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
세바스찬 말라비 (지은이),박홍경 (옮긴이) 다산출판사 2018-10-30 원제 : The Man Who Knew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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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엄청나게 재밌게 읽었던 ‘헤지펀드 열전‘[1]의 저자인 세바스찬 말라비 선생의 저술이다. 2016년도 이코노미스트지의 올해의 책 선정도서[2]인데, 이코노미스트지 올해의 책의 도서라면 일단 거의 평타 이상은 나오니까, 역서가 나오자마자 즉각 구매했다. ㅎㅎ

19년간 미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의 전기인데, 말라비 선생이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와 자료를 모아서 그가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일생 전체를 조립하고 있다. 책의 원제인 ‘The Man Who Knew’보다도, 번역서의 제목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가 훨씬 내용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적절해 보인다.

초반부터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린스펀이 어렸을 때 재즈 연주자로서 순회공연을 다녔는 줄은 몰랐다. 재즈 순회 공연하던 사람이 후에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앙은행장을 19년이나 연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ㅎㅎ

젊은 그린스펀이 아인 랜드에게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에는 꽤나 놀랐다. 페북의 철학 관련 그룹에서 아인 랜드를 까는-_- 짤방을 심심치 않게[3,4] 보는데, 아무래도 주류 철학계에서는 아인 랜드와 객관주의를 별로 좋지 않게 보는 듯.

덕분에 젊은 그린스펀은 극단적 리버럴의 관점에서 여러가지 국가적 규제에 반대하게 되는데, 독점 기업을 지지한다든지, 연방 준비은행 제도를 반대하고 금본위제를 지지한다든지[5], 주류 제도권에 들어오기에는 좀 과격한 주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훗날 그가 연방준비은행장으로서 명성을 날리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걸 보니 일전에 santa croce 선생의 글 중에서 시장을 혐오한 중앙은행장 이야기[6]가 생각나는데, 중앙은행에 적대적인 사람이 중앙은행장이 되는 아이러니는 언제나 흥미롭구만. ㅎㅎ

p30에 제시 리버모어의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 언급되는데, 투자나 경제 관련 서적을 읽으면 이 책에 영향을 안 받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_- 그린스펀도 재즈밴드를 하면서 읽은 이 책에 푹 빠지고, 경제쪽을 생각했다고 하니, 나름 보이지 않게 여러모로 경제사적 영향을 미친 책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도 서로 다른 역자들의 몇 가지 버전으로 출간되어 있던데, 함 읽어봐야 할 듯 하다.

p103에 이 책의 제목이 되는 The Man Who Knew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린스펀이 통계 데이터를 하도 꿰고 사니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이라는 의미로 그린스펀을 가리키는 문구가 되었던 모양이다. 사교 파티장에까지 가서 통계 자료를 검토하는데 푹 빠졌다-_-는 에피소드(p78)를 보니, 젊은 그린스펀은 완전히 통계 오타쿠-_-였던 것 같다. 그의 다채로운 통계 데이터로 무장한 현란한 말빨은 연준의장이 되어서도 여전했는지 Greenspeak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난다.

p130에 닉슨 대통령이 가격 통제 정책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인이 미국사에 무지해서 그런지 이건 처음 알았다. 와 미국도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모든 품목에 가격을 매기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구만-_- 놀랍다 놀라워. 사람들이 이게 왜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ㅎㅎ

p192에 레이건의 선거 보좌진들을 언급하면서 George Shultz의 이름이 나오던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일전에 읽은 ‘배드 블러드‘[7]에서 테라노스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그 손자가 내부자 고발을 하는 내용이 생각났다! ㅎㅎ 여러모로 기구한 사람인 듯. ㅎㅎ

p202 이후로 래퍼 곡선을 위시한 공급중시론자가 레이건 시절 활개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린스펀도 당대 공급중시론자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페이스북 같은데서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래퍼를 띄우면서 공급중시론을 주장하는 걸 종종 보는데, 자유의지론자인 그린스펀에게조차도 설득이 안되는 논리를 들이미는 꼴이 웃긴다. 공급중시론은 크루그먼 선생의 저술[8]에서 열라게 깐다-_-[9]

p221에 ‘내장 컴퓨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직감적 판단을 가리키는 idiom이 gut feeling이라서 이런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싶다.

p363에 마이클 스타인하트1994년 채권 시장 위기에 대해 짧게 언급하는데, 이건 저자의 전작[1]에 더 상세히 나와 있다.

p387에 1994년 맥시코 페소위기 당시 구제금융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일전에 본 가이트너씨의 자서전[10]도 참고할만 하다.

p435에 LTCM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린스펀이 구제금융을 쓰지 않고 민간차원에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그린스펀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저자의 전작[1]이나 로저 로웬스타인저서[11]가 참고할만 하다.

p508에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는 주택 버블을 제어할 수 없다는 류의 주장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 나와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그린스펀은 이런 ‘무기력 이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듯 한데, 샤트야지트 선생의 저서[12]에서도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13] ㅎㅎ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는 서브프라임 버블의 주역으로서 비난을 받는 그린스펀에 대해, 그가 할 수 있었던 일과 그렇지 못했던 일을 구분하여 그의 공과 과를 명백히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일방적으로 그린스펀을 매도하지는 않지만, 그가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금리 정책과 각종 규제문제의 도입에 대해서 그린스펀의 변명과는 달리, 충분히 영향력을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소위 ‘그린스펀 풋’으로 표현되는 그의 시장안정성에 대한 기이한 집착 때문에, 결국 주택버블을 잡는데 실패했고 서브프라임 위기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그는 실용주의자로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장기적으로 서서히 변해왔고, 그 결과 젊은 그린스펀이라면 반대했을 법한 정책을 그의 말년에는 상당히 많이 추진한다.[14] 그의 사상적 변천을 저자는 다양한 사료를 통해 추적하고 있고, 그린스펀 본인이 잘못 기억하고 있는 부분까지 자료를 확인해 정정하는 내용도 나온다. 여러모로 저자의 품이 상당히 들어간 저술임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책 자체가 대중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있고, 텍스트의 분량도 상당하지만, 경제사와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중요 인물들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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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헤지펀드 엘리트들 2012년 4월 12일
[2]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3] https://www.facebook.com/Philosanimanga/ …
[4] https://www.facebook.com/279814886028666/ …
[5] 내 백과사전 앨런 그린스펀의 연방준비은행 반대론 2019년 3월 5일
[6] 시장을 혐오한 중앙은행장 이야기: 혁명의 역설 (blog.naver.com/santa_croce)
[7] 내 백과사전 [서평]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2019년 4월 6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경제학의 향연 2011년 12월 15일
[9] 내 백과사전 공급중시론자와 크랭크 2011년 12월 6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스트레스 테스트 2018년 3월 23일
[11] 내 백과사전 [서평] 천재들의 실패 2010년 11월 12일
[12] 내 백과사전 [서평] 익스트림 머니 : 전 세계 부를 쥐고 흔드는 위험한 괴물 2012년 11월 20일
[13] 내 백과사전 앨런 그린스펀 2012년 11월 23일
[14] 내 백과사전 그린스펀의 적은 그린스펀 2019년 4월 8일

