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핫존 :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핫존 :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2015-03-20 | 원제 The Hot Zone: The Terrifying True Story of the Origins of the Ebola Virus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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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는 발발한 지역별로 조금씩 달라서, 발발한 지역이름을 따서 아종을 구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여섯 종류가 알려져 있다: 자이르 에볼라, 수단 에볼라, 분디부교 에볼라, 레스턴 에볼라, 타이 숲 에볼라, 마지막으로 Bombali ebolavirus.

지난 2013-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발발하여 초대규모 인명피해[1]가 났던 바이러스는 위키피디아를 보니 자이르 에볼라인 듯 하다. 마지막 Bombali ebolavirus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올해 7월 27일에 보고된 바이러스로, 상당히 최근에 발견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책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5종류가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에볼라 6종류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 본토에서 발견되어, 대규모 원숭이 살처분 작전이 개시되었던 레스턴 에볼라의 발발과 진행과정 및 소개작전 과정을 서술하는 논픽션이다.

저자인 Richard Preston은 과거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2]을 무척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상당히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애석하게도 David Quammen 선생의 저서[3]에 따르면[4]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과장이 심한 듯 하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이 직접 에볼라 환자를 대면하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텐데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흥행적 측면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위키피디아에 이 책 항목이 있는데, Quammen 선생 이외에도 몇몇 비판적 견해가 언급되어 있다.

확실히 책에는 사람의 내면적 묘사가 많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구사하고 있는데, 논픽션을 읽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을 쓰고, 정보의 출처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없는 논픽션은 언제나 경계를 하며 읽어야 할 듯 하다.

전반적으로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읽기에는 재미있다. 다만 추천은 하기 힘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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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현황(2014) 2014년 10월 12일
[2]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영림카디널 | 2004-03-15
[3]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은이), 강병철 (옮긴이) | 꿈꿀자유 | 2017-10-01
[4] 내 백과사전 리처드 프레스톤의 저서 ‘핫 존’의 문제점 2018년 10월 26일

리처드 프레스톤의 저서 ‘핫 존’의 문제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은이), 강병철 (옮긴이) | 꿈꿀자유 | 2017-10-01

p99-102 이탤릭체는 원문을 따름

나처럼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이란 책이 출간되었을 때 푹 빠져 읽은 사람이라면, 또는 그 책이 에볼라에 관한 대중의 인상에 미친 광범위한 영향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사람이라면 매우 끔찍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프레스턴은 사건을 성실하게 조사한 후 생생한 묘사를 통해 노련하게 풀어내는 작가다. 책에서 그는 실로 무서운 질병을 거의 초자연적일 정도로 섬뜩하게 그려냈다. 수단의 한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침상에서 침상으로 뛰어다니며 사정없이 환자들을 죽이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환자들이 엄청난 출혈을 일으키고, 장기들이 흐물흐물 녹아 내려 ‘사람들이 침대 속에서 녹아 없어졌다’고 표현한 구절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침대에서 녹아 없어졌다고? 특히 에볼라-자이르는 ‘사실상 신체의 모든 부분을 바이러스가 집어삼켜 소화된 점액처럼 만들어 버린다’고 했던 프레스턴의 묘사에 몸서리를 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쿠! 어쩌면 에볼라에 감염된 시체는 죽은 후에 ‘갑자기 변형되고’ 내부 장기들은 ‘감전되어 녹아내린 것처럼’ 썩어 흐물흐물해진다는 대목에서 너무 끔찍해서 책을 덮어 버린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독자들은 녹아내린다는 말이 실제로 녹는다는 뜻이 아니라 기능 이상을 의미하는 일종의 은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하긴 은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마르부르크병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프레스턴은 아프리카에 살던 프랑스 사람이 ‘비행기 여행 중 마르부르크병 바이러스로 인해 사실상 녹아내렸다’고 썼다. 승무원, 빨리 와봐요! 빛을 가린 수단의 한 오두막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죽어간 희생자를 묘사하며 ‘출혈로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갔다’고 표현한 구절도 있다. 어쨌든 이 말은 그냥 ‘출혈’이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종이봉지 속에 죽을 잔뜩 퍼넣었을 때 봉지가 터지듯 인간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나와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상태를 암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프레스턴의 묘사를 읽다보면 〈신체 강탈자의 침입〉이라는 영화처럼 사람이 녹아 없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에볼라 희생자들은 안구 속에 혈액이 가득차 눈이 멀고, ‘핏방울이 눈꺼풀 위로 송글송글 솟아난다. 그야말로 피눈물이다.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굳지도 않고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린다.’고 썼다. 피칠갑이 된 죽음의 마스크는 의학논문이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동료 작가를 비난하기는 싫지만 이런 묘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충고하는 것이 나의 의무일 것이다. 적어도 에볼라 희생자들의 전형적인 경과는 아니다. 출간된 기록이나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면 실제로 환자들이 겪은 고통과 죽음이라는 면에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임은 틀림없지만 프레스턴이 묘사한 충격적인 증상 중 몇 가지는 사실과 다르다. 현재 미국 전염병관리본부 특수 병원체부 차장인 피에르 롤린Pierre Rollin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에볼라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애틀랜타로 오기 전에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일했으며 지난 15년간 키크위트굴루의 유행을 포함하여 수많은 에볼라와 마르부르크병 유행 때 대응팀에서 활약했다. 인터뷰 중에 내가 이 병들이 극심한 출혈을 일으킨다는 대중의 인식에 대해 묻자 그는 쾌활한 태도로 말을 잘랐다. “그거 순 헛소리 예요.” 프레스턴의 책에 씌어진 내용을 언급하자 그는 그런 소리에 지쳤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그 구절을 암송했다. “사람들이 줄줄 녹아 흘러내렸다…이런 거죠? 프레스턴 씨야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겠죠. 나중에 픽션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되니까.” 롤린은 덧붙였다. “하지만 실화라면 진짜 있었던 이야기만 써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더군요. 사방에 피가 튀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면 훨씬 짜릿하긴 하겠죠.” 롤린은 출혈로 죽는 환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이 터지거나 녹아내리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 이상이 전혀 출혈이 없기 때문에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흡장애나 주요 장기의 기능 부전(녹아내리는 것은 아니고) 등 다른 원인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에볼라 유행 대응팀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칼 존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특유의 솔직한 태도로 몇 가지를 특별히 지적했다. 그는 플라이 낚시를 하러 몬태나 주를 자주 찾는데 한 번은 내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전부터 친했고 그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내게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인터뷰를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핫존: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점점 진지해지더니 이렇게 말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건 순전 뻥이에요. 피눈물 흘리는 사람은 본 적도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프레스턴이 헛갈린 거죠.” 칼은 우선 리처드 프레스턴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후, 공정하게 얘기하자면 그 젊은 저널리스트가 아무 근거없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1976년 자이르(얌부쿠가 아니라) 유행 중에 있었던 일과 헛갈린 거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제대로 알고 써야지. 죽은 사람이 무슨 자루처럼 형체없이 녹아내린 건 아니었다오.” 또한 존슨은 출혈이 그토록 심하다는 건 과장이라는 피에르 롤린의 말에 동의했다. 진짜 출혈이 심한 병이 뭔지 알아요? 크림-콩고 출혈열을 한번 보셔야 해. 물론 에볼라는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이지만 정확히 그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것은 아니죠.

