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10점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일단 2016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책[1]이고, 무케르지 선생의 전작[2]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번역판이 나온다면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ㅎㅎㅎ 다만 신간은 몇 달 뒤에 e-book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간 이후에 몇 달 기다렸는데, 안 나오길래 걍 종이책을 슥샥 사고야 말았다. 출판사는 부동산이 부족하여 더 이상 책을 도저히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의 상황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

전작[2]도 대단히 훌륭하지만 이 책도 훌륭하다. 벌써 위키피디아 항목도 만들어져 있다. 이 책으로 몇몇 상의 후보에 오른 듯.

전반적인 내용은 유전자 연구의 역사인데, 더불어 그 역사에 맞물려 저자 자신의 가족사가 유전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대해서 감상적 느낌을 조금 보탠 부분이 부가적으로 들어 있다. 과학의 큰 흐름을 보여주면서 병렬적으로 개인의 가족사를 묘사하는데, 대중과학서이면서도 거시적 서술과 미시적 서술을 병행하는 수필적 서술 기법이 무척 훌륭하다. 전작[2]도 비슷한 수법을 쓰고 있으므로 전작이 마음에 든다면 이 책도 괜찮을 듯 하다. 일전에 쓴 ‘“유전자”를 벵골어로 번역하기'[3]를 참고하기 바란다.

전반부는 멘델 – 다윈 – 모건 – 왓슨/크릭을 거치는 유명한 과학사이지만, 본인은 각 사건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다 알지 못했으므로 볼만했다. 모건의 초파리 실험 이야기는 일전에 읽은 Jonathan Weiner 선생의 ‘초파리의 기억'[4]이 무척 훌륭하다. 독서를 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초파리의 기억’을 다시 찾아보려고 하니 책이 어디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네-_- 그래서 다시 사려고 했는데, 중고파는 사람들이 엄청난 가격으로 올려 놓는 통에 재출간을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다ㅠㅠ

유전자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논의가 본성과 양육 논쟁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트 리들리의 책[5]과 핑커 선생의 책[6]이 볼만했는데, 관심있다면 추가적으로 찾아 읽어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생학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야기도 당연히 나오고 후성유전학 이야기도 나온다. 후성유전학에 관해서는 Nessa Carey 선생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7]되어 있고, 이 책에서도 그 일부를 인용하고 있는데, 본인이 게을러서 아직 안 읽었음-_-

마지막으로 나오는 내용이 예상대로 근래 화제가 되는 CRISPR 이야기인데, 이 사건은 당연히 현재 진행형이다. 무케르지 선생 나름대로의 견해도 써 놓고 있지만, 미국 인간유전학회지에서 이번 달 초에 발표한 CRISPR를 이용한 인간 유전자 교정에 대한 선언[8,9]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p132에 러시아 역사를 바꾼 혈우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에 본 ‘라스푸틴'[10]이 역사적 정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p422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추적에 관해서는 ‘최초의 남자'[11]에 훨씬 자세한 내용이 있다.
p474에 심리학에서 환경론적 견해가 우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스키너의 행동주의가 유행하던 시절을 가리키는 것 같다. 심리학의 발전사에서 유명한 사건인데, 일전의 포스트[12]가 도움이 될 듯 하다.

뭐 사실 Secret Lab of Mad Scientist 페북 페이지[13]에 더 좋은 서평이 있어서 이 글은 별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_-

 


[1]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2015년 1월 26일
[3] 내 백과사전 “유전자”를 벵골어로 번역하기 2017년 7월 5일
[4]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18465
[5]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6340
[6]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68476
[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6960124
[8] Kelly E. Ormond et al. Human Germline Genome Editing,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Volume 101, Issue 2, p167–176, 3 August 2017 DOI: http://dx.doi.org/10.1016/j.ajhg.2017.06.012
[9]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859953070818779
[10] 내 백과사전 [서평] 라스푸틴 – 그는 과연 세상을 뒤흔든 요승인가 2017년 7월 19일
[11] 내 백과사전 [서평] 최초의 남자 : 인류 최초의 남성 ‘아담’을 찾아 떠나는 유전자 오디세이 2012년 12월 9일
[12] 내 백과사전 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2013년 4월 20일
[13]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789664731180947

[서평] 라스푸틴 – 그는 과연 세상을 뒤흔든 요승인가

라스푸틴10점
조지프 푸어만 지음, 양병찬 옮김/생각의힘

출판사 측의 책소개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를 매개로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공통점 때문에 최순실을 ‘한국의 라스푸틴’이라 소개하는 외신[1]이 많다고 한다. 본인은 라스푸틴에 대해서 그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던 차에, 과학 기사 번역으로 이름을 날리시는 번역가 양병찬 선생이 책을 번역했다고 하니, 한 권 슥샥 사 보았다.