[서평] 균형재정론은 틀렸다 – 화폐의 비밀과 현대화폐이론

균형재정론은 틀렸다 – 화폐의 비밀과 현대화폐이론
L. 랜덜 레이 (지은이), 홍기빈 (옮긴이) 책담 2017-12-18 원제 : Modern Money Theory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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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경제학계에서 비주류 경제이론으로서 대단히 ‘핫’하게 논의되고 있는 Modern Monetary Theory에 대해 좀 찾아봤다. 경제 초 문외한인 나에게까지 이렇게 자주 보일 정도니 대단히 소란스러운 건 확실한 듯. ㅎㅎㅎ 이 책은 본인이 알기로 MMT를 소개하는 한국어로 된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전반적으로 좌파의 요구에 이론적으로 부흥하고 있는 듯 하다. 한편 얼마전에는 MMT를 기반으로 한 거시경제학 교과서[1]도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교과서[1]의 공저자에 이 책의 저자인 L. 랜덜 레이 선생도 있다. 나름 꽤 화제를 몰고 있는 듯하다.

애석하게도 이 ‘균형재정론은 틀렸다’에서는 기초적인 설명이나 반론이 불필요한 어리석은 반론에 대한 재반론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고, 동어반복을 많이 하고 있어 핵심을 짚기가 어렵다. 대중성을 고려해서인지는 몰라도 불필요한 비유나 중언부언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 차라리 박가분 선생의 요약[2]이 핵심을 잘 잡고 있어서 더 읽을만하다.

아니면 오히려 블룸버그 기사[3]가 전반적인 앞뒤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듯 하다. 블룸버그 기사[3]에서는 MMT의 사상적 계보를 포스트 케인지언의 하위로 두고있는 듯 하다.

근데 케인지언쪽인 크루그먼 선생도 MMT에 대한 반론[4]을 제기하고 있다. MMT를 주장하는 쪽이 신기루 같아서, 어떤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면, 항상 당신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대답을 한다나? ㅋㅋㅋㅋ 근데 한편, 동양경제신문(東洋経済新報社)에 게제된 어느 칼럼[5]을 보니 케인지언인 크루그먼 선생이나 MMT나 오십보 백보라는 주장도 있긴 하더라-_- 뭐 일본의 엄청난 부채율[6]을 생각하면 나름 일본이 관심을 가질 법[7,8]해 보인다.

한편 블로그 경제 논객으로서 유명한 Noah Smith 선생도 절대 글이 없을 리가 없을 것 같아서 보니 MMT에 적절한 모델이 없어서, 모델링에 대해 고려하면 빵구가 난다고 비판하고 있는 듯 하다.[9]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내개 보기에도 MMT가 좀 나이브해 보여서 실제로 적용하려면 세부사항에 발목을 잡히게 될 듯 하다.

뉴스톱 기사[10]에서도 다루고 있으니 이쪽도 참고할만 하다. 이쪽은 박가분 선생의 주장[2]처럼 비교적 pro-MMT 쪽인 어조를 느낄 수 있다.

신박하게도 암호화폐 진영에서도 MMT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11,12]해 보인다. 이건 아무래도 그쪽에서 MMT를 오해한 듯. MMT는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조세수입을 강제하기위해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는 관점인 chartalism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p133) MMT의 관점에서 아무런 세수의 목적이 없는 비트코인 등은 화폐로서 가치가 없고,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p297) 근데 기사[11]에 루비니 선생이 MMT 지지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이거 진짠가??? 검색해봐도 진위 확인이 어렵다. 만약 진짜라면 그가 암호화폐 반대론자[13]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워진다. ㅎㅎ

흥미롭게도 MMT와 관련하여 찾아본 대부분의 기사가 올해(2019년) 발행된 기사인데, 시사인에서 이미 2015년에 MMT에 대한 기사[14]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MMT가 이론적인 관점에서 좌파의 요구에 비교적 부흥하고 있다보니, 진영논리에 충실한 시사인 측에서 가장 빠르게 주목한 듯 하다. ㅎㅎ

일전의 소말리아의 사례[15]나 마리아 테레지아 은화의 사례[16]에서 보듯이, chartalism을 믿지 않는 본인으로서는 MMT도 꽤나 수상해 보이는 주장이 많다. 내가 보기에는 화폐의 가치를 주는 원동력이 화폐에 대한 사회적 신뢰(내가 만원을 주면 남도 만원 만큼 가치를 돌려줄 것이다)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MMT가 국부를 얻는 과정을 요약하자면, 한 번 사기쳐서 정부가 이익을 보는 매커니즘을 보고, 앞으로도 계속 통할거라는 주장처럼 보인다. ㅎㅎ 즉, seigniorage를 남용하는 수법은 한 번만 통한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MMT는 청산주의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듯한 포지션인 듯 하다. 본인은 청산주의자는 아니고 오히려 좌파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정책이란 모름지기 ‘그때그때 달라요’같은 느낌이라, 모든 경우에 항상 통하는 일변도적이고 알고리즘스러운 주장은 곤란할 듯 싶다.

