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비버가 양경종 이야기에 낚였나?

얼마전에 언급[1]한 앤터니 비버 선생의 ‘제2차 세계대전’을 읽고 있는데, 머리말에 한 페이지 정도 짧게 노르망디에서 미군에게 포로가 된 양경종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사 관련 블로거인 ‘길 잃은 어린양’씨의 블로그에 이와 관련하여 쓴 글[2]을 찾아 볼 수가 있다. 아주아주 예전에 슐리펜 계획에 대해 검색하면서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는데, 여태 글을 쓰고 계시는 줄 몰랐네. ㅎㅎ

나무위키의 항목[3]도 그렇고, 이 이야기가 국내에서는 거의 구라 확정인 듯한 분위기인 듯 하다. 구라가 군사사학자 까지 낚은 사건일지도 모를 일이긴 하나, 책의 전체 내용상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 거의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라서 저자 본인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듯한 느낌이 든다. 뭐 이런 사소하게 한국인이 엮인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나 관심있을 터이니, 아무래도 영원히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을 스토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앤터니 선생의 책에서 이 이야기 부분은 확실히 출처가 미약한 것은 사실이니,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1] 내 백과사전 앤터니 비버 선생의 신간 ‘제2차 세계대전’ 2017년 3월 25일
[2]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노르망디의 조선인’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네요? by 길 잃은 어린양
[3] 노르망디의 한국인 in 나무위키

[서평]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10점
로버트 알란 다우티 지음/황금알

근대 및 현대 전쟁사는 크게 기동과 화력의 양면으로 분류가능하다고 본다. 나폴레옹이 주로 기동성을 중심으로 승리를 하였다면, 1차대전은 화력에 비중을 둔 벙커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1차 대전의 경험에 매몰되어 화력 중심의 벙커전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시대에, 현대적 무기인 전차를 이용한 기동중심의 작전을 펼친 시기가 2차대전의 서부 전역이라 볼 수 있다.

1940년 독일의 서부전역 당시 독일군의 스당진격은 흔히 ‘전격전’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사실은 사전에 잘 계획된 작전이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독일 장군의 반대 및 수많은 실패 가능성을 넘어서 우연적인 결과에 가깝다는 주장은 칼 하인츠 프리저의 ‘전격전의 전설'[1]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도 칼 하인츠의 책[1]과 관점은 거의 동일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은 관계로 그 책과 비교하여 디테일한 설명이 훨씬 적고 축약되어 있다. 사단 및 군단의 지휘체계 편성 단대호도 칼 하인츠 쪽이 더 자세하다. 저자인 Robert A. Doughty의 위키피디아 항목을 확인해보니 이 책의 원저 ‘The breaking point. Sedan and the fall of France 1940’가 쓰여진 시기는 1990년이고 칼 하인츠의 책은 2005년이므로 아무래도 칼 하인츠 쪽이 후대에 발굴된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칼 하인츠의 책을 읽은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몇몇 사건에서 미세한 관점의 차이는 있는데, 예를 들어 프랑스 제2군의 반격작전을 지휘한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의 책임론에서 칼 하인츠[1;p320]는 플라비니와 브로카르 장군이 무능했던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 책(p339)에서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듯한 묘사를 하고 있다.

동일한 지명이 칼 하인츠의 책[1]과 이 책에서 약간 차이가 나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동일한 강을 프랑스에서 뫼즈 강(Meuse)이라 부르고, 네덜란드에서 마스 강(Maas)이라 부르기 때문에, 두 책에서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1940년 서부전역은 독일의 상식을 깬 도박적 전략+프랑스 지휘계통의 무능함의 복합적 결과라는 점에서, 두 책의 큰 관점의 차이는 없다.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1951

1939년 폴란드 포모르스카 기병의 전차 돌격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 당시 폴란드 기병이 독일 전차대에 돌격했다는 이야기는 되게 많이 들어봤는데, 유튜브에 떠도는 최진기 선생의 강의[1]에도 짧게 언급된다. 칼 하인츠 프리저의 책 ‘전격전의 전설'[2;p59]에도 짧게 나오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폴란드 육군은 독일과 대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베를린으로의 행군을 꿈꾸고 있던 폴란드 장교들은 뼈아픈 고통을 겪고 난 후, 전쟁은 오기로만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폴란드군은 구식 장비로 무장하고 교육훈련 수준도 시대에 뒤떨어 졌을 뿐만 아니라 부대지휘 방식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구데리안의 기록에 따르면, 폴란드의 포모르스카Pomorska 기병 여단의 병사들이 번득이는 군도를 손에 들고 독일군 전차로 돌격했다고 한다.29 문제는 이 전차들이 수년 전 제국군 시절의 널빤지나 천으로 만든 모조 전차가 아니라 강력한 철판으로 제작된 장갑을 장착한 전차들이 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착오의 비극을 상징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9 Guderian, Heinz, Erinnerungen eines Soldaten. Stuttgart: Motorbuch Verlag, 1986, p64

