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기억상실의 복구실험

일반적으로 4세 이전의 매우 어릴적 시절에 있었던 사건을 회상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런 현상을 infantile amnesia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인간의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도 관련 논점들이 나열되어 있다. 일전에 본 Luria의 책[1]에 등장하는 환자 Solomon Shereshevsky는 1살때의 기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일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예외가 있는 듯 하다.

여하간 한겨레 기사[2]를 보니 유전자 변형을 한 쥐에게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infantile amnesia가 일어난 기억을 회상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3]을 봤는데, 동물에게도 infantile amnesia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 뭐 실험을 회의적으로 보려면 지적할 부분이 끝이 없겠지만, 여하간 뇌의 자극으로 기억을 도왔다는 사실이 일전에 이야기한 뇌 임플란트[4]와 유사해 보여서 흥미롭다. 물론 뇌 임플란트는 입력을 돕는 거고, 이 실험은 출력을 돕는 거라 좀 차이가 있긴 하다. 여하간 조금 과장된 해석을 하자면, 우리도 뇌에 어떤 자극을 주면 1살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드는구만. ㅋㅋㅋ

그나저나 한겨레 기사[2]의 기자가 오철우 기자인데, 기사에 논문의 summary 번역도 있고 전반적으로 기사의 품질이 높다. 한겨레 사이언스 온[5]에서 오철우 기자의 기사를 자주 봤는데, 경험상 오철우 기자의 기사는 일단 믿고 읽어보는 게 좋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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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2014년 4월 13일
[2] 한겨레 유년기억, 사라진 게 아니라 잠자고 있었네 2018-07-12 16:19
[3] Axel Guskjolen, et al. “Recovery of “Lost” Infant Memories in Mice”, Current Biology, Published: July 5, 2018, DOI: https://doi.org/10.1016/j.cub.2018.05.059
[4] 내 백과사전 기억력을 보조하는 뇌 임플란트 2018년 7월 18일
[5] http://scienceon.hani.co.kr/

기억력을 보조하는 뇌 임플란트

페이스북의 Neuroscience News and Research 페이지를 보니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1]하고 있다. 3분 46초.

댓글에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질문 답변도 받고 있던데, 같이 읽어보면 재미있다. 댓글에 연구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일단은 치매나 간질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듯 하니, 가까운 시일 안에 정상인이 기억력 향상을 목적으로 장치를 다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듯 하다. ㅎㅎ

뇌에 해마와 유사하게 전기 자극을 줄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장치를 심어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모양인데, 사람이 기억을 시도할 때 생성되는 어떤 패턴을 흉내내는 것 같다. new scientist에 관련 기사[2]도 있다.

기억력을 부스트 할 수 있다니 대단히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는데, 공부하는데 노력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자꾸 드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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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facebook.com/NeuroNewsResearch/posts/2014432315242183
[2] new scientist Brain implant boosts human memory by mimicking how we learn 13 November 2017

[서평] 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루크 디트리치(저자) | 김한영(역자) | 동녘사이언스 | 2018-03-20 | 원제 Patient H.M.: A Story of Memory, Madness and Family Secrets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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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1]에 이 책의 이름을 봤을 때 눈여겨 두긴 했는데, 진짜 역서가 나올 줄은 몰랐다. 혹시 전자책으로 나오나 싶어서 출간 후에 몇 달 기다려 봤는데, 안 나오길래 종이책을 구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ㅋㅋ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책의 퀄리티는 무조건 최소 평타 이상은 되므로 주저없이 슥샥 구입했다. ㅎㅎ

일전에 수잰 코킨의 책[2]을 읽었을 때는, 신경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들 중의 하나인 환자 H. M.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나의 기준에서 봤을 때 엄청나게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환자 H. M.에 대한 사전지식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능하면 수잰 코킨의 책[2]을 먼저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알라딘 웹사이트[3]를 보면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이 다음 책도 구입하셨습니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리스트에 수잰 코킨의 책이 뜨지 않는 점이 엄청나게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 Luke Dittrich는 환자 H. M.의 뇌 수술을 시행한 신경과학자 스코빌의 외손자이고, 저자의 어머니는 수잰 코킨과 고등학교 동창이자 어릴적 부터 친했다고 한다. 헐… 처음에는 이 사실도 모르고 읽었는데, 독서 도중에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아 삽질을 했다-_- 저자는 서술의 시점이나 장소/시간을 자주 바꾸는 난잡한 서술을 즐기는데, 어지러워서 상황파악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켁.

