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 행복도 보고서

유엔에서 World Happiness Report라는 걸 매년 발간하는 모양인데, 홈페이지[1]에서 무료로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행복도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당연히 궁금해지는데, FAQ 페이지[2]에 methodology가 대략 설명되어 있다. 설문조사와 여러가지 사회적 상황들을 가중 합산하는 것 같다. 여하간 보고서[1;p21]에 156개국의 행복도 순위가 나와있는데, 너무 길어서 40위까지만 캡쳐함.

한국은 57위로, 일본(54위)보다는 낮고 중국(86위)보다는 높다. 핀란드 사람이 1위로 돼 있는데, 상위권에 북유럽 국가들이 포진해 있다.

만약에 행복도를 그냥 설문조사로만 결정하면, 전통적으로 남미국가들이 높게 나타난다. 맥시코,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의 삶에 꽤 만족한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Que sera, sera인가 ㅋ 일전에 이야기한 적[3,4]이 있다.

핀란드에는 lonkero라는 술이 있는 모양인데, 마셔본 적이 없어 정확히 뭘 가리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5%전후 도수에 500ml 전후 용량으로 판매되는 칵테일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칵테일을 핀란드 술꾼들은 많이 먹는 모양인데, 핀란드 주법이 변경되어 lonkero 및 도수 높은 맥주가 올해 1월부터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게 허용되었다고 한다. 세계 행복도 보고서가 3월에 나왔으니 핀란드 1위의 결과가 이거 때문이 아닌가-_-하는 음모론(?)이 있다.[5] ㅋㅋㅋㅋ

핀란드 술꾼들이 행복하겠구만 ㅋㅋㅋ 원래 행복은 상대적인거다. ㅋㅋㅋ 약속된 메탈의 땅[6]에서 Korpiklaani의 술노래가 괜히 나온게 아닌 듯 ㅋㅋ

 


2018.3.27
이코노미스트 Why is Finland so happy? Mar 26th 2018

 


[1] http://worldhappiness.report/
[2] http://worldhappiness.report/faq/
[3] 내 백과사전 소득과 삶의 만족도의 상관관계 2014년 1월 13일
[4] 내 백과사전 GDP와 삶의 만족도 2010년 11월 26일
[5] https://twitter.com/davidmacdougall/status/973928460266721285
[6] 내 백과사전 유럽 국가별 백만명당 메탈 밴드 수(2016) 2016년 8월 9일

토마토 라멘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라는 애니메이션의 5화에는 토마토 라멘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응?? 토마토!? 이런 음식이 있다니!! 이건 듣도보도 못한 발상이군!! ㅋ

설 연휴에 아키하바라에서 쓸데없이 얼쩡거리다가, 토마토 라멘을 먹을 수 없을까 검색해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 토마토 라멘 전문점[1]이 있었다. 전문점!?!? interrobang[2]이 필요하다! ㅋ 지금 검색해보니 이 가게의 홈페이지[3]도 있다.

일단 치즈 토마토 라멘을 주문. 국물이 새빨개 보여서 매울 줄 알았는데, 전혀 눈꼽만큼도 맵지 않다.

아 근데 치즈 향과 맛에 묻혀서 토마토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아 좀 실망인가 싶어서 먹다보니 그릇 바닥에 토마토 과육이 깔려 있었다-_- 젠장 잘 섞어서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1차 시도 실패.

다다음 날에 다시 찾아가서 이번에는 가장 기본 메뉴인 ‘태양의 라멘’을 주문했다.

음.. 이번에는 잘 섞어서 먹었음. 근데 나는 토마토라는 과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내 취향은 아니었다. ㅋ

엄청나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맛있었음. 생각해보지도 못한 색다른 음식을 시도해봤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을 듯. ㅎㅎㅎ 뭐 아키하바라 여행가면 한두끼니 정도는 먹어둘만 하다. ㅋ 아키하바라에서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여러 라멘을 먹어봤는데,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ㅋ

 


[1] https://www.google.co.kr/maps/ ….
[2] 내 백과사전 놀람과 의문의 조합 : interrobang 2014년 10월 2일
[3] http://taiyo-tomato.com/

김치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매워지고 있다는 주장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주장[1]을 봤다.