문헌에 따르면 에볼라의 주 증상은 복통, 발열, 두통, 인후통, 메슥거림과 구토, 식욕감소, 관절통, 근육통, 무력증, 빈호흡, 결막충혈, 설사 등이다. 결막충혈은 눈이 빨개진다는 뜻이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다르다. 치명적인 환자는 모든 증상들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수도 많다. 경우에 따라 흉통, 토혈, 잇몸 출혈, 혈변, 코피, 주사 부위 출혈, 무뇨증, 발진, 딸꾹질, 이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키크위트 유행 중, 환자의 59퍼센트는 전혀 출혈이 없었고, 출혈 여부는 향후 생존과도 별 관련이 없었다. 반면 호흡이 빨라지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딸꾹질이 시작되는 것은 조만간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불길한 징후다. 출혈이 있다고 해도 임신한 여성에서 태아가 자연 유산된 예를 제외하고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문제가 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 혼수와 쇼크로 사망했다. 간단히 말해서 에볼라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 병이지 갑작스럽게 터지거나 녹아내려 죽는 병은 아닌 것이다.

아…. 프레스턴씨 ‘First Light‘[1]읽고 감동받아서 엄청 좋아했던 저술가인데, 좀 실망이 크다. 프레스턴씨의 저서는 국내에 역서[2]가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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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영림카디널 | 2004-03-15
[2] 핫존 :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리처드 프레스턴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2015-03-20 | 원제 The Hot Zone: The Terrifying True Story of the Origins of the Ebola Virus (1994년)

[서평]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은이), 정병선 (옮긴이) | 돌베개 | 2008-01-07 | 원제 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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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및 역사가로 활동하는 마이크 데이비스 선생의 책이다. 과거에 그의 저서인 ‘자동차 폭탄의 역사'[1]를 인상적으로 읽어서 산 책인데, 사놓고 하도 오랫동안 안 읽고 있다가 인제사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절판상태가 돼 있다-_-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에서 조류독감의 위험성에 대한 과소평가 및 저개발 국가에서 얼마나 쉽게 조류독감이 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 이거 스릴러가 따로 없구만-_- 무서운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공포 영화나 소설보지말고 이거 읽으면 딱이다-_- 그렇게 맛있던 치킨의 맛이 뚝 떨어진다-_-