코킨의 책[2]을 보고 이 사람이 환자 H. M.의 보호를 위해 이렇게 헌신적인 활동을 했구나 하고 감동했는데, 그 보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 많다. 코킨은 환자 H. M.을 독점적 자산 취급하여, 과도하게 주변인들의 접근을 제한하는데, 그 정도가 상당히 과했던 것 같다. 제길 내 감동을 돌려줬으면 좋겠다-_- 그녀가 H. M.의 법적 보호자를 만드는 트릭(p429)도 의심스럽다. 마지막 100페이지 정도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데, H. M.의 뇌와 데이터 소유권을 둘러싸고 MIT의 코킨과 UCSD의 Jacopo Annese와의 분쟁에서, 내가 볼 때는 MIT에서 과도하게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결정적으로, 코킨이 자신의 논문에 대한 반론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파기한다는 부분은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봐도 코킨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할 듯 하다. 애석하게도 코킨은 제작년에 별세했는데, 위키피디아의 코킨 항목 하단부에 그에 대한 논란이 짧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MIT 측에서 이 책에 대한 반발이 심한 듯. 개인적인 보복이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는 일단 드러난 정보만으로도 코킨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p39에 스미스 파피루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이 이야기한 적[4]이 있다.
p158에 뉘른베르크 강령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5]은 본 블로그에 인용하였다.
p200에 프리먼의 얼음송곳(icepick) 뇌수술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일전에 이야기한 적[6]이 있다.
p320에 델가도가 전기 충격으로 소의 공격성을 제거하는 쇼 이야기를 하는데, 유튜브에 영상[7]이 있다.
p323에 별 테스트 이야기를 하는데, 글로만 묘사를 해서 어떤 테스트인지 독자가 알 도리가 없다. 유튜브 영상[8]을 참고하기 바란다.
p357에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코킨의 책[2]에도 비슷한 설명이 있다. 비교하여 읽으면 도움이 될 듯.
p417, p429에 자기장의 단위를 ‘텔사’라고 번역했는데, 이거 테슬라의 오기인 듯 하다.

저자가 기자다보니 다양한 관계자를 인터뷰하거나 현장답사를 하는 장면이 많고, 자료 수집도 꽤나 열심히 한 듯 하다. 허나 내용과 무관한 듯한 장광설이 좀 길어서 의아해질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놀라움이 가중된다. 일독을 권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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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2015년 10월 19일
[3] 환자 H.M. (aladin.co.kr)
[4] 내 백과사전 스미스 파피루스에 묘사된 유방암 2015년 1월 5일
[5] 내 백과사전 뉘른베르크 강령 Nuremberg Code 2018년 6월 8일
[6] http://zariski.egloos.com/183098
[7] Delgado bull (youtube 34초)
[8] HM and the tracing task – Intro to Psychology (youtube 1분 6초)

마쉬멜로우 실험의 재현성

예전에 페북에서 재미있는 영상[1]을 본 적이 있다. ㅋㅋ 재생시간 2분 32초.

ㅋㅋㅋㅋ 확실히 애기들은 이런 거 참는게 쉽지 않은 듯.

medical xpress 기사[2]를 보니 흥미로운 연구[3]를 소개하고 있다.

마쉬멜로우 실험은 대부분 아실터인데, 실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당장 보상을 얻는 것 보다,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참아내는 어린이가 훗날 SAT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경향이 있다는, 비교적 직관적인 결과의 실험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공부라는 건 미래의 높은 성취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하는 행위이므로 비교적 직관과 부합하는 실험이라 볼 수 있다.