여하간 어쩌다보니 서평이 MMT에 대한 이야기가 돼 버렸는데, 책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_- 참고삼아 볼만하다고는 생각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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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3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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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4
불황의 경제에서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경우는? (note100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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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8
東洋経済 MMTが間違った政策提言を導き出しているワケ 2019/04/28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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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4
블룸버그 Dalio Says Something Like MMT Is Coming, Whether We Like It Or Not 2019년 5월 2일 오전 8:16 GM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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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2
diamond online 財政赤字を容認する「MMT理論」は一理あるが、やはり危険な理由 201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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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20
한겨레 ‘통화의 시대’ 가고 ‘재정의 시대’ 오나…‘MMT 논쟁’이 남긴 과제 2019-05-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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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21
jbpress 経済論争の的「MMT」は「トンデモ理論」に非ず 2019.5.21(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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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croeconomics 1st ed. 2019 Edition (amazon.com)
[2] 해외에서 화제인 현대화폐이론(MMT)을 알아보자 (blog.naver.com/paxwonik)
[3] 블룸버그 Warren Buffett Hates It. AOC Is for It. A Beginner’s Guide to Modern Monetary Theory 2019년 3월 21일 오후 7:00 GMT+9
[4] Running on MMT (Wonkish) (nytimes.com)
[5] 東洋経済 MMTも主流派経済学もどっちもどっちな理由 2019/04/08 5:50
[6] 내 백과사전 국가별 GDP 대비 순부채율(2011) 2011년 7월 13일
[7] 매일경제 ‘이단’ 현대화폐이론 놓고 미·일 전문가간 논쟁 가열 2019.04.18 07:00:18
[8] 매일경제 “재정적자 걱정말고 돈 찍어라”…日 의회서 현대화폐이론 ‘고개’ 2019.04.09 07:00:22
[9] Examining an MMT model in detail (noahpinionblog.blogspot.com)
[10] 뉴스톱 현대화폐이론은 왜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는가 2019.04.15 08:24
[11] 코인리더스 비트코인, 현대통화이론(MMT)의 해답일까? 2019/04/09 [09:30]
[12] 코인투데이 현대통화이론인 MMT, 비트코인이 가장 적합한 통화 2019년 4월 8일 07:491028
[13] 내 백과사전 2회 디코노미에서 부테린과 루비니의 설전? 2019년 3월 15일
[14] 시사인 샌더스와 코빈의 인기비결, MMT란 무엇인가? 2015년 11월 09일 월요일
[15] 내 백과사전 기묘한 소말리아의 화폐유통 2017년 5월 25일
[16] 내 백과사전 마리아 테레지아 은화 Maria Theresa thaler 2015년 5월 7일
[17] 돈이 그렇게 많이 풀렸는데 왜 물가가 오르지 않나? (blog.naver.com/hong8706)

[서평]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은이),박아린 (옮긴이) 와이즈베리 2019-04-01 원제 : Bad Blood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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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에디슨은 백열전구의 필라멘트를 만들 기술이 없는 채로, 이를 거의 개발했다고 공언하여 유명인사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당시 가스등 회사 주가가 크게 폭락했다고 한다.[1;p75] 온갖 재료를 시도해보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의 삽질에 삽질-_-을 거듭한 끝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금의 관점으로서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행동이 아닌가 싶다. ㅎㅎㅎ

오래전에 읽은 어느 책[2;p263]에는 성공한 CEO와 사기꾼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정당화와 낙관주의라는 두 가지 특성은 횟수가 거듭되면 습관이 되고, 나중에는 삶에 체화된다. 이런 사람에게 기회가 오면 바로 비윤리적 행위가 나온다. 어쩌면 자수성가해 성공한 사람들의 전형적 특성과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자신감을 유지하고 결과를 중심으로 사고하며 어려움에 처해도 낙관을 잃지않는다. 또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붙잡는다. 윤리에 대한 경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에게 성공과 범죄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이다. 회계부정으로 회사를 파산 상태로 몰아넣은 엔론 CEO 켄 레이도,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마사 스튜어트도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이었는가?

Bad Blood는 실리콘밸리 동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법한 책인데, 일전에 해커뉴스에서도 열라게 언급되었던 책[3]이라, 역서가 언제 나오나 목빠지게 기다렸다. 나는 원래 신간이 나오면 e북이 나오는지 확인을 위해 몇 달 기다리는데, 전자서적이 나올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역서가 나오자마자 즉각 사 봤다.

나는 처음에 테라노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초 대단한 회사인 줄 알았다. ㅋㅋㅋ 구글 이래로 거짓말같이 성공한 회사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에 심취해서, 테라노스도 그런 부류의 엄청난 회사인 줄 착각했었는데, 몰락하는 과정을 보니깐 심란하구만.

카리스마로 직원과 기업에 열정을 불어 넣고, 사람을 함부로 짜르는 행위 등이 일전에 잡스의 전기[4]나 엘론의 전기[5]에서 본 행동이랑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판단하기 쉬워 보일지 몰라도, 당대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성공신화에 매몰되지 말아야할 듯 하다. 여러모로 의료기술의 혁신은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적인 눈으로 봐야할 듯 싶다.

근데 여러모로 봤을 때, 창업자가 완전 쓰레기구만.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펌을 세워서 여러 사람들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니 초 빡친다. 가장 빡치는 부분은 여러 진실한 학자들의 학자적 양심을 너무 많이 해쳤다는 사실이다. 학자로서 올바르지 않은 학술적 발표를 하고, 생명 윤리를 어기는 것에 양심을 가책을 느끼는 학자들을 강력한 로펌으로 겁박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책의 마지막 1/4 부터는 저자가 제보를 받으면서 조사를 시작하는 부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수정헌법 1조의 나라 답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따위가 판치는 나라와는 차원이 다르구만. ㅋㅋ 지금까지 기자들이 진실의 폭로를 위해 쉽지 않은 활약을 서술한 여러 책들[6,7,8,9]을 봤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하다. 이 책의 저자인 John Carreyrou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제보자를 보호하며, 로펌의 협박에 굴하지 않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저자는 매우 다방면의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여 끊어져 있는 스토리를 조립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대단한 품을 들인 책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독서의 팁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책에 취약한 나로서는 초 헷갈린다-_- 게다가 같은 인물을 이름으로 불렀다가 성으로도 불렀다가 그러면, 상황파악에 거의 재앙급-_-이 된다. 고맙게도 책의 맨 뒤에 인덱스가 있어서 반복적으로 찾아보면 된다.

