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탈세 정보 제공자 루츠 오테 인터뷰

이번 달 이코노미 인사이트에는 진짜 흥미진진한 기사가 널려 있어 완전 대박이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스위스에 소재한 율리우스 베어 은행의 탈세자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인터뷰이다. 은행 경영진의 보안에 대한 인식 차이, 독일 세무당국의 탈세자 검거방식, 스위스의 정보유출 수사방법, 그리스의 탈세 규모 등등 흥미진진한 간접적인 정보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토리와 함께 제공된다.

탈세자들의 개인정보를 독일 세무 당국에 넘길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
골프장에서 시작됐다.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들과 독일과 스위스에서 골프를 쳤다. 이 자리에 베를린의 퇴직 세무사관이 있었다.

당신이 거주한 곳은 스위스였다.
그렇다. 당시 스위스 은행인 UBS의 정보기술(IT)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방금 말한 세무조사관이 혹시 내가 독일 탈세자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때가 언제였는가.
2007년이었다.

뭐라고 대답했나.
나는 “기대를 접으라”고 말했다. UBS는 전세계 대형 은행 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었다. 고객의 개인정보는 엄격히 관리된다. UBS는 금융위기 와중에 직원을 대량 해고했는데,나도 해고됐다. 이후 율리우스베어 은행에 취직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율리우스 베어가 아주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어 개인정보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경영진은 무시했다. 그러다가 2011년 다시 스위스에서 골프모임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세무조사관도 있었다. 그는 내게 율리우스 베어 은행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안상태가 어떤지 물어왔다. 이론상으로는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할 계획인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세무조사관이 계획을 들려줬다. 매우 흥미진진하게 들렸다.

당시 대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나.
처음부터 대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가 먼저 구체적인 금액을 명시했나. 아니면 당신이었나.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개인정보 건당 1만~1만2천 유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머리로 계산해보니 상당한 액수가 나왔다

어느 정도의 금액이 나왔나.
내가 고객 개인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는 당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300만~400만 유로를 손에 쥐게 되고, 이 돈으로 20년 동안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모임에서 시작된 정보 거래

중개자 역할을 했던 전직 세무조사관도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으려고 했나.
전직 세무조사관은 자신이 중개자 역할을 한다면 수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성장한 사람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거래블 성사시킨 사람은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당신에게 그것은 비즈니스였나.
나는 그것을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위험이 많은 비즈니스였고 그 대가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그러다가 일이 생각지 않은 데로 흘러간 것이다.

당신은 징역형을 살았다.
그렇다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자신을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비즈니스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내가 전달할 개인정보의 품질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은행 고객의 주소가 맞는지, 고객이 예치한 금액이 실제 탈세액인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은행 고객의 성명, 계좌번호, 계좌개설일, 잔고, 고객 주소 등 20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그중에 독일인 고객도 있었나.
독일 전역의 은행 고객이 포함돼 있었다. 4주 만에 전직 세무조사관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그는 내가 전달한 정보에 만족해했다. 그리고 다음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나는 계좌번호 100개를 전달받았고, 해당 계좌주의 성명 첫 글자를 알아내야 했다. 나는 그 테스트도 무난히 해냈다. 다시 3주가 흘렀다. 전직 세무조사관은 모든 정보가 정확하고 깨끗하니 전체 개인정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렇게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 수집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간 돈은 없었나.
없었다. 그게 협상조건이었다.

독일 세무 당국과의 연락은 항상 베를린의 중개자를 통해 이루어졌나.
그렇다. 내가 정보를 수집 중인 독일 탈세자들을 뮌스터지방국세청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뮌스터지방국세청과 연락을 취한 적은 한번도 없다.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직접 나누지 않았다.

어떻게 소통했나.
전화로 연락했다.

도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5유로면 대포폰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대포폰을 구입했다. 뮌스터 쪽과 연락하기 위해 스위스-독일 국경을 넘어 독일 통신망에서 연락을 했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넘겼는가.
1만8천개의 탈세 정보를 넘겼다. 그런데 내가 넘긴 대다수 고객 정보에 뮌스터 쪽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뭔스터 쪽은 ‘10만유로 이하의 예금은 일만 많이 만들기 때문에 애당초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다수 정보가 그냥 폐기됐다.

남은 정보는 얼마나 됐나.
약 2700건이 남았다.