평상시에는 사람들이 되게 이성적인 것 같아도, 확산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여 공포와 패닉이 확산되면, 인권이나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두는 사회 구조는 쉽게 파괴되고, 비극이 일어나기 쉽게된다. 따라서 평상시의 방역체계 확립이 중요한데, 이 책은 미국내 방역체계가 탄저균 테러와 같은 발생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에 훨씬 큰 예산이 할당되어 있고, 조류독감과 같은 발생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2004년 아시아 조류독감 사태[2]의 사례를 보니 국내는 주변국들에 비해 방역 시스템이 잘 된 편이 아닌가 싶긴 하다.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때 좀 허술한 방역체계를 경험한 탓인지 2018년 메르스 환자가 입국했을 때는 비교적 잘 대응한 면[3]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쓰인 시점이 2005년이라 지금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데, 그가 경고하는 조류독감의 대규모 전파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저자가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면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조금 든다. 어쨌든 발생하기기 쉽든 어렵든 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이 책에서 경고할만한 수준이 될 것 같다.

이미 절판되긴 했지만, 독서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참고할만한 몇몇 부분[2,4,5]을 인용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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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자동차 폭탄의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2012년 5월 4일
[2] 내 백과사전 2004년 아시아 조류독감 확산 2018년 10월 17일
[3] 국민일보 2018 메르스 대응은 ‘80점’…가야할 길 멀다 2018-10-15 13:17
[4] 내 백과사전 2003년 SARS 발발 2018년 10월 15일
[5] 내 백과사전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의 아종 발견 2018년 10월 14일

[서평] 아베 삼대 – ‘도련님’은 어떻게 ‘우파’의 아이콘이 되었나

아베 삼대 – ‘도련님’은 어떻게 ‘우파’의 아이콘이 되었나
아오키 오사무 (지은이), 길윤형 (옮긴이) | 서해문집 |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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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가 이번 총재선거에서 압승[1]하면서, 일본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가 사실상 확정되어 일본 정치사를 다시 쓰고 있다. 모리토모 학교 비리[2]나 후쿠다 준이치 성희롱[3] 등등 각종 부도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력한 집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현재 일본의 리버럴계는 거의 재앙적 상황일 듯 하다.

그는 화려한 정계집안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씨가 할아버지인 아베 간, 아버지 아베 신타로에 이어 아베 신조로 이어지는 아베가 3대 정치인의 성격, 행적 및 가치관을 추적하는 책이다.

저널리스트 답게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있고, 다양한 정보를 조립하여 당대 인물들의 성격, 행적, 가치관을 재구성하고 있다.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일본 현대 정계사 이야기라고 하니, 확실히 발로 뛰어 쓴 책이라는 인상이 든다.

흥미롭게도 그의 할아버지 간은 도조 히데키에 저항했던 강한 반전론자였고, 그의 아버지 신타로도 온건 자유주의 정도로 볼 수 있는 비교적 합리적 성격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아베 신조는 지금까지 중의원 선거에서 그의 집안의 후광의 덕을 봐 지역구 당선을 계속 해 왔던 만큼, 현 총리의 극우적 행보와 꽤나 거리가 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신조의 학창시절 및 사회경력의 증거를 토대로, 그의 정치관은 매우 늦게 형성되었고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나무위키의 아베 신조 항목[4]에 한국계 떡밥이 언급되어 있는데, 그 명확한 이유가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내에서 차별받던 시절에 아베 신타로가 정치적으로 비교적 공정성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여, 재일 한국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신타로는 재일 한국인들과 가깝게 지냈고, 경제적으로 성공했던 재일 한국인의 지원을 받았던 것 같다.

p90에 기시 노부스케와 아베 간이 같이 찍혀 있는 사진 한 장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 사진을 직접 볼 수 없을까 싶어 구글 검색을 해 봤지만, 암만 해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흔히 알려진 사진은 아닌 듯 하다. 책에 사진이 있으면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이런 구하기 어려운 사진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저자가 탐사 조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든다.

p213에 아베 신타로의 이부동생인 니시무라 마사오가 별세하기 직전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는데, 쇼와사와 전쟁사에 무지한 정치가에 대한 비판, 야스쿠니 신사의 총리참배 비판 등, 실질적으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과 직언이 인용되어 있다. 평균적인 일본인이 이 정도의 역사인식만 있었어도 아마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한편 신조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알아왔던 몇 안되는 생존자들도 당연히 3대째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증거기반의 객관적 서술도 많지만, 책 전반적으로 anti-신조의 논조가 상당히 강하므로, 정작 아베 신조 본인의 인터뷰가 없는 것은 당연히 이해가 되면서도 아쉽다. 하지만 아베 신조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씨까지 인터뷰한 것에는 꽤나 놀랐다. 기자정신이 투철하다고 할지, 무모하다고 할지. ㅎㅎ