라스푸틴이 자기 마음대로 장관급 인사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국정농단을 부리면서 민심이 러시아 황실에 반발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러시아 황실이 붕괴되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러시아 혁명의 원인제공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출간 시기가 한창 최순실 게이트 직후라서 출판사 마케팅도 이쪽과 엮어서 진행 하고 있는 것 같다.

냉전 이후,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에서 오래 보관되어온 문서들이 조금씩 개방된 모양인데, 그 덕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발굴하여 러시아 관련 역사를 자세히 분석하거나 재조명하는 책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전에 본 리처드 오버리 선생의 저서[2]도 그러한 맥락에 있다. 이 책의 저자인 Joseph T. Fuhrmann도 과거 알려지지 않은 자료에 접근하여 나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취합하여 책을 쓴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서술하는 사실관계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저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안 건지 좀 의문스러운 부분도 꽤 있다. (특히 어떤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다고 하는 부분.) 전반적으로 야사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읽어볼만한 책이라 본다.

러일전쟁의 시기부터 러시아 혁명 직전까지 러시아 황실 내부의 사정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당시 러시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분명 러일전쟁 직후일 텐데, 러일전쟁의 영향이 러시아 황실에 별로 미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근대사에서 러일전쟁의 크기가 동/서양적 관점 사이에서 꽤 다른 것 같다.

책의 뒷부분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과정이 짧게 묘사되어 있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거미줄처럼 복잡했던 유럽 국가들간의 외교관계와 초기 전황은 존 키건 선생의 ‘1차세계대전사'[3]가 대단히 참고할만 하다. 앞부분만 읽어봐도 이 책에서 서술한 유럽 정치/외교적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85에 라스푸틴이 황제와 황후에게 vy 대신 ty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에도 짧은 설명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초 짧은 러시아어 실력-_-으로 보충설명을 해 두고 싶다. ㅋㅋㅋ 일전에 영어에 2인칭 존대말이 없다[4]는 이야기를 했는데, 영어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인도-유럽 어족에 속한 언어들에서 2인칭 복수를 존대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2인칭 단수 ты(띄)는 일종의 반말, 2인칭 복수 вы(븨)는 존대와 비슷하게 된다. 그러나 나무위키의 설명[5]에 따르면 한국어의 반말/존대와는 조금 다른 상호 존중의 의미로 사용한다고 하니, 라스푸틴만 일방적으로 ты(띄)를 쓰지 않고, 황제도 라스푸틴에게 ты(띄)를 쓰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가끔 인터넷에 떠도는 라스푸틴의 성기라고 주장되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저자에 의하면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또한 본인은 어릴 적에 라스푸틴이 익사했다고 들었는데, 부검 당시의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그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뭐 여하간 국내 번역서 중에서는 라스푸틴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ㅋ

 


[1] 뉴스위크 DAUGHTER OF ‘SOUTH KOREA’S RASPUTIN’ CHOI SOON-SIL EXTRADITED OVER BRIBERY ALLEGATIONS 5/31/17 AT 5:00 AM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2010년 6월 28일
[3]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2086652
[4] 내 백과사전 영어에서 you의 존대말 2014년 2월 11일
[5] T-V구분 in 나무위키

[서평]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10점
이기형 외 지음/바이오스펙테이터

‘바이오스펙테이터'[1]라는 신생 의학/제약 전문 언론사의 기사를 가끔 읽는데, 기사의 수준이 무척 높아서 상당히 유익하다. 근데 예전에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던 몇몇 기사를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니, 유료기사로 전환되어 있구만… 유료 구독을 하려고 했는데,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좀 높은 가격인 듯[2] 하여 포기했다-_-

이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자들이 책을 썼다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길래 잽싸게 슥샥 사서 읽어보았다. 책 제목이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다 보니까 무슨 의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신약 개발의 최전선과 국내 신약개발 현황을 요약해 놓은 책이다.