근데 이 실험을 더 많은 인종적 구성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실험했더니 상관관계가 생각보다는 낮은 것 같더라는 이야기 같다. 918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하는데, 4세 가량의 애들을 15세가 될 때까지 추적해야 되니 나름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일 듯. ㅎㅎ

원문[3]에는 표가 많은데, 어지러워서 잘 이해를 못했지만-_- p11의 Fig 1을 보니 어쨌든 마쉬멜로우를 안 먹고 버틴 애들이 15세에 점수가 평균에서 위쪽을 받는 경향이 있긴 있다. 다만 과거에 생각하던 것 만큼 엄청난 영향을 가진 팩터는 아니라는 이야기 같다.

뭐 인내의 능력과 공부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ㅎ

 


2018.6.4
뉴스페퍼민트 마시멜로 실험, 재현에 실패하다 2018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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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9
[바이오토픽] 금수저의 심리학 – 부잣집 아이들이 마시멜로 테스트에 합격하는 이유 (m.ibric.org)

 


[1] https://www.facebook.com/384434508248807/videos/2523728050986098/
[2] medical xpress Researchers replicate famous marshmallow test, makes new observations May 25, 2018
[3] Tyler W. Watts, Greg J. Duncan, and Haonan Quan,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A Conceptual Replication Investigating Links Between Early Delay of Gratification and Later Outcomes”, Psychological Science First Published May 25, 2018 https://doi.org/10.1177/0956797618761661

Yanny 또는 Laurel

Gowers 선생의 구글플러스[1]를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ㅋ

처음 듣는 분들은 아무 선입견없이 테스트하기 위해, 일단 영상[2]에 나오는 말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란다.

Yanny라 말하는지 Laurel이라 말하는지 들리는지???

일전에 색깔 논쟁이 있었던 그 드레스 논쟁은 유명한데, 일전에 관련해서 이야기한 적[3]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번에는 음성녹음인데, 엄청나게 반응이 폭발적으로 많지만, 응답자의 대략 반반 정도로 대답이 갈린다고 한다. 이미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다.

검색해보면 관련 기사가 초 많은데-_- 아무래도 다른 음역대에서 두 단어를 녹음한 소리를 합성한 사운드인 듯 하다.[4]

근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너무나 명확하게 Laurel이라고만 들리길래-_- 열받아서 안면이 있는 중학생 4명에게 들려줘 봤다. 근데 4명 다 Yanni라고 답하는게 아닌가!!!!!!! 이런 젠장.. 확실히 내 귀가 늙긴 늙은 것 같다-_-

Gowers 선생은 더 재미있는 영상[5]을 소개[1]하고 있는데, 함 보시라. 재생시간 4초

Brainstorm라 말하는지 Green Needle이라 말하는지 분간이 되는지?? 이것은 음파의 트릭을 쓰는 Yanny / Laurel과는 달리 어떻게 듣고 싶냐에 대한 마음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 쪽이 더 신기하다. ㅎㅎㅎ

 


[1] https://plus.google.com/+TimothyGowers0/posts/SzSCmhR2zxF
[2] https://twitter.com/CloeCouture/status/996218489831473152
[3] 내 백과사전 재미있는 색 착시 2017년 5월 13일
[4] psychology today The Psychology of Laurel and Yanny May 18, 2018
[5] Brainstorm or Green Needle? (youtube 4초)

동굴 벽화에서 나타나는 고대인의 자폐증?

popular archaeology 기사[1]를 보니 흥미로운 논문[2]이 소개되어 있다. 고고학과 미술과 정신의학에 모두 관심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흥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구만. ㅋㅋㅋㅋ

3만년 전후의 기간에 유럽 동굴벽화에는 갑작스러운 사실주의의 경향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진을 자주보는 현대인에게는 사실주의 화풍에 별다른 감흥이 없을 듯 하지만, 고대인에게는 꽤나 임팩트가 있는 그림일 것이라 생각한다. 일전에 Raphaella Spence의 작품[3]이나 Pedro Campos의 작품[4]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아마 현대인이 이런 작품을 보며 드는 느낌이 고대인이 사실주의 작품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ㅋㅋㅋ

여하간 3만년 전후의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이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모양인데, 이것을 고대인의 자폐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는 모양이다. 일전에 올리버 색스 선생의 저서를 인용한 적[5]이 있었는데, 말미에 잠시 나디아 이야기가 나온다. 나디아는 서번트 신드롬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언급되는 사례인데, 나디아가 5살에 그렸다는 그림과, 일반적으로 5세 어린이가 그린 그림과의 비교가 논문[2;p271]에 들어 있다.

