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저자) | 이정연(역자) | 시공아트 | 2014-02-21 | 원제 Hot Art: Chasing Thieves and Detectives Through the Secret World of Stolen Art (2012년)

 


이 책은 저자인 Joshua Knelman이 미술품/골동품 도난과 관련하여 범죄 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원제는 Hot Art로서 책의 표지에 나와 있다.

미술품 도난은 사실 강력범죄에 비해 그 심각성이나 급박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제한된 경찰력을 따로 할애하여 미술품 도난에 투입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처럼 느낄 수 있다. 또한 미술품 도난 수사는 경찰 자신이 미술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하고, 미술 업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사법에 대한 독특한 노하우가 필요하므로,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북미에서도 상당기간 동안 미술품 전담 경찰이 없었고,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찰이 열악한 재정지원으로 고생하는 이야기도 책에 나온다.

한편 세계 경제의 성장으로 미술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미술품 시장은 점진적으로 커지는 추세에 있다. 또한 미술품은 거래가 불투명한 경우가 상당히 많고, 국경을 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므로 돈세탁이 용이하다. 반면 경찰력의 국제공조는 상대적으로 어려우므로, 범죄자에게는 이로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미술품들 중에서 일부는 컬러 사진으로 소개를 하고 있어서, 고맙게도 보기 편리하다. 그러나 일부 작품은 제목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검색해서 찾아봐야 한다. 그러나 미술품 중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이 작품이 이건지 확신이 안 들 때가 꽤 있다.

영화 등의 매체에서 미술품 도둑은 대체로 예술에 안목이 있으며, 각종 경보장치를 무력화 하는 지성적 존재로 미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는 보통의 절도범이나 강도범의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중적 미화의 문제점을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일전에 본 Sandy Nairne의 책[1]에서도 비슷하게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7장에 덜워치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렘브란트의 미술품을 회수하기 위해, 당시 관장이었던 Giles Waterfield가 개고생-_-을 하는 경험담이 소개(p151)되고 있는데, Sandy Nairne이 자신의 책[1]에서 이야기한 경험담과 엄청나게 비슷하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3장에 저자가 쿠푸왕의 대피라미드 내부를 갔다온 경험담이 나오는데, 글로만 설명하고 있으므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집트 학자인 곽민수 선생의 내부 설명[2]을 참고하면 좀 이해가 쉽다.

p67에 이집트 학자 자히 하와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싶더니만, 일전에 뮤온 단층 촬영법 이야기[3] 할 때 들은 인물이었다. 헐 나름 스타 학자였구만. ㅋㅋ

p184에 러스보로 저택 도난사건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틴 카힐과 관련된 부분은 Sandy Nairne의 책[1]보다도 이 책이 더 자세하다. Sandy Nairne의 책[1]의 일부를 일전에 인용한 적[4]이 있다.

p211에 세잔의 Fruit and a Jug on a Table과 관련하여 법적 공방이 나오는데, 파나마 회사의 불투명성을 악용하여 미술품 소유에 대한 복잡한 법적 공방의 유사한 사례는 일전의 ‘파나마 페이퍼스'[5]에도 소개되어 있다. Modigliani의 Seated Man with a Cane에 대한 이야기는 슬로우 뉴스[6]에 잘 나와 있으니 이쪽을 참고해도 될 듯.

책의 마지막에 전직 미술품 장물 판매꾼인 ‘폴’의 아트 블로그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할당되어 있는데, 책에 직접적인 url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 이 블로그[7]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은 2011년이지만, 이 블로그[7]의 가장 최근 글은 5월 1일에 올라와 있으니, 놀랍게도 아직도 꾸준히 활동 중인 듯.

저자는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미술품 전담하는 형사부터 미술품 전문 변호사와 은퇴한 미술품 도둑까지 섭렵하고 있다. 또한 이집트부터 영국, 미국, 캐나다에 이르는 여러 국가들에 발품을 팔면서, 미술품/골동품 암시장의 실태와 수사현황을 소개하고 있어, 꽤나 품이 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의 분량은 좀 많은 편이지만, 난해한 내용은 없으므로 술술 읽힌다. 집중하면 하루안에 완독이 가능할 듯. 다만 언급된 미술품에 대해 조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든다.

 


[1] 샌디 네언 저/최규은 역, “미술품 잔혹사“, 미래의창, 2014
[2] 더퍼스트미디어 위대한 업적, 끝나지 않은 수수께끼 – 대피라미드 2016.03.24 11:22
[3] 내 백과사전 뮤온 단층 촬영법으로 쿠푸왕의 대피라미드 내부 탐색하기 2017년 11월 9일
[4] 내 백과사전 러스보로 저택의 베이트 컬렉션 도난 사건 2016년 9월 18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파나마 페이퍼스 – 전 세계를 뒤흔든 폭로 이야기 2017년 12월 10일
[6] 슬로우 뉴스 파나마 페이퍼 사건의 소용돌이에 빠진 모딜리아니의 그림 2016-04-15
[7] http://arthostage.blogspot.kr/

[서평]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장 루이 쿠르조(저자) | 김옥진(역자) | 스크린셀러 | 2011-06-27 | 원제 Je ne pouvais pas l’abandonner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1]의 범인인 베로니크씨의 남편인 쿠르조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정신질환의 한 종류인 ‘임신거부증‘에 대해 알리고자 쓴 책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일견 불합리해 보였던 행동들(사건 직후 프랑스로 출국했다든지, 출산을 하고도 임신 사실을 몰랐다든지)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능하다.