탈세로 보이는 금액은 모두 얼마였나.
탈세와 밀접하게 관련된 금액은 약 25억유로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마치 시장에서 거래하듯 일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누가 먼저 액수를 거론했나.
내가 300만유로를 언급했다.

독일 쪽의 반응은 어땠나.
독일은 80만유로를 얘기했다. 우리는 결국 110만 유로에 합의했다.

300만달러와 80만달러의 중간 액수가 아니다.
문제는 내가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미 훔쳤다는 것이다 나는 실질적으로 범죄행위에 이미 한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그래서 나의 협상 위치는 전혀 유리하지 못했다.

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훔쳐냈나.
내가 일할 때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정보를 추출했다. 개인정보를 손쉽게 데스크톱에 옮겨서 평범한 엑셀파일에 담았다. 엑셀파일을 작은 파일로 수없이 쪼갠 다음 위장을 위해 사진파일로 변환했다. 그 사진파일을 내 개인 메일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았나.
아니다. 나는 개인 사진이 첨부된 메일을 회사 메일 계정과 개인 메일 계정 사이에서 줄곧 보냈다.

메일을 몇 통이나 발송했나.
8〜9통 보냈다. 여기에는 독일인 2700명뿐만 아니라 영국인 1700명, 이탈리아인 2500명,네덜란드인 700명, 그리스인 200명,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인 각각 수백명의 개인정보도 들어 있었다.

외국인들의 개인정보도 함께 제공했나.
아니다. 독일은 자국 탈세자의 개인정보에만 관심이 있었다.

다른 국가들과도 이와 유사한 거래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나.
뭐, 그럴 생각이었다. 독일이 이 거래에 돈을 지급한다면 다른 국가들과도 거래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입수한 개인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 예로 그리스인 200명이 예치한 금액은 독일인 2700명이 예치한 금액에 맞먹었다.

독일인 2700명이 25억유로 은닉

개인정보를 아직도 갖고 있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했나. CD에 저장했나.
언론에서 ‘탈세 정보 CD’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CD가 아닌 단순한 칩카드에 개인정보를 저장했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플라스틱 칩카드 말이다.

칩카드는 어떻게 전직 세무조사관에게 전달됐나.
우편으로 발송했다. 일단 고객 정보 200개를 먼저 보냈고,이후 수수료가 처음 지급됐다. 내가 베를린으로 가서 20만 유로를 받았다.

현금으로 받았나.
당연하다. 처음부터 현금으로 받겠다고 말했다.

독일 쪽은 처음에 어떻게 반응했나.
독일 쪽은 현금으로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이지 않은가. 현금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못박으니 현금 거래 문제는 술술 풀렸다.

현금은 어떻게 전달받았나.
독일 쪽이 해당 금엑을 베를린의 전직 세무조사관 계좌로 이체했고,세무조사관은 그 돈을 현금으로 찾았다. 그는 거래를 위해 별도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독일 세무 당국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기도 했다. 세무조사관은 베를린 근교의 호텔 객실에서 현금 다발이 든 가방을 내게 전달했다. 그는 자신의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을 내게 줬다.

그가 챙긴 수수료는 얼마였나.
15%였다.

그에게서 전달받은 돈을 세보았나.
당연하다.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두 번째도 현금을 이런 방식으로 전달받았나.
그렇다. 두 번째는 베를린역 인근에서 만났다. 이때 나머지 90만유로를 받았다. 세무 당국이 세금을 때고 준 돈이다. 이번에는 가방이 처음보다 컸다.

그 돈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하나.
당연하다.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에서 세무조사관의 수수료를 지급했나.
그렇다.

돈은 어떻게 했나.
안전한 장소에 돈을 보관했다.

안전한 장소란 어디인가.
은행과 국가기관의 감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중략)

옳은 일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가.
그 일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었다. 그런 식의 판단은 내 기준이 아니다. 이는 내게 비즈니스다. 과거에 내가 했던 수많은 비즈니스와 다를 바 없다. 이 일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 뒤 일부 돈을 들고 다시 스위스로 갔다.
나는 15만 유로가 든 가방을 들고 스위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속 일을 했는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계속 일했다.