루퍼트 머독이 테라노스 최대 투자자중 하나였는데, 루퍼트 머독이 자신의 투자금을 날릴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기자들을 믿는다면서 월스트리트 저널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부분은 좀 의외였다.(p389) 루퍼트 머독을 별로 안 좋게 생각했었는데[10], 이건 다시봤다. 뭐 원체 부자다 보니 1억달러 정도는 날려도 괜찮은 듯. ㅎㅎ (투자 손실로 세금 감면을 받았다고 함)

이제 4월이라 퓰리처 상의 시즌이 되는데, 문득 생각나서 아무래도 Carreyrou씨가 탐사보도 부문 같은 거에 수상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검색해봤다. 2015년 수상자 목록에 있길래, 그럼 그렇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테라노스 건으로 수상한 건 아닌 듯 하다. 이런 젠장-_- 나름 활약이 많은 언론인인 듯. 뭐 여하간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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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표준 전쟁 2010년 11월 26일
[2] MIT MBA 강의노트 – 내 인생에 가장 값비싼 이원재 (지은이) 원앤원북스 2007-01-22
[3] 내 백과사전 2018 해커뉴스 논픽션 추천서 2018년 12월 23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스티브 잡스 2011년 11월 21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2015년 8월 1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 2014년 5월 12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파나마 페이퍼스 – 전 세계를 뒤흔든 폭로 이야기 2017년 12월 10일
[8]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 스노든, NSA, 그리고 감시국가 글렌 그린월드 (지은이),박수민,박산호 (옮긴이),김승주 (감수) 모던타임스 2014-05-07 원제 : No Place to Hide (2014년)
[9] 내 백과사전 [서평] PD 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2010년 8월 24일
[10] 내 백과사전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2011년 7월 21일

[서평] 블랙홀 전쟁 – 양자 역학과 물리학의 미래를 둘러싼 위대한 과학 논쟁

블랙홀 전쟁 – 양자 역학과 물리학의 미래를 둘러싼 위대한 과학 논쟁
레너드 서스킨드 (지은이), 이종필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11-08-31 | 원제 The Black Hol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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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적 부분이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인데, 제일 중요한 이걸 아직도 이해 못했으니 모든게 말짱 황이다-_- 젠장 그래도 자기 만족으로 대충 개소리를 써 본다. 이 글은 그냥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는 기록일 뿐이다. 뭐 어차피 블로그란 자기 만족아닌가? ㅎㅎㅎ

물리학에서 초초초 작은 물체들의 현상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고, 초 큰 물체의 현상을 잘 설명하는게 상대성이론인데, 너무 작은 세계에서는 중력이 너무 약하고, 너무 큰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므로, 두 이론은 사실 서로 만날 일이 없다. 근데 나는 잘 모르지만, 이 두 이론이 수학적으로는 잘 안 맞아서 같이 계산하면 망한다-_-고 한다. ㅎㅎ 두 이론을 동시에 고려해야할 순간이 있다면 바로 블랙홀의 내부가 될 것이다.

태양과 같은 불타는 항성이 내재적인 압력으로 중럭에 저항하며 버틸 수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우리 태양은 한 100억년 정도?? 여하간 항성이 수명을 다하고 신성폭발후 남은 물질은 자체의 중력 때문에 쭈그러들게 되는데, 만약 질량이 충분치 않으면 원자간의 척력때문에 수축이 멈추고 백색왜성이 된다. 반면에 남은 질량이 어느정도를 넘어서면 너무 중력이 강력해서 원자바깥쪽의 전자가 원자핵까지 밀려들정도로 압축이 가해져서 별 전체가 통째로 몽땅 중성자가 되는데, 이게 중성자별이다. 근데 태양 질량의 몇 배 이상 될 정도로 크면, 중성자들의 쳑력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엄청나게 강력해져서 별이 흑화되는데, 이게 바로 블랙홀이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 상식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추론이 맞다면 블랙홀은 물질이 중력에 의해 초초초 압축된 균질된 스프 비슷한 뭔가(?)이므로 뭔가 섞여도 역시나 균질적인 스프 비슷한 뭔가(?)일 듯 하다. 근데 호킹 선생이 블랙홀에도 흑체복사가 있다는 추정을 한 모양인데, 이게 양자역학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 보존법칙에 위배되어 패러독스가 발생한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다-_-

돌이켜보면 일전에 본 까를로 로벨리 선생의 책[1] 마지막에 정보이론에 대해 설명하던데, 독서 당시에는 초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_- 어쩌면 이거랑 관련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서스킨드 선생이 끈이론을 이용하여 이 ‘블랙홀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쯤은 개인적인 수필스럽게 나머지 반쯤은 끈이론을 소개하는 대중서스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나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비유를 써도 비유는 비유일 뿐.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 ㅎㅎ 서스킨드 선생이 파인만 선생을 만났던 에피소드[4]를 일전에 인용한 적이 있다.

뒷부분에 말다세나 선생의 업적에 대해 설명하던데, 아무래도 일전에 본[2] 말본좌-_-의 논문[3]의 내용 같다.

여하간 여태 끈이론에 비관적인 물리학자들의 견해들[1,5,6,7]만 봐온지라, 끈이론에 이렇게 희망적인 견해를 보는 것도 꽤 오랫만인 듯 하다. ㅎㅎ 서스킨드 선생은 책의 마지막에 호킹의 패배를 인정받아서 뭔가 뿌듯하다??는 느낌으로 글을 쓰셨던데, 음… 호킹의 패배가 중요한게 아니라 사실을 아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인 Windows on theory 블로그를 가끔 방문하는데, 재밌는 글이 많으니 추천한다. 근데 일전에 이 블랙홀 패러독스에 대한 글[8,9,10]이 올라왔던데, 역시나 뭔소리인지 이해 불가기는 마찬가지다.