이 글[1]이 주장하는 출처가 불명확하여 좀 검색을 해 봤다. 서모란,정희선의 논문[2]은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Food Culture 사이트[3]에서 무료 pdf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근데 1930년대 고추 사용량 추정치를 이용한 데이터는 두 개 뿐이라 좀 그렇다. 게다가 같은 연대의 각 조리법들간의 고추 사용량 편차도 꽤 커서 방법론이 적절한지 좀 의문이 든다. 여하간 이 데이터가 참이라 해도 너무 기괴하다.

1930년대 5.75g
1940년대 8.83g
1950년대 13.8g
1960년대 20.25g
1970년대 28.42g
1980년대 53.37g
1990년대 54.45g
2000년대 60.03g
2010년대 71.26g

정말 30년대에는 현재 김치 만들 때 쓰는 고추의 1/10도 쓰지 않았단 말인가?? 나도 매운 김치 안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대체 할배/할매들은 얼마나 싱거운 김치를 먹고 살았던 건가-_-??

서모란,정희선의 논문에서 한국인 1인당 고추 소비량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5.8kg이라고 돼 있다고 말하던데[2;p582], 사실 확인을 원한다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요통계 2017년도판[4]은 사이트[5]에서 ‘원문정보보기’를 클릭하면 pdf (76Mb)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근데 여기에는 3.6kg이라고 나와 있어[4;p347], 논문[2]이랑 말이 다르다. 흠… 뭐 여하간 1인당 고추 소비량이 들쭉날쭉 하긴 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3kg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증가추세인 것은 확실한 듯 하다.

라면 스코빌 척도의 데이터는 검색해보면 대부분 팔도 중앙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쓴 것들[6,7]만 검색되고 데이터 원본 자체는 웹상으로 볼 수 없는 듯 하다. 아마 팔도에서 자체 홍보 차원에서 조사한 데이터인 듯. 저 글[1]과 수치에서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농심 신라면이 비교적 하위권인 것 자체는 사실이므로 논지는 유지된다.

어쨌든 롱텀에서 봤을 때, 김치와 라면 등의 음식이 점진적으로 매워지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인 듯 하다. ㅎ

 


2018.1.25

국내 매운 맛 트렌드를 설명해주는 영상. 재생시간 3분 53초.

 


[1]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619274084793441
[2] 서모란, 정희선(2015). “조리서와 신문, 잡지기사에 나타난 1930-2010년대 배추김치 연대별 고추 사용량 변화에 대한 고찰”.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30(5), 576-586. https://doi.org/10.7318/KJFC/2015.30.5.576
[3] http://www.jfc.or.kr/journal/article.php?code=35916
[4] 농림수산식품부 저,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2017“, 농림수산식품부, 2017
[5] http://lib.mafra.go.kr/Search/Detail/42047?key=%EC%A3%BC%EC%9A%94%ED%86%B5%EA%B3%84t
[6] 조선일보 불닭볶음면은 4위, 진짜 매운 라면 1위는? 2014.05.22 09:00
[7]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라면은? 2012/05/03 10:23

하와이 맥도널드에서는 라면을 판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라는 애니메이션 3화를 보니 하와이 맥도널드에서는 라면을 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_-

초 놀라서 검색을 해 봤는데-_- 사이민이라는 하와이 전통 국수의 형태를 파는 듯[1,2] 하다. 맥사이민McSaimin 이라 부른다고 한다. ㅋㅋㅋ

일전에 크리켓 경기결과를 보기 쉽게 TV를 변형한 인도 현지화 전략[3]이 생각나는데, 아무리 글로벌한 기업이라도 현지화에 대한 부단한 노력을 피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하와이 함 놀러가보고 싶었는데, 언젠간 먹고 말테다 ㅋㅋㅋㅋ

 


[1]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해외 맥도날드 이색 메뉴 베스트 20 by HowieMoney
[2] 하와이에서 맥도날드를 간다고? 독특한 맥도날드 메뉴 공개! in myhawaii.kr
[3] 내 백과사전 인도 현지화 판매전략 2013년 3월 14일

술 마시는 로봇

재생시간 32초. 로봇 개발자 박은찬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로봇 관련 활동을 많이 하시는 듯.[1,2]

본인은 술 먹을 때 대부분 혼자 먹는데, 나한테 필요한 물건일지도?? ㅋ

 


2016.1.23
DRINKING WITH YOUR ROBOT in Hack a Day

 


2017.10.9

로봇 팔의 모션이 은근 부드럽다. 대단하군.