역자인 길윤형 기자는 한겨레 소속의 도쿄 특파원으로 근래 아베 신조에 대한 책[5]을 쓰신 듯 한데,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짐작된다. 역자가 저자를 인터뷰한 기사[6]가 p330에 언급되어 있는데, 검색해보면 쉽게 나온다.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아베 집안 세 사람의 행적과 성격을 재구성한 저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책이다.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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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시스 아베, 자민당 총재선거 당선…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 2018-09-20 14:17:32
[2] 모리토모 학교 비리 사건 (나무위키)
[3] 내 백과사전 후쿠다 준이치 차관이 성희롱으로 사임하다 2018년 5월 2일
[4] 아베 신조 (나무위키)
[5] 아베는 누구인가 – 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 길윤형 (지은이) | 돌베개 | 2017-10-01
[6] 한겨레 “선대 후광 ‘세습 정치인’ 아베와 박근혜 닮은꼴이죠” 2017-02-07 21:20

[서평] 희토류 전쟁 – 미래의 권력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희토류 전쟁 – 미래의 권력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데이비드 S. 에이브러햄 (지은이), 이정훈 (옮긴이) | 동아엠앤비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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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The Elements of Power: Gadgets, Guns, and the Struggle for a Sustainable Future in the Rare Metal Age인 이 책은 저자가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희토류 공급네트워크와 소비형태 및 그 전망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현재 지나치게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희토류와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현재 세상의 모든 제품들은 점점 더 정교하고 효율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각 부품들의 물성이 독특하고 강력한 특징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량이지만 필수불가결한 희토류 물질이 반드시 첨가하게 되어 있고, 애석하게도 그런 물질들의 공급망은 불투명하거나, 산업 전반에 쉽게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독점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토류와 geopolitics와의 관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2010년 중국-일본 센카쿠 분쟁인데, 센카쿠 열도에 접근한 중국 어선을 일본이 나포하자,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는 카드로 쓴 것이 희토류 수출 제한이었다. 인상적인 사건이라 일전에 본 블로그에서도 언급[1]을 했는데, 이런 압박카드가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ㅎㅎ 이 책을 보니 그 사건 이후 폭등했던 희토류는 다시 폭락을 했다고 하니, WTO에 패소한 이후 중국이 어느 정도 굴복한 것 같다.

MIT tech 기사[2]도 약간 참고할만 한데, 이 책에서는 기사[2]보다 더 심도있는 상황분석이 있다. 폭락한 희토류 가격 때문에 많은 광산이 파산한 모양이고, 따라서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이 더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 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이 사태 이후로 희토류 물질을 회피하는 차선적 기술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 덕에 경쟁력이나 제품품질의 전반적인 하락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때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상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사물 인터넷이 도래하고 전쟁 무기는 점점 첨단화 되어가면서, 더 정교한 전자부품, 더 강한 강철, 더 강한 영구자석의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으므로, 재료금속 공학자들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듯 하다.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이 인류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들어가는 정밀한 부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희토류의 대량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효율이 높은 풍력 모터나 고효율의 태양열 패널이 환경적으로도 공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도 태양광에 보조금을 지급하니 나무를 베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3,4]도 일어나던데-_-, 무작정 친환경 녹색만 좋아할 게 아니고, 환경을 위해 고려해야할 사안은 생각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각종 전자기기들의 사용수명이 짧아지는 현상과, 폐전자기기의 재활용이 난해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니, 나도 꽤나 전자기기 좋아하는 편이지만, 유튜브에 널려 있는 각종 IT제품들의 포장 뜯는 거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한 번 읽혀주고 싶구만. ㅋ

점차적으로 재료금속과학의 희토류 분야 연구자와 지원하는 인재가 줄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도 있고, 미국인이 쓴 책이므로 전반적으로 미국의 안녕과 번영을 바라는 관점에서 서술하는 내용이 많다. 다만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의 입장으로서도, 일본이 겪은 희토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볼만 하고, geopolitics를 보는 관점도 키울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주기율표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 같다. ㅎ

한가지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강철에 첨가하여 강도를 극적으로 높여주는 니오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포스코가 브라질 광산회사 CBMM의 지분을 일부 사들였다는 사실이 잠시 언급되어 있다. 이게 뭔가 했더니만 MB시절 자원 외교의 일환으로 투자된 모양인데, 대박을 터트렸다[5]고 하니, 몇 조를 날려먹은 MB의 뻘짓[6] 중에서 드문 성공사례가 된 듯 하다. 이 책을 보면 광산에 직접투자하는 것이 왜 실패율이 그렇게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CBMM의 수익률이 어떻게 그렇게 높을 수 있는 건지, 여러 납득을 할만한 환경적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ㅎㅎ

전반적으로 희토류 기반의 국제관계나, 산업관계등 일반인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저자가 다방면으로 발로 뛰어 조사한 흔적이 역력한 책이다. 책의 일부를 인용[7]했으니 독서 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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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희토류 시장과 중국 2010년 10월 15일
[2] MIT tech review What Happened to the Rare-Earths Crisis? February 25, 2015
[3] 중앙일보 경북 청도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이 와르르…”산사태 때문” 입력 2018.07.04 15:16
[4] mbc 산 깎아 만든 태양광발전소 산사태 위험 2018-07-10 06:46
[5] 에너지 경제 포스코, 브라질 광산 투자 ‘잭팟’ 터트렸다 2015.05.05 17:15:07
[6] 탐사기획 –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1회. 뒷돈과 조작의 신화 – 페루·볼리비아 르포 (hani.co.kr)
[7] 내 백과사전 인듐과 텔루륨의 경제학 2018년 9월 20일