몰랐는데 서스킨드 선생이 배관공 출신인 줄은 몰랐다. 배관공에서 끈이론 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인생사가 사실 더 궁금한데, 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 아쉽다. 과거 텔넷 기반의 BBS인 키즈에 농담으로, 돈 벌면 하던 일 때려치우고 끈이론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널렸던데-_- 그걸 실현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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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5
인저리타임 스티븐 호킹의 유산 ①호킹의 짧은 역사 2018.03.15 22:07
인저리타임 스티븐 호킹의 유산 ②블랙홀 정보 역설 2018.03.17 17:32
인저리타임 스티븐 호킹의 유산 ③호킹의 마지막 논문이 던진 새로운 질문 2018.03.2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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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2018년 6월 22일
[2] 내 백과사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2011년 5월 10일
[3] Juan Martin Maldacena, “The Large N limit of superconformal field theories and supergravity”, Int.J.Theor.Phys. 38 (1999) 1113-1133, Adv.Theor.Math.Phys. 2 (1998) 231-252 doi:10.4310/ATMP.1998.v2.n2.a1, doi:10.1023/A:102665431296 arXiv:hep-th/9711200
[4] 내 백과사전 파인만 샌드위치 2019년 2월 7일
[5] 내 백과사전 Woit 선생의 끈이론 비판 글 : 이론물리학의 종말(?)과 인공지능 물리학자 2018년 12월 15일
[6] 내 백과사전 수학에서 길을 잃다(Lost in Math) 2018년 7월 10일
[7] 내 백과사전 Gian Francesco Giudice의 기고글 : 이론 물리학의 위기? 2017년 11월 3일
[8] Why physicists care about the Firewall Paradox (windowsontheory.org)
[9] Black hole paradoxes: A conservative yet radical journey (windowsontheory.org)
[10] Black Holes, a Complexity Theory perspective (windowsontheory.org)

[서평]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 잃어버린 고리? 경계, 전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화석의 매혹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 – 잃어버린 고리? 경계, 전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화석의 매혹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18-06-29 | 원제 The Story of Life in 25 Fossils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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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보이는 게 많아서 읽는 재미가 난다. ㅎㅎ 근래 오파비니아 시리즈[1]가 계속 출간되고 있어서, 고생물학에 무지한 본인도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이 풍성해서 대단히 좋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25개 화석을 중심으로 고생물학과 고생물학사의 변천을 전반적으로 훑어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는 독립적인 내용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끊어 읽기도 좋다. 일전에 프로세로 선생의 저서[2]를 이미 읽은 바 있는데, 이거랑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p16에 챌린저 호의 탐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관해서 김명호 화백의 책[3]에 재미있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p26에 프로세로 선생은 ALH84001에 대해 중립적 입장인 듯 한데, 대충 분위기 보니-_- 생명체가 아닌 쪽으로 인정되는 듯 하다.[4]

p47에 프로세로 선생은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폭발이 아니라 천천히 일어난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데, 프로세로 선생은 전반적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완만한 변화라는 설명을 선호하는 듯 하다. 본인이 알기로 칙슬룹 충돌로 K-Pg 멸종을 설명하는 것이 대세인 듯 한데, 과거에 프로세로 선생은 K-Pg 멸종도 서서히 일어났다고 주장했지만[2], 본 서에서는 K-Pg 멸종에 대해 언급이 없다. 여하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서서히 일어난 현상이라는데에 대한 반론은 마틴 브레이저 선생의 저서[20]에 나온다.

p49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서서히 일어났다는 주장을 하면서 Andrew Knoll 선생의 말을 인용하는데, 본인이 읽은 Knoll 선생의 책[4]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인 듯 하다. ㅎㅎ

p54에 삼엽충이 방해석의 구면수차를 이용하여 시각을 구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 블로그에서 포티 선생의 저서[5]에서 일부를 인용[6]해 두었으니 참고 바란다.

p66에 굴드 선생의 그 유명한 저서[7]를 언급하는데, 애석하게도 포티 선생의 설명[5]에 따르면 현생 생물과의 연결관계는 대부분 파악되고 있는 듯 하다. 고생물학의 지식은 너무 업데이트가 빨라서 너무 옛날책을 읽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좋다.

p154에 물고기에게 걷는 훈련을 시켜서 몇 세대 후에 땅위를 걸어다니는 물고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좀 내용이 신박해서-_- 검색을 해 봤다. 에밀리 스탠든의 논문[8]을 말하는 듯 한데, 영상[9]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연구가 있는 줄 몰랐네. ㅋㅋ

p253에 프로세로 선생은 티라노사우루스 앞다리의 용도가 없어서 퇴화된 쪽을 지지하는 듯 한데, 본 블로그에서도 T Rex 앞다리의 수수께끼에 대해 언급한 적[10]이 있다. T Rex를 둘러싼 여러가지 논쟁점들[11]은 galoist 화백도 한 번 다룬 적[12]이 있다.

p274에 유명한 고생물화가인 Charles R. Knight가 그린 브론토사우루스의 작품이 실려있다. 일전에 Brian Choo의 인터뷰[13]를 보니 고생물화가들도 나름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듯 하다. ㅎㅎ 이쪽으로 관심있으면 페북의 Studio 252MYA 페이지[14]를 추천한다.

p273에 나오는 브론토사우루스의 명명에 대한 논란은 유명한데, 이 책에는 살짝 옛날 정보가 실려있다. 근래 브론토사우루스의 명명이 부활했다고 하던데, 디플로 선생의 슬로우뉴스 기사[15]에서 잘 다루고 있다. 고생물학 웹툰인 Corkboard of Curiosities에서도 언급[16]하고 있다.

20번째 화석이야기가 고래인데, 이에 관해 오파비니아 시리즈 책[17]이 이미 있다. 아 빨랑 읽어봐야 하는데 아직 안 읽어봤다. ㅎㅎ

p405에 분자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의 논쟁이 언급되어 있는데, 고고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두 문화가 있다. 일전에 언급한 적[18]이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내용은 고인류학 내용인데, 이에 관해서는 역시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의 하나인 Ann Gibbons의 저서[19]에 잘 설명되어 있다. 사실 이 책[19]의 후반 1/3은 근래 발견된 고인류의 흔적 중에서 누가 가장 오래됐느냐를 두고 고인류학자들이 논쟁 및 정치싸움을 묘사하는데 할애하고 있어서, 학술적인 재미는 좀 덜한 편이다. 여하간 프로세로 선생은 투마이를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고생물학 서적은 지질연대표를 대략적으로 암기해 놓고 읽는 것이 무척 도움된다.