 


[1] 한국일보 자신만의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 2015.12.22 20:00
[2] 넥스트 데일리 나는 로봇이 그냥 좋다, 박은찬 09-01-15 15:30

임금을 ‘너’라고 부른 정승

정구선 저,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 팬덤북스, 2014

임금을 ‘너’라고 부른 정승

세조의 즉위에 결정적인 공을 세워 정난공신 1등과 좌익공신 2등에 봉해지고,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영의정까지 오른 정인지는 술이 약하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정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치명적인 실수를 술로 인해 자주 저지르곤 했다. 특히 임금 앞에서 취중 실수를 하여 큰 물의를 일으키고 곤욕을 치른 적이 여러 번이었다. 비록 당시가 술에 관대한 시대였다 하더라도 임금에게 저지른 취중 실수는 바로 불경이요, 무례였다. 어떠한 처벌도 감수해야만 하는 일종의 범죄 행위였다.

첫 번째 실수는 세조 4년(1458)에 있었다. 당시 세조는 불교에 심취하여 《법화경法華經》, 《대장경大藏經》 등을 간행하는 등 불교 진흥을 꾀하고 있었다. 그해 2월 12일 임금이 대신들과 함께 가진 잔치에서 영의정 정인지가 술에 취하여 불경 간행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임금이 노하여 잔치를 끝내고 말았다. 다음 날 임금은 종친, 대신, 승지 들이 참석한 활쏘기 관람 자리에서 정인지에게 따졌다.

“내가 복세암福世庵을 세우고 불경을 베끼는 종이를 만들어도 경은 대신으로서 한마디 말도 없었다. 어제 취중에 나를 욕보인 까닭은 무엇인가?”

“취중의 일이라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제의 말은 경이 취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은 취하지 않았으니 일일이 내게 고하라. 부처의 도리는 어떠하며, 유학의 도리는 어떠한가?”

정인지는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왕이 묻는데 경이 대답하지 못한다. 이것은 불경함이다.”

정인지가 또 어제 너무 취하였다는 핑계를 대며 끝내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런 다음 정인지가 물러 나와서 탄식하였다.

“좌찬성 신숙주는 잘 마시면서도 마시지 않았다. 나는 신숙주의 잘 마시면서도 마시지 않음만 같지 못하였는데도 이 지경에 이르렀다.”

날이 저물어 정인지가 돌아갔다. 임금은 정인지에게 《중용中庸》과 《대학大學》에 대하여 물었으나 말귀마다 무례하게 대답하는 등 오만하여 왕을 능멸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인지를 의금부에 가두어 국문하라 명하고, 영의정에서 해임하고 직첩을 거두었다. 하지만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다음 날 승지 등을 불러 논의하고 정인지를 석방토록 명하였다.

(중략)

유사는 임금만의 특권으로 죄인의 죄를 사면하거나 형을 줄여 주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실수는 이처럼 잘 넘어갔으나, 두 번째 실수는 정인지를 더욱 큰 곤경에 빠뜨렸다. 7개월 뒤인 9월 15일에는 급기야 술자리에서 세조를 ‘너’라고 부르는 크나큰 불경을 저지르고 말았다. 감히 임금에게 ‘너’라고 일컬었다. 왕조 시대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엄청난 망발이었다. 의정부와 육조, 공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충훈부忠勳府의 대신들과 관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엄히 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으로서는 공신인 정인지를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정인지는 실로 죄가 없다.”

여기서 물러설 신하들이 아니었다. 마땅히 정인지를 국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임금은 여전히 그를 감싸고돌았다.

“죄의 정상이 없는데 어찌 죄를 묻겠는가?”

임금이 쉽사리 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신하들은 한 발 물러섰다.

“만약 정인지를 공신이라 하여 처벌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벼슬을 파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어 신들의 기대에 답하십시오.”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는 모르겠다.”

