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에버렛 선생의 신간 : How Language Began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기사[1]를 보니 다니엘 에버렛 선생의 신간[2]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여유가 되면 기사 일독을 권한다. 참고로 기사 제목의 ‘high stakes‘는 큰 돈이 걸린 내기라는 뜻이라는데, 일본어로 치면 しょうねんば 정도의 의미가 될려나? ㅋ

주지하다시피, 촘스키 선생이 인간 언어 구현을 위한 생물학적 기반이 존재한다(소위 hard-wired)는 언어학과 인지과학의 혁신적 주장[3]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언어가 공통으로 가진 특성[4]이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특성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언어의 재귀성인데, 에버렛 선생이 피라항 어를 연구하면서 재귀성이 없는 특징에 주목한 것이 유명하다. 에버렛 선생의 책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5]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이 책[5]을 요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뉴요커 글[6]이 있는데, 뉴스페퍼민트에 전문 번역[7]이 있다. 재미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이와 관련해서 Tom Wolfe라는 사람이 The Kingdom of Speech라는 책을 써서 촘스키를 열라 깐 모양-_-인데, 정작 촘스키 선생은 한 부족의 예외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정도로 열라 쿨하게 반응[8]한 듯 ㅋㅋ

여하간 이번 신간[2]에서 에버렛 선생은 재귀성이 언어의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면 더 넓은 범위에서 언어를 정의할 수 있고, 따라서 호모 에렉투스가 언어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하는 듯 한데, 이렇게 되면 최초의 언어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길게 잡아 수십만년보다 더 오래된 백만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고인류학까지 물린 주장이라 꽤나 논쟁인 것 같다. ㅎㅎ 예전에 본 블로그에 달린 veritaholic님의 댓글[9]을 보니 호모 에렉투스가 일종의 음성신호를 내면서 살았다는 증거는 일단 있는 듯해 보이는데, 고인류학 문제를 에버렛 선생이 어떻게 설득력있게 풀어나갈지 꽤나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ㅎㅎ

위키피디아의 Origin of language 항목에 따르면, 1866년 파리언어학회는 정관에 언어의 기원에 관한 어떤 연구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그만큼 떡밥도 많고 논쟁도 많은게 최초의 언어 논란인데, 여기에 에버렛 선생도 가세하면서 좀 더 복잡해 지는 듯 하다. ㅎㅎ 최초의 언어를 연구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는 일전에 읽은 크리스틴 케닐리의 저서[10]가 무척 유익하니 일독을 권한다.

작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컴퓨터 공학자인 Robert C. Berwick과 촘스키 선생이 공저한 ‘Why Only Us'[11]를 소개하는 기사[12]를 본게 생각나는데, 이 책[11]은 안 읽어봤지만 대충보니 merge와 같은 언어의 재귀성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 같은데, 그런 재귀적 특성이 단일 인물에 의해 발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이건 촘스키 선생의 과한 주장이 아닌가 싶은데, 여하간 언어의 재귀성이 필수가 아니라는 에버렛 선생의 관점과 배치된다. 언어의 기원에 촘스키 선생도 가세했으니 복잡다 복잡해.. ㅋ

여하간 에버렛 선생의 이번 신간[2]의 번역서가 과연 나올지 모르겠는데, 나왔으면 좋겠다 ㅋㅋ 아니면 그 전작[13]이라도… -_-

 


[1] 이코노미스트 An argument over the evolution of language, with high stakes Oct 5th 2017
[2] https://www.amazon.com/How-Language-Began-Humanitys-Invention/dp/0871407957
[3] 내 백과사전 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2013년 4월 20일
[4] 내 백과사전 보편 문법에 대한 간략한 소개 2013년 11월 27일
[5] http://zariski.egloos.com/2473201
[6] 뉴요커 The Interpreter April 16, 2007
[7] 내 백과사전 옮기는 이 (The Interpreter):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그리고 연구자의 인생에 관하여 2015년 2월 17일
[8] 뉴욕타임즈 Noam Chomsky and the Bicycle Theory OCT. 31, 2016
[9] 내 백과사전 [서평] 언어의 기원 2013년 7월 11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2013년 4월 28일
[11] https://www.amazon.com/Why-Only-Us-Language-Evolution/dp/0262034247
[12] 이코노미스트 Noam Chomsky Mar 23rd 2016
[13] https://www.amazon.com/Dark-Matter-Mind-Articulated-Unconscious/dp/022607076X/