책의 뒤쪽에 국내에서 화석을 볼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역자께서 조사하신 듯? 김정은 번역가의 과학책들을 꽤 많이 읽어봤는데, 품질이 높고 좋은 책들이 많다. 번역가의 품이 많이 들어간 듯하여 추천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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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파비니아 (aladin.co.kr)
[2] 내 백과사전 [서평] 공룡 이후 : 신생대 6500만 년, 포유류 진화의 역사 2013년 6월 10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최초의 30억 년 :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 2010년 11월 1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2010년 5월 2일
[6] 내 백과사전 삼엽충의 눈 2019년 1월 20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2010년 5월 19일
[8] Emily M. Standen, Trina Y. Du & Hans C. E. Larsson, “Developmental plasticity and the origin of tetrapods”, Nature volume 513, pages 54–58 (04 September 2014) https://doi.org/10.1038/nature13708
[9] Senegal bichirs wriggle out of water | Science News (youtube 5초)
[10]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의 용도 2012년 10월 25일
[11]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몇 가지 의문점 2013년 10월 30일
[12] https://www.facebook.com/galoist/posts/279478386070538
[13] 내 백과사전 Brian Choo의 작품 2011년 5월 22일
[14] Studio 252MYA (facebook.com)
[15] 슬로우뉴스 브론토사우루스의 귀환 2015-04-21
[16] PALEONTOLOGICAL NOMENCLATURE, PART 1 (corkboardofcuriosities.com)
[17] 걷는 고래 – 그 발굽에서 지느러미까지, 고래의 진화 800만 년의 드라마 J. G. M. 한스 테비슨 (지은이), 김미선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16-07-04 | 원제 The Walking Whales (2014년)
[18] 내 백과사전 고고학의 두 문화(two cultures) 2018년 5월 14일
[19] 최초의 인류 –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선 140년의 대탐사 앤 기번스 (지은이), 오숙은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08-10-24 | 원제 The first Human: The Race to Discover Our Earliest Ancestors
[20] 내 백과사전 [서평]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을 찾아서 2014년 4월 28일

[서평] 독감

독감
지나 콜라타 (지은이), 안정희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3-12-15 | 원제 Flu: The Story of the Great Influenza Pandemic of 1918 and the Search for Virus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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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로 추정할 경우, 사망자가 1억명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을 사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제사 읽게 되었다. 근데 이미 절판이네… 헐…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는 뉴스페퍼민트에도 글[1,2]이 있으니 참고할만 하다.

이 책은 그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추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추적하는 책이다. 일전에 마이크 데이비스 선생의 책[3]을 볼 때, 주석에서 이 책을 ‘오류투성이’라고 쓰는 바람에[4], 정확성에서 뭔가 좀 꺼림칙한 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출처와 주석은 빈약한 편인데, 특히 주석은 뒤쪽에 몰려 있는데다가, 본문에 번호가 없어서 찾아보기가 매우 난감하다. 게다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책은 274페이지 이후로 여섯 페이지가 백지로 인쇄되지 않은 불량품이었다. 책은 이미 파쇄되어 pdf 스캔본이 되어 있었으므로,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품질의 책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으므로 어느정도 참고할만 하다.

스페인 독감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파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은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당시의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중간(p171~247)에 Fort Dix 기지에서 1976년 발생한 돼지독감으로 인해 미국 전체에 독감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은 질병관리본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백신 접종사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건사업이 어떻게 정치쟁점화 될 수 있는지, 통계학에 무지한 일반대중이 어떻게 백신을 받아들이는지 등등, 보건 정책을 추진할 때 마주하게 될 총체적 난국-_-의 흥미로운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얼마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2019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10가지 요소 중 하나로 anti-vaxxer를 지목[5]하던데, 페이스북에 백신 관련 기사만 나오면, 그 댓글에 백신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대단히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니 미국내에서 백신이 정치쟁점화가 되고 antivaxxer가 양산이 되는 이유를 알듯하다.

p289부터 1997년 홍콩에서 H5N1이 인간을 감염시킨 미스테리한 현상[4]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책[3,6]들을 참고하면서 크로스 체킹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농담으로 중국인은 ‘다리 4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위험한 신종 바이러스의 종간전파가 중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종은 먹으면 안 될듯-_-

책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있다. 1950년대에 Johan Hultin이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에 묻힌 스페인 독감 희생자를 다시 파내어, 당시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를 규명하려다 실패한 것을 두고두고 마음에 두고 있다가, 기술이 훨씬 발전한 90년대에 Jeffery Taubenberger가 다시 그 사업을 시도하다가 Hultin을 알게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Taubenberger의 이 발견은 뉴스페퍼민트 기사[1]에도 짧게 언급되고 있지만,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꽤나 복잡한 사연을 가진 듯 하다. Kirsty Duncan도 같은 시기에 동토층을 파내는 동일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추진했으나 실패한 이야기도 나온다. 책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위키피디아를 보니 Duncan 이 사람은 나중에 정치인이 된 듯.

데이비스 선생의 혹평[4]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본인은 전혀 몰랐던 과학사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스페인 독감에 대해 국내에 다른 역서[7]가 있던데, 이것도 읽어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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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5
죽는게 불법인 마을 (udaqueness.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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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7
라포르시안 [3.1절 100주년] 1918년 한국서 14만명 사망자 낸 스페인 독감…”3.1운동에 영향” 2019.02.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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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페퍼민트 100년 전 1억 명 목숨 앗아간 스페인 독감 (1/2) 2018년 9월 15일
[2] 뉴스페퍼민트 100년 전 1억 명 목숨 앗아간 스페인 독감 (2/2) 2018년 9월 15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2018년 10월 20일
[4] 내 백과사전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의 아종 발견 2018년 10월 14일
[5] Ten threats to global health in 2019 (who.int)
[6] 내 백과사전 [서평]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2018년 11월 26일
[7]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l 지구사 연구소 총서 2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은이), 김서형 (옮긴이) | 서해문집 | 2010-03-05 | 원제 America’s Forgotten Pandemic : The Influenza of 1918