[서평] 카카오 AI 리포트 – 인간과 인공지능을 말하다

카카오 AI 리포트 – 인간과 인공지능을 말하다
카카오 AI 리포트 편집진 (지은이) | 북바이북 |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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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간하는 월간지[1]가 있는 모양인데,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월간지에 게재된 글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여러 명의 저자가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므로, 다방면에서 AI와 관련된 주제들이 매우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잇다.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고, 데이터 취급이나 서비스 제공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을 논하는 글도 있고, AI의 윤리나 도덕에 대한 글도 있다. 각자 관심분야를 골라 읽으면 될 듯 하다.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상당히 많은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일부 내용은 본 블로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언급되는 딥 러닝의 역사는 여러 경로[2]로 접할 수 있다.

구글이 딥 러닝으로 안저 영상 판독을 했다는 유명한 2016년의 결과[3]가 책에서 상당히 여러 번(p31, p392, p414, p505) 언급되는데, 확실히 임팩트 있는 결과이긴 하지만, 이 결과가 재현 안된다는 주장[4]도 있다는 점을 독서하실 때 참고하기 바란다.
p95에 딥 러닝을 fooling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 블로그에서도 언급한 적[5]이 있다.
p114에 기계학습 모델링으로 주가 예측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에서도 주석으로 언급하지만 Knight Capital이 자동매매 오류로 40분동안 4억달러의 손실을 본 사건[6]은 유명하다. 잘 벌다가도 날리는 건 한순간이 아닌가-_- 싶다. 갑자기 오르비 관리자가 AI로 자동 주식 매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7]가 생각나는구만-_-
p166에 알파고 제로에 대한 네이쳐 논문[8]을 설명하는 글이 나오는데, 일전에도 이야기[9]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_-
p189부터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의 장점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일전에 읽은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10]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다.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종이책이라서 뒤쪽 참고문헌에 제시된 url을 일일이 손으로 타이핑해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전자책으로 나오면 나름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11]을 관심있게 본다면, 스타일이 비슷하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름 재미있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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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 AI리포트 2017 모음집 (brunch.co.kr)
[2] 내 백과사전 딥 러닝의 간략한 역사와 연구 동향 2016년 4월 20일
[3] Varun Gulshan, Lily Peng, Marc Coram, et al,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Deep Learning Algorithm for Detection of Diabetic Retinopathy in Retinal Fundus Photographs” (December 13, 2016) JAMA. 2016;316(22):2402-2410. doi:10.1001/jama.2016.17216
[4] Mike Voets, Kajsa Møllersen, Lars Ailo Bongo, “Replication study: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deep learning algorithm for detection of diabetic retinopathy in retinal fundus photographs”, arXiv:1803.04337 [cs.CV]
[5] 내 백과사전 1픽셀로 deep neural network를 무력화 하기 2017년 10월 31일
[6] 뉴욕타임즈 Knight Capital Says Trading Glitch Cost It $440 Million AUGUST 2, 2012 9:07 AM
[7] 오르비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orbi.kr)
[8] David Silver et al.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 Nature volume 550, pages 354–359 (19 October 2017) doi:10.1038/nature24270
[9] 내 백과사전 AlphaGo Zero의 원리를 한 장의 이미지로 설명하기 2018년 2월 26일
[10] 이코노미스트 How voice technology is transforming computing Jan 7th 2017
[11] 주간기술동향 (itfind.or.kr)

[서평] 블랙 에지 – 내부정보, 더러운 돈 그리고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강의 헤지펀드 트레이더를 추적하는 미국 연방 검찰과 FBI의 수사 다큐멘터리

블랙 에지 – 내부정보, 더러운 돈 그리고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강의 헤지펀드 트레이더를 추적하는 미국 연방 검찰과 FBI의 수사 다큐멘터리
실라 코하카 (지은이), 윤태경 (옮긴이), 김정수 (감수) | 캐피털북스 | 2018-07-09 | 원제 Black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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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도서 목록[1]에서 이 책을 봤을 때, 역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나올 줄 몰랐다. ㅎ 평소에 SAC 캐피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즉각 구입.

SAC 캐피털이 문 닫을 당시에는 내부자 거래건[2]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사안이 꽤 심각한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내부자 거래가 헤지펀드 업계 전반에 대단히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원서도 나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책 홍보를 위한 저자 Sheelah Kolhatkar의 홈페이지[3]도 있다. 저자는 코언을 잡아넣기 위해 FBI와 SEC가 10년간 그의 뒤를 추적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영화와 같은 구성으로 묘사하고 있어 재미를 준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좀 어지럽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너무 재밌어서 밤1시까지 쉬지않고 읽어서 완독해버렸다. ㅋ

논픽션은 일전에 본 Luke Dittrich의 저서[4]처럼 1인칭 서술을 선호하는데, 저자가 어떤 과정으로 정보를 취득했는지에 대해 독자가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쓰고 있어서, 심리묘사를 하는 부분이 좀 걸린다.