프리저 선생이 인용한 구데리안의 저서는 영문 번역판으로는 Panzer Leader이고, 국내에도 ‘구데리안’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3]되어 있다. 역자가 독문학과 출신인걸 보면 중역은 아닌 듯. ㅎㅎ

본인은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구글링으로-_- 구한 독일어 원본의 pdf파일과 번역본[3]의 목차 및 내용을 대충 대조해보니, 프리저 선생이 참고한 부분은 다음 부분[3;p101]인 것 같다.

9월 3일 그라프 브로크도르프 장군이 지휘하는 23보병사단이 바익셀 강까지 밀고 나간 3기갑사단과 20차량화 보병사단 사이에 투입되었다. 아군은 여러 위기와 격렬한 전투 속에서도 군 전방의 폴란드 군을 슈베츠 북쪽과 그라우덴츠 서쪽 삼림 지대로 몰아넣어 완전히 포위했다. 폴란드 기병여단 포모르스카는 군 전차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창과 검으로 공격해 왔다가 거의 궤멸되었다.

그런데 인터넷 전쟁사 블로거들 중에는 이 사건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꽤 많다.[4,5,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무엇을 보고 와전이라고 판단한 건지 출처를 제대로 쓰지 않아서, 한 번 잘못된 내용이 반복 카피되어 재생산된 것일 가능성도 있어 진위가 의심스럽다. 다만 오늘의유머[7]에 작성한 사람의 글은 다양한 사료를 근거로 비교적 중립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상당히 읽을만 하다.

어쨌건간에 정황상 작전 자체가 무모한 행위는 아니었다는 견해는 맞는 것 같다. ㅎ

 


[1] https://youtu.be/iKuTKOf6Vik?t=792
[2]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1951
[3]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0544500
[4] 최강 독일에 맞선, 위대한 폴란드 기병대여! in 열혈국방
[5] 가우디의 역사 이야기 #2 전차와 맞선 기병대의 신화
[6] 전차에 돌격해야 했던 영웅적인 기병대의 뒤바뀐 진실 by military costume
[7] 폴란드의 기병이 독일 전차에 돌격했다는 이야기에 관한 글입니다. in 오늘의유머

앤터니 비버 선생의 신간 ‘제2차 세계대전’

군사 사학자 Antony Beevor 선생의 신간[1]이 출간되었다. 무려 12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지만, 할 말이 차고 넘치는 2차 대전의 이야기이므로 1200페이지로도 부족할 듯 하다. ㅎㅎ 비버 선생의 전작으로 세 권[2,3,4]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이번 것도 귀납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요새 게을러서… -_- 밀덕을 제외하면 비버 선생의 글을 이렇게 열심히 읽는 사람은 나 뿐이 아닐까 ㅋㅋ

감수자의 블로그 글[5]을 봤는데,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역사 전공자가 아니면 아무리 지식이 많아 보여도, 학술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정보의 출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따라서 글이 아무말 대잔치 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감수자의 블로그 글은 그러한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는 걸로 보아, 웹 생태계와 블로그 문화에 대한 문제[6,7]의 이해도가 낮은 듯 하다.)

감수자에 대한 약간 아쉬움이 있으나, 일단 독서 예정이다. 책을 보관할 여력이 도저히 없어 ebook 구입을 선호하는데, 보통 출간 2~3개월 내에 ebook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구매 대기…. ㅋ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4419109
[2] 내 백과사전 [서평]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2010년 12월 13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디데이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2013년 2월 17일
[4] http://zariski.egloos.com/2381537
[5]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 by 대사
[6] 내 백과사전 네이버의 문제점 2011년 8월 17일
[7] 네이버 블로그, 너무나 많은 문제들 in ㅍㅍㅅㅅ

Nolan 감독의 영화 ‘됭케르크’의 트레일러

영화에 대해 일자 무식-_-인 본인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의 하나가 크리스토퍼 놀란이므로, 아마 이 사람은 상당히 유명한 감독일 것이라 추정된다. 일전에 ‘인셉션'[1]을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다.

이 사람이 내년 개봉예정으로 영화 ‘됭케르크‘를 만들고 있는 모양인데, 와이어드에 기사[2]가 올라와 있어서 처음 알았다. ㅋ

됭케르크 하면 그 유명한 됭케르크 철수작전이 떠오르는데, 바로 그 내용을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듯. 트레일러가 올라와 있다.