대체 왜 그랬는가.
문제는 내게 갑자기 큰 돈이 생긴 것을 아내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이 사실을 몰랐나.
전혀 몰랐다. 아내를 이 일에 관여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내에게 밤새 인터넷 도박을 해서 큰 돈을 땄다고만 말했다. 아내와 나는 독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추진력을 갖고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일 출근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집에서 초인종이 울린 뒤 체포됐나.
아니다. 은행에서 체포됐다. 내가 개인정보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독일 세무조사관들은 내가 넘긴 정보를 토대로 즉각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관련 탈세자들은 당연히 율리우스베어 은행에 항의했다. 그들은 은행을 철석같이 믿고 율리우스베어에 돈을 맡긴 것이다. 은행은 오래지 않아 개인정보를 넘긴 사람이 나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최고 경영자(CEO) 집무실로 불려갔고,남자 6명이 수갑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체포됐다.

어떻게 끌려갔나.
뒷문으로 몰래 끌려나갔다. 그리고 내 집으로 갔다. 이들은 데이터 백업 자료를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데이터를 어디에 숨겨놓았나.
옷장 서랍에 숨겼다. 옷장 서랍 아래쪽에 투명테이프로 붙여놨다.

너무 뻔한 장소다.
맞다. 너무 뻔한 장소다. 그들은 미친듯이 CD를 찾아댔다. 그들은 CD란 CD를 모조리 압수해갔다. 하지만 나는 칩카드에 개인정보를 담아놨다.

그리고 감옥에 갔나.
취리히 경찰 구치소의 2인실에 있었다. 거기서 일주일 동안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심문이 이어졌다. 변호사가 제일 강조한 것은 나는 피의자로서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주 중요한 대목이었다. 나는 증인이 아니고 피의자며, 증인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피의자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거짓 진술을 했는지는 경찰이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거짓진술을 했나.
당연하다.

스위스 당국은 무엇을 알고자 했나.
무엇보다 내가 받은 돈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었다.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설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색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돈으로 독일에서 체납 세금을 냈다고 말했다. 전혀 사심이 아니었지만 아주 멋진 답이었다.

스위스 당국은 당신이 얼마를 대가로 받았는지 알고 있었나.
수수료로 15%가 아닌 20%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심문과 수사가 이루어지다가 결국 법정에 가게 됐나.
나는 수사에 무척 협조적이었고, 결국 개인정보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말했다. 나는 18개월형을 선고받았고 감옥살이를 했다.

이 일이 당신에게는 비즈니스였다고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망가뜨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위스를 이해하는가.
나는 이해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 않은가.

(후략)

탈세자 검거를 위해 비지니스까지 동원하는 독일 세무 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ㅎㅎㅎ 더불어 아직도 스위스의 매국노 취급을 받으며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장 지글러씨의 책 서문[1]이 생각난다. 스위스는 부도덕을 팔아 국부를 얻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 당시 사건의 아시아 경제 기사[2]도 있다.

 


2017.8.17
연합뉴스 ‘세무공무원 사찰 혐의’ 스위스 정보기관원 독일서 체포 2017/05/01 13:35
스위스 첩보원이 역으로 독일 세무공무원을 염탐한다는 사실-_- 스위스 이거 완전 작살이네

 


[1] 내 백과사전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서문 2014년 1월 28일
[2] 아시아 경제 스위스 최대 자산관리전문은행 율리우스베어 고객정보 털렸다 2012.08.28 10:17

[서평]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
루크 하딩 (지은이), 이은경 (옮긴이) | 프롬북스 | 2014-03-10 | 원제 The Snowden Files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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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관심이 꽤 높았던 스노든 폭로 사건에 대해 책이 출간되었길래 제꺽 사 보았는데, 본인이 게을러 이제야 서평을 남긴다.

이 책은 그가 어떤 경유로 대량의 기밀 문서를 폭로하게 되었고, 어떤 사건이 경과하였는지를 서술해주는 책이다. 첩보작전에 가까운 앞 절반의 내용은 몰랐던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건이었으므로 폭로 이후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다양한 기사나 매체로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기사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뒷부분도 비교적 유익할 듯 싶다.

이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껏해야 수백에서 천명 정도의 사찰에 관한 고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NSA와 GCHQ는 사실상 글자 그대로 인터넷 전체를 사찰하고 있고, 또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거의 가리지 않는다. 대규모 하드웨어를 갖추고, 자국 테크기업에는 압력을 넣고, 외국 테크기업에는 가짜 직원을 침투시키고, 보안 알고리즘에는 백도어를 심어 놓는 등의 전략을 쓴다. 그들이 주장하는 ‘반테러’라는 명분을 넘어선 것도 한참 지났다. 그런데 정작 오사마 빈 라덴은 도청을 피하기 위해 유선전화조차 쓰지 않았다는 사실. 켁.