Advertisements

[서평]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10점
버튼 G. 맬킬 지음, 이건.김홍식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지 기사[1]를 읽다가 기사 중간에 이 책이 언급되길래, 혹시나 번역서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있었다. ㅋㅋㅋ 그래서 슥샥 사서 읽어봤다. 저자인 Burton Malkiel은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책의 원제인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에서 짐작가능하지만, 이 책은 여태까지 본인이 본 책들 중에서 가장 효율적 시장가설을 옹호하는 책이다. 책의 핵심 결론은 더 벌려고 뻘짓거리-_- 하지말고 걍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라는 이야기 같다. ㅋ

시장이 충분히 효율적이라 인덱스 상승 이상으로 버는 일은 영구히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주장의 근거로 알려진 다양한 전략과 경제이론을 차례로 논박하고 있다. 본인이 이해한 그의 주장의 요점으로,

  1. 차티스트 – 페북의 경제 관련 그룹 게시물을 보다 보면, 가끔 차트에 줄 좀 그어 올려 놓는 사람들 가끔 보는데, 본인의 관점에서도 일전에 샤트야지트 선생이 말했듯이[2] 소를 죽이고 내장을 꺼내서 미래를 점치는 작업과 동등하다. ㅋㅋㅋ 이 책에서도 저자는 이런 방법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2. 추세 추종법 – 통계적으로 검증할 때, 이런 투자법이 통계적으로 실적이 높다고 검증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3. 배당 투자법 – 배당 수익은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높아지고 나빠지면 낮아지므로 본질적으로 인덱스 투자와 차이가 없다. 게다가 근래 회사들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더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4. 저PER 매수법 – 일단 저PER인 시기를 선택하기 어렵다. PER의 높낮이에 따라 주식/채권 보유 비율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유리한 방법이 아니며, 저PER인 회사는 그럴만한 이유(즉, 망할 가능성)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5. 평균 회귀 전략(즉, 근래 실적이 나쁜 주식을 매수) – 저자도 이 방법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근래의 실적이 나쁜 원인은 다양하고, 또한 모의실험 결과 이런 방법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 크기가 평균 시장 수익률 정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6. 소형주 전략(시총이 작은 회사를 중심으로 매입) – 위험이 크므로 수익률이 더 높아야 수지가 맞는다. 또한 항상 잘 적용되는 방법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 방법이 잘 통했으나 1990년대에는 잘 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7. 가치형 펀드(저PER/저PBR 매수) –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만 가치형 펀드가 수익을 올린 유일한 기간이고 다른 기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데이터를 너무 체리 피킹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장기간(저자의 눈에는 30년도 장기간이 아니라고 보는 듯 하다.)에 걸쳐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일전에 본 슈웨거 씨의 책[3,4]에 잘 나와 있다. 그 밖에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5]이나 행동경제학의 유명한 사례들도 소개한다.

p51에 튤립 버블이나 남해 회사 버블이 실제로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Peter M. Garber 선생의 책이 짧게 언급돼 있는데, 주장이 흥미로워 검색해보니 번역서[6]가 있었다. 오호~
p70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문구가 인용돼 있는데, “찾으려고 한다면 어디에나 도덕성은 있다.”라 쓰여 있다. 대사가 본인의 기억과 달라서 원문을 검색해 봤다. 원문은 CHAPTER IX. The Mock Turtle’s Story에서 여왕이 한 대사 “Everything’s got a moral, if only you can find it.” 이다. 원래 작품이 미친 사람들-_-의 대사라서 문맥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전체적 흐름상 moral은 ‘도덕성’ 보다는 ‘교훈’으로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p84에 LBO 붐이 있었던 1980년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정점의 이야기가 일전에 본 ‘문앞의 야만인들‘[7]이다.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가 왜 이 책을 언급 안 하는지 의문이다.
p94에 생명공학 주 버블 이야기를 하면서 제넨텍 이야기를 하는데, 제넨텍의 설립 이야기는 무케르지 선생의 책[8;p303]에 나와 있다. 본인 생각으로는 당대 어려웠던 인공 인슐린 합성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기술적 관점으로는 버블이 아닌 듯 해 보인다. 이 책[8]도 흥미로우니 일독을 권한다. ㅎㅎ
p145에 Fred Schwed의 “Where Are the Customers’ Yachts”라는 책이 언급되어 있는데, 투자 관런 책들 가운데 이 책을 언급하는 책이 너무 많다-_-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9]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있던데, 빨리 읽어봐야겠다. ㅋㅋ
p210에 바턴 빅스의 ‘Hedgehogging’을 언급하고 있는데, 일전에 이야기한 적[10]이 있다. 이 책도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ㅎ