다이나모 작전 당시, 히틀러가 전격전으로 잘 나가던 독일군의 진격을 멈추게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됭케르크 직전에서 3일간 진격정지 명령을 내린 덕분에, 영국의 중요한 병력과 물자가 탈출할 수 있었으므로 ‘됭케르크의 기적’이라 불린다. 혹자는 2차 대전 통털어 가장 영향력 있는 사건이라 하기도 한다는데, 뭐 본인 생각으로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닌 듯. ㅎㅎ 일전에 읽은 칼 하인츠 프리저의 저서 ‘전격전의 전설'[3]에 대단히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이 쪽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2차대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책이라 좀 애착이 간다. 일독을 권한다.

여하간 전쟁영화란 사실성을 매우 높여 너무 다큐멘타리스럽게 만들면 대단히 지루해져서 흥행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사실을 너무 왜곡하면 열라게 까이는-_- 측면이 있는 만큼 양쪽을 절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 개봉하면 함 보러 갈 듯… ㅋ

 


[1] 내 백과사전 인셉션 (Inception, 2010) 2010년 7월 30일
[2] 와이어드 The First Trailer for Christopher Nolan’s Dunkirk Drops Plenty of Bombs 12.14.16. 11:51 AM
[3] http://zariski.egloos.com/2513190

[서평] 노 이지 데이 No Easy Day – 오사마 빈라덴 암살작전

노 이지 데이 No Easy Day10점
마크 오언 & 케빈 모러 지음, 이동훈 옮김/길찾기

오사마 빈 라덴 암살작전에 참가했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쓴 책이라고 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군사기밀을 유출시켰다는 이유로 680만 달러의 판권을 몰수당했다는 기사(출처가 생각 안남)를 보고 혹시 번역판이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있었다!! 근데 본인이 검색할 당시에는 이 책이 절판이었는데, 몇 달 후에 다시 검색해보니 2쇄를 찍은 건지 몰라도 팔고 있길래 슥샥 사 봤다. ㅋㅋ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고, 미 해군 특수전 개발단(DEVGRU)에 들어오기까지의 개인적인 경험이 앞부분에 나오는데, 뼛속까지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 같다. 여러모로 한국군대와는 천지차인 미국 특전사의 사치스러운(?) 일상을 엿볼 수 있다. ㅋㅋ

빈 라덴 암살 작전 당시의 상황을 대단히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저자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애국적 행동이라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남의 나라에 무단 침입하여 범죄자를 사살후 시신을 가지고 도망쳐 나오는 작전임에도 저자는 국제적 불법행동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다. 아무리 정의를 구현한다고 해도 미국-파키스탄의 불평등한 국가적 지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작전 아닌가 싶다. 이 작전에 대한 전반적인 미국인의 인식은 이미 매우 유명해진 상황실 사진[1]을 보는 인식에 잘 드러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위키피디아 항목을 보니 저자는 그 후에도 책을 한 권 더 쓴 듯[2] 하다.

 


2017.3.18

 


[1] 내 백과사전 빈라덴 습격 상황실 사진 2011년 5월 11일
[2] https://www.amazon.com/No-Hero-Evolution-Navy-Seal/dp/0451472241

아프카니스탄 게릴라와 치타 운동화

마크 오언 저/이동훈 역, “노 이지 데이“, 길찾기, 2013

p110-121

적 전사자들은 티셔츠와 통바지, 그리고 검은색 치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치타는 푸마와 비슷한 하이탑 스니커즈화로, 탈레반 전사들이 애용했다. 전대 내에서는 검은색 치타 운동화를 신은 아프가니스탄인은 게릴라 용의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물론 시시껄렁한 농담이었지만, 아닌 게 아니라 탈레반 게릴라들 말고는 아직 그런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중략 – 버그달 구출작전)

“북쪽과 동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이 정도의 월광은 내게는 한낮이나 다름없었다. 적들이 100m 떨어진 우리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면, 야간투시경을 갖춘 우리는 300m 떨어진 적도 볼 수 있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땅은 놀랄 만큼 평평했다. 적 게릴라들이 총기를 등에 메고 달리며, 헬리콥터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들판을 가로질러 남북을 잇는 도로는 마을을 지나 계곡 밖까지 통해 있었다. 한 사람씩을 태운 두 대의 스쿠터가 달리는 것이 보였다. 필은 도로에서 빠져나온 4명의 게릴라가 무리지어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필이 말했다.

“난 두 명을 데리고 움직이겠어. 우리는 서쪽으로 가는 놈들을 잡을 테니 자네는 스쿠터에 탄 놈들을 잡아.”

스티브의 팀은 목표 건물을 제압했다. 버그달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근처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적의 수는 너무 많았고, 무장도 충실했다.