개인적으로 흥미로왔던 부분은 스노든 개인의 성향인데, 국가의 검열에 반대하고 개인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상당히 자유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주의적이며 강한 공화당 지지자라는 부분이다. 부시의 잘못된 중동정책으로 일어난 9/11 테러로 인해 이러한 범인터넷 검열이 일어났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외국인의 인권은 백안시 여기는 미국적 프레임의 한계에 갖힌 매우 아이러니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한 행동은 매우 바람직했으나, 그의 동기는 아무리 좋게 봐도 젊은 날의 치기일 뿐이다. 그의 결정적인 행동의 동기가 민주당과 오바마에 대한 강한 반감 때문이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뭐 NSA의 활동을 승인한 오바마의 죄도 없지는 않겠지만.

뭐 여하간 그의 반검열주의에는 동의하지만 세계를 보는 좁은 시각에는 꽤나 충격이었다. 그리고 영국의 언론환경이 상당히 후진적[1]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다언지가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기 위해 뉴욕타임즈에 기사를 넘긴 이유가 이해가 된다. 스노든 본인은 뉴욕타임즈가 너무 친정부적 언론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ㅎㅎ

본 블로그와 관련해서 몇 가지 코멘트를 하고 서평을 마칠까 한다.
p220에 NIST의 암호 표준에 NSA가 백도어를 삽입[2]했다는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관련 이야기를 본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참고하시라.
11장에 어샌지의 기묘한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이건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의 저서[3]에 꽤 상세히 나와있다. 관심있으면 이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p243에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탄 대통령 전용 비행기를 미국이 강제 수색한 사건[4]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청 놀라서 포스팅한 적이 있다. 관심있으면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뭐 여하간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관심있으면 한 번쯤 일독해볼만한 저서라 생각한다.

 


2017.9.13
슈피겔 ‘There Is Still Hope – Even for Me’ September 12, 2017 12: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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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arstechnica The Snowden Legacy, part one: What’s changed, really? 11/21/2018, 10: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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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2
보안뉴스 논란 속에 신설된 독일 첩보 기관 BND, “독일의 역할 하겠다” 2019-02-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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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2
보안뉴스 에드워드 스노든, 9월 중순에 회고록 낸다 2019-08-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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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3
보안뉴스 [주말판] 문제의 스노든 회고록, 서문 전문을 살펴보니 2019-09-21 15:06

 


[1] 내 백과사전 영국과 미국의 언론환경의 차이 2014년 5월 4일
[2] 내 백과사전 암호화 알고리즘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2013년 10월 11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위키리크스 WikiLeaks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2011년 2월 17일
[4] 내 백과사전 스노든 사태로 보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2013년 7월 11일

Hervé Falciani의 스위스 계좌 유출 사건

2008년, HSBC의 제네바 분점에서 일하는 시스템 엔지니어 Hervé Falciani라는 친구가 시디롬 다섯 장을 들고 나갔다고 한다. 그 시디롬에는 수만 명의 은행 고객 정보가 들어있었다. Swiss Leaks라고 알려진 사건이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스위스는 검은돈이나 세금 탈세를 숨겨주는 것으로 유명한 동네이다. 스위스에서 탈세 고객정보를 유출한 은행 직원은 강력범보다 더 강도높은 취급을 받는다. 복면을 쓴 경찰관이 총으로 위협하고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느낀다고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기사 제목이 생각 안 나네-_- 여하간 돈놀이에 미쳐 정의와 양심을 팔아먹는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뭐 여하간 이 친구가 스페인에 구금되어 있을 때, 스위스에서 스페인 정부에게 범죄자 인도소환 요청을 했으나 올해 5월경에 스페인 법정에서 이를 거부했다[1,2,3]고 한다. 이 친구는 프랑스로 날아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인데, 24시간 무장 호위대의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모양이다. 헐…

흥미롭게도 이 친구가 정부조사에 협조하여 탈세자를 색출한 결과 무려 3500만 유로의 세금을 걷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명단에 아마 한국인도 있을 듯 한데, 한국정부는 뭐하나.