임금은 마찬가지로 윤허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의정부와 육조, 충훈부의 관원들은 다시 정인지를 처벌하기를 청하였다. 임금은 전교를 내려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하였다. 임금이 뜻을 굽히지 않자 임금의 아우인 임영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가 나섰다.

“정인지가 한 말을 보면 진실로 역신逆臣입니다. 성삼문成三問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죄는 주벌誅伐을 면할 수 없습니다.”

정인지가 성삼문 같은 역적이라며 목을 베어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임금은 일축하고 말았다.

“대신의 죄는 종친이 논할 바가 아니다.”

임금의 거부에도 영중추원사領中樞院事 이계전李季甸이 임영대군을 거들고 나섰다.

“군신 간에는 남을 업신여기고 혼자 잘난 척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정인지는 성상께 ‘너’라고 칭하였습니다. 그를 베어 죽이십시오.”

임금은 판원사判院事 권남權擥과 의논하여 결정하겠다며 권남의 의견을 물었다.

“정인지의 말은 죽어도 그 죄를 속죄할 수 없습니다.”

권남 역시 그를 죽여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도리어 임금은 권남을 나무랐다.

“경의 말이 너무 심하다.”

권남이 한 발 물러서 아뢰었다.

“먼 지방에 안치하여 목숨을 보전하게 함이 어떻겠습니까?”

대간에서도 대신들의 청을 따르기를 주장하였으나, 임금은 윤허하지 않았다. 신하들의 태도가 강경해지자 정인지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작위를 사임하겠다는 글을 올려야만 했다.

“얼마 전 성상의 물으심에 답할 적에 한마디 말로 조언을 드린 가운데, 신이 마침 술에 취하여 그 말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요즈음 여러 신하들이 신의 처벌을 청하는 말과 같은 것은 몽매에도 생각할 수 없는 바이며, 절대로 그와 같은 뜻은 없었습니다. ……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 신의 노년을 불쌍히 여기시고 신의 두려워하는 정상을 살피셔서, 신의 작위를 해임하고 한가한 곳에 처해 있게 하여 타고난 수명을 마치게 하시면, 신은 이 생명을 다하도록 항상 종사의 만년萬年을 축원하겠습니다.”

정인지는 자기가 했다는 말은 술 취해 기억에 없지만, 신하들이 처벌을 원하므로 작위를 해임시켜 달라고 청하였다. 정인지가 작위의 해임을 청하는 글을 올리자 의정부, 육조, 충훈부에서는 다시 상소를 올렸다. 임금이 훈구勳舊 대신이라 하여 매번 너그러이 용납해 주었기에 정인지가 거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번번이 나타낸다는 비난이었다. 그러나 임금은 정인지를 두둔하는 전교를 내렸다.

“정인지가 취중에 한 말은 모두 오래된 친구의 정을 잊지 못하고 한 말이다.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더구나 정인지는 나라 일을 맡아 보는 대신도 아니고, 노쇠한 일개 부유腐儒일 뿐이다. 어찌 족히 논하겠느냐?”

부유는 생각이 낡고 완고하여 쓸모없는 선비란 뜻이다. 마침내 정인지의 두 번째 취중 실수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후략)

헐… 서슬퍼런 조선왕조에서 임금보고 ‘너’라고 했다 하니, 너무 웃긴 에피소드라서 한 번 올려봤음. 이 뒤로 정인지의 네 번째 실수까지 나온다. 필름이 잘 끊기는 사람은 이래저래 고생. ㅋ

[서평] 파리의 심판- 프랑스의 패권에 맞선 마이너리티 와인 혁명

파리의 심판10점
조지 M. 태버 지음, 유영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1976년에 있었던 익명 와인 시음회를 가리키는 ‘파리의 심판‘ 사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으로 나온 줄은 몰랐다. 검색해보니 이미 절판된 책을 개정해서 내 놓은 듯.

사실 본인은 이 사건에 대해 단지 맛의 상대성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좋은 사례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바야흐로 요즘 세상은 맛의 세계라서, 쬐금이라도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사람들은 맛집이라는 데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런 헛짓거리 같은 세간의 풍조에 썩소를 날리며 할 수 있는, 맛이 심리적 요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설명하는데 좋은 사례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전에 똑같은 와인이라도 가격을 높게 부르고 시음하면 낮게 부른 쪽보다 평가가 좋아진다는 기사[1]도 본 적이 있다. ㅋ

근데 책을 읽어보니 맛의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 이 책은 오히려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자들의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자들이 프랑스에서만이 위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역사의 기록인 것이다.