월가에서 내부자 거래가 이렇게 광범위하다면, 국내장도 별로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본인도 기업이 적자전환 발표에 앞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는데, 수상하기 짝이없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 투자자는 (스캘핑을 제외하면) 분기 이하 기간을 단위로 하는 매매기법으로는 거의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본다.

p49에 80년대 LBO가 유행이던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문앞의 야만인들‘[5]이 무척 유명하다.
p68에 코언의 평범하지 않은 투자스타일을 묘사하는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세상 모든 것은 정규분포다 보니, 코언은 대부분의 사람이 본성적으로 판단하는 방향과 좀 다른 직관을 가진 정규분포의 극단에 있는 듯 하다. 대부분의 은여우가 공격적 야성을 가지고 있다면, 정규분포의 극단에 있는 일부는 인간에게 비교적 친근함을 느끼기 마련[6]이다. 아마 코언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교배-_-하면, 은여우 가축화처럼 투자에 매우 뛰어난 인간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_- ㅋ
p107부터 코언이 아트 컬렉터가 되는 과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원래 코언이 미술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냥 졸부의 자기 과시였을 줄이야… 대 실망이다. ㅋ
p107이후로 피카소의 작품 Le Rêve가 몇 번 언급되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 캔버스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듯.
p407에 ‘때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밤이었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책에 별다른 설명이 없으나 이는 Edward Bulwer-Lytton의 소설의 첫문장 It was a dark and stormy night이다. 영문학에서 가장 진부한 문장의 아이콘으로 여러 패러디가 있다고 한다.

매튜 마토마가 의사와 접촉하여 신약 임상시험 자료를 빼내는 과정을 보니, 제약/신약 관련주는 절대로 트레이딩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_- 와 이 쉐이들 완전 사기꾼들이구만. 제약 포지션은 전부 정리해야겠다-_- 책 말미에 마토마가 항소했다고 나오는데, 검색해보니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여 9년형이 확정된 듯 하다.[7] 이 쉐이 FBI에게 비협조적이더니만 꼬시다-_-

코언씨는 SAC 해체 이후에 100억달러(!)에 이르는 개인재산만으로 만든 헤지펀드에서 경이로운 수익률[8]을 올리는 듯 한데, 그의 내부자 거래 수법이 여전히 통하는 모양이다.

헤지펀드 업계에 이렇게나 광범위하게 내부자 거래가 만연하고 있고, 범죄자들이 인권 보호장치를 끊임없이 악용하며 빠져나가는 스토리를 들으니 초 짱난다.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현재도 재판중이고, 일부 제보자가 익명을 요구하는 탓에 모든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듯 하다. 책의 맨 뒤에 어떤 과정으로 저술했는지에 대해 짧은 설명이 있다. 아직도 전개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현재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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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2017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7년 12월 11일
[2] 내 백과사전 스티브 코언의 내부자 거래 2013년 3월 1일
[3] https://www.sheelahkolhatkar.com/
[4] 내 백과사전 [서평] 환자 H.M. –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2018년 6월 13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문앞의 야만인들 : RJR내비스코의 몰락 2011년 5월 3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은여우 길들이기 2018년 8월 23일
[7] 로이터 Conviction of SAC’s Martoma upheld despite jury instructions JUNE 26, 2018 / 12:12 AM
[8] 내 백과사전 헤지 펀드 매니저 수입 순위(2017) 2018년 5월 12일

[서평] 은여우 길들이기

은여우 길들이기
리 앨런 듀가킨, 류드밀라 트루트 (지은이), 서민아 (옮긴이) | 필로소픽 | 2018-07-13 | 원제 How to Tame a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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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킨스 선생의 [1]에서 이 유명한 실험 이야기를 들었을 때[2] 무척 흥미로웠고, 리센코의 악명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따로따로 알고 있던 이 둘이 관련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리센코의 과학자 탄압을 피해 모피제조를 핑게로 실험한 것이라 한다.

Mad Scientist 선생이 이 책의 원서를 소개한 글[3]을 봤었을 때, 역서가 나올까 싶었는데 진짜 나올 줄 몰랐다. ㅎㅎㅎ 투머치 설명충 선생의 책소개[4]도 참고할만 하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가둬놓고 몇세대 동안 어릴때부터 인간에게 익숙해지면, 저절로 친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책에 의하면 야생 동물은 그런 공격성이 사라지지 않는 듯 하다-_- ㅎㅎㅎ 가축화가 왜 의문점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앞부분에 제시되어 있으니 잠시 인용해 본다.

p37-40

동물의 가축화 역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가운데 하나는 가축화된 종의 가까운 사촌들을 가축으로 길들이려는 다방면의 노력들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얼룩말은 말과 굉장히 가까운 친척으로 간혹 둘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기도 할 정도다. 수컷 얼룩말과 암컷 말 사이에서 잡종 말 조스zorce가 태어나거나, 수컷 말과 암컷 얼룩말 사이에서 암컷 헤브라hebra가 태어난다. 그러나 말과 유전적 관련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얼룩말은 성공적으로 가축화 되지 못했다. 19세기 말에 아프리카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식민지 당국이 아프리카에 데리고 온 말들은 체체파리가 옮긴 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지만, 얼룩말은 이런 질병들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얼룩말이 말과 매우 유사하므로 대체 동물로 적당할 거라는 생각은 더할 나위 없이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얼룩말의 사육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내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깨닫게 되었다.

