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10점
로버트 알란 다우티 지음/황금알

근대 및 현대 전쟁사는 크게 기동과 화력의 양면으로 분류가능하다고 본다. 나폴레옹이 주로 기동성을 중심으로 승리를 하였다면, 1차대전은 화력에 비중을 둔 벙커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1차 대전의 경험에 매몰되어 화력 중심의 벙커전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시대에, 현대적 무기인 전차를 이용한 기동중심의 작전을 펼친 시기가 2차대전의 서부 전역이라 볼 수 있다.

1940년 독일의 서부전역 당시 독일군의 스당진격은 흔히 ‘전격전’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사실은 사전에 잘 계획된 작전이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독일 장군의 반대 및 수많은 실패 가능성을 넘어서 우연적인 결과에 가깝다는 주장은 칼 하인츠 프리저의 ‘전격전의 전설'[1]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도 칼 하인츠의 책[1]과 관점은 거의 동일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은 관계로 그 책과 비교하여 디테일한 설명이 훨씬 적고 축약되어 있다. 사단 및 군단의 지휘체계 편성 단대호도 칼 하인츠 쪽이 더 자세하다. 저자인 Robert A. Doughty의 위키피디아 항목을 확인해보니 이 책의 원저 ‘The breaking point. Sedan and the fall of France 1940’가 쓰여진 시기는 1990년이고 칼 하인츠의 책은 2005년이므로 아무래도 칼 하인츠 쪽이 후대에 발굴된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칼 하인츠의 책을 읽은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몇몇 사건에서 미세한 관점의 차이는 있는데, 예를 들어 프랑스 제2군의 반격작전을 지휘한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의 책임론에서 칼 하인츠[1;p320]는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이 무능했던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 책(p339)에서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듯한 묘사를 하고 있다.

동일한 지명이 칼 하인츠의 책[1]과 이 책에서 약간 차이가 나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동일한 강을 프랑스에서 뫼즈 강(Meuse)이라 부르고, 네덜란드에서 마스 강(Maas)이라 부르기 때문에, 두 책에서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1940년 서부전역은 독일의 상식을 깬 도박적 전략+프랑스 지휘계통의 무능함의 복합적 결과라는 점에서, 두 책의 큰 관점의 차이는 없다.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1951

[서평]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 – 100만 이주자의 아프리카 새 왕국 건설기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10점
하워드 프렌치 지음, 박홍경 옮김/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2014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1]에서 봤을 때 점찍어 둔 책인데, 고맙게도 번역 출간이 되길래 즉시 샀지만 게을러서 여태 읽지 않고 있다가 이제사 읽는다.

뉴욕타임즈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인 Howard French가 중앙 아프리카 10개국을 왕복하면서 쓴 책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만다린, 일본어에 능숙하다고 한다. 헐-_- 책 안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했던 경험담이 나온다.

중국인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이 진출해있고, 각국의 정부와 어떤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그에 수반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갈등의 모습까지 그려내고 있다. 부패한 정부가 외세의 힘을 이용하여 자국민을 탄압하는 모습이 흡사 조선 말기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부패한 중국 정부가 부패한 아프리카 정부와 어떻게 손발이 맞는지, 또 서구권 국가의 아프리카 투자는 왜 잘 진행되지 않는지, 현지의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파고 드는 면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과거 서구 열강이 행했던 식민정책과 유사점 및 차이점을 다양한 방면으로 설명해 준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다앙한 형태로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각 국에서 활동하는 사회 활동가/정부관계자 등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역시 기자라 그런지 묘사가 대단히 생생하다. 현지 상황이나 문화적 풍경까지 한국인으로서는 접하기 힘든 생경한 풍경이 많이 나온다.

중국인들이 흑인들은 느리고 저생산적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한국인의 관점에서 과거 ‘만만디’라는 표현으로 익히 알려진 중국인 특유의 느림/저생산성과 겹쳐 보니 뭔가 아이러니 하다. 장하준 선생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2]에 민족성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는 허구라는 이야기가 일전에 생각나는데, 과연 장하준 선생의 말이 맞는 듯 하다.