임신거부증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임신 사실을 거부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임신 20주차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미한 경우 부터, 출산 후에야 비로소 임신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출산을 하고도 임신임을 인지하지 못하여 영아유기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 베로니크 씨의 경우도 아마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읽은 BBC 기사 중에서 칠레 여자 역도 선수가 임신 사실도 모르고 베이징 올림픽 훈련 도중에 출산을 했다는 기사[2]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건가 싶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정신질환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의 성향을 과도하게 따지는 건가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의문의 여지는 있다. 다만 이것이 정도를 넘어 영아유기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된다.

상식적으로 아기를 보고도 출산임을 인지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 싶긴한데,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신질환은 라마찬드란 선생의 저서[3]나 올리버 색스 선생의 저서[4]에 여러 사례가 나온다.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뀔 지도? ㅋ

임신거부증이 있는 여성들이 시간 개념에 약하다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이 부분은 별도 포스트[5]를 했다.

여하간 최초에 부인이 범인으로 지목당했을 때, 남편인 쿠르조씨가 국과수의 DNA 감식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는데, 최초에 그는 자신의 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완벽히 전혀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그의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한다. 그러나 일전에 읽은 정희선 선생의 저서[6]를 읽어보니, 이 사건 당시에 이러한 국과수에 대한 능력의심에 대단히 섭섭했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

그 밖에 저자의 동네 사람들이 스토킹하는 기자를 쫓아내 준다든지 하는 이웃사람들의 소소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같으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웃사람들에게 배척당할 듯 한데,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베로니크 부인이 형무소에서 외출하여 취직 면접을 보고 다시 형무소로 복귀한 경험담도 나온다. 물론 모범수라서 가능했겠지만, 프랑스 재활 시스템을 보니 국내 재활 시스템에 대해서도 꽤 궁금해진다.

저자는 자신의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자의 구구절절한 감정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다른 여자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어 있는데, 본인은 중고로 매입하였다. 절판이라 좀 아쉽구만. 절판 걱정이 없는 ebook이 빨랑 확산돼야 한다. 진짜로. ㅋ

 


[1]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 (나무위키)
[2] bbc Chile weightlifter has unexpected baby during training 23:52 GMT, Tuesday, 15 December 2009
[3] 내 백과사전 [서평]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2011년 8월 18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12년 5월 18일
[5] 내 백과사전 임신거부증 Denial of pregnancy 2018년 5월 3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2018년 4월 1일

[서평] 소수와 리만 가설 – 질서와 패턴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궁극적 도전 대상

소수와 리만 가설 – 질서와 패턴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궁극적 도전 대상
배리 메이저(저자) | 윌리엄 스타인(저자) | 권혜승(역자) | 승산 | 2017-06-27 | 원제 Prime Numbers and the Riemann Hypothesis

 


일전에 본 블로그에서 언급[1]한 스테인 선생과 메이저 선생의 그 책[2]이 번역서로 출간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웬 떡이냐. ㅋㅋㅋ 작년에 출간된 듯 한데, 인제사 발견해서 후닥닥 읽어봤다. ㅋ

국내에 John Derbyshire의 책인 Prime Obsession의 번역서[3]가 출간되어 있어, 관심있는 사람은 이미 대부분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알기로 국내 대중서 가운데 리만 가설이 중심 주제인 책은 이 한 권 뿐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번역되지 않은 책들 중에서는 리만 가설에 대한 대중서가 꽤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대부분 비교적 역사적 관점에서 리만 가설을 설명하는 책인데 비해, 이 책은 수학적 배경이 적은 사람에게 리만 가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실제로 수학적 설명을 시도하는 책으로, 다른 대중서들과는 조금 방향성이 다르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독자들이 가진 수학실력의 폭을 너무 크게 잡은 바람에 앞부분은 너무 쉽고, 갈수록 어려워져서 뒷부분은 너무 어려운-_- 요상한 책이 돼 버렸다. ㅋㅋㅋ

텍스트의 분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리저리 찾아가면서 읽으면 나름 시간이 걸릴 듯한 책이다. 뭐 나는 수학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_- 초 대충 읽었다. ㅋㅋㅋ

뭐 여하간 책안에 적분, 로그, 시그마 등등의 수식이 등장하니 최소한 고교수학 정도의 실력은 있어야 볼만할 듯 하다. 수학에 좀 관심이 있는 고교생들은 좋아할 듯. ㅋ

 


[1] 내 백과사전 Barry Mazur와 William Stein의 새 책 2015년 11월 25일
[2] Prime Numbers and the Riemann Hypothesis (amazon.com)
[3] 존 더비셔 저/박병철 역, “리만 가설“, 승산, 2006

[서평] 대공황의 세계 1929-1939

대공황의 세계 1929-1939 l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16
찰스 P. 킨들버거(저자) | 박정태(역자) | 굿모닝북스 | 2018-01-30 | 원제 Die Weltwirtschaftskrise (1973년)

 


원래 아이켄그린 선생의 책[1]을 읽고 있었는데, 앞부분에 킨들버거 선생의 이론인 패권안정론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근데 패권안정론이 뭔지 알아야 뭘 동의하든지 말든지를 하지..-_- 그래서 그 책[1]을 덮고 이 책을 우선 읽게 되었다.