Falciani씨 자신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순수한 동기로 폭로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HSBC 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Falciani는 최초에 데이터를 판매하려고 시도했고, 거기에 있는 데이터는 잘못된 데이터라고 한다. 뭐 누구의 말이 맞을 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황상 Falciani씨의 동기 자체는 알 수 없으나, 실제 탈세자를 색출했으니 은행측의 데이터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좀 구차해보인다. ㅋ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는 것 같다.[4]

일전에 니컬러스 색슨의 저서[5]도 소개한 바가 있고, 최근에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 목록이 공개되어 뉴스타파에서 한국인 조세 피난처자를 색출해내는 사건도 있었지만, 조세회피를 시도하는 부류와 방법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그래서 조세 회피자를 찾아내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조세 피난국에 국제 공조로 압력을 넣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듯.

 


2015.2.11
머니투데이 팔치아니 “HSBC 탈세 고객 명단은 빙산의 일각” 2015.02.10 21:39
연합뉴스 영웅인가 잡범인가…HSBC 탈세명단 빼낸 팔치아니 2015/02/10 11:48

 


2016.5.26
뉴요커 THE BANK ROBBER MAY 30, 2016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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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10
뉴스타파 사상 최대 은행 거래기록 유출…이번에도 삼성 2019년 3월 5일 8:01 오전
뉴스타파 유령회사 통해 삼성 해외법인에 천억 원대 유입 2019년 3월 5일 8:01 오전
뉴스타파 삼성 해외법인에 유령회사 통해 수백억 원 입금 2017년 3월 21일 4:43 오후

 


[1] 뉴욕타임즈 A Whistle-Blower Who Can Name Names of Swiss Bank Account Holders August 8, 2013
[2] 이코노미스트 The fall-out from Falciani Oct 16th 2013, 11:00
[3] 세계파이낸스 스페인 법원, 고객정보 빼낸 前은행직원 스위스 송환 거부 2013.05.09 22:50:52
[4] 연합뉴스 탈세폭로 스위스 전직 은행원 스페인서 반부패 활동 2013/10/09 18:37
[5] 내 백과사전 [서평]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 2012년 9월 3일

스노든 사태로 보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기절초풍하겠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이 정도로 막강할 줄 몰랐다. 진짜로.

미국이 세계 각국의 대사관을 도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각 국가들은 미국에 비교적 협조적인 듯 하다. 지면으로만 볼 수 있고 아직 인터넷에는 안 올라와 있는 시사인의 이번주 기사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대통령 전용기가 프랑스 및 포르투칼의 영공통과를 불허당하고 오스트리아에 착륙해서 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스노든이 숨어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물론 스노든은 없었다.) 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짐작만으로 대통령기를 멈춰 세울 줄이야. 볼리비아 국민들은 약소국의 서러움을 몸소 느낄 듯. 뭐 물론 한국정부야 도청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것은 뭐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 나라는 일단 힘이 강하고 봐야 한다.

독일, 러시아가 망명을 우회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뭐 그렇다 쳐도, 반미 연합이라 할 수 있는 ALBA 가입국인 에콰도르까지 망명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 차베스씨가 살아 있었으면 난리 났을 듯. ㅋㅋ 최근에는 베네수엘라가 망명을 허용한 듯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갈 것인가? 골 때리는 문제다.

여하간 지금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비정상적으로 거대한게 아닌가 싶다. 자유주의나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어떤 행위든지 정당성을 잃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14.2.26
로이터 Brazil, Europe plan undersea cable to skirt U.S. spying Mon Feb 24, 2014 9:49am EST

CIO 매거진 선정 역대 내부자 고발 top 10

요번에 스노든씨의 내부고발건 덕에 여러가지 뉴스가 올라오고 있다.

CIO 매거진에서 선정한 역대 내부자고발 top 10을 소개하는 이티뉴스 기사[1]를 봤는데, 역시 국내 뉴스 답게 출처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서 출처[2]를 직접 검색해보았다.

그 목록과 위키피디아 링크는 다음과 같다.
Daniel Ellsberg
Peter Buxtun
Mordechai Vanunu
Mark Whitacre
Jeffrey Wigand
Shawn Carpenter
William Binney
Mark Klein
Bradley Manning
Edward Snowden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한 브래들리 매닝도 있다. 위키를 보니 이 친구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인 듯. 쭉 보면 이런 사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 많은데, 하나하나 찾다보면 세월이 다 갈듯 싶다. ㅎㅎ 김용철씨가 팍팍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외국이나 국내나 내부 고발자의 인생이 순탄치는 않은 것 같다.