얼룩말은 누우와 영양 곁에서 풀을 뜯어먹고 사는 초식동물이지만 사자, 치타, 표범의 주요 목표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식 압력이 그들에게 맹렬한 투지를 심어주었다. 얼룩말이 발로 차는 힘은 굉장히 세다. 그런데도 배짱 좋은 일부 사람들은 얼룩말을 타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고분고분하게 훈련시키기도 했다. 영국의 대담한 동물학자 월터 로스차일드는 심지어 얼룩말 무리를 런던에 들여와 한동안 네 마리의 얼룩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버킹엄 궁까지 달리며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얼룩말들은 사실상의 가축화에는 저항했다. 이처럼 많은 동물이 인간의 통제에 복종하도록 훈련될 수는 있지만, 가축화로 이어지려면 선천적으로 길들도록 유전자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좀처럼 길들지 않는 말이 있는 것처럼 특정한 각각의 동물이 덜 길들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슴은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사슴의 가까운 친척들은 가축화 시도에 저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 전 세계 수십 종의 사슴 가운데 단언컨대 단 한 종의 사슴 – 순록 – 만이 가축화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원주민 사미족에 의해 아마도 두 차례 독립적으로 가축화된 마지막 포유류 가운데 하나인 순록은 북극과 아북극 기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동물이 되었다.24 인간과 오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해온 야생 동물에 속하며 대체로 우리에게 공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밖에 다른 사슴 종들이 가축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특히 흥미롭다. 또한 사슴은 수천 년 동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우리는 유순한 사슴 무리를 기르고 싶은 동기가 강했다. 그러나 사슴은 일반적으로 신경질적인 동물이며, 새끼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되면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또 겁을 먹으면 무리지어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한다. 얼룩말과 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슴 역시 가축화를 시작하기에는 길들임을 위한 유전적 변이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을지 모른다.

드미트리는 여우 역시 가축화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까운 친척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그가 니나에게 자신의 실험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무렵엔 은여우가 인간들에게 사육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대부분 조금도 길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은여우는 붉은 여우의 특별한 품종으로, 붉은 여우는 포식자들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지 않는 한 야생에서 특별히 공격적이지 않다. 붉은 여우는 유럽과 미국 근교 지역으로 들어가 작은 개와 고양이를 사냥하며 살지만, 선천적으로 인간과 멀리 떨어져 지내길 선호하며 야생에서는 주로 더 작은 먹잇감을 사냥한다. 잡식동물이라 과일, 딸기류, 풀, 곡물 등도 먹지만 설치류와 작은 새들을 특히 좋아한다. 늑대처럼 무리지어 사냥하지 않으며, 새끼를 낳은 직후부터 새끼들이 혼자 자립할 준비가 될 때까지 부모가 새끼를 보살피는 기간을 제외하면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생활한다. 짝짓기 철마다 새 짝을 찾는 대신 평생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내는 데 아주 능숙해서 밝은 오렌지 빛을 띠는 붉은 여우조차 야생에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갇혀 지내는 여우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여우들은 돌보는 사람이 다가가면 사납게 으르렁대면서 굉장히 공격적이고 이따금 무척 사나울 때도 있다. 우리에 있는 여우를 향해 너무 가까이 손을 내밀다간 자칫 심하게 물어뜯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니나 소로키나의 코힐라 농장처럼 여우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추장스럽지만 두꺼운 보호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필수였다.

 


24 K. Roed, O. Flagstad, M. Nieminen, O. Holand, M. Dwyer, N. Rove, and C. Via, “Genetic Analyses Reveal Independent Domestication Origins of Eurasian Reindeer,”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275 (2008):1849-1855

개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무척 흥미롭지만, 동물의 행동에 대한 해석에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도 짧지만, 동물의 행동이 진짜 인간의 감정과 같은 어떤 것인지, 아니면 감정을 표현하는 것 처럼 보이는 일련의 입력-출력 반응인지에 대한 논쟁이 짧게 언급(p93,p111)된다. 일전의 Frans de Waal선생의 동물행동학에 대한 책[5]에서 좋은 설명이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사회생물학자인 E. O. Wilson의 견해도 잠시 언급(p112)된다. (사회주의는 종을 잘못 선택했다[6]는..-_-)