원래 작년에 이 책의 초판의 역서[2]를 사려고 했는데, 요새 중고책 판매자들이 절판된 책들을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파는 일이 대단히 흔해졌다. 아놔… 이래서 전자책이 빨랑 보급돼야 한다. 그래서 재출간을 기다렸는데, 원서의 개정증보판이 나오면서 그 역서가 올해 초에 출간되었다. 기다리길 잘했군!!! ㅋㅋㅋ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내용을 좀 보충수정한 듯 하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한 마디로 ‘패권안정론‘이다. 대공황 이전에도 공황은 여러 번 있어왔지만, 왜 하필 대공황때가 그렇게 타격이 크고 회복도 더딘지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저자인 킨들버거 선생은 그 이유로 국제 경제/금융의 안정은 단일 국가가 패권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경제를 쥐고 있을 때 이루어지고, 전간기 동안 영국은 세계경제를 컨트롤할 능력이 없어서, 미국은 세계경제를 컨트롤할 의지가 없어 공황이 그렇게 거대했다는 주장이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의 핵심주장이 잘 드러난다.

p398-400

이 책의 설명은 이렇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이 그토록 광범위했고 심각했으며 오랫동안 지속됐던 이유는, 어느 나라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킬 책무를 짊어져야 했는데, 영국은 그럴 능력이 없어서, 미국은 그럴 의사가 없어서 결국 국제 경제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1) 불황에 빠진 상품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개방된 시장을 유지 할 것
(2) 경기 사이클을 중화中和하는, 혹은 적어도 안정적인 장기 대부를 공급할 것
(3)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율 시스템을 지켜나갈 것
(4) 각국의 거시경제 정책은 서로 보조를 맞춰나갈 것
(5) 금융 위기 시 채권 매입 혹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할 것

내가 생각하기에 이 같은 역할은 국제 경제 시스템에 책임을 지는 단일 국가가 한데 모아 일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1 만일 이것이 이뤄졌다면, 그리고 특히 그 나라가 금융 위기 시 최후의 대부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면 경제 시스템은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조적 혼란 양상을 조정해 나갔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도 있겠지만 말이다. 구조적 혼란이 너무 심각할 경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왔던 마셜 플랜이나 영국에 대한 차관처럼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해질 수 있다. D. E. 모그리지(Moggridge)는 이런 혼란 양상이 1929년부터 1931년까지 너무 뿌리깊게 이어지다 보니 프랑스와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독일, 영국에 구제자금을 대부해주었다 해도 통화 가치의 연쇄적인 붕괴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2 여기서 드는 의문은, 시스템에 가해진 충격들 – 1차 생산품의 과잉 생산, 독일에게서 배상을 받아야 하겠다는 프랑스의 완고한 고집, 미국의 전채 지급 요구, 파운드 화의 고평가와 프랑스 프랑 화의 저평가, 뉴욕의 해외 대부 중단, 주식시장 붕괴 등 – 이 과연 정말로 엄청난 것이어서 이를 막으려는 어떤 조치들도 다 압도해버릴 정도였느냐는 점이다. 이런 의문도 들 수 있다. 능력이 없어서든 의사가 없어서든, 아무튼 시스템의 안정자로서 그 역할을 해줄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떠한 충격이 가해지기만 해도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되고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의 논점은 이렇다. 문제는 국제 경제 시스템에 뿌리깊게 잠복해 있는 불안정성과 안정자 역할을 해줄 나라의 부재에 있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전 영국은 앞서 열거했던 다섯 가지 역할들을 있는 힘껏 수행 했고, 금본위제의 신화, 즉 안정적인 환율과 매끄러운 거시경제 정책의 보장이라는 막강한 우군의 도움에 힘입어 세계경제를 안정시켰다. 물롭 중부 유럽과 미국이 긴 불황에 빠져들었던 1873년처럼 영국이 개입하지 않거나 멀리서 그냥 지켜본 경우도 있었다.3 1890년에는 런던 자본시장이 해외 대부를 급격히 늘린 지 5년 만에 갑자기 이를 중단해버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불황이 1890년에서 1895년까지 이어지기는 했으나, 마치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백기사가 출현하듯이 1886년에 발견된 트란스발의 랜드 광산에서 엄청난 양의 금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시스템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4 그러나 1929년과 1930년, 1931년에 영국은 국제 경제 시스템의 안정자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없었고, 미국은 그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만 보호하려는 노선을 추구하자 세계 공동의 이익은 바닥을 드러냈고, 이와 함께 모든 나라의 개별적인 이익마저 말라버렸던 것이다.

 