 


2013.11.9
arstechica Snowden may have persuaded 20 to 25 NSA colleagues to give up their passwords Nov 8 2013, 1:45pm +0900
이 친구 의외로 주도면밀 했었는듯.

 


2014.1.13
국정원 내부제보자 파면 (sovidence.tistory.com)

 


2014.1.28
국민일보 검찰, 국정원 댓글 제보한 전 직원에 징역 2년6월 구형 2014.01.27 12:40
제보자가 살기 힘든 건 한국도 마찬가지.

 


2014.2.21
한겨레 ‘국정원 댓글’ 제보 전 직원들 벌금형 2014.02.20 22:47

 


2014.3.6
한겨레 8년만의 고백 “내가 황우석 사기 제보한 이유는…” 2014.03.05 11:35

 


2014.10.12
뷰스앤뉴스 공사직원들, 새누리에 비리 제보했다가 해고 2014-10-11 16:08:20

 


2017.5.18
허핑턴포스트 오바마의 마지막 감형 리스트에 그 ‘첼시 매닝’이 포함됐다 2017년 01월 18일 11시 18분 KST

 


2017.5.19
허핑턴포스트 현대차 내부고발자 김광호 부장 : “심각할 정도로 많은 결함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2016년 10월 18일 12시 15분 KST

 


2017.11.10
뉴스타파 배신자라는 주홍글씨 – 공익제보자 이야기 2017년 11월 8일 13시 14분 수요일

 


2017.11.26
알 자지라 Digital Dissidents: What it Means to be a Whistleblower 01 Apr 2016 16:37 G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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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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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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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14
뉴스타파 카이스트 수석이 공익신고자가 되면서 생긴 일 2019년 6월 13일 8:00 오전

 


[1] 이티뉴스 영웅인가 반역자인가…역사를 바꾼 기술자 출신 내부 고발자 10인 2013.06.21
[2] CIO 매거진 Top 10 Tech Whistleblowers of All Time June 20, 2013

위키리크스 한국

위키리크스 공개문서 중 한국 관련 글들을 번역하는 사이트 ‘위키리크스 한국’이라는 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http://www.wikileaks-kr.org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미있게도 글을 쓰려면 회원등록을 해야 한다! 너무나 한국적이라고나 할까.. ㅎㅎㅎㅎ

그나저나 4대강 리크스는 아무래도 망한 듯?

[서평] 위키리크스 WikiLeaks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저자) | 배명자(역자) | 지식갤러리 | 2011-02-11 | 원제 Inside WikiLeaks: My Time with Julian Assange at the World’s Most Dangerous Website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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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위키리크스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의 광고문구에 현혹되어 출간 전에 예약주문을 하고 말았다. ㅋ

이 책은 위키리크스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던 인물의 위키리크스 내부 고발서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서 위키리크스와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에 대한 생각이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 위키리크스와 관련해서는 최근 있었던 미 외교 기밀문서 폭로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의 성폭행 사건이 유명한데, 얼핏 보았을 때 어샌지의 그 성폭행 사건이 활동 제한이나 입막음을 위한 모종의 장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돔샤이트-베르크에 따르면 아무래도 그 성폭행 사건은 위키리크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진짜 별개의 사건인 듯 보인다. 큭. 물론 한쪽 말만 들어서는 진위의 판정이 곤란하겠지만, 적어도 주장의 타당성이나 생각의 합리성 정도는 짚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묘사된 어샌지라는 인물은 상당히 기인에 가까운데, 여하튼 망상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듯한 인상을 받는다. 중간에 어샌지가 자신의 기밀을 이용하여 금전적 취득을 했다는 의심을 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꽤나 충격이다. 남이 위험을 무릅쓰고 공공선을 위해 보낸 자료로 돈벌이에 쓰려 하다니. 게다가 결정적으로 자신의 성폭행 사건을 위키리크스와 연결지어 무마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어샌지의 죄가 아닌가.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발 사이트와 관련하여 특정 인물이 유명해지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부터 저의가 의심스러운 일인데,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다. 그러고보면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위키리크스가 점차 가십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난을 했을 때, 그 기사를 읽으면서 보수지의 땡깡이라고만 생각했던 본인이 약간 부끄럽다. 이 책의 저자는 폭로에 관한 확고한 원칙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특정 인물에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원칙과 이상을 실현화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폭로 사이트 오픈리크스(OpenLeaks)를 이전에 위키리크스에서 같이 일하던 핵심적인 몇몇 동료와 함께 설립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치 못했던 폭로 사이트의 여러 운영 방법이나 원칙, 노하우 등의 생각까지 닿으면서, 국내에도 폭로 사이트가 운영가능할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이를테면 일전에 소개한 4대강 리크스[1]와 같은 사이트는 얼마나 철저하게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긴 아직 제보자가 전혀 없는지, 자료가 없어서 조금 안습이다-_-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국내 사건이 몇몇 있지만 보호장치가 충분치 않아서 대부분 고통받고 있다고 들었다.