수십년에 걸쳐 진화실험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경의를 표해야 마땅할 것 같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두 일전의 글[2]에서 이야기 했고, 좋은 서평[3,4]도 많으니 일독을 권한다. 텍스트의 분량이 많지 않아 하루 정도 집중하면 완독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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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상 이야기 –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전면 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옌 웡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까치 | 2018-01-30 | 원제 The Ancestor’s Tale: A Pilgrimage to the Dawn of Life (2004년)
[2] 내 백과사전 여우의 가축화 2011년 7월 15일
[3] https://www.facebook.com/ …
[4] https://www.facebook.com/ …
[5] 내 백과사전 [서평]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2017년 11월 16일
[6] https://www.facebook.com/galoist/posts/218668165484894

[서평] 알리바바 – 영국인 투자금융가가 만난 마윈, 중국, 그리고 미래

알리바바 – 영국인 투자금융가가 만난 마윈, 중국, 그리고 미래
던컨 클라크 (지은이), 이영래 (옮긴이)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8-06-05 | 원제 Alibaba: The House That Jack Ma Built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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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1]했을 때 점찍어 둔 책인데, 역서가 나올줄 몰랐다. ㅎㅎ 전자책으로 나올까 싶어서 좀 기다려봤는데, 가능성이 없어보여서 그냥 종이책으로 구입함.

요새 IT 대기업들을 두문자로 부르는게 유행인지, FAANG(페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GAFAM(구글, 애플, 페북, 아마존, 마소) 등등 이런 신조어가 간간히 보인다. ㅎㅎㅎㅎ 중국 IT의 천하삼분지계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중의 하나인 알리바바가 어떻게 설립되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이다.

마윈이 되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인 듯 한데, 그의 멋있는 어록이나 단편적인 행적을 다루는 정보는 많아도, 이 책과 같이 종합적이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은 흔치 않은 듯 하다. 이 책의 정보가 충분한 것은 아닌 듯 하지만, 중국 정보를 비교적 얻기 어려운 영미권에서 유익하다고 판단할만 하다.

거의 대부분의 빅 테크 기업들의 창업자는 기술방면의 지식인(대체로 프로그래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구글, 페북 등은 물론이고 바이두의 리옌훙, 텐센트의 마화텅, 샤오미의 레이쥔도 예외는 아니다. 듣자 하니 레이쥔은 꽤나 이름 날리던 프로그래머였다고 하던데, 진짠지는 잘 모르겠음. ㅋ

그에 반해 마윈은 전직 영어강사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왜 마윈이 기술적 지식도 없이 무슨 근거로 인터넷 상거래의 미래를 그토록 확신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 없다-_- 원래 지나고보면 당연해 보이는 결과도 그냥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당대에는 미래가 어느쪽으로 기울어질지 알기 어려운 법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마윈의 자서전이 나와야 할 듯. ㅎㅎ 어쨌건 그의 영어실력 덕분에 남들이 갖지 못한 기회를 거머쥐었던 건 확실한 것 같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영어를 잘 해야 한다. ㅋㅋㅋ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알리바바가 이베이의 경쟁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과정은 기업의 현지화나 현지 문화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케이스 스터디로 볼만하다. 엄청난 수익 증가율[2]의 이유를 알만하다. 마윈이 손 마사요시에게 투자를 받는 과정[3]은 너무 어이없게 즉흥적이라 놀랍다.

p151에 예언적인 이코노미스트지의 1999년 기사[4]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을 쓴 기자는 크리스 앤더슨이라고 한다. 헐. 이 아저씨의 책들[5,6]을 예전에 재밌게 읽었는데, 이코노미스트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 줄 몰랐다. ㅋ

p220에 SARS 확산으로 인해 사무실을 봉쇄하고 원격 회의로 알리바바가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SARS로 인해 외출을 꺼려한 사람들 때문에 중국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근래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나이지리아 인터넷 판매가 급성장했다는 이야기[7]와 똑같다.

마윈이 은근히 능구렁이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알리페이의 소유권 이전 논란이라든지,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케이맨제도에 법인등록이 되어 중국 본사와 뚜렷한 연결점이 없다는 점 등등 여러모로 앞으로 투명성을 주장하면서 뒤로 불투명한 구린내가 많은 경영자 같다.

여하간 정보가 상세하지는 않지만, 알리바바의 대략적인 역사를 훑어보는데 적절한 책이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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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8
뉴욕타임즈 Alibaba’s Jack Ma, China’s Richest Man, to Retire From Company He Co-Founded Sept. 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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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3
cnn How Jack Ma went from English teacher to tech billionaire September 9, 2018: 11:35 PM 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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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2] 내 백과사전 알리바바의 수익 증가율 2014년 9월 20일
[3] 내 백과사전 마윈과 손정의의 만남 2018년 8월 15일
[4] 이코노미스트 Asia online Apr 15th 1999
[5] 내 백과사전 [서평] 메이커스-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2013년 11월 29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2010년 6월 3일
[7] 이코노미스트 E-bola Sep 20th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