마지막 4부는 투자 가이드인데, 너무 미국 실정에 맞춘 내용이라 이 부분은 거의 읽지 않았다. 일전에 snek에서 미국장과 한국장에서 동일하게 저per, 저pbr 전략으로 장기 투자 했을 때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백데이터 테스트[11]를 본 적이 있는데, 미국장과 한국장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크다고 본다. 투자관련 외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 법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 시장참여자가 현재로서는 더 발전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향후 한국장에서도 저per, 저pbr 전략이 과거만큼은 별로 안 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뭐 여하간 투자와 관련해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 쯤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1] 이코노미스트 Is efficient-market theory becoming more efficient? May 27th 2017
[2] 내 백과사전 [서평] 파생상품 :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2011년 10월 21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 2017년 9월 22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시장의 마법사들 – 최고의 트레이더들과 나눈 대화 2015년 7월 14일
[5] 내 백과사전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Modern portfolio theory 2010년 10월 18일
[6]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533336
[7] 내 백과사전 [서평] 문앞의 야만인들 : RJR내비스코의 몰락 2011년 5월 3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2017년 8월 21일
[9]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177064
[10] 내 백과사전 [서평] 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2010년 12월 20일
[11] snek 퀀트로 보는 미국 증시 vs 한국 증시 – 저 PER + PBR 전략 9월 28일

[서평] 조선자본주의공화국 – 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10점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비아북

한국 맥주가 맛없어서 맥주집 사장이 되었다[1]는 걸로 유명한 Daniel Tudor씨의 책인데, 2015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2]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 책을 아주 싫어하는 모양[3]인데, 다니엘 튜더씨는 극형을 선고받은 것을 보고 명예의 배지로 생각[4]하는 듯.. ㅋㅋ

원서의 표지는 수수한 디자인인 듯[5]한데, 번역판의 표지는 훨씬 신랄해서 북한이 꽤나 모욕적으로 생각[3]하는 것 같다. ㅎㅎㅎ 북한에도 시장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책의 내용을 생각하면, 번역판의 표지 쪽이 오히려 더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튜더씨는 다양한 정보원을 취합하여 북한을 다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실 책의 독자로 외국인을 염두해 두고 있는 만큼, 한국인에게는 필요없는 설명(‘음주가무’의 의미 등)도 약간씩 있으나 대부분은 처음 알게된 정보이므로 꽤 재미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보통 정치적인 면만 부각되지만, 이 책은 경제/사회/문화적인 묘사에 더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usb 메모리 스틱을 이용하여 각종 문화 컨텐츠가 북한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예전에 예비군 교육 시간에 어느 탈북자의 강연에서 중국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중국 회선으로 카카오톡까지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휴대전화가 꽤 폭넓게 보급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한에서 사회와 국가를 보는 인식의 큰 전환점이 IMF 외환위기라면, 북한은 90년대 중반의 대기근이라고 한다. 이 시기를 전후로, 북한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충성도나 경제상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책 안에서도 반복해서 언급된다.

‘림진강’이라는 잡지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북한 내부에서 생활하는 기자가 기사를 외국으로 투고한다고 한다. 저자 말 대로 이만큼 용감한 언론인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그 밖에 출처를 말할 수 없는 다양한 협력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 기자 출신 답게 출처를 말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출처를 언급하고 있다.

503호 수감자가 한 때는 ‘대박’론을 이야기[6]하며 곧 통일 될 것 같은 헛바람 넣은 적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북한 붕괴론에 회의적이다. 뭐 북한 붕괴론은 본인이 고등학교때부터 듣던 이야기라 이제 양치기 소년 주장-_-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고, 거기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오늘도 굴러 간다는 건 알겠다. ㅎ

 


[1] 조선일보 [주간조선] ‘맛없는 한국 맥주’때문에 영국특파원 그만두고 맥주집 차려 2013.06.15 11:32
[2] 내 백과사전 2015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5년 12월 8일
[3] 연합뉴스 北, 南언론 기사 문제삼아 “극형 처한다” 위협 2017/08/31 15:52
[4] https://twitter.com/danielrtudor/status/906025605275181058
[5] https://www.amazon.com/North-Korea-Confidential-Dissenters-Defectors/dp/0804844585
[6] 경향신문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에… “통일이 도박입니까” 2014.01.06 16:13:50

[서평]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10점
잭 슈웨거 지음, 박준형 옮김, 김영재 감수/이레미디어

일전에 읽었던 ‘시장의 마법사들‘[1]과 같이 헤지펀드 세계에서 성공적인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시장의 마법사들'[1]이 꽤 성공적인 책이었는 모양인지, 잭 슈웨거 씨의 비슷한 인터뷰 시리즈 책들이 더 있는데, 그 중에서 흥미가 당기는 이 책을 읽어 봤다. 아마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거진 읽어봤을 것이라, 이 블로그 포스팅은 어쩌면 필요가 없을 듯?