서번트 신드롬은 분류에 따라서 고기능 자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데, 각각의 차이는 나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학술적인 논쟁이 좀 있는 듯… 여하간 이런 종류의 자폐아는 일전에 어느 자폐아가 쓴 시[6]에서도 볼 수 있지만, 특정분야에서 조숙하고, 디테일을 무척 신경쓰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여하간 논문[2]의 저자는 동굴벽화의 이런 화풍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자폐로 보는 듯 한데, 술먹고 읽어서 그런지 논거의 핵심이 잘 이해는 안 되네-_- 여하간 나디아의 사례를 꺼내는 건 좀 에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디아는 자주 언급되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구만.

추가로, 고대 증거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증거의 손실 때문에 실제로 갑작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고생물학의 유명한 경구를 여기서 들자면,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실제로는 서서히 일어난 변화가 갑작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ㅎㅎ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나디아는 지난 2015년에 4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7]고 한다. 자폐증의 몰이해의 시기에 태어나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좀 짠하다.

 


[1] popular archaeology How our ancestors with autistic traits led a revolution in Ice Age art Tue, May 15, 2018
[2] Penny Spikins, Callum Scott, Barry Wright, “How Do We Explain ‛Autistic Traits’ in European Upper Palaeolithic Art?”, Open Archaeology, Volume 4, Issue 1, Published Online: 2018-05-12 DOI: https://doi.org/10.1515/opar-2018-0016
[3] 내 백과사전 Raphaella Spence의 작품 2014년 3월 5일
[4] 내 백과사전 Pedro Campos의 작품 2012년 5월 21일
[5] 내 백과사전 숫자가 보이는 사람 2012년 5월 17일
[6] 내 백과사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10살 어린이의 시 2016년 4월 17일
[7] the guardian Nadia Chomyn obituary Wed 9 Dec 2015 12.57 GMT

[서평]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장 루이 쿠르조(저자) | 김옥진(역자) | 스크린셀러 | 2011-06-27 | 원제 Je ne pouvais pas l’abandonner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1]의 범인인 베로니크씨의 남편인 쿠르조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정신질환의 한 종류인 ‘임신거부증‘에 대해 알리고자 쓴 책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일견 불합리해 보였던 행동들(사건 직후 프랑스로 출국했다든지, 출산을 하고도 임신 사실을 몰랐다든지)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능하다.

임신거부증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임신 사실을 거부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임신 20주차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미한 경우 부터, 출산 후에야 비로소 임신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출산을 하고도 임신임을 인지하지 못하여 영아유기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 베로니크 씨의 경우도 아마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읽은 BBC 기사 중에서 칠레 여자 역도 선수가 임신 사실도 모르고 베이징 올림픽 훈련 도중에 출산을 했다는 기사[2]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건가 싶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정신질환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의 성향을 과도하게 따지는 건가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의문의 여지는 있다. 다만 이것이 정도를 넘어 영아유기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된다.

상식적으로 아기를 보고도 출산임을 인지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 싶긴한데,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신질환은 라마찬드란 선생의 저서[3]나 올리버 색스 선생의 저서[4]에 여러 사례가 나온다.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뀔 지도? ㅋ

임신거부증이 있는 여성들이 시간 개념에 약하다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이 부분은 별도 포스트[5]를 했다.