RECCE라고 불리는 정찰대 소속 저격수 2명과 EOD 대원 1명이 나와 함께 움직였다. 필은 군견병 팀과 돌격대원 1명을 이끌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다가 나는 수풀 속에 매복해 있는 적 게릴라를 밟을 뻔했다. 나는 상대를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저격수는 상대를 알아보고 사격을 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상대의 발에 치타 운동화가 신겨 있는 것을 보았다. 확실했다.

한국 군대 내의 각종 똥군기 규칙 중에 일병/상병/병장 이상만 ~~를 할 수 있다는 식의 자체 규율이 많은데, 본인의 추정으로는 그 치타 운동화가 탈레반 내의 그런 규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저자가 작전 도중에 운동화를 보고 피아식별을 용이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그런 똥군기를 활용하면 적군이 계급 식별로 사살을 용이하게 만드는데 유용할 듯 하다. ㅋㅋ 내부반 내의 똥군기를 없애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서평] 카탈로니아 찬가

카탈로니아 찬가10점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민음사

스페인 내전사에 대한 전반적 개괄은 일전에 소개한 앤터니 비버 선생의 저서[1]가 상당히 볼만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사상 가장 아나키스트의 활동과 문화가 활발했던 장소인 스페인에서, 앤터니 선생의 아나키즘에 대한 빈약한 관점과 편협한 사관 덕분에 이에 관한 내용이 책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 꽤나 애석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인데, 오웰은 다들 알고 있는 바로 그 유명한 소설가이다. 당대 반 파시즘의 기치를 걸고 뭉친 지식인 집단이 스페인 내전을 위해 참전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 반파시즘 연대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2]가 읽을만하니 참고하시라.

책 내용 자체는 전반적으로 현장감이 무척 느껴지는 생생한 수기라서 마음에 든다. 앤터니 선생의 책 처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역사서도 좋지만, 개인적 경험담을 통한 현장감으로 당대의 분위기와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특히 아나키스트 군대의 병영문화에 대한 묘사(p40)는 흥미롭다.

당대 스페인의 ‘마냐냐’문화에 대한 묘사가 재미있는데, 오웰의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꼭 현대 중국인이나 인도인을 묘사하는 글 같다. 일전에 소개한 장하준 선생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3]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민족성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고정 불변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11장은 당대 선전물과 언론의 진위 공방에 대한 이야기라서 후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흥미롭지 않다는 뒤쪽의 역자 설명이 있다. 실제로 그리 재미있지는 않고, 전체 내용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이 부분은 읽지 않고 넘어갔다.

스페인 내전이나 아나키즘 운동사에 관심이 있다면 미시사로서의 기록으로서도 읽을만할 것 같고, 오웰에 관심이 있어도 볼만할 것 같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2010년 12월 13일
[2] 한국일보 반파시즘 세계연대… 국제여단이 일깨운 것 2014.12.15 22:16
[3] http://zariski.egloos.com/2216542

[서평] 가브릴로 프린치프- 세기를 뒤흔든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10점
헨리크 레르 글.그림, 오숙은 옮김/문학동네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얼마전에 지나간 6월 28일은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암살이 있었던 바로 그 날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의미가 더 깊은 듯 하다.

이 책은 사라예보 사건 전후로 가브릴로와 황태자의 행적의 경과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만화이다. 보통 1차 세계대전이면 전쟁 그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거나, 사라예보 사건이면 사건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인데 독특하게도 가브릴로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독특한 책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써서 그런지 쉽게 술술 읽혀서 좋다. 그러나 사소한 역사적 팩트의 정확성에도 신경이 쓰이는 본인으로서는 출처가 정확히 표시된 그냥 글로 된 매체가 더 좋았을 것 같다.

가브릴로가 대단히 아나키스트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는데, 책의 여러군데에 아나키즘의 유명인사의 어록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것은 금시초문인데다가 위키피디아에서도 아나키즘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는 걸로 봐서는 내용 자체는 뭔가 좀 걸리는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검거 당시 나이가 19세인데, 너무 중년같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ㅎ

1차 세계대전의 복잡한 정치 지형도와 경과 과정은 존 키건 선생의 저서 ‘1차 세계대전사‘ 앞부분에 비교적 상세히 나온다. 좀 더 자세한 과정을 원한다면 참고할만하다.

전반적으로 일전에 소개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과 상당히 흡사하다. 역사적 재구성이기도 하고, 거대사에 휩쓸리는 개인의 미시사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라든지, 만화가 주는 유사한 분위기조차 닮아있다. 같이보면 좋을 것이다.

만화라서 비교적 쉽게 읽히지만, 당대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에 관한 배경이 있으면 더 잘 이해가 될 듯 하다. 만화라는 매체를 선호한다면 볼만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