‘시장의 마법사들'[1]의 인터뷰 시기가 꽤 고전이라 현재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인터뷰 시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전후로 짐작된다. 너무 큰 사건이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터인데, 인터뷰 내용에 이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이전일테고 있다면 이후가 아닐까 싶다.

인터뷰 대상 중에서 본인이 아는 사람은 레이 달리오, 에드워드 소프 두 명 뿐이었는데, 인터뷰이 중에 Jamie Mai가 일전에 읽은 ‘빅 숏‘[2]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줄은 몰랐다. 책 읽다가 완전 깜짝 놀랐음. ㅎㅎㅎ ‘빅 숏'[2]을 읽은 지 오래 돼서 제이미 메이가 나오는 부분만 다시 읽어 봤는데, 역시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뭐 영화[3]로도 이미 나왔긴 하지만-_-

‘빅 숏'[2]에서는 제이미 메이가 투자 경험이나 지식이 일천한 상태에서 완전 천둥벌거숭이가 날뛰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인터뷰를 보니 실제로는 이전부터 경험이 꽤 쌓여 있고 사려깊은 사람 같다. 마이클 루이스 씨의 필력은 대단하지만, 그가 인물을 묘사하여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실제와 꽤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서브프라임 이후로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것만 봐도, 단순히 카우보이의 운빨로 성공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격상의 괴리를 파악하기 위한 그의 사고방식과 관찰력은 인터뷰 내내 흥미롭다.

에드워드 소프 선생의 인터뷰는 진짜 초 재미있다. 이 부분만 읽어도 이 책을 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ㅎㅎ 수학적 계량투자법에 관심이 있다면 틀림없이 피해갈 수 없는 인물일 텐데, 이 사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은 일전에 읽은 책들[4,5,6]에 잘 나와 있다. 다만 그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이미 많이 회자된 내용들인데, 인터뷰에서는 본인의 입으로 뒷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더 재미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역사에서, 카지노에서 섀넌(궁극의 기계[7]의 그 섀넌이다. ㅋㅋ)과 협력하여 확률을 계산하기 위한 착용 컴퓨터 이야기가 항상 나오는데, 그 당시의 에피소드 이야기도 나온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 본인의 아들 자랑-_-이 나오는데, 저자 자신에게는 좋은 내용이겠지만, 투자에 대한 참고는 거의 되지 않는다. ㅋㅋ

사실 책은 전반적으로 파생투자에 대한 내용이라, 본인과 같은 주식 개인투자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 중에서는 본인이 보기에 능력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운빨-_-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다. (뭐 운도 실력의 범주라 생각하면 다르겠지만) 뛰어난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보는 관점과 자세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시장의 마법사들 – 최고의 트레이더들과 나눈 대화 2015년 7월 14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2010년 12월 22일
[3] 내 백과사전 빅 쇼트(The Big Short, 2016) 2016년 1월 28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2013년 8월 9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퀀트-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2014년 1월 17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돈의 물리학 – 돈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다 2016년 1월 1일
[7] 내 백과사전 섀넌의 궁극의 기계 2011년 1월 19일

[서평]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0점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사계절

중앙아시아의 역사에 대해 조사하다보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소속의 김호동 교수를 언급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일전에 읽은 James A Millward 선생의 저서[1]에서도 김호동 교수의 연구가 몇 군데 언급된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이리저리 찾아보던 차에 읽어본 책인데, 역시나 김호동 교수의 꼼꼼한 역주가 자세하게 달려 있어 상당히 학술적으로도 뛰어난 책인 듯 하다. 뭐 본인은 문외한이라 가치를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사료를 인용하여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을 교차검증하는 부분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르코 폴로의 이 책은 다양한 사본이 존재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일전[2]에 인용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본문에는 중요한 세 개의 사본을 모두 참고하여 다른 사본에 없는 문장은 각각 표시가 되어 있다.