최악의 알파벳 책 : P is for pterodactyl

일전에 A is for Array와 같은 책 이야기[1]도 했지만, 애들에게 알파벳을 알려주기 위한 Alphabet book의 종류가 무척 많은 듯 한데, 자칭 최악의 알파벳 책이라고 광고하는 책이 있는 듯 하다. 이름하여 ‘P is for pterodactyl'[2]이라고 한다. ㅎㅎㅎ

근데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나름 엄청 팔린 듯 하다.[3] 진짜 실제로 애 한테 보여줄 사람이 있긴 있는감?? 그냥 단어 오타쿠가 좋아할 듯하다. ㅋㅋㅋ

가디언 기사[3] 중간에, B 묵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영어에서 오직 하나 뿐이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이게 뭔 단어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bdellium[4]이라고 한다.[5] 진짜 단어 오타쿠나 알만한 단어구만-_-

한편 pterodactyl이랑 pterosaur가 뭐가 다른가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홈페이지[6]에 따르면, 아무래도 pterodactyl는 pterosaur의 한 종류인 듯 하다. pterodactyl이라 하니, 트위터에서 예전에 본 개그[7]가 생각나는구만. ㅋ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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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프로그래머의 자녀를 위한 그림책 : A is for Array 2013년 6월 1일
[2] P Is for Pterodactyl: The Worst Alphabet Book Ever (amazon.com)
[3] 가디언 P is for pterodactyl, T is for tsunami: the ‘worst alphabet book’ becomes a bestseller Mon 3 Dec 2018 07.00 GMT
[4] bdellium (dic.daum.net)
[5] Which word has a silent B at the start? [duplicate] (english.stackexchange.com)
[6] PTERODACTYL OR PTEROSAUR? (carnegiemnh.org)
[7] https://twitter.com/thenatewolf/status/685632235857408001

[서평]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년
배리 아이켄그린 (지은이), 박복영 (옮긴이) | 미지북스 | 2016-12-10 | 원제 Golden Fetters: The Gold Standard and the Great Depression, 1919-1939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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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_- 소설가 김유정의 ‘금따는 콩밭‘이라는 소설이 있다. 금에 환장해서 멀쩡한 콩밭을 갈아엎다가 망한다는 이야기인데 ㅋㅋㅋ, 시대적 배경이 대략 1930년대 초반이다. 전세계 각국이 금본위제에서 탈퇴함에 따라, 자산보호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금의 수요가 급증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영향이 조선의 콩밭에까지 미친 것이라 짐작된다. 당시 조선에서 금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기괴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 천태만상의 이야기는 전봉관 선생의 책[1]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것도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ㅎㅎㅎ

베리 아이켄그린 선생의 저서는 여러 권[2,3,4] 읽어봤기 때문에 주저없이 샀다. 일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전후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 탑 5에 들어가는 걸 봤는데[5], 본인은 문외한이라 모르긴 해도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대공황 이전에도 공황은 여러 번 있었지만, 왜 그때 그렇게 타격이 크고 회복도 더뎠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일전에 킨들버거 선생의 패권안정론을 주장하는 책[6]을 읽은 바 있는데, 그 내용인 즉슨,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단일 패권국이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공황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그와는 좀 다른 주장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대공황의 원인으로 금본위제를 사수하려는 집착 때문에 대공황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황금족쇄’란 바로 이 집착을 상징한다. 이 책의 내용을 매우 거칠게 요약을 하자면, 한겨례의 어느 기사[7]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사가 독서에 참고가 될 듯 하다.

그러면 왜 1차 대전 이전의 금본위제에서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는가를 설명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의 ‘가격-정화 플로우‘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대외 불균형이 제거됨을 설명하는 거시경제모델이지만, 18세기의 단순한 경제 시스템에서는 훌륭하게 작동되었을지 몰라도, 환경이 크게 바뀐 20세기가 되어서까지 이런 방식으로 불황을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p77) 나무위키의 ‘세계 대공황’ 항목[8]에도 이런 빈약한 모델을 토대로, 금본위제가 국지적 불황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세계적인 대공황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나와 있으나, 아이켄그린 선생은 그런 종류의 반론에 대해 재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19세기는 장기 평화의 기간으로서, 각 국가간 중앙은행간의 국제협력이 잘 이루어지던 시기였고, 따라서 한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신용보다 더 많은 신용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1차대전 이전까지는 금본위제임에도 불구하고 대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나온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전쟁 배상금을 갚은 선례 때문에, 1차 대전 당시 각 국가들은 전쟁 배상금의 기대를 가지고 전쟁비용 조달을 세금의 인상없이 국채만으로 진행했다고 한다.[9] 이 결과 전후 독일에게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리게 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2차 대전의 원인이 된다. 현대 경제 정책의 관점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엄청난 재앙이지만, 당시에는 청산주의적 관점에서 디플레이션을 하더라도 화폐가치와 금본위제를 사수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본 듯 하다. 미국의 청산주의적 관점으로 재정정책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전에 본 가이트너씨의 책[10]이 생각나는데,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싶다. ㅋㅋㅋ

게다가 독일은 초인플레이션의 경험으로, 영/프/미도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인해, 긴축 재정을 선호한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준비금을 유지해야 하므로 자유로운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독일의 이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충격은 나름 꽤 뼈아팠던 모양인데, 일전에 본 세바스찬 말라비 선생의 [11]에서도, 독일 통일 당시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강한 고금리정책을 실시했던 독일의 중앙은행장 헬무트 슐레징거가, 금리를 내리라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견디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하간 이후 각 국가별 경제, 무역, 정치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군데군데 패권안정론에 대한 반박도 담고 있다. 디테일한 사건들의 설명이 무척 많은데, 일일이 검색하면서 조사하다보면 끝이 없다. 읽기 초 빡시다-_-

저자는 경제상황 뿐만 아니라, 국가 내 정치와 국제 정치까지도 동원하여 세부적인 각 사건들의 이해관계를 조립하여, 금본위제와 대공황을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역자의 말 그대로 ‘대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다.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전후 최대 영향력있는 경제학자들 중의 하나로 언급[5]되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p302부터 프랑스 전간기 정치 상황에 대해 나오는데, 수학자 팽르베도 잠시 언급된다. 책에는 오직 정치가로서의 언급만 있어서 본 블로그의 글[12]도 참고하기 바란다.