여하간 최초에 부인이 범인으로 지목당했을 때, 남편인 쿠르조씨가 국과수의 DNA 감식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는데, 최초에 그는 자신의 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완벽히 전혀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그의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그러나 일전에 읽은 정희선 선생의 저서[6]를 읽어보니, 이 사건 당시에 이러한 국과수에 대한 능력의심에 대단히 섭섭했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

그 밖에 저자의 동네 사람들이 스토킹하는 기자를 쫓아내 준다든지 하는 이웃사람들의 소소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같으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사람들에게 배척당할 듯 한데,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베로니크 부인이 형무소에서 외출하여 취직 면접을 보고 다시 형무소로 복귀한 경험담도 나온다. 물론 모범수라서 가능했겠지만, 프랑스 재활 시스템을 보니 국내 재활 시스템에 대해서도 꽤 궁금해진다.

저자는 자신의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자의 구구절절한 감정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다른 여자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어 있는데, 본인은 중고로 매입하였다. 절판이라 좀 아쉽구만. 절판 걱정이 없는 ebook이 빨랑 확산돼야 한다. 진짜로. ㅋ

 


[1]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나무위키)
[2] bbc Chile weightlifter has unexpected baby during training 23:52 GMT, Tuesday, 15 December 2009
[3] 내 백과사전 [서평]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2011년 8월 18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12년 5월 18일
[5] 내 백과사전 임신거부증 Denial of pregnancy 2018년 5월 3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2018년 4월 1일

임신거부증 Denial of pregnancy

장 루이 쿠르조 저/김옥진 역,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스크린셀러, 2011

p184-187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이스라엘 니장 교수는 프랑스의 임신거부증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베로니크 측 변호사들이 소환한 전문가였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발표를 준비했고, 열정에 찬 따뜻한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배심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니장 교수의 발표에 인용된 사례를 살펴보았다 “저는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이 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임신거부증은 심각한 병이지만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조차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조차 임신거부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제가 이 병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클리닉에 원장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방사선실에서 불러서 가 봤더니 젊은 여자가 아기를 낳고 있더군요. 의대 6년차로 4개월 전부터 외과에서 근무하던 인턴이었는데 종양이 생긴 줄 알았던 제 동료 의사가 수술을 하려던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출산을 한 것입니다. 당시 저는 임신거부증에 대해 몰랐습니다. 이 젊은 여인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관계를 가졌는데, 그녀의 교육 수준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니장 교수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는 중증과 경증 임신거부증 환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 연구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0명 중 1명꼴로 임신거부증을 경험한다고 하니 이것도 하나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저는 연평균 30여 건의 임신거부증 사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에는 인체의 발열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150가지 이상의 원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간에게 있어 임신은 정신적, 신체적 현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임신 과정에서 정신적 현상이 빠졌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임신거부증에 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일부 임상 사례에서 관찰된 바에 의하면 이 여성들은 어느 날 문득 임신에 대해 생각했다가는 다음날이면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심리상담사의 도움으로 출산 전에 임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산부인과에도 임신거부증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임신 은폐’와 ‘임신거부증’ 을 혼동하는 것이지요. 두 가지 증상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입니다.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성은 임신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거나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해 말하는 순간부터 존재감을 주는 것이니까요. 엄마가 사랑 혹은 혐오의 말을 해줄 때 비로소 아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태아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면 임신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지난주에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딸이 일하는 모습을 보다가 발목이 부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작 자신은 몰랐지만 아버지는 딸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결국 임신 8개월로 밝혀졌습니다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 내게 임신했다고 말해주고 나서 몇 시간 만에 제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자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배가 갑자기 불러왔어요.’ 일반적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궁은 복부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늘어 납니다 그러나 임신을 인정하지 않는 여성들의 경우 자궁은 앞이 아니라 복부 내장 기관의 사이에 길게 자리 잡게 됩니다. ‘거부증’에 걸린 여성들 중에는 성생활이나 임신에 있어서 공백, 은폐, 조절과 예상이 불가능한 상태, 즉 일종의 지각 마비와 시야암점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생활이나 임신, 출산을 하기위한 극히 정상적인 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었습니다. 저는 이런 여성들의 외모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점에 매우 놀랐습니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성생활이나 그 즐거움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기도 합니다.