책 주석에서 김호동 선생이 폴 펠리오의 연구를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예전에 읽은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 ‘실크로드의 악마들'[3]을 봤을 때는, 이 사람이 걍 유물 도둑놈인줄로만 알았는데, 동양사에 대해 이 정도로 식견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폴 펠리오 다시 봤음 ㅋㅋ

p42에 스기야마 마사아키 선생이 마르코 폴로는 가공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했다는 언급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본인은 스기야마 선생의 책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사에 대해 조사해 보면 자주 나오는 인물이라 꽤 영향력있는 사람 같은데 이런 극단적 주장을 한 줄은 몰랐네. ㅎㅎ

p143 (41장)에 이스마일파의 ‘산장의 노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깜짝 놀랐다. 오래 전에 읽은 버나드 루이스 선생의 저서[4]가 생각나서 다시 찾아봤다.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까먹고 있었는데-_-, 그 책에 마르코 폴로의 41장이 인용되어 있었다. 아사신파의 자세한 이야기는 루이스 선생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p270 (96장)에 쿠빌라이 칸이 종이 지폐를 이용한다고 소개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려 13세기 당대에 종이 화폐 경제가 이정도까지 발달한 줄 처음 알았다. 일전에 읽은 ‘뉴턴과 화폐위조범'[5]에서는 17세기에 은화의 은 함유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영국 정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까지도 서구에서는 돈의 가치가 금속으로만 판정되던 시대였으니, 과연 마르코 폴로가 시대를 앞서는 화폐 시스템을 ‘연금술’이라 부를만 하다. ㅎㅎ

p295에 Marco Polo Bridge 이야기가 나온다. 마르코 폴로가 이 다리를 묘사하면서 너무나 아름답다고 설명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중일전쟁의 기폭제가 된 노구교 사건이 여기서 일어난 줄 처음 알았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베이징 외곽 서남 방향에 위치하는 듯. 평균값의 다리[6]와 함께 한 번 보고 싶구만 ㅎㅎ

마르코 폴로가 여행한 그 시점은 쿠빌라이 칸의 영향력과 몽골의 국력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였고, 몽골 제국 하에서 풍요를 구가하던 13세기 중국 사람들의 생활상이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p374(152장)부터 항저우 시 내부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거리의 묘사가 너무 생생하여 도저히 13세기의 기록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역사기록은 보통 왕실이나 정치적 설명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묘사하는 생생한 풍경의 묘사가 흥미를 자아낸다.

p476에 형제의 싸움을 막기 위해 어머니가 유방을 잘라내겠다고 외치는 설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일전에 본 무케르지 선생의 책[7;p256]에 무케르지 선생의 할머니가 아버지와 삼촌이 싸울 때, 자궁을 씼어내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랑 똑같다. 이거 뭔가 문화인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한데, 뭐 본인은 문외한이라 모르겠음-_-

역자인 김호동 선생은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지명마다 일일이 현대의 지명을 비정하고 있는데(물론 불명확한 장소도 많다), 구글지도로 언급된 지명을 하나하나 찾아보면 마르코 폴로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대략 감이 온다. 세계지도를 이리저리 뒤적이는 부차적인 재미도 있다. ㅎㅎㅎ 13세기 당시 알려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환경/문화/구전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때로는 그 묘사가 당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다. 일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신장의 역사 : 유라시아의 교차로 2013년 5월 30일
[2] 내 백과사전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의 사본들 2017년 8월 24일
[3] http://zariski.egloos.com/2576823
[4] http://zariski.egloos.com/2496447
[5] 내 백과사전 [서평] 뉴턴과 화폐위조범 –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 2016년 7월 7일
[6] 내 백과사전 평균값의 다리 2013년 12월 20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2017년 8월 21일

[서평]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10점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일단 2016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책[1]이고, 무케르지 선생의 전작[2]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의 번역판이 나온다면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ㅎㅎㅎ 다만 신간은 몇 달 뒤에 e-book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간 이후에 몇 달 기다렸는데, 안 나오길래 걍 종이책을 슥샥 사고야 말았다. 출판사는 부동산이 부족하여 더 이상 책을 도저히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의 상황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

전작[2]도 대단히 훌륭하지만 이 책도 훌륭하다. 벌써 위키피디아 항목도 만들어져 있다. 이 책으로 몇몇 상의 후보에 오른 듯.