(열강으로부터의 독립/이후 독재 정부 수립) 이라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가지는 역사상의 공통점을 우리나라도 가지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국가와 우리가 무엇이 달라서 현재의 결과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부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끊임없는 경계도 차이를 만들어 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있었던 ㄹ혜 탄핵은 한국이 또 한단계 진보를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Daron Acemoğlu 선생이 좋아할만한 결론[3]인가?)

어쨌든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기회를 잡으러 자발적으로 나간 중국인들의 개척자 정신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현황에 대한 정보를 현장감있게 볼 수 있다.

 


[1] 내 백과사전 2014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 2014년 12월 7일
[2] http://zariski.egloos.com/2216542
[3] “민주화가 경제발전을 이끈다.” by sovidence

앤터니 비버 선생의 신간 ‘제2차 세계대전’

군사 사학자 Antony Beevor 선생의 신간[1]이 출간되었다. 무려 12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지만, 할 말이 차고 넘치는 2차 대전의 이야기이므로 1200페이지로도 부족할 듯 하다. ㅎㅎ 비버 선생의 전작으로 세 권[2,3,4]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이번 것도 귀납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요새 게을러서… -_- 밀덕을 제외하면 비버 선생의 글을 이렇게 열심히 읽는 사람은 나 뿐이 아닐까 ㅋㅋ

감수자의 블로그 글[5]을 봤는데,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역사 전공자가 아니면 아무리 지식이 많아 보여도, 학술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정보의 출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따라서 글이 아무말 대잔치 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감수자의 블로그 글은 그러한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는 걸로 보아, 웹 생태계와 블로그 문화에 대한 문제[6,7]의 이해도가 낮은 듯 하다.)

감수자에 대한 약간 아쉬움이 있으나, 일단 독서 예정이다. 책을 보관할 여력이 도저히 없어 ebook 구입을 선호하는데, 보통 출간 2~3개월 내에 ebook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구매 대기…. ㅋ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4419109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2010년 12월 13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디데이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2013년 2월 17일
[4] http://zariski.egloos.com/2381537
[5]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 by 대사
[6] 내 백과사전 네이버의 문제점 2011년 8월 17일
[7] 네이버 블로그, 너무나 많은 문제들 in ㅍㅍㅅㅅ

[서평] 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히든 피겨스10점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동아엠앤비

The Aperiodical 블로그[1]를 보니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는 글을 봤는데, 당연히 영화의 원본인 책이 있겠지 싶어 검색해보니 역시나 있었다-_- 고맙게도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슥샥 구입해서 방금 완독했다. wolfram blog에서도 관련 글[2]이 올라와 있다.

‘computer’라는 단어가 사람을 의미하던 시절에서 무생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과도기에, NACA (NASA의 전신)의 흑인 여성 컴퓨터 그룹 West Area Computers 소속 사람들이 항공학의 발전을 선도하고 나아가 우주 경쟁에서 활약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항공역학의 발전을 토대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아폴로 계획을 성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명성이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흥미롭다.

저자인 마고 리 셰털리도 위키피디아를 보니 역시나 흑인 여성인데, 저자가 과거 자료를 발굴하여 찾아낸 여성 수학자/엔지니어들은 수백명 규모로 상당히 많았던 모양인데, 지면의 한계상 저자가 가장 유명한 몇 명 정도의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또 영화도 그러해서) 꽤 아쉬워 하는 것 같다. 주요 등장인물로 Katherine Johnson, Dorothy Vaughan, Mary Jackson 등이 있다.

책의 여러 측면에서 인종차별/성차별에 저항하여 사회를 변모하고자 했던 일화가 많다. 원래 버지니아 주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모양인데, 미국 랜드마크 판결중에 하나인 Loving v. Virginia 재판[3]도 괜히 나온게 아닌 것 같다. ㅋ NACA의 West Area Computing Unit도 버지니아 주에 위치했다고 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2차대전 때 미국이 항공학과 비행술 발전에 어찌나 막대한 투자를 했던지, 계산하고 연구할 인력이 너무나 모자라는 진풍경이 좀 묘사되는데, 전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때 기술적 선도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술/과학/수학의 최정점에 있는 작업이 바로 우주선 발사인데, rocket science 라는 표현이 원래의 의미를 넘어서 열라게 복잡하고 어려운 뭔가를 가리키는 상용구가 괜히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간에 ‘레이놀즈 수’라는 단어가 나오던데 (위치가 기억 안남), Reynolds number를 번역한 말이었다. 뭔 말인가 했다. ㅋㅋ

근데 찾아 보니까 영화가 내일 국내 개봉하네-_- 책에서 캐서린, 도로시, 메리 이 사람들이 한 번에 모두 등장하는 일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는 실화를 좀 각색한 것 같기도 하다.