암이나 유전 질환, 뇌질환 등 난치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 제약 연구의 최전선 현황과 국내외 기업들의 시장 현황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난해한 전문용어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이론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이 모두 설명되어 있어, 문외한이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최신 현황과 트렌드를 짐작하기 좋은 책이라 본다.

책에서 난치병을 극복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는데, 물론 아이디어는 쉽고 실행은 어려운 법이지만, 수학문제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발상적 방법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뛰어들어서 brilliant한 아이디어를 탁! 내 놓고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건 다음 생에나 가능할까..-_- 더불어 왜 암의 치료가 어려운지에 대해 문외한이 간접적으로 짐작할 만한 이야기도 다수 포함된다. 역시 와인버그 선생이 좌절[3]할만 하다.

책의 앞쪽에 나오는 인체 면역체계에 대한 설명과 관련하여, 일전에 본 ‘나만의 유전자'[4]가 꽤 도움이 된다. 면역학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새로 시도되고 있는 신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면이 좀 있는 듯 한데, 본인은 문외한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유전자 치료로 Timothy Ray Brown이라는 환자가 치료되었다는 언급(p167)이 있는데, 이 사람은 매우매우매우매우 특이한 케이스[5]이고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결과라서 예시를 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제약계 쪽에서는 대단히 큰 뉴스라서 책에서 여러번 언급이 나온다. 저자들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 대단히 우호적인 관점을 많이 비치고 있는데, 셀트리온의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6]도 형평성 차원에서 알아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또한, 한미약품은 부정적 뉴스와 긍정적 뉴스의 발표 타이밍을 조절하여 주가를 조작한 전력[7,8]이 있는데, 이 때문에 본인이 꽤 손실을 본 경험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한미약품의 도덕성을 별로 높게 보지 않는다.

어쨌든 책의 내용은 엄청나게 유익하며,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관심이 있으면 필히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하는데, 관심있다면 아마 벌써 읽어보지 않았을까-_- 얼마전에 벌써 2쇄가 들어갔다[9]고 하니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강추함. ㅋ

 


[1] http://www.biospectator.com/
[2] https://member.biospectator.com/join/select_join.php
[3] 내 백과사전 Robert A. Weinberg의 기고글 :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나? 2015년 3월 25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나만의 유전자 – 나를 찾아낸 과학혁명 2016년 6월 8일
[5] 내 백과사전 베를린 환자 The Berlin Patient 2014년 9월 26일
[6] snek 셀트리온 (068270):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이대로 괜찮은가 4월 17일
[7] 노컷뉴스 한미약품 집단소송 움직임…”사실상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 2016-10-06 05:00
[8] 아시아경제 한미약품 주가조작 연루혐의 운용사들 압수수색 2015.11.02 20:05
[9] https://www.facebook.com/biospectator/posts/447319035623474

[서평] 중앙은행 별곡 – 혼돈의 시대

중앙은행 별곡10점
차현진 지음/인물과사상사

이 책은 부제 그대로 대한제국이 중앙은행을 설립하려고 시도했던 시기부터 1950년 한국은행 설립까지,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에 있었던 금융환경과 중앙은행 설립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하는 책이다. 국제 금융사를 다루는 베리 아이켄그린 선생의 훌륭한 저서들[1,2]이 이미 있지만, 유럽/미국 금융사에 관해서만 서술되어 있어, 우리에게는 약간 거리감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19세기초 동북아시아권의 금융사에 대해 참고할만한 신선한 책이라 생각한다.

흥미롭고도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의 조선은행의 지위와 역할을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일전에 니시하라 차관에 대해 책의 일부를 인용[3]해 두었으므로 독서 여부에 참고 바란다.