전반적인 내용은 유전자 연구의 역사인데, 더불어 그 역사에 맞물려 저자 자신의 가족사가 유전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대해서 감상적 느낌을 조금 보탠 부분이 부가적으로 들어 있다. 과학의 큰 흐름을 보여주면서 병렬적으로 개인의 가족사를 묘사하는데, 대중과학서이면서도 거시적 서술과 미시적 서술을 병행하는 수필적 서술 기법이 무척 훌륭하다. 전작[2]도 비슷한 수법을 쓰고 있으므로 전작이 마음에 든다면 이 책도 괜찮을 듯 하다. 일전에 쓴 ‘“유전자”를 벵골어로 번역하기'[3]를 참고하기 바란다.

전반부는 멘델 – 다윈 – 모건 – 왓슨/크릭을 거치는 유명한 과학사이지만, 본인은 각 사건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다 알지 못했으므로 볼만했다. 모건의 초파리 실험 이야기는 일전에 읽은 Jonathan Weiner 선생의 ‘초파리의 기억'[4]이 무척 훌륭하다. 독서를 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초파리의 기억’을 다시 찾아보려고 하니 책이 어디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네-_- 그래서 다시 사려고 했는데, 중고파는 사람들이 엄청난 가격으로 올려 놓는 통에 재출간을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다ㅠㅠ

유전자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논의가 본성과 양육 논쟁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트 리들리의 책[5]과 핑커 선생의 책[6]이 볼만했는데, 관심있다면 추가적으로 찾아 읽어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생학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야기도 당연히 나오고 후성유전학 이야기도 나온다. 후성유전학에 관해서는 Nessa Carey 선생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7]되어 있고, 이 책에서도 그 일부를 인용하고 있는데, 본인이 게을러서 아직 안 읽었음-_-

마지막으로 나오는 내용이 예상대로 근래 화제가 되는 CRISPR 이야기인데, 이 사건은 당연히 현재 진행형이다. 무케르지 선생 나름대로의 견해도 써 놓고 있지만, 미국 인간유전학회지에서 이번 달 초에 발표한 CRISPR를 이용한 인간 유전자 교정에 대한 선언[8,9]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p132에 러시아 역사를 바꾼 혈우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에 본 ‘라스푸틴'[10]이 역사적 정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p422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추적에 관해서는 ‘최초의 남자'[11]에 훨씬 자세한 내용이 있다.
p474에 심리학에서 환경론적 견해가 우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스키너의 행동주의가 유행하던 시절을 가리키는 것 같다. 심리학의 발전사에서 유명한 사건인데, 일전의 포스트[12]가 도움이 될 듯 하다.
p608에 벵골 영토분할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동파키스탄 분할 사건을 말하는 것 같다. 동파키스탄은 후에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을 거쳐 방글라데시가 된다.

뭐 사실 Secret Lab of Mad Scientist 페북 페이지[13]에 더 좋은 서평이 있어서 이 글은 별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_-

 


[1] 내 백과사전 2016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6년 12월 9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2015년 1월 26일
[3] 내 백과사전 “유전자”를 벵골어로 번역하기 2017년 7월 5일
[4]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18465
[5]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6340
[6]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68476
[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6960124
[8] Kelly E. Ormond et al. Human Germline Genome Editing,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Volume 101, Issue 2, p167–176, 3 August 2017 DOI: http://dx.doi.org/10.1016/j.ajhg.2017.06.012
[9]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859953070818779
[10] 내 백과사전 [서평] 라스푸틴 – 그는 과연 세상을 뒤흔든 요승인가 2017년 7월 19일
[11] 내 백과사전 [서평] 최초의 남자 : 인류 최초의 남성 ‘아담’을 찾아 떠나는 유전자 오디세이 2012년 12월 9일
[12] 내 백과사전 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2013년 4월 20일
[13]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posts/789664731180947

[서평] 라스푸틴 – 그는 과연 세상을 뒤흔든 요승인가

라스푸틴10점
조지프 푸어만 지음, 양병찬 옮김/생각의힘

출판사 측의 책소개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를 매개로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공통점 때문에 최순실을 ‘한국의 라스푸틴’이라 소개하는 외신[1]이 많다고 한다. 본인은 라스푸틴에 대해서 그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던 차에, 과학 기사 번역으로 이름을 날리시는 번역가 양병찬 선생이 책을 번역했다고 하니, 한 권 슥샥 사 보았다.

라스푸틴이 자기 마음대로 장관급 인사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국정농단을 부리면서 민심이 러시아 황실에 반발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러시아 황실이 붕괴되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러시아 혁명의 원인제공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출간 시기가 한창 최순실 게이트 직후라서 출판사 마케팅도 이쪽과 엮어서 진행 하고 있는 것 같다.