Human Computer Project 라는 재단의 웹사이트[4]가 있던데, 아마 저자와 어느정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책에 나오는 몇몇 사진자료가 이 사이트에도 있다. 추가적인 정보가 될 수 있을 듯.

수학적 재능을 갖춘 여자들이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활약을 못했다는 일화[5]를 보면서, 역시 똑똑한 사람도 사회적 인프라가 지지해 줘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일전에 광파리씨의 블로그에서 한국내 인종차별 때문에 베트남 인재가 한국을 떠났다는 일화[6]가 나오던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인재는 없을런지?

 


2017.4.11
중앙일보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 2017.04.09 01:17

 


[1] Review: Hidden Figures in The Aperiodical
[2] Hidden Figures: Modern Approaches to Orbit and Reentry Calculations in Wolfram Blog
[3] 내 백과사전 Loving v. Virginia 2014년 2월 20일
[4] http://thehumancomputerproject.com/
[5] 내 백과사전 William Schieffelin Claytor 2017년 3월 21일
[6] ‘스타트업 코리아’ 인종차별에 발목 잡혀서야… in 광파리의 IT이야기

Lisa Randall이 Carlo Rovelli의 대중물리학 책을 혹평하다

이론 물리학자 Peter Woit 선생의 블로그 Not Even Wrong의 글[1]을 보니, 뉴욕타임스에 기고된 Lisa Randall 선생의 글[2]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Carlo Rovelli 선생이 쓴 대중 물리학서 Reality is Not What It Seems[3] (La realtà non è come ci appare의 영문 번역판임)을 Lisa Randall 선생이 아주 혹평한 모양이다. ㅎㅎ Carlo Rovelli 선생이 이에 대해 다시 반론하는 페이스북의 글[4]도 올라와 있다.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을 넘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모두 수학적 프레임워크에 넣어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시도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이 바로 끈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끈이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은데, Loop quantum gravity도 그러한 방법들 중 하나라고 들었다. 뭐 본인도 다 줏어 들은 거라서 내용은 하나도 모른다-_-

위키피디아를 보니 Carlo Rovelli 선생은 루프 양자 중력 쪽의 주요 기여자라고 하는데, Lisa Randall 선생은 끈이론파(?)니까 좀 근본적으로 다른 눈을 가졌다고 짐작되는데, 그런 이론적 배경에서의 혹평은 아닌 것 같다. 뉴욕타임즈에 기고된 랜들 선생의 글[2]에는 ‘전자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Electrons don’t always exist)‘와 같은 표현은 말이 안된다, 우주와 플랑크 스케일의 비는 10120이 아니라 1060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근래 유행한 “alternative facts” 이야기[5]도 나온다 ㅋㅋㅋ

논란이 된 Carlo Rovelli선생의 책[3]은 검색해보니 국내에 번역서가 없는 듯 한데, 그의 다른 책 Sette brevi lezioni di fisica[6]가 ‘모든 순간의 물리학'[7]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탈리아어-영어의 중역본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자가 이탈리아어 전공자인걸 보니 그건 아닌 듯 하다. ㅎㅎ 일전에 다른 루프 양자 중력 연구자인 Lee Smolin의 저서 ‘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 (Three Roads to Quantum Gravity)‘[8]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하도 오래돼서 내용이 생각이 안 나네-_- 역시 책 읽고 서평을 안 남기면 말짱 황인가-_-

 


[1]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in Not Even Wrong
[2] 뉴욕타임즈 A Physicist’s Crash Course in Unpeeling the Universe MARCH 3, 2017
[3] https://www.amazon.com/Reality-Not-What-Seems-Journey/dp/0735213925
[4] https://www.facebook.com/Prof.Rovelli/posts/1622834574408273
[5] 내 백과사전 트럼프가 리만 가설을 증명한다면? 2017년 2월 7일
[6] https://www.amazon.it/Sette-brevi-lezioni-fisica-Rovelli/dp/8845929256
[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8256492
[8]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93977