재미있게도 chartal theory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듯한 저자의 관점(p45,p115)를 볼 수 있는데, ‘비트코인은 화폐를 흉내낸 것’이라고 단언한 부분에서 확실히 기술에 뒤쳐지는 사람의 고정관념은 견고하다는걸 느낀다. 일전에 snek에서 공매도 사냥꾼인 Andrew Left가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공매도 했다는 이야기[4]를 봤는데, 테슬라는 그렇다 쳐도 엔비디아는 강력한 AI 트렌드가 명확[5]한데도, 이를 보지 못하는 전근대적 사고들이 측은해진다.

p28에 영국의 화폐위조의 처벌에 대한 언급이 잠시 나오는데, 위조지폐범에게 강한 처벌을 내리는 영국의 당시 사회적 배경은 일전에 읽은 ‘뉴턴과 화폐위조범'[6]에 잘 나와 있다.
p225에 스기 공작(杉工作)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이와 정확히 거울상처럼 똑같은 독일의 작전이 유명한 베른하르트 작전인데, 이에 관해서는 Cicero씨의 블로그[7]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저자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꽤 많았는데, 저자 나름대로는 가능한 출처를 표시했다지만 좀 불만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혼란했던 19세기 초의 국제 정세를 금융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흥미로운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달러 제국의 몰락-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2015년 10월 14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011년 10월 9일
[3] 내 백과사전 니시하라 차관 西原借款 2017년 6월 21일
[4] 월스트리트 현상금 사냥꾼, 앤드류 레프트 in snek
[5] 내 백과사전 AI 붐에 잘 나가는 Nvidia와 다가오는 Intel의 위기 2017년 3월 4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뉴턴과 화폐위조범 –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 2016년 7월 7일
[7] 베른하르트작전-영국경제를 붕괴시켜라! by Cicero

[서평] 김명호의 과학 뉴스 – 과학의 최전선을 누비는 최첨단 그래픽 노블

김명호의 과학 뉴스10점
김명호 글.그림/사이언스북스

고품질 과학만화로 유명하신 김명호 화백의 신간이 출간됐다 해서 슥샥 사 읽어봤다. ㅋ 품질높은 과학만화의 판매 증진 차원에서 사지 않을 수 없었다. ㅎㅎㅎ

일전에 본 생물학 공방[1]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포맷은 전작[1]과 동일하다. 역시나 저자의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나도 본받아야 하는데, 맨날 게을러진다 ㅋ

5장 ‘이유없는 개똥없다’는 지금은 별세[2]한 지구 과학 관련 블로거 Allan씨의 블로그에서 2008년에 본 이야기인데, 본인의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3]이 있다. 해커뉴스[4]에서도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페라가 블로그 서비스를 중단하는 바람에 고인의 블로그는 아마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내용의 1/3 정도는 본인도 상식으로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여기에 살을 덧붙여 흥미로운 사실관계까지 밝혀나가는 작가의 세심함에 감탄을 더한다. 만화라 어쩔 수 없겠지만, 텍스트 자체의 분량은 적어서, 집중하면 서너시간에 완독 가능하다. 작가가 언급한 논문을 직접 찾아보는 것은 추가적인 재미다. ㅎ

 


[1]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2] http://zariski.egloos.com/2570432
[3] http://zariski.egloos.com/1982156
[4]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6998056

[서평]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10점
로버트 알란 다우티 지음/황금알

근대 및 현대 전쟁사는 크게 기동과 화력의 양면으로 분류가능하다고 본다. 나폴레옹이 주로 기동성을 중심으로 승리를 하였다면, 1차대전은 화력에 비중을 둔 벙커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1차 대전의 경험에 매몰되어 화력 중심의 벙커전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시대에, 현대적 무기인 전차를 이용한 기동중심의 작전을 펼친 시기가 2차대전의 서부 전역이라 볼 수 있다.

1940년 독일의 서부전역 당시 독일군의 스당진격은 흔히 ‘전격전’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사실은 사전에 잘 계획된 작전이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독일 장군의 반대 및 수많은 실패 가능성을 넘어서 우연적인 결과에 가깝다는 주장은 칼 하인츠 프리저의 ‘전격전의 전설'[1]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도 칼 하인츠의 책[1]과 관점은 거의 동일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은 관계로 그 책과 비교하여 디테일한 설명이 훨씬 적고 축약되어 있다. 사단 및 군단의 지휘체계 편성 단대호도 칼 하인츠 쪽이 더 자세하다. 저자인 Robert A. Doughty의 위키피디아 항목을 확인해보니 이 책의 원저 ‘The breaking point. Sedan and the fall of France 1940’가 쓰여진 시기는 1990년이고 칼 하인츠의 책은 2005년이므로 아무래도 칼 하인츠 쪽이 후대에 발굴된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칼 하인츠의 책을 읽은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몇몇 사건에서 미세한 관점의 차이는 있는데, 예를 들어 프랑스 제2군의 반격작전을 지휘한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의 책임론에서 칼 하인츠[1;p320]는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이 무능했던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 책(p339)에서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듯한 묘사를 하고 있다.