냉전 이후,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에서 오래 보관되어온 문서들이 조금씩 개방된 모양인데, 그 덕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발굴하여 러시아 관련 역사를 자세히 분석하거나 재조명하는 책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전에 본 리처드 오버리 선생의 저서[2]도 그러한 맥락에 있다. 이 책의 저자인 Joseph T. Fuhrmann도 과거 알려지지 않은 자료에 접근하여 나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취합하여 책을 쓴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서술하는 사실관계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저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안 건지 좀 의문스러운 부분도 꽤 있다. (특히 어떤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다고 하는 부분.) 전반적으로 야사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읽어볼만한 책이라 본다.

러일전쟁의 시기부터 러시아 혁명 직전까지 러시아 황실 내부의 사정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당시 러시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분명 러일전쟁 직후일 텐데, 러일전쟁의 영향이 러시아 황실에 별로 미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근대사에서 러일전쟁의 크기가 동/서양적 관점 사이에서 꽤 다른 것 같다.

책의 뒷부분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과정이 짧게 묘사되어 있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거미줄처럼 복잡했던 유럽 국가들간의 외교관계와 초기 전황은 존 키건 선생의 ‘1차세계대전사'[3]가 대단히 참고할만 하다. 앞부분만 읽어봐도 이 책에서 서술한 유럽 정치/외교적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85에 라스푸틴이 황제와 황후에게 vy 대신 ty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에도 짧은 설명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초 짧은 러시아어 실력-_-으로 보충설명을 해 두고 싶다. ㅋㅋㅋ 일전에 영어에 2인칭 존대말이 없다[4]는 이야기를 했는데, 영어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인도-유럽 어족에 속한 언어들에서 2인칭 복수를 존대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2인칭 단수 ты(띄)는 일종의 반말, 2인칭 복수 вы(븨)는 존대와 비슷하게 된다. 그러나 나무위키의 설명[5]에 따르면 한국어의 반말/존대와는 조금 다른 상호 존중의 의미로 사용한다고 하니, 라스푸틴만 일방적으로 ты(띄)를 쓰지 않고, 황제도 라스푸틴에게 ты(띄)를 쓰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가끔 인터넷에 떠도는 라스푸틴의 성기라고 주장되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저자에 의하면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또한 본인은 어릴 적에 라스푸틴이 익사했다고 들었는데, 부검 당시의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그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뭐 여하간 국내 번역서 중에서는 라스푸틴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ㅋ

 


[1] 뉴스위크 DAUGHTER OF ‘SOUTH KOREA’S RASPUTIN’ CHOI SOON-SIL EXTRADITED OVER BRIBERY ALLEGATIONS 5/31/17 AT 5:00 AM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2010년 6월 28일
[3]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2086652
[4] 내 백과사전 영어에서 you의 존대말 2014년 2월 11일
[5] T-V구분 in 나무위키

[서평]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10점
이기형 외 지음/바이오스펙테이터

‘바이오스펙테이터'[1]라는 신생 의학/제약 전문 언론사의 기사를 가끔 읽는데, 기사의 수준이 무척 높아서 상당히 유익하다. 근데 예전에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던 몇몇 기사를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니, 유료기사로 전환되어 있구만… 유료 구독을 하려고 했는데,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좀 높은 가격인 듯[2] 하여 포기했다-_-

이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자들이 책을 썼다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길래 잽싸게 슥샥 사서 읽어보았다. 책 제목이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다 보니까 무슨 의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신약 개발의 최전선과 국내 신약개발 현황을 요약해 놓은 책이다.

암이나 유전 질환, 뇌질환 등 난치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대 제약 연구의 최전선 현황과 국내외 기업들의 시장 현황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난해한 전문용어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이론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이 모두 설명되어 있어, 문외한이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최신 현황과 트렌드를 짐작하기 좋은 책이라 본다.

책에서 난치병을 극복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는데, 물론 아이디어는 쉽고 실행은 어려운 법이지만, 수학문제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발상적 방법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뛰어들어서 brilliant한 아이디어를 탁! 내 놓고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건 다음 생에나 가능할까..-_- 더불어 왜 암의 치료가 어려운지에 대해 문외한이 간접적으로 짐작할 만한 이야기도 다수 포함된다. 역시 와인버그 선생이 좌절[3]할만 하다.