[서평]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파크애비뉴의 영장류6점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사회평론

이 책은 저자인 웬즈데이 마틴이 맨해튼의 Upper East Side 지역에 이사하여 다시 이사를 나가기까지 수 년간 거주하며 경험한 체험을 인류학/영장류학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책이다. 일전에 소개한 ‘괴짜사회학'[1]은 미국 최하층 빈민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그 대척점인 최상류층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어 무척 대조를 이룬다. 같은 미국의 대조적인 두 면을 보는 듯 하여 흥미롭다.

처음에는 인류학에 초점을 둔 학술적인 내용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일화에 더 집중하고 있어 약간 실망했다. 다만 그 일화들이 기상천외하기에 좀 재미는 있었다. 엄청나게 돈이 많은 트로피 와이프들이 패션과 자식들에 목매고 사는 희안한 이야기들이 많다. 서문[2]은 되게 재미있었는데-_- 젠장-_-

미국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한 때 백악관으로 이사를 하지 않고 맨해튼에 계속 산다[3]고 하여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맨해튼 여자들이 자식의 어린이집 확보에 목숨을 거는 이야기를 보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ㅋ

여러모로 철저히 여성사회의 여성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라 남성인 본인으로서는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구석이 많다. 특히 저자가 명품가방에 대한 찬사를 수 페이지에 걸쳐 늘어놓는 이야기를 보면 신세계 이야기라 아니할 수 없을 듯 하다. ㅎㅎ 여자들 생각이 원래 이런가? ㅋㅋ

책의 뒷부분에 요새 영장류학에서 이름을 날리는 Frans de Waal 선생이 언급되어 있는데, 본 블로그에서 원숭이도 불평등을 거부한다는 이야기[4]에서 소개한 그 사람이다. Waal 선생은 페이스북[5]을 열심히 하는데, 주기적으로 멋진 동물사진을 올려주니 동물사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팔로우 하시길 바란다. ㅎㅎ

인류학과 영장류학에 대한 학술적 결과를 여러 개 인용하고 있으나, 논문의 출처를 써 놓지 않은 것이 무척 흠이다. 유년기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인용[6]을 참고하기 바란다. 생각보다 덜 학술적인 내용이라 실망했지만, 가볍게 일화적 내용을 즐길 의도라면 볼만하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괴짜사회학 2017년 2월 9일
[2] 내 백과사전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서문 중에서 2017년 2월 10일
[3] 한국일보 막내 전학은 당분간 NO… 트럼프, 아내 두고 백악관行 2016.11.21 16:22
[4] 내 백과사전 원숭이도 불평등을 거부한다 2012년 8월 24일
[5] https://www.facebook.com/franspublic/?fref=ts
[6] 내 백과사전 유년기 발생과 후손숭배 2017년 2월 11일

[서평] 괴짜사회학

괴짜사회학10점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김영사

원제는 Gang Leader for a Day인데, 이 책이 국내에서는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의 유명세를 빌리기 위해 아마 이런 번역명을 취한게 아닌가 싶다. 본인도 레빗의 책에서 이 책이 잠깐 언급되었길래 찾아본 책인데, 레빗은 순전히 경제학자적 관점에서 이 책을 소개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시카고 공영주택 Robert Taylor Homes의 빈민 사회상을 그리는 책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저자인 Sudhir Venkatesh는 사회학자로서 갱단의 인물들 및 공영주택에 거주하는 빈민층과 10년이상 접촉을 하고 그 흔치않은 경험을 책으로 다루는 책인데, 미국내 최하 빈민층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실감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다량 들어있다.

일전에 이코노미인사이트에서 브라질 마약조직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내용을 발췌[1]했듯이, 브라질의 favela에서는 갱단이 사회 복지까지 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수렴 진화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좀 흥미롭다. 한 탕 해먹는 강도와 달리, 지역민을 오래오래 피빨아먹는 조직들은 장기집권을 위해서 어느 정도 유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런 봉사를 미화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kleptocracy가 행하는 선행에도 비슷한 논리의 비판이 가능할 것 같다.

