것이라고 보는 판단은 합당하다. 버클리 산의 빙퇴석에서 글로소프테리스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가설을 확증된 사실로 받아들이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다”71

 


70. E. L. Atkinson, “The Last Year at Cape Evans,” in Scott, Last Expedition, 237.
71. Edward Wilson, Field Notes, in A. C.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in British Museum (Natural History), British Antarctic (“Terra Nova”) Expedition, 1910, Natural History Reports: Geology, vol. 1 (London: British Museum, 1914), 6; F. Debenham, “The Geological History of South Victoria Land.” in Scott, Last Expedition, 300;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42

다니엘 에버렛 선생의 신간 : How Language Began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기사[1]를 보니 다니엘 에버렛 선생의 신간[2]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여유가 되면 기사 일독을 권한다. 참고로 기사 제목의 ‘high stakes‘는 큰 돈이 걸린 내기라는 뜻이라는데, 일본어로 치면 しょうねんば 정도의 의미가 될려나? ㅋ

주지하다시피, 촘스키 선생이 인간 언어 구현을 위한 생물학적 기반이 존재한다(소위 hard-wired)는 언어학과 인지과학의 혁신적 주장[3]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언어가 공통으로 가진 특성[4]이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특성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언어의 재귀성인데, 에버렛 선생이 피라항 어를 연구하면서 재귀성이 없는 특징에 주목한 것이 유명하다. 에버렛 선생의 책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5]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이 책[5]을 요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뉴요커 글[6]이 있는데, 뉴스페퍼민트에 전문 번역[7]이 있다. 재미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이와 관련해서 Tom Wolfe라는 사람이 The Kingdom of Speech라는 책을 써서 촘스키를 열라 깐 모양-_-인데, 정작 촘스키 선생은 한 부족의 예외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정도로 열라 쿨하게 반응[8]한 듯 ㅋㅋ

여하간 이번 신간[2]에서 에버렛 선생은 재귀성이 언어의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면 더 넓은 범위에서 언어를 정의할 수 있고, 따라서 호모 에렉투스가 언어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하는 듯 한데, 이렇게 되면 최초의 언어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길게 잡아 수십만년보다 더 오래된 백만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고인류학까지 물린 주장이라 꽤나 논쟁인 것 같다. ㅎㅎ 예전에 본 블로그에 달린 veritaholic님의 댓글[9]을 보니 호모 에렉투스가 일종의 음성신호를 내면서 살았다는 증거는 일단 있는 듯해 보이는데, 고인류학 문제를 에버렛 선생이 어떻게 설득력있게 풀어나갈지 꽤나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ㅎㅎ

위키피디아의 Origin of language 항목에 따르면, 1866년 파리언어학회는 정관에 언어의 기원에 관한 어떤 연구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그만큼 떡밥도 많고 논쟁도 많은게 최초의 언어 논란인데, 여기에 에버렛 선생도 가세하면서 좀 더 복잡해 지는 듯 하다. ㅎㅎ 최초의 언어를 연구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는 일전에 읽은 크리스틴 케닐리의 저서[10]가 무척 유익하니 일독을 권한다.

작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컴퓨터 공학자인 Robert C. Berwick과 촘스키 선생이 공저한 ‘Why Only Us'[11]를 소개하는 기사[12]를 본게 생각나는데, 이 책[11]은 안 읽어봤지만 대충보니 merge와 같은 언어의 재귀성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 같은데, 그런 재귀적 특성이 단일 인물에 의해 발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이건 촘스키 선생의 과한 주장이 아닌가 싶은데, 여하간 언어의 재귀성이 필수가 아니라는 에버렛 선생의 관점과 배치된다. 언어의 기원에 촘스키 선생도 가세했으니 복잡다 복잡해.. ㅋ

여하간 에버렛 선생의 이번 신간[2]의 번역서가 과연 나올지 모르겠는데, 나왔으면 좋겠다 ㅋㅋ 아니면 그 전작[13]이라도… -_-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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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21

 


[1] 이코노미스트 An argument over the evolution of language, with high stakes Oct 5th 2017
[2] How Language Began: The Story of Humanity’s Greatest Invention (amazon.com)
[3] 내 백과사전 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2013년 4월 20일
[4] 내 백과사전 보편 문법에 대한 간략한 소개 2013년 11월 27일
[5]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 양장본 다니엘 에버렛 (지은이), 윤영삼 (옮긴이) | 꾸리에 | 2010-01-15 | 원제 Don’t sleep, There are snakes (2008년)
[6] 뉴요커 The Interpreter April 16, 2007
[7] 내 백과사전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2015년 2월 17일
[8] 뉴욕타임즈 Noam Chomsky and the Bicycle Theory OCT. 31, 2016
[9] 내 백과사전 [서평] 언어의 기원 2013년 7월 11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2013년 4월 28일
[11] Why Only Us: Language and Evolution (The MIT Press) (amazon.com)
[12] 이코노미스트 Noam Chomsky Mar 23rd 2016
[13] Dark Matter of the Mind: The Culturally Articulated Unconscious (amaz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