책의 앞쪽에 나오는 인체 면역체계에 대한 설명과 관련하여, 일전에 본 ‘나만의 유전자‘[4]가 꽤 도움이 된다. 면역학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새로 시도되고 있는 신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면이 좀 있는 듯 한데, 본인은 문외한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유전자 치료로 Timothy Ray Brown이라는 환자가 치료되었다는 언급(p167)이 있는데, 이 사람은 매우매우매우매우 특이한 케이스[5]이고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결과라서 예시를 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제약계 쪽에서는 대단히 큰 뉴스라서 책에서 여러번 언급이 나온다. 저자들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 대단히 우호적인 관점을 많이 비치고 있는데, 셀트리온의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6]도 형평성 차원에서 알아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또한, 한미약품은 부정적 뉴스와 긍정적 뉴스의 발표 타이밍을 조절하여 주가를 조작한 전력[7,8]이 있는데, 이 때문에 본인이 꽤 손실을 본 경험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한미약품의 도덕성을 별로 높게 보지 않는다.

어쨌든 책의 내용은 엄청나게 유익하며,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관심이 있으면 필히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하는데, 관심있다면 아마 벌써 읽어보지 않았을까-_- 얼마전에 벌써 2쇄가 들어갔다[9]고 하니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강추함. ㅋ

 


[1] http://www.biospectator.com/
[2] https://member.biospectator.com/join/select_join.php
[3] 내 백과사전 Robert A. Weinberg의 기고글 :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나? 2015년 3월 25일
[4] 내 백과사전 [서평] 나만의 유전자 – 나를 찾아낸 과학혁명 2016년 6월 8일
[5] 내 백과사전 베를린 환자 The Berlin Patient 2014년 9월 26일
[6] snek 셀트리온 (068270):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이대로 괜찮은가 4월 17일
[7] 노컷뉴스 한미약품 집단소송 움직임…”사실상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 2016-10-06 05:00
[8] 아시아경제 한미약품 주가조작 연루혐의 운용사들 압수수색 2015.11.02 20:05
[9] https://www.facebook.com/biospectator/posts/447319035623474

[서평] 중앙은행 별곡 – 혼돈의 시대

중앙은행 별곡10점
차현진 지음/인물과사상사

이 책은 부제 그대로 대한제국이 중앙은행을 설립하려고 시도했던 시기부터 1950년 한국은행 설립까지,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에 있었던 금융환경과 중앙은행 설립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하는 책이다. 국제 금융사를 다루는 베리 아이켄그린 선생의 훌륭한 저서들[1,2]이 이미 있지만, 유럽/미국 금융사에 관해서만 서술되어 있어, 우리에게는 약간 거리감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19세기초 동북아시아권의 금융사에 대해 참고할만한 신선한 책이라 생각한다.

흥미롭고도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의 조선은행의 지위와 역할을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일전에 니시하라 차관에 대해 책의 일부를 인용[3]해 두었으므로 독서 여부에 참고 바란다.

재미있게도 chartal theory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듯한 저자의 관점(p45,p115)를 볼 수 있는데, ‘비트코인은 화폐를 흉내낸 것’이라고 단언한 부분에서 확실히 기술에 뒤쳐지는 사람의 고정관념은 견고하다는걸 느낀다. 일전에 snek에서 공매도 사냥꾼인 Andrew Left가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공매도 했다는 이야기[4]를 봤는데, 테슬라는 그렇다 쳐도 엔비디아는 강력한 AI 트렌드가 명확[5]한데도, 이를 보지 못하는 전근대적 사고들이 측은해진다.

p28에 영국의 화폐위조의 처벌에 대한 언급이 잠시 나오는데, 위조지폐범에게 강한 처벌을 내리는 영국의 당시 사회적 배경은 일전에 읽은 ‘뉴턴과 화폐위조범'[6]에 잘 나와 있다.
p225에 스기 공작(杉工作)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이와 정확히 거울상처럼 똑같은 독일의 작전이 유명한 베른하르트 작전인데, 이에 관해서는 Cicero씨의 블로그[7]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저자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꽤 많았는데, 저자 나름대로는 가능한 출처를 표시했다지만 좀 불만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혼란했던 19세기 초의 국제 정세를 금융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흥미로운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달러 제국의 몰락-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2015년 10월 14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글로벌라이징 캐피털 :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011년 10월 9일
[3] 내 백과사전 니시하라 차관 西原借款 2017년 6월 21일
[4] 월스트리트 현상금 사냥꾼, 앤드류 레프트 in snek
[5] 내 백과사전 AI 붐에 잘 나가는 Nvidia와 다가오는 Intel의 위기 2017년 3월 4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뉴턴과 화폐위조범 –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 2016년 7월 7일
[7] 베른하르트작전-영국경제를 붕괴시켜라! by Cic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