어째 일전에 읽은 ‘삼성을 생각한다'[2]와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ㅎ 국민일보에 기사[3]도 있다. 여하간 일종의 회고록 비슷한 내용이지만 위키리크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으니, 위키리크스나 내부 고발과 같은 테마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2017.5.19
BBC Julian Assange: Sweden drops rape investigation 12 minutes ago

 


2017.6.17
뉴스위크 WIKILEAKS DOCUMENTARY MAKERS ACCUSE ASSANGE OF CENSORSHIP 6/16/17 AT 10: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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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8
GlobaLeaks: Open-Source Whistleblowing Software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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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2
비지니스 인사이더 Video shows Julian Assange being forcibly removed from Ecuadorian embassy after arrest by UK police 5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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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3
BBC Julian Assange: Why Ecuador ended his stay in London embassy 12 April 2019

 


[1] 내 백과사전 4대강 리크스 2011년 1월 26일
[2] http://zariski.egloos.com/2536078
[3] 국민일보 “어샌지, 전제군주 같은 과대망상증” 최측근 베르크 책서 폭로 2011.02.11 18:20

폭로의 노하우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 저/배명자 역, “위키리크스“, 지식갤러리, 2011

p73-74

내용이 풍부한 폭로 자료가 반드시 관심을 끄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관심을 끈다. 그래서 전 알래스카 주지사 사라 페일린이메일에 대중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이 자료의 폭로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정당 정책 소통에 개인메일주소를 사용했다는 비평이 고작이었다. 페일린이 보낸 메일에는 그러니까 가족사진이 딸려 있었다. 언론매체는 이 주제를 오랫동안 폭넓게 다루었다. 그렇게 크게 다룰 일이 뭐였는지 정말 의아스럽다. 또한 이것이 과연 위키리크스에서 폭로할만한 자료였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이로써 우리는 도착한 모든 자료를 검열 없이 공개한다는 우리의 규정은 지킨 셈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토론의 지평을 보다 넓혀보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무엇이 공적이고, 무엇이 사적인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토론에 불을 지피고자 했다.

사라 페일린의 메일계정은 확실히 효과적으로 논쟁에 부채질했다. 물론 우리는 이 일로 프로젝트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계를 시험했고 항상 성공적으로 잘 통과했다. 우리는 점점 더 대담해졌다.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반면 2009년 11월에 공개된 독일 제약회사의 자료는 놀랍도록 관심도가 낮았다. 2009년 베스트 폭로를 꼽는다면 이 자료도 그 안에 속할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일종의 뇌물 관련 서류로 이해하기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공개한 검찰청의 96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약회사는 의사들에게 돈을 주고 자사제품을 처방하게 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이 제약회사의 약품을 처방하고 그에 따른 추가 이윤 배당금을 받앗다. 심지어 바로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가 돈을 요구하면 내게 전화하세요. 방도를 찾아볼께요.”
주고받은 내부메일에 언급된 내용이다. 또한 이 제약회사는 자사의 약품을 많이 처방한 의사에게는 비싼 세미나 상품권도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료를 공개한 시기에 법정은 제약회사가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고 의사들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기소를 기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자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매우 낮았다.

(중략)

방송은 총 30분이었는데, 10분씩 세 개의 주제가 다뤄졌다. 내가 녹화한 10분 이외에 나머지 20분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장벽은 무너졌고 베를린은 테크노를 춘다.”
“환상의 레이디 가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30분 내내 위키리크스를 보도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방송을 보고 나서 속으로 생각했다. 무엇이 먼저인가. 형편없는 방송? 아니면 형편없는 시청자? 시청자들이 더 좋은 방송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