1. 정치학자들은 단일 국가가 쥐고 있는 리더십을 “헤게모니”라고 부른다. 나는 리더십은 곧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헤게모니라는 말은 좀 냉소적이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헤게모니가 과연 평화와 안정된 세계경제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Robert O. Keohane, 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 1984를 보라. 코헤인은 국제 레짐(international regimes)이 헤게모니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레짐은 국제적인 협력이 제도화된 형태다. 이를 보다 정확히 정의하자면 “주어진 문제의 범위 안에서 행위자의 기대들을 한데 모으는 원칙, 기준, 규약, 의사결정 절차들”이라고 할 수 있다. (Stephen D. Krasner, “Structural Cause and Regime Consequences: Regimes as Intervening Variables.” 2983, p. 1)
2. 그가 쓴 “Policy in the Crises of 1920 and 1929″를 보라. 하베르러는 여기서 취한 입장, 즉 양차 세계대전에 따른 물리적, 경제적, 정치적 피해와 혼란의 정도가 달랐으므로 그 이후의 처방도 달라야 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Harberler, “Die Weltwirtschaft und das internationale Währungssystem in der Zeit zwischen den beiden Weltkriegn,” pp. 288-289를 보라. 그러나 몇 해 전 하베르러가 로이 해로드와 프리데릭 러츠, 야콥 바이너, 그리고 조셉 볼 상원의원 같은 인물들과 한편에 섰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달러 부족(dollar shortage,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달러화 보유고가 부족해진 상태-옮긴이)“이라는 생각 자체는 물론 어떤 경우에는, 전후 유럽 각국이 “인플레이션은 멈추고 환율을 조정”했더라면 안정과 성장 기반을 다시 구축했을 것이라며 마셜 플랜까지 반대했다. 내가 쓴 Dollar Shortage, 1950, pp. 2-6의 설명을 보라.
정치적으로 보다 넓은 견지에서 보면 양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기는 저마다의 이견은 있었지만 사실상 똑같은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Charles S. Maier, “The Two Postwer Eras and the Conditions for Stability in Twentieth – Century Europe,” 1981과 함께 스티븐 A. 슈커와 내가 내놓은 코멘터리, 그리고 이에 대한 마이어의 대답을 보라.
3. 내가 쓴 Manias, Panics, and Crashes, p. 211을 보라.
4. 내가 쓴 “International Propagation of Financial Crises”를 보라.

일반적으로 대공황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미국의 주가폭락 – 이후 그 여파의 국제화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고,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저자는 그러한 주장을 반박하고 공황이 미국 국지적 사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그 징조가 세계적임(즉, 헤게모니적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많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건의 경과를 나열하고 있는데, 정신차리지 않으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논지를 놓치기 쉽다.

책의 뒷부분에는 미국의 리더십 부재를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키고, 외국들이 그에 대한 보복조치[3]를 하면서 국제경기가 침몰하는 과정이나, 루즈벨트가 자국 이기주의로 세계경제회의를 파토-_-내었던 이야기도 나온다.

여하간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서서히 국제적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 사이의 갈등으로 단일 패권국가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다시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이 책은 과거 대공황을 다루고 있으나 그런 측면에서 시사적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본인의 역사 및 경제사의 지식이 일천해서 사건의 인과관계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아이켄그린 선생의 책도 그렇고, 국제 통화/금융사 책들은 나에게 너무 어렵구만-_- 몇몇 역사적 사건 용어 (금 블록, 세계경제회의, 1937 불황, 삼국통화협정 등등등)은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서 위키피디아를 자주 찾아봐야 했다. 위키피디아 만세다-_-

 


[1] 배리 아이켄그린 저/박복영 역, “황금 족쇄“, 미지북스, 2016
[2] 찰스 P. 킨들버거 저, “대공황의 세계“, 부키, 1998
[3] 내 백과사전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보복 조치 2018년 4월 8일

[서평]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eBook]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말하는 한국의 과학수사 현장
정희선(저자)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06-25

 


정희선 전 국과수 원장이 자신의 경험담과 사건 사례 위주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정희선 선생은 국과수 퇴임 후 충남대로 간 듯 하다.[1] 검색해보면 몇몇 인터뷰[2,3]도 발견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재직당시 의뢰를 받은 사건들을 기본으로 당시 분석을 진행했던 과정, 사연을 서술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전공이 약학 쪽이다 보니 제시되는 사례가 대부분 화학/약물/독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 아쉽다.

글 중에 저자가 어떤 현상에 호기심/지적 욕구를 느꼈다던가, 실험을 하고 싶어 흥분했다는 표현이 꽤 많이 나온다. 학자로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보인다. 자신이나 주변사람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도 많고,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표현하는 묘사도 많다. 확실히 자연과학자 또는 과학수사관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성격이 아닌가 싶다. ㅎㅎ

ebook으로 읽어서 물리적 페이지의 위치는 알 수 없는데, 1장에서 선배 연구원들이 부검후 의뢰되는 위 내용물의 뚜껑만 열어도 청산중독사인줄 알아 맞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이야기가 강신몽 선생의 저서[4;p52]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청산에 의한 사망이 적어서 법의학자들도 사인을 판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한국에서 온 법의학자가 냄새만 맡고 단칼에 사인을 알아맞추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실히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청산 사망 비율이 높은 듯 하다.

2장에 교통사고를 검증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나름 국과수의 능력에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나무위키에서의 설명[5]에 따르면 국과수는 자동차 기계사고 쪽으로는 꽤 능력이 신통찮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좀 대조적이다. ㅎ 사실 이런 류의 작업은 열 번을 잘 해도 당연하고, 한 번 잘못하면 욕먹는 종류의 일이라, 나무위키[5]쪽이 별 근거도 없이 과장한다는 느낌도 든다.

2장에 모발 검사로 마약사범을 색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고학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연구를 하는 것 같다. 일전에 본 Martin Jones 책[6]에 Ötzi 연구와 관련하여 잠시 나온다.

2장에 보성 어부 살인사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음향 분석이 범인을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마치 지문처럼 엔진소리가 똑같은 배가 하나도 없다는게 신기방기하구만.

2장에 이윤상 유괴 살해 사건 당시에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굳힌 거짓말 탐지기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에도 이윤상 살해 사건과 관련하여 거짓말 탐지기가 언급[8]되는데, 그 책[7] 보다는 본서에 조금 더 상세한 정황이 나온다.