동일한 지명이 칼 하인츠의 책[1]과 이 책에서 약간 차이가 나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동일한 강을 프랑스에서 뫼즈 강(Meuse)이라 부르고, 네덜란드에서 마스 강(Maas)이라 부르기 때문에, 두 책에서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1940년 서부전역은 독일의 상식을 깬 도박적 전략+프랑스 지휘계통의 무능함의 복합적 결과라는 점에서, 두 책의 큰 관점의 차이는 없다.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1951

[서평]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 – 100만 이주자의 아프리카 새 왕국 건설기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10점
하워드 프렌치 지음, 박홍경 옮김/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2014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1]에서 봤을 때 점찍어 둔 책인데, 고맙게도 번역 출간이 되길래 즉시 샀지만 게을러서 여태 읽지 않고 있다가 이제사 읽는다.

뉴욕타임즈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인 Howard French가 중앙 아프리카 10개국을 왕복하면서 쓴 책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만다린, 일본어에 능숙하다고 한다. 헐-_- 책 안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했던 경험담이 나온다.

중국인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이 진출해있고, 각국의 정부와 어떤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그에 수반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갈등의 모습까지 그려내고 있다. 부패한 정부가 외세의 힘을 이용하여 자국민을 탄압하는 모습이 흡사 조선 말기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부패한 중국 정부가 부패한 아프리카 정부와 어떻게 손발이 맞는지, 또 서구권 국가의 아프리카 투자는 왜 잘 진행되지 않는지, 현지의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파고 드는 면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과거 서구 열강이 행했던 식민정책과 유사점 및 차이점을 다양한 방면으로 설명해 준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다앙한 형태로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각 국에서 활동하는 사회 활동가/정부관계자 등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역시 기자라 그런지 묘사가 대단히 생생하다. 현지 상황이나 문화적 풍경까지 한국인으로서는 접하기 힘든 생경한 풍경이 많이 나온다.

중국인들이 흑인들은 느리고 저생산적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한국인의 관점에서 과거 ‘만만디’라는 표현으로 익히 알려진 중국인 특유의 느림/저생산성과 겹쳐 보니 뭔가 아이러니 하다. 장하준 선생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2]에 민족성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는 허구라는 이야기가 일전에 생각나는데, 과연 장하준 선생의 말이 맞는 듯 하다.

(열강으로부터의 독립/이후 독재 정부 수립) 이라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가지는 역사상의 공통점을 우리나라도 가지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국가와 우리가 무엇이 달라서 현재의 결과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부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끊임없는 경계도 차이를 만들어 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있었던 ㄹ혜 탄핵은 한국이 또 한단계 진보를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Daron Acemoğlu 선생이 좋아할만한 결론[3]인가?)

어쨌든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기회를 잡으러 자발적으로 나간 중국인들의 개척자 정신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현황에 대한 정보를 현장감있게 볼 수 있다.

 


[1] 내 백과사전 2014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4년 12월 7일
[2] http://zariski.egloos.com/2216542
[3] “민주화가 경제발전을 이끈다.” by sovidence

앤터니 비버 선생의 신간 ‘제2차 세계대전’

군사 사학자 Antony Beevor 선생의 신간[1]이 출간되었다. 무려 12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지만, 할 말이 차고 넘치는 2차 대전의 이야기이므로 1200페이지로도 부족할 듯 하다. ㅎㅎ 비버 선생의 전작으로 세 권[2,3,4]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이번 것도 귀납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요새 게을러서… -_- 밀덕을 제외하면 비버 선생의 글을 이렇게 열심히 읽는 사람은 나 뿐이 아닐까 ㅋㅋ

감수자의 블로그 글[5]을 봤는데,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역사 전공자가 아니면 아무리 지식이 많아 보여도, 학술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정보의 출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따라서 글이 아무말 대잔치 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감수자의 블로그 글은 그러한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는 걸로 보아, 웹 생태계와 블로그 문화에 대한 문제[6,7]의 이해도가 낮은 듯 하다.)