미국 금주법으로 몰락한 와인 양조업계는 금주법 이후에 와인에 홀린 이들이 본업을 뒷전에 두고 캘리포니아에 모여들어 맨땅에서 연구와 혁신을 수십 년 거듭하여, 마침내 와인의 본거지인 프랑스에서 프랑스 와인을 꺾는 기적같은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노력의 결과가 ‘파리의 심판’으로 나타난 것이지, 절대로 맛의 상대성에 의한 우연적 산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인은 여태 이 사건을 오해하고 있었다.

기구한 운명 이야기들의 세부적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저자가 역시 기자인지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음을 여실히 느낀다. 타임지 특파원이었던 저자 태버는 ‘파리의 심판’ 당시 그곳을 직접 보았던 유일한 기자였다고 한다. 책의 서두와 일부를 본 블로그에 인용[2,3,4]해 두었으니 독서 여부에 참고하기 바란다.

책의 뒷부분에는 이 사건이 어떻게 세간에 과장되어 퍼졌고, 또 이 사건으로 인해 와인업계에 미친 파장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다. 중간에 개별 포도원이나 빈티지에 대한 설명은 사실 별 관심이 없어서 본인은 넘어갔는데, 프랑스산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 봐둘만 할 지도 모르겠다.

 


2017.12.19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5]를 보니 랜덤 선택보다 전문가의 블라인드 선택이 월등하더라는 기사 같은데, 당연히 쌩 랜덤보다야 전문가가 낫긴 낫겠지-_- 얼마나 유의미하게 나은가가 문제 아닌가 모르겠구만-_-

 


[1] cnet Study: $90 wine tastes better than the same wine at $10 January 14, 2008 1:49 PM PST
[2] 내 백과사전 ‘파리의 심판’ 당시의 모습 2015년 3월 30일
[3] 내 백과사전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혁신 2015년 4월 6일
[4] 내 백과사전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 2015년 4월 20일
[5] 이코노미스트 Think wine connoisseurship is nonsense? Blind-tasting data suggest otherwise May 17th 2017

투자 대상으로서의 와인

근래 ‘파리의 심판'[1]을 읽고 있는 중에, 때마침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에 재미있는 기사[2]가 실려 있다.

파커 아저씨가 극찬을 했다는 샤토 라피트 로쉴드 1982년 빈티지는 판매 당시에 300파운드(오늘날의 1028파운드 정도)였는데, 이것이 현재는 28000 파운드의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이 정도 수익률을 내는 투자처는 흔치 않다.

근데 본인이 구글로 검색해보니 1000파운드 언저리에서 팔리는 물건이 있던데 이거랑 뭔가 다른 건가…-_- 흠. 뭐 여하간 이 가격은 파커 프라이스가 붙은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일전에 파커의 영향력 포스트[3]를 참고하시라.

과거에 본인이 칵테일용으로 꼬냑이나 여러 리큐르를 사먹을 때도, 2005~6년 언저리에서 가격이 급등하는게 확실히 느껴졌었다. 똑같은 그랑 마르니에나 꼬냑을 사는데 6개월후에 사니 가격이 전부 만원 넘게 올라 있었다. 젠장! 당시 주류 판매점 아저씨의 설명으로 중국, 러시아에서 수요가 상당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코노미스트지[2]에서의 설명에서도 중국의 졸부들의 영향으로 초고급 와인들의 가치가 급등했던 모양인데, 근래 중국 경제성장의 완화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부패 척결 운동의 영향으로 와인들의 가격이 최고점에서 절반정도로 떨어진 모양이다.