3장에 법최면(Forensic Hypnosis)으로 사건을 해결한 사례가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에도 약간 관련 내용이 있다.

3장에 베른하르트 작전이 잠시 언급되는데, Cicero씨의 포스트[9]에 설명이 잘 돼 있다. 참고 바란다. 저자는 정교한 위조지폐를 볼 때마다 왜 이런 대단한 수고를 다른 일에 쓰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하는데, 위폐범은 나름 위조술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10]인 줄은 모르시는 것 같다. ㅎㅎㅎㅎ

사건위주로 나열되어 있고, 대부분 국내 사건 위주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7]과 성격이 비슷하므로 이 책과 같이 보면 좋을 듯 하다. 일부를 발췌[11]했으니 독서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람.

 


[1] 한국대학신문 정희선 국과수 前 원장,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취임 2013.09.26 16:06:36
[2] 약업신문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을 이끄는 국과수 대모 2011-03-18 11:16
[3] 더피알 마약수사, DNA 감식은 한국이 표준입니다 2012.03.09 09:29
[4] 강신몽 저, “죽음의 해석“, 수사연구사, 2012
[5] 국립과학수사연구원 7.문제점 (나무위키)
[6] 마틴 존스 저/신지영 역,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바다출판사, 2007
[7] 내 백과사전 [서평]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2013년 9월 10일
[8] 내 백과사전 거짓말 탐지기의 기술적 진보 2013년 9월 6일
[9] 베른하르트작전-영국경제를 붕괴시켜라! (Cicero)
[10] 내 백과사전 [서평]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가장 예술적으로 돈을 벌었던 남자, 아트 윌리엄스 이야기 2014년 6월 15일
[11] 내 백과사전 스마트폰으로 부정 도박 카드 적발하기 2018년 3월 31일

[서평] 스트레스 테스트

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저자) | 김규진(역자) | 홍영만(역자) | 김지욱(역자) | 인빅투스 | 2015-06-25 | 원제 Stress Test (2014년)

 


이 책은 2007-8 금융위기 당시의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Timothy Geithner가 당시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으로 거의 자서전에 가깝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어렸을 때의 경력도 앞부분에 짧게 소개되어 있다. 가이트너 씨가 외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는 줄은 처음 알았네. 그의 백그라운드에 대해서는 오래된 기사지만 경향신문의 기사[1]에 압축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이나 부실 자산이 드러났을 때, 그에 대한 대한 응징(즉, 파산)은 선호되지만 moral hazard를 일으키고 세금이 투입되는 구제 금융은 반감을 사게 마련이다. 특히 정부개입을 싫어하는 미국 정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는 그런 일반적인 상식은 더욱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직관에 반하는 강력한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전반적인 논조가 되겠다. 그래서 구제금융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화재진압에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열라 힘들었다-_-는게 이 책의 요약이라 할 수 있다.

앞부분에는 맥시코 페소 위기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처했던 자신의 이야기도 앞에 짧게 나오는데, 여러 번의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얻은 자신의 구제금융에 대한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한데, 한국의 금융 위기 당시에 IMF한테 그런 조언을 좀 해주지 그랬냐 싶다. IMF가 한국에게는 긴축을 강요했으니 가이트너 씨의 견해와는 상반된다.

2007-8 금융위기 당시에 너무 폭풍과도 같이 기사가 쏟아지던 시절이라 상황판단이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왜 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인과관계가 조금은 파악이 되는 듯 하다. 왜 리만 브라더스는 구제하지 않고 AIG는 구제했는지, 갑작스러운 정부의 태도변화가 제일 의아했는데, 이 책에 의하면 사태가 악화될 만큼 악화되어야만, 구제금융 반대파의 주장이 약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여러 책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전부 검색해 보니 상당수는 국내에 역서가 나와 있다. 역시 경제서는 번역서가 되게 잘 나온다. ㅋㅋ 가이트너 씨가 나름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 같다.

ebook으로 읽어서 페이지는 알 수 없는데, 2장에서 Kenneth Rogoff에게 IMF의 지루한 회의를 어떻게 견디냐고 물으니, 회의 중에 머릿속에서 체스 12게임을 동시에 진행한다-_-는 이야기가 나온다. ㅋㅋ 로고프 선생이 체스 그랜드마스터인줄은 몰랐네. ㅋㅋ 근데 왜 엑셀도 못 다루지[2]-_-?

가이트너 씨가 셰릴 샌드버그랑 안면이 있는 사이인 줄 몰랐다.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는데, 위키를 보니 샌드버그씨가 서머즈 밑에서 재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헐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인데 의외군. ㅋ 서머즈 선생이 그 성차별 발언[3]을 한 건 2005년이니 샌드버그와 일한 건 그 이전이 되겠다.

3장에서 뉴욕 Fed 행장으로 있을 때, 권위주의적 내부 문화를 타파하는 그의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인품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6장에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인 실라 베어와 의견충돌[4]을 하는 장면이 좀 있는데, 실라 베어의 회고록도 국내에 번역[5]되어 있다. 가이트너의 책을 읽으니 가이트너의 말이 맞는 듯 한데-_-, 아무래도 양쪽 의견을 모두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ㅋ

7장에 가이트너의 청문회 당시에 세금 신고 잘못하는 바람에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에스티마의 블로그에서 터보 택스 이야기[6]가 생각난다. 청문회 당시 증언하던 가이트너 장관 후보자의 모습의 유튜브 장면[7]을 볼 수 있다. 이건 걍 링크해보고 싶어서 썼음-_- ㅋ

8장에 데이비드 테퍼의 투자전략이 나온다. 세상이 가이트너를 욕할 때, 가이트너의 말에서 뭔가 진실성 같은 걸 봤나 보다. 2009년에 테퍼가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수익[8]을 냈는지 나름 납득이 된다.