병원 관련 수필로 이름을 날리시는 남궁인씨의 페이스북에서 응급실에 들어온 조폭이야기[2]를 일전에 인상깊게 읽은 바 있지만, 사는 세계와 보고 듣는 경험이 판이한 폭력배/빈민촌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그들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 교육받은 사람이 근본적으로 이해가능한 범주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이해불가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근원적인 이해를 위해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뒷부분에 공영주택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빈민들이 삶터를 위한 각자도생하는 모습과 서서히 붕괴해가는 지역문화가 어딘가 모를 애잔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비단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삶의 모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1] 내 백과사전 브라질 마약 조직의 ‘사회봉사’ 2014년 3월 1일
[2] https://www.facebook.com/ …. amp;substory_index=14

[서평] 배움의 기술 – 내 실력을 200퍼센트 끌어올리는 힘

배움의 기술10점
조시 웨이츠킨 지음, 박철현 옮김/이제

책의 제목과 표지만 척 봤을 때는 읽을 가치가 안 느껴지는 자기개발서 부류의 책 같아서, 본인은 절대 읽을 이유가 없는데, 이걸 읽은 이유가 있다.

일전에 내접 정사각형 문제를 소개[1]한 동영상을 제작했던 3Blue1Brown에서 리만 제타함수에 대한 영상[2]을 만든 걸 봤는데, 책과는 별개로 이것은 상당히 잘 만든 영상이니 함 보는 것을 권한다. 타오 선생도 소개[3]하고 있다.

이 영상[2] 마지막에 책을 한 권 소개하는데, 이거 번역된게 있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있었다! 이 때까지도 그러려니 했는데, 해커뉴스[4]에서 올해 읽은 책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누가 또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게 아닌가!!! 이 정도까지 되면 도저히 안 읽을 수 없어서 즉시 구입해서 슥샥 읽어봤다. ㅎㅎ

저자인 Joshua Waitzkin은 어릴 때 체스 신동으로 13세에 체스 그랜드 마스터가 되고, 성인이 된 후에는 태극권 추수를 연마하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까지의 자신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자신은 이 책이 ‘배움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본인이 보기에는 그런건 별로 없고-_- 집중력과 삶의 성찰을 얻는 교훈서에 가깝다.

본인이 종종 들르는 수학블로그인 Math with Bad Drawing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체스시합 세 경기를 소개한 적[5]이 있는데, 그 중 두 번째가 당시 체스 마스터였던 Donald Byrne(당시 26세)바비 피셔(당시 13세)의 1956년 매치다. 이 대결은 ‘세기의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_- 이 경기에서 바비 피셔는 퀸을 고의로 내주는 전법으로 우승하게 되어 전설이 된다.

여하간 바비 피셔가 유명한 체스 신동이라 그런지, 이 책의 저자를 모태로 제작한 영화 ‘바비 피셔를 찾아서‘가 제작된 모양인데, 결국 저자는 바비 피셔의 기록을 깨고 미국 최연소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된다.

본인이 놀란 부분은 그의 기록이나 위업이 아니라, 겨우 10세 전후의 어린애가 할 만한 생각이나 행동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p70에 13살에 전국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모든 것을 통달한 자신의 성찰을 묘사하는데, 세상을 다 산 사람같이-_- 묘사를 하고 있어 도저히 13세의 생각이라 믿기 어렵다. 책에 거짓이 없다면, 그는 확실히 천재 (비록 그 능력이 학술적인 부분은 아니라 할 지라도)라 말할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저자는 과거의 실패가 있을 경우에, 강도 높게 반성을 하고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p131에 그가 이반과 대련을 하면서 저자가 늘 얻어맞기만 하다가, 저자의 끊임없는 성찰과 발전을 통해, 나중에는 이반이 저자를 두려워해서 대련을 회피하게 되는 경험담은 무척 인상적이다. 인터넷 모랄 중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6]라는 반농담조의 말이 있는데, 주식투자를 하면서 사람을 관찰해보면, 실수에 대해 교훈을 얻고 다음 시도에서 변하려는 사람의 숫자는 적은 것이 확실하다.

p177에 태극권 대련 중 상대방의 눈깜빡임을 이용한 전술[7]에는 크게 놀랐다. 정말 최고수의 경쟁 세계에서는 상식밖의 전술이 있구나 싶다. 무슨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다.