책에서 M1 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뭔 말인가 싶어 검색해 봤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폐와 동전 및 수표 등의 물리적인 통화 공급량을 가리키는 듯 하다.[13]

저자가 중간중간에 미국의 리더십 부족이 문제가 아니었고, 국가간 협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강조하는데,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지만 당연하게도 패권안정론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p412에 “1프랑의 금이 추가되면 35%의 금 준비율 하에서는 이론상으로는 약 3프랑의 유통 은행권 증가가 가능했지만” 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아무래도 승수효과에 의한 계산이 아닌가 싶다. 즉, 최초 a원의 금에서 지급준비율 r이 결정되면, 이 돈을 대출하여 a(1-r)원이 풀리고, 그 돈이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 a(1-r)2가 대출되는 형식으로 무한히 반복하면, 결국 무한등비급수의 합인 \frac{a}{1-(1-r)} = \frac{a}{r}가 되어 1/0.35 = 2.86이므로 얼추 맞아 들어간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들은 서문과 결론, 그리고 역자의 말에 실질적으로 전부 들어가 있으므로, 바쁜 사람은 이 부분만 읽어도 요약본을 읽은 것과 다름이 없을 듯 하다.

역자인 박복영 교수는 경희대학교 국제 대학원에 재직중이라고 한다.[14] 이 책의 초벌번역에만 4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군데군데 어려운 용어의 해설도 들어 있다. 저자의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책인데, 이런 책이 시중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외한인 본인에게는 읽기에 상당히 빡셌지만, 킨들버거 선생의 책[6]을 읽으면서 이리저리 검색해 본 게 있으니 좀 수월했다. 만약 이 책을 완독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킨들버거 선생의 책[6]도 함께 읽는 편이 도움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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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은이) | 살림 | 2005-01-27
[2] 내 백과사전 [서평]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011년 10월 9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달러 제국의 몰락-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2015년 10월 14일
[4] 글로벌 불균형 –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 베리 아이켄그린 (지은이), 박복영 (옮긴이) | 미지북스 | 2008-11-05 | 원제 Global Imbalances and the Lessons of Bretton Woods
[5] 내 백과사전 지난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2011년 3월 6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대공황의 세계 1929-1939 2018년 4월 13일
[7] 한겨레 우리는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18-11-13 14:35
[8] 세계 대공황 (나무위키)
[9] 내 백과사전 1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별 세수 변화 2019년 1월 2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스트레스 테스트 2018년 3월 23일
[11] 내 백과사전 [서평] 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헤지펀드 엘리트들 2012년 4월 12일
[12] 내 백과사전 프랑스에서는 수학자가 정치가가 될 때도 있다 : Paul Painlevé 2018년 8월 20일
[13] M1 (investopedia.com)
[14] Park, Bokyeong (gsp.khu.ac.kr)

[서평]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 범죄 현장에서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 범죄 현장에서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한국일보 경찰팀 (지은이) | 북콤마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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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제 발생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례가 하마터면 미제로 남을뻔한 사건들을 미세한 단서를 포착하여 극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를 담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다. 일전에 본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과 내용면이나 구성에 있어 무척 유사하며, 둘 중 한쪽에 흥미가 있다면 다른 쪽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사건들 중에는 물질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도 ‘감’이나 ‘촉’에 의해 수사범위를 좁힌 후에, 집중 조사하여 물리적 증거를 찾아내는 사례가 무척 많다. 확실히 베테랑 수사관들의 기여도는 대단히 큰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법최면(Forensic hypnosis)으로 2015년 정읍 납치사건[2]을 해결한 사례(p133)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마찬가지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에 소개된 법최면 사례는 2003년 인천 살인사건[3]을 해결한 사례로서 다른 사례다. 일전에 본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의 책[4]에 소개하는 법최면 사례는 2001년 대구 뺑소니 사건으로 또 다른 사례다. 연쇄살인마 정남규의 몽타주도 법최면으로 확보했다고 하니[1], 뭔가 수상해보이는 수사기법을 활용한 사례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ㅎㅎ

p159에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익사하여 지문이 훼손된 시신의 지문을 추출하는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는데,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1]에도 같은 이야기가 언급된다.

p205에 18년전 미제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 끈기에는 감탄이 절로 난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일일이 CCTV 얼굴과 사진을 대조하는 작업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발전하고 있는 안면인식 기법[5]들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긴 하다.

p306에 한국의 존속 살해 비율이 전체 살인의 5% 정도로, 서구권의 1~3%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좀 놀랐다. 동방예의지국이니 뭐니 하는 이름은 이제 버릴 때가 아닌가 싶다. ㅋ 다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통계자료를 대충 검색해봤는데, 진위여부를 인터넷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2012년 대전 판암동 살인사건[6]에서 최초로 혈흔형태분석이 증거로 채택되었다 한다.(p320) 일전에 읽은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7]에서는 혈흔형태분석이 나름 체계적인 학술분야로서 정립되지 않아서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국내 수사기법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책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한국일보에서 이미 한 번 연재된 내용인 듯 하다. 기사로 봐도 되지만, 모아서 읽는 재미가 있으니 사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이외에 다른 국내 사례에 흥미가 있다면 일전에 언급한 다른 책들[8,9]도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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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백과사전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2013년 9월 10일
[2] 한국일보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 최면으로 30시간 전 범죄현장 돌아가 맞춰 2017.06.20 04:40
[3] 서울신문 토막살인 범인 잡으려 여관女에 최면 걸었더니… 2011-10-25 15:01
[4]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2018년 4월 1일
[5] 내 백과사전 발전하고 있는 안면인식 알고리즘 2014년 8월 27일
[6] 한국일보 죽은 사람, 쓰러진 사람, 신고한 사람… 밀실의 세 남자 중 범인은? 2017.12.26 04:40
[7] 내 백과사전 [서평] 혈흔으로 하는 범죄현장의 재구성 2014년 1월 28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타살의 흔적 : 죽음과 의혹에 대한 현직 법의학자들의 현장 리포트 2010년 11월 17일
[9] 내 백과사전 [서평]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2012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