10장에 글래스 스티걸 법의 폐지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9]에 대한 저자의 반론이 있다. 음 내 생각이 틀린 건가-_-

10장에 토빈세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저자가 반대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나도 당시에 토빈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게 생각나는데, 일전에 sonnet씨의 블로그[10]에서 읽은 기억도 난다. 아무래도 효과는 좋겠지만, 세계의 동시적 협력을 요구한다는데서 실행은 어렵지 않나 싶다.

10장에 오바마가 “인기가 없더라도 옳은 일은 하고, 여론보다는 증거에 의존하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정치가가 이런 주문을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11장에 오바마가 가이트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가이트너의 부인에게 삼고초려 하는 (진짜 세 번은 아니지만-_-) 장면도 인상적인데,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장관의 부인은 장관직을 반대하고, 대통령이 직접 장관 부인을 대면해 부탁하는 장면이 한국에서 일어 날 수 있을까?)인 걸 보면 미국의 문화가 흥미롭기도 하고, 오바마가 확실히 대인배인 건 사실인 듯. ㅎㅎ

11장에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의 뻔뻔한 대화가 서술되어 있는데,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11]하고 있다고 한다.

잘 쓴 글들[12,13]이 이미 있어서 내가 이 글을 쓰는게 의미가 있을 까 싶긴 하다. 당시에 여러모로 혼란했던 정보의 난립을 어느정도 정리하는 측면에서 볼만하다고 생각함.

 


[1] 경향신문 [오바마의 사람들]12. 티모시 가이트너 2008.11.23 18:54:16
[2] 뉴스페퍼민트 긴축 정책 기반이 된 로코프-라인하트 논문, 엑셀 실수? 2013년 4월 18일
[3] 내 백과사전 남녀 수학 학습능력의 차이 2012년 12월 22일
[4] 뉴스페퍼민트 월가(Wall Street)의 합리적 부주의(rational carelessness),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2014년 5월 29일
[5] 실라 베어 저/예금보험공사 역, “정면돌파“, 알에이치코리아(RHK), 2016
[6] [라이코스 이야기 23] 세금 보고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7] Tim Geithner- I Used TurboTax! (youtube 2분 46초)
[8] 내 백과사전 헤지 펀드 매니저 수입 순위(2009) 2010년 12월 15일
[9] 내 백과사전 글라스-스티걸 법의 폐지가 2007-8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2018년 3월 18일
[10] 토빈세가 돌아오다(Dani Rodrik) (a quarantine station)
[11] 매일경제 가이트너 회고록 내용은 거짓이다 정면 비판 2014.05.13 13:10:46
[12] 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새나의 창고)
[13] 티모시 가이트너가 설명하는 ‘금융위기의 역설’에 대한 단상 (economic view)

[서평]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에드워드 J. 라슨(저자) | 임종기(역자) | 에이도스 | 2012-01-12 | 원제 An Empire of Ice (2011년)

 


남극 Adare 곶에서 과거 캡틴 스콧 팀의 식량으로 추정되는 케이크가 발견되었다는 BBC 뉴스[1]를 본 기억이 있다. 무려 106년(!)된 케이크지만 보존이 잘 돼 있어서, 마치 먹을 수 있을 듯 한 향을 내뿜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먹어본 용자는 없었는 듯 하다. ㅎㅎㅎ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과학사적 관점에서 캡틴 스콧의 업적에 대한 재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언급한 대로[2], 스콧 팀과 아문센 팀은 근본적으로 탐험의 목표가 달랐다. 과도하게 경쟁적 구도의 관점에서 부각되는 바람에, 스콧 선장의 테라 노바 탐험대는 마치 사전 준비와 지식의 결여, 실패한 리더십으로서 출발하기 전부터 약속된 실패자라는 세간의 인상을 가지고 있고, 사실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위키의 ‘아문센 vs 스콧’ 항목[3]에서도 1등만 강조하고 과학적 가치를 무시하는 관점이 반영된 서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4]와 같은 패착이 스콧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약속된 실패자로서의 인상이 부각된 소개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저자인 Edward J. Larson은 역사 저술가로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그의 다른 저술인 ‘Summer for the Gods’로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였는데, 국내에서 ‘신들을 위한 여름'[5]으로 역서가 출간되어 있다. 이 책도 재미있을 것 같아 사놓고 아직 안 읽어 봤는데-_- 너무 게을러 탈이다. ㅎㅎ

역자인 임종기씨의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 싶더니만, 아주 오래 전에 읽은 SF의 개략적 역사를 소개하는 책[6]의 저자였다. 헐…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SF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주는 책으로 SF에 관심있으면 읽을만하다.