또한 시간 개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알베르빌에서 일어났던 영아살해 사건의 피고인은 제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사님, 제발 저한테 날짜를 물어보지 마세요. 저는 날짜를 기억 못해요. 시간 개념이 없어서 약속을 잡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지도 못해요. 그런 부분에서 정확하지가 못하다고요.’

저는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임신거부증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베로니크 쿠르조 씨의 경우 이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병은 발생 빈도도 높고 위험하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의료계, 법조계, 시민 사회 모두 임신 거부증의 결과와 심각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기를 부엌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것과 관련해서는 임신거부증 환자 가운데 그런 경우를 여럿 보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10년 후에도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옆에 보관하려고 얼렸어요’ 혹은 ‘나중에 벌을 받으려고 얼렸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쿠르조 부인의 경우에도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왜 그런 식으로 했는지 대답할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꾸준한 상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후략)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1]에 대해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재판에서 이스라엘 니장 교수의 증언이라고 함. 중간에 언급한 오스트리아의 연구는 찾지 못했지만 비슷한 결과가 있는 연구[2]는 찾을 수 있다. 이 연구[2]는 임신 20주차가 될 때까지도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를 임신거부증으로 분류할 때, 독일 내에서 475건 중 1건의 빈도로 임신거부증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간 개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책의 뒤쪽에 피고인 베로니크씨와 그녀의 가족들도 시간개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전에 계산장애를 가진 사람이 손가락 인식장애를 겪는다는 이야기[3]도 한 적 있는데, 서로 달라 보이는 두뇌의 기능들이 어떤 식으로 가깝게 연관되어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1]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나무위키)
[2] Jens Wessel, Jan Endrikat & Ulrich Buscher. “Frequency of denial of pregnancy: results and epidemiological significance of a 1-year prospective study in Berlin.” Acta Obstetricia et Gynecologica Scandinavica. Volume 81, 2002 – Issue 11. Pages 1021-1027 DOI: 10.1080/j.1600-0412.2002.811105.x
[3] 내 백과사전 두뇌 속의 수를 세는 모듈 2011년 7월 19일

프리프린트 공유 사이트

수학, 물리학, 천문학, 컴퓨터 공학 분야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arXiv[1]는 유명한데, 오늘 페북의 고생물학 그룹을 보니 고생물학분야에서도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aleoXiv라는 사이트[2]가 생긴 듯 하다. 오호! 아직 총 논문이 74편 밖에 안 되니 신생 사이트인 듯. ㅋㅋ

얼마전에 신경정신 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PsyArXiv라는 사이트[3]를 본 적이 있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사회과학의 출판전 논문을 공유하는 SocArxiv[4]도 있네??? 헐… 첨 알았음. 근데 사회과학쪽은 프리프린트 오픈억세스로 SSRN[5]이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ㅋ 생물학 쪽의 bioRxiv[6]는 꽤 오래 전에 본 기억이 있다. 이쪽은 숫자가 꽤 많이 증가한 듯 하다.

위키피디아를 보니 viXra라는 사이트도 있는 듯 하다. 메인페이지[7] 하단의 자신들의 소개에 따르면, 코넬 대학교의 운영방침에 반하여 arXiv에 싣지 못하는 논문에 대한 대안으로 만든 사이트라고 한다. 뭔 일이 있었던 건가-_-? viXra는 arXiv를 거꾸로 한 것인데, 마치 DivX에 반발하여 만든 Xvid를 연상케 한다. ㅎㅎ

생각이 나서 오랫만에 snarXiv[8] 사이트에 가 봤는데, 아직도 운영되는 듯? ㅋㅋㅋ

 


[1] https://arxiv.org/
[2] https://paleorxiv.org/
[3] https://psyarxiv.com/
[4] https://osf.io/preprints/socarxiv
[5] https://www.ssrn.com/
[6] https://www.biorxiv.org/
[7] http://vixra.org/
[8] 내 백과사전 snarXiv 2010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