더군다나 와인은 사기가 판치고 유동성(유체인데!)이 낮아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은 듯. 와인 매매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 시도를 몇몇 사이트에서 하는 모양이긴 한데, 아직까지는 와인으로 투자의 재미를 보기에는 어려울 듯 하다. ㅋ

 


[1] 내 백과사전 [서평] 파리의 심판- 프랑스의 패권에 맞선 마이너리티 와인 혁명 2015년 4월 24일
[2] 이코노미스트 Intoxicating Apr 18th 2015
[3] 내 백과사전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 2015년 4월 20일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

와인에 대해 찾다보면 로버트 파커의 이름을 꼭 듣게 되는데, 일전에 아셴펠터의 와인 예측 이야기[1]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여태 그가 왜 유명한지를 몰랐는데, 다음 글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조지 M. 태버 저/유영훈 역, “파리의 심판“, 알에이치코리아, 2014

p428-430

와인의 세계화와 함께 세계적 와인평론가의 힘도 커졌다. 영국의 휴 존슨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임스 할리데이 같은 와인 평론가는 와인업계의 발전상을 오랫동안 기록해왔다. 그들은 보통 좋은 말만 했다. 어떤 생산지를 안 좋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었다. 그러다 1978년에 새로운 유형의 와인 평론가가 나타났다. 로버트 M. 파커 주니어였다. 미국 메릴랜드 주 몽크턴의 변호사인 그는 〈와인 애드보케이트〉라는 와인 소식지를 만들었다.

파커는 좋은 말만 쓰지 않았다. 그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와인에 점수를 매겼다.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의 허심탄회한 평가에 많은 생산자가 격분했지만 소비자들은 좋아했다. 파커의 점수제는 미국 학교의 성적 평가 방식과 흡사해서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쉬웠다. 와인 초심자는 “파커가 이 와인에 98점을 줬어”라는 말 한 마디로 와인 한 병에 100달러를 지불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곧 다른 와인 전문지들, 이를테면 널리 읽히는 〈와인 스펙테이터〉도 이 100점제를 도입했다.

와인 분야에서 대다수 평론가와 잡지는 광고주를 의식해 부정적 의견을 똑바로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파커는 달랐다. 그의 소식지는 광고를 싣지 않는다. 와인 맛에 대한 파커의 개인적 평가 외에 어떤 다른 요소도 고려하지 않는다.

파커가 와인을 맛보고 점수를 매기고 기억하는 능력은 무척 놀랍다. 그는 열렬한 보르도 와인 애호가다. 물론 다른 생산지와 다른 나라의 와인도 평가는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파커의 평가를 받아들인다. 사실상 그의 말 한마디가 그 포도주 생산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와인업계에서는 파커가 한 와인에 80점 아래의 점수를 주면 아무리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90점 이상을 받은 와인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부담스럽게 느낄만큼 치솟는다고 한다.

파커를 싫어하는 이들은 그가 개인의 주관적 입맛에 따른 과정에 인공적인 통계 숫자를 부여해 등급을 매긴다고 비난한다. 또, 파커의 세계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파커의 와인 구매 가이드(Parker’s Wine Buyer’s Guide)〉는 1,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프랑스의 중요한 와인 생산지역인 루아르 계곡은 주마간산으로 다룬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 전체에 할애된 분량은 단 두 단락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파커와 그의 100점제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는 1999년 파커에게 영예의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수여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프랑스 와인 평론가”라고 칭했다. 내가 전 세계의 포도주 생산자들로부터 개인적으로 듣는 이야기는 이렇다. 그들은 평론가 한 명이 업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영향력은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한다. 물론 새로운 세대의 와인 소비자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 자신의 입맛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면 특정 평론가의 말을 덜 맹신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수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의 숲에서 자신을 인도할 안내자를 찾는다. 로버트 파커는 다른 모든 와인 평론가보다 월등히 많은 추종자 무리를 이끌고 있을 뿐이다.

일부 와인 애호가는 와인의 세계화가 진척되면서 내 맛도 네 맛도 아는 국제적인 ‘맥도널드 와인’들이 양산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불평한다. 이탈리아산 샤르도네가 캘리포니아나 오스트레일리아 혹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와인의 국제적 규격화에 대해 파커 역시 큰 목소리로 힐책한다. 하지만 그 풍조를 부추긴 장본인이 다름 아닌 파커 자신이라는 비판도 많다. 파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한 와인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팔려는 양조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들은 파커가 풍성하고 색깔이 진하며 향은 강렬하고 알코올 기운이 있는 와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역시 평론가는 칭찬보다 까야 유명해진다는 사실. ㅋ

 


[1] 내 백과사전 와인의 가치 2010년 1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