여하간 이 책에서는 스콧 이전의 영국의 사회 문화적/과학사적 배경을 소개하고, 왜 그런 탐험을 하게 되었고/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대적 설명도 들어 있어 텍스트의 분량은 꽤 많은 편이다. 비록 탐사의 동기에는 영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깔려있긴 했으나, 본질적으로 다양한 필요성과 학문적 발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탐사였고, 아시다시피 결국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p60에 영국의 세금이 ‘한낱 이론적인 연구’(즉, 남극 탐사)에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등장하는데, 이건 과학 발전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렁이들이 현대에서도 묻는 질문이다. ㅎㅎ 세상은 돌고 도는 듯. ㅎㅎ

p135부터 설명되는 챌린저 호의 탐사는 인류 최초의 Big Science라고 볼 수 있는데, Edward Forbes심해 무생대 가설을 폐기시킨 대규모 세계 해저 탐사로서 유명하다. 일전에 본 김명호 화백의 만화 ‘생물학 공방'[7]에서 이 탐험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 바란다.

p194에 영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퍼진 제국의 위기의식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혀 언급을 안 하고 있지만, 이 시대는 신흥 강대국인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하던 시기로, 영국사회에서 제국의 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8]에도 잘 나와 있다.

지구가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오늘날 누구나 아는 간단한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북극성이 자석이다/자극이 여러 개 있다 등의 잘못된 (그러나 당대에는 어느정도 설득력 있었던) 가설들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목숨을 걸고 극점에 찾아가서 자기장을 측정해야만 했다. 과학의 발전은 데이터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1등을 강조하는 세간의 무지렁이적 인식[3] 때문에 스콧의 업적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목숨과 바꾸며 채집한 화석이 지구과학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는 사실[9]만 봐도 캡틴 스콧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아참, 참고로 스콧 선장의 테라노바 탐험대 직후에 남극점 정복을 시도한 시라세 노부라는 사람이 있다. 스콧이 1912년 1월 17일에 남극점에 도달했는데, 시라세 노부는 1월 16일에 남극 대륙에 상륙했으니 간발의 차라 할 수 있다. 일전에 읽은 김예동 선생의 저서[10]를 참고하기 바란다.

 


[1] BBC Antarctica fruitcake: 106-year-old dessert ‘left by Capt Scott’ 12 August 2017
[2] 내 백과사전 스콧/새클턴과 아문센의 차이 2018년 3월 2일
[3] 아문센 vs 스콧 (나무위키)
[4] 내 백과사전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 2018년 3월 11일
[5] 에드워드 J. 라슨 저/한유정 역, “신들을 위한 여름“, 글항아리, 2014, ISBN : 9788967351144
[6] 임종기,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책세상, 2004, ISBN : 9788970134383
[7]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2012년 12월 20일
[9] 내 백과사전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2018년 3월 16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남극을 열다 – 아시아 최초의 남극 탐험가, 시라세 노부 2016년 1월 3일

[서평] 몽골 제국 기행 – 마르코 폴로의 선구자들

몽골 제국 기행 – 마르코 폴로의 선구자들
플라노 드 카르피니 | 윌리엄 루브룩 (지은이) | 김호동 (옮긴이) | 까치 | 2015-08-20 | 원제 Ystoria Mongalorum / Itinerarium

 


이 책은 마르코 폴로보다 대락 30년 이전에 몽골제국을 방문했던 카르피니루브룩이 각각 남겼던 기행문을 번역한 책이다. 두 사람의 방문시기는 비교적 근접하지만 겹치지는 않는다. 일전에 읽은 김호동 선생의 동방견문록[1]을 읽고 이어서 읽는 책인데, 동방견문록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의 분량상으로 1/3정도가 카르피니의 기록이고, 2/3정도가 루브룩의 기록이다. 여행기간이 수십 년이나 되었던 마르코 폴로와는 달리, 그들의 방문은 1년 남짓한 수준이므로, 동방견문록에 비해 양이 적어 보인다. 이전에 본 김호동 선생의 책[1]처럼 다양한 판본의 대조를 통한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방견문록보다는 재미가 좀 적었다. ㅎ 몽골 군대가 어떤 전술로 전쟁을 했는지, 간접적으로 짐작할 만한 내용이 좀 흥미로왔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수십 일만에 주파하는 당대 역참제도는 꽤 놀랍다. 사막을 고속으로 주파하는 저자들이 어찌나 개고생-_-을 했는지, 굶었다거나 아프다는 이야기도 꽤 많다. 그 고생의 느낌이 여기까지 오는 듯 하다-_- ㅋㅋ

한편 폴 펠리오의 연구논문을 자주 인용하는데, 펠리오는 1945년에 사망했는데, 1970년의 논문을 인용하길래,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 검색을 해 보니 폴 펠리오 사후에 출간된 저작들이었다. 헐…-_- 젠장

p137에 몽골인들이 문지방을 밟는 것을 금기시하는 흥미로운 문화가 묘사돼 있다. 동방견문록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몽골인들이 다양한 종교활동에 비교적 관대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p227에는 이러한 관용의 해석에 대해 저자의 새로운 관점이 흥미롭다. 몽골인들은 종교의 효용적 능력에만 관심이 있었고, 종교의 본질이나 동화에는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종교인들을 보호하는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p235에 assassin의 어원이 마약인 hashish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주석이 있는데, 중동 사학자인 Bernard Lewis[2]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이 책[2]은 뒤의 참고문헌 목록(p455)에도 있다. 아사신파의 계보에 대해서는 일전의 글[3]을 참고하기 바란다.

p339에 루브룩이 카라코룸에 방문했을 때 아사신파의 암살정보 때문에 검문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Bernard Lewis 선생의 책[2;p33]에도 나온다.