감수자에 대한 약간 아쉬움이 있으나, 일단 독서 예정이다. 책을 보관할 여력이 도저히 없어 ebook 구입을 선호하는데, 보통 출간 2~3개월 내에 ebook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구매 대기…. ㅋ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4419109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2010년 12월 13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디데이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2013년 2월 17일
[4] http://zariski.egloos.com/2381537
[5]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 by 대사
[6] 내 백과사전 네이버의 문제점 2011년 8월 17일
[7] 네이버 블로그, 너무나 많은 문제들 in ㅍㅍㅅㅅ

[서평] 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히든 피겨스10점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동아엠앤비

The Aperiodical 블로그[1]를 보니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는 글을 봤는데, 당연히 영화의 원본인 책이 있겠지 싶어 검색해보니 역시나 있었다-_- 고맙게도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슥샥 구입해서 방금 완독했다. wolfram blog에서도 관련 글[2]이 올라와 있다.

‘computer’라는 단어가 사람을 의미하던 시절에서 무생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과도기에, NACA (NASA의 전신)의 흑인 여성 컴퓨터 그룹 West Area Computers 소속 사람들이 항공학의 발전을 선도하고 나아가 우주 경쟁에서 활약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항공역학의 발전을 토대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아폴로 계획을 성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명성이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흥미롭다.

저자인 마고 리 셰털리도 위키피디아를 보니 역시나 흑인 여성인데, 저자가 과거 자료를 발굴하여 찾아낸 여성 수학자/엔지니어들은 수백명 규모로 상당히 많았던 모양인데, 지면의 한계상 저자가 가장 유명한 몇 명 정도의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또 영화도 그러해서) 꽤 아쉬워 하는 것 같다. 주요 등장인물로 Katherine Johnson, Dorothy Vaughan, Mary Jackson 등이 있다.

책의 여러 측면에서 인종차별/성차별에 저항하여 사회를 변모하고자 했던 일화가 많다. 원래 버지니아 주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모양인데, 미국 랜드마크 판결중에 하나인 Loving v. Virginia 재판[3]도 괜히 나온게 아닌 것 같다. ㅋ NACA의 West Area Computing Unit도 버지니아 주에 위치했다고 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2차대전 때 미국이 항공학과 비행술 발전에 어찌나 막대한 투자를 했던지, 계산하고 연구할 인력이 너무나 모자라는 진풍경이 좀 묘사되는데, 전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때 기술적 선도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술/과학/수학의 최정점에 있는 작업이 바로 우주선 발사인데, rocket science 라는 표현이 원래의 의미를 넘어서 열라게 복잡하고 어려운 뭔가를 가리키는 상용구가 괜히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간에 ‘레이놀즈 수’라는 단어가 나오던데 (위치가 기억 안남), Reynolds number를 번역한 말이었다. 뭔 말인가 했다. ㅋㅋ

근데 찾아 보니까 영화가 내일 국내 개봉하네-_- 책에서 캐서린, 도로시, 메리 이 사람들이 한 번에 모두 등장하는 일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는 실화를 좀 각색한 것 같기도 하다.

Human Computer Project 라는 재단의 웹사이트[4]가 있던데, 아마 저자와 어느정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책에 나오는 몇몇 사진자료가 이 사이트에도 있다. 추가적인 정보가 될 수 있을 듯.

수학적 재능을 갖춘 여자들이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활약을 못했다는 일화[5]를 보면서, 역시 똑똑한 사람도 사회적 인프라가 지지해 줘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일전에 광파리씨의 블로그에서 한국내 인종차별 때문에 베트남 인재가 한국을 떠났다는 일화[6]가 나오던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인재는 없을런지?

 


2017.4.11
중앙일보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 2017.04.09 01:17

 


[1] Review: Hidden Figures in The Aperiodical
[2] Hidden Figures: Modern Approaches to Orbit and Reentry Calculations in Wolfram Blog
[3] 내 백과사전 Loving v. Virginia 2014년 2월 20일
[4] http://thehumancomputerproject.com/
[5] 내 백과사전 William Schieffelin Claytor 2017년 3월 21일
[6] ‘스타트업 코리아’ 인종차별에 발목 잡혀서야… in 광파리의 IT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