책 중간에 아버지가 글을 쓴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저자의 아버지도 위키피디아의 항목이 있는 걸 보면 나름 유명한 작가인 것 같다.

중간에 어린이 체스대회에서 저자를 이긴 David Arnett이라는 사람은 수학신동이라고 나오길래 어떻게 되었나 싶어 검색[8]해보니, 좀 자라서 체스는 완전히 접은 것 같다-_- 저자가 힘들게 격파한 체스 신동 제프 사르베르라는 사람은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는 걸 보면, 체스 신동으로 꽤 이름을 날린 듯 하다. 영화 ‘바비 피셔를 찾아서’에도 그를 묘사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정신의 절정인 체스와 육체의 절정인 태극권 양쪽에서 세계의 정상에 올라선 사람의 경험담으로, 뭔가 범인이 따라하기에는 무리한 면이 없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강렬한 집중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꽤 도움이 될만한 케이스 스터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 본인은 맨날 술만 먹는 맹탕한 인생-_-이라 도움은 안 되었지만, 적어도 시간낭비는 되지 않을 테니 일독을 권한다.

 


[1] 내 백과사전 내접 정사각형 문제 Inscribed square problem 2016년 12월 2일
[2] https://www.youtube.com/watch?v=sD0NjbwqlYw
[3] https://plus.google.com/u/0/+TerenceTao27/posts/gXiteLyAu7A
[4]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13235767
[5] History’s Greatest Chess Matches in Math with Bad Drawing
[6]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in 나무위키
[7] 내 백과사전 태극권 대련 중의 눈 깜빡임 2016년 12월 28일
[8] http://www.chessbanter.com/ …. -david-arnett.html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10점
김명호 글.그림/사이언스북스

출간된지 꽤 오래 됐기 때문에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서, 이 서평이 무의미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함 써 본다. 본인은 출간 직후 책을 사 놓고 여태 안 읽고 있다가 이제사 겨우 봤다.

고품질 과학만화로 이름을 날리고 계시는 김명호 화백의 사이언스 온 연재 만화[1]를 책으로 낸 것인데, 본 블로그의 서평 보다는 블로그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에 올라온 서평[2]이 무척 좋으니 독서할 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쪽을 읽을 것을 권고한다.

김명호 화백은 일전에 소개했지만 엔씨소프트의 사이언티픽 게이머즈에서도 연재[3] 중이라고 한다. 이쪽도 재미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 ‘명랑 문화 공작소'[4]에 만화도 올리고 있으니 이쪽도 참고하면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박쥐는 빛이 없이도 초음파로 방향을 탐지한다든지, 심해에도 생물이 풍성하게 존재한다든지,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 실제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논리적 추론과 종합적 사고를 통한 결과임을 과학사의 통시적 시점에서 잘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라딘 서평을 보면 처음에는 애들 보여주려고 샀다가 자기가 보게 됐다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 ㅋㅋ

책의 마지막에 과학 자료를 사진이 아닌 만화로 보여줄 때의 장점을 짧게 설명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면 p46에 나온 지질 연대표의 연대 숫자가 좀 틀린 것 같다. 뭐 이건 연대측정을 통해 계속 수정되는 사실이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거지만, 좀 많이 옛날 걸 참고하신 듯…

그의 지식에 대한 집착적 모습을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인도 본인의 전공이 아닌 영역의 글을 많이 읽는 편인데, 비전공자가 느끼는 장벽은 전공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다. 그는 비록 생물학의 비전공자이지만 만화를 그리기 위해 참고한 다양한 논문과 전공서적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집중하면 서너시간 정도(물론 추가적인 공부를 더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ㅋㅋ)로 완독을 할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1] 김명호의 “만화가의 생물학 공방” in 사이언스 온
[2] 김명호 –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in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3] 내 백과사전 사이언티픽 게이머즈 2015년 6월 5일
[4] http://bung015b.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