p344에 뭉케 칸이 여러 종교인들을 모아놓고 신학논쟁을 시키는 부분은 무척 재미있다. 몽골인들의 종교에 대한 인식이나, 각 종교의 세계 인식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역사서가 다 그렇듯이 중앙아시아사 또는 몽골사에 관심이 없으면 재미있게 읽기는 어렵겠지만, 김호동 선생의 저술[1]을 재미있게 봤다면 아마 볼만할 듯 하다. 헷갈리는 여러 칸들의 계보는 일전의 글[4]을 참고하기 바란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2017년 9월 14일
[2] 버나드 루이스 저/주민아 역, “암살단“, 살림, 2007
[3] 내 백과사전 이슬람 시아파 계보 2017년 9월 2일
[4] 내 백과사전 칭기즈 칸 집안 정리 2018년 2월 12일

[서평] 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저/문수민 역, “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비즈페이퍼, 2017

 


이 책은 버클리 물리학과 출신인 저자가 골드만 삭스에서 퀀트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AdGrok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자신의 회사를 트위터에 매각하고, 다시 페이스북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기까지, 대략 4년간 자신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홈페이지[1]를 보니 자기 책 광고 열심히 하는 듯 ㅎㅎ 퀀트 – 창업가 – 제품 매니저 – 작가로 이어지는 나름 독특한 커리어 변화인 듯 하다.

저자가 글빨이 좀 있어서 설명을 재밌게 잘 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을 열라게 깐다-_- ㅋㅋ 저자가 이런저런 지식도 많고 좀 똑똑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알아보는 것 같아 보인다. 저자가 물리학과 출신이라는데, 글빨로 봐서는 왜 처음부터 작가를 안 한 건지 궁금하구만 ㅋㅋ 글빨로 자기 스타트업 AdGrok를 홍보하는 부분[2]과 페이스북의 내부사정을 묘사한 부분[3]을 본 블로그에 인용해 두었으니, 독서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ebook으로 봐서 인용한 부분의 실물 페이지 위치는 알 수 없다.

이 책의 광고문구를 대충보니 책 마케팅 포인트가 실리콘 밸리의 몰랐던 내부 사정과 스타트업 업계 사정을 알 수 있다는 거에 중점을 두는 듯 한데, 책의 앞부분 절반 정도는 골드만 삭스에서 스타트업 창업까지의 여정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페이스북 사내 이야기라서 좀 거리가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광고 테크에 관한 기술적 내용이 조금 나오는데, 본인이 광고 테크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라 SSP, programmatic buy 등과 같은 개념은 처음 들었다. 특히 사용자가 페이지를 클릭해서 띄우는 순간, 실시간 초고속 프로그램 경매로 어느 광고를 띄우는지 결정하는 부분은 나름 신세계였다. 나름 참고할만한 웹사이트가 몇 개[4,5,6,7]있으니 읽어볼만 하다. ‘플래시 보이스‘[8]가 떠오르는데, 저자도 이 책을 언급한다. 그 밖에 쿠키를 사용한 익명화 사용자 추적을 통해 사람 집단을 범주화 한다든지, 광고 테크에 대한 재미있는 기술적 이야기가 꽤 있다.

저자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중 어느 회사로 갈지 갈등하는 부분은 재미있다. 저녁식사를 제공하지 않는(즉, 야근이 없는) 트위터와 화장실에서 똥싸면서-_- 노트북으로 코딩하는 페이스북을 비교하면서, 저자는 페이스북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페이스북을 선택한다. 한국인 같으면 워라벨을 이유로 거의 대부분 트위터를 선택할텐데, 뭔가 사고방식이 비범하다고나 할까. ㅎ

개인적으로, 너무 많아진 책의 보관이 쉽지 않은 탓에 ebook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는데, 알라딘에서는 ebook을 팔지 않아 리디북스[9]에서 구입하여 보았다. 리디북스 앱으로는 처음 읽는데 리디북스가 전자책만 전문으로 파는 회사여서 그런지, 사이트 전체가 https로 돼 있고 인터페이스가 여타 전자책 앱들과 달리 훌륭하다. 다른 서점들에서 전부 제공되는 전자책에 추가 10% 할인만 있었어도 리디북스로 갈아탈건데 안타깝다. ㅋ

창업이나 엔젤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볼만하겠지만, 미국 사정이라서 별 도움은 안 될 듯 싶다. ㅋㅋ 광고 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볼만할 지도 모르겠다. 테크 업계에 관심이 있으면 전반적으로 심심풀이로 볼만할 듯 하다. 저자의 글빨이 좀 있고, 역자가 나름 찰지게 잘 번역해서 재미있다.

 


[1] http://www.antoniogarciamartinez.com/
[2] 내 백과사전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법 2018년 1월 18일
[3] 내 백과사전 2011년 페이스북의 내부 분위기 2018년 1월 25일
[4] Programmatic buying 101 in slideshare
[5] 어떻게 디스플레이 광고가 노출되는가(Introduction to Ad Serving) in 뜨거움이 나의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다는 것!
[6] 디지털 시장의 혁신적 광고 기법, 프로그래매틱 바잉 : Innovative Ad tech of Digital market, Programmatic Buying in Ewha [Brand Communication]
[7] 초보자를 위한 온라인 광고 용어 정리 : 애드익스체인지, SSP, DSP, 애드 네트워크 in gobooki.net
[8] 내 백과사전 [서평] 플래시 보이스-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2014년 10월 7일
[9] https://ridibooks.com/v2/Detail?id=15580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