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자 Cédric Villani의 최근 행보

Cédric Villani 선생의 이름은 필즈상 수상자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종종 듣는데, 잘은 몰라도 나름 똘끼-_-가 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뭐 수학계에는 똘끼가 워낙 흔해서 이런 건 눈에 띄는 축에도 안 들지만… ㅋㅋㅋ

Villani 선생의 최근 행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The Verge의 기사[1]를 읽어 봤다. 수학계의 레이디 가가-_-라네…. ㅋㅋㅋㅋ

이 아저씨 얼마 전에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하원에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마크롱 내각에 합류해서 나름 활약중인 듯 하다. 근데 국회의원에 당선돼 놓고 왜 행정부로 옮겼는지는 모르겠음. 마크롱씨가 젊은 정부로서 나름 개혁의지가 강한 듯 한데, 노동 유연성을 좀 높이려다가 근래 철도 노조의 파업[2]으로 꽤 고생하고 있는 듯. 얼마전에는 사르코지도 뇌물 수수 혐의로 잡혀있다[3]고 하던데, 여기나 저기나 똥같은 전직 대통령을 잡아 넣고 개혁하느라 나라가 꽤 시끄러운 것 같다. ㅋ

뭐 여하간 마크롱 내각에서 수학/과학 쪽을 담당하는 테크노크라트 역할을 하는 모양이던데, 근래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것 같다. 웹사이트[4]가 별도로 있는데, 보고서는 이 사이트[4]에서 pdf 포맷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업하느라 바쁘신 분들은 10페이지부터 시작되는 executive summary를 보면 된다. 근데 나는 영어 울렁증이라…. -_-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GAFAM; 구글, 애플, 페북, 아마존, 마소)이 없어서, 유럽 정부들은 나름 고심을 하는 모양인 듯 하다. 이제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를 지나서 인공지능 시대로 들어가는 듯 하니, 이 시류에 따라 빅테크 기업을 하나 키워보려는 정부의 소망 비스무리한 걸 느낄 수 있다. 레이 쥔이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고 말했더라는 진위불명의 소문이 있던데, 출처는 불명해도 여하간 이 말 대로 멍때리지 말고 새로운 기술 도래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듯 하다. 마크롱씨도 나름 노력하는 듯.

필즈메달이 미래에 업적을 이룰 사람에게 주는 격려상이라는 취지에서, 필즈메달 수상자가 딴 일 하는 걸 별로 안 좋게 보긴 하는데, 뭐 정부에서 중요한 과학기술 정책에 의미있는 조언을 해서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Villani 선생의 책은 국내에 역서[5]가 한 권 있는데, 게을러서 사 놓고 여태 읽지 않고 있다. 대충 앞부분만 보니 수필에 가까운 내용인 듯 한데, 별달리 설명도 없이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게, 아무래도 대중적 독자를 염두해서 쓴 책은 아닌 듯 하다. 켁.

 


[1] the verge MEET THE ‘LADY GAGA OF MATHEMATICS’ HELMING FRANCE’S AI TASK FORCE Mar 28, 2018, 8:10am EDT
[2] 로이터 French train chaos strikes again as standoff with Macron deepens APRIL 8, 2018 / 2:05 PM
[3] 가디언 Nicolas Sarkozy in police custody over Gaddafi allegations Tue 20 Mar 2018 09.04 GMT
[4] https://www.aiforhumanity.fr/en/
[5] 세드릭 빌라니 저/이세진, 임선희 역, “살아 있는 정리“, 해나무, 2014

트럼프 당선 직후 CIA에서의 연설

마이클 월프 저/장경덕 역, “화염과 분노”, 은행나무, 2018

강조는 원문을 따름. 주석은 역자의 것임. 원문에 마침표가 있을 것 같은 자리에 쉼표가 상당히 많은데, 이유는 모르겠음.

그러나 대통령이 즉시 시작한 공식 업무는 CIA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토요일인 1월 21 일에 트럼프는 쿠슈너가 계획한 대로 대통령으로서 첫 행보로 랭리*를 방문했다. 배넌의 희망 섞인 설명에 따르면 “정치를 좀 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첫 행보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 준비한 발언을 통해 그는 CIA와 마구 뻗어나가고 정보를 흘리는 그 밖의 미국 정보기관들에게 유명한 트럼프식 아첨을 할 예정이었다.

그는 어두운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몸집 큰 깡패 같은 인상을 주면서 CIA의 희생된 요원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 앞에서 서성거렸다. CIA 직원과 백악관 참모 약 300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새 대통령은 청중이 그에게 집중하고 있는 게 즐거워 언제나 그렇듯이 잘난 체하며 갑자기 그의 연설문을 무시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 연설 중 가장 이상한 것들 중 하나라고 할 만했다.

“나는 웨스트포인트**에 관해 많이 압니다. 나는 학업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늘 MIT의 훌륭한 교수로 35년 동안 재직한 숙부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학문적으로 여러모로 굉장한 일을 했습니다, 그는 학문적인 천재였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지식인인가?’ 하고 묻지요. 그래요, 나는 똑똑한 사람에 들어갑니다.”

이는 모두 곧 인준을 받을 새 CIA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를 칭찬한답시고 한 말이었다. 폼페이오는 웨스트포인트에 다녔고 트럼프는 그를 데려와 청중들 앞에 세워두었다. 폼페이오는 이제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당황스러워했다.

“내가 젊었을 때 말이죠. 물론 나는 젊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가 서른, 서른다섯, 서른아홉 살인 것처럼 느껴요, 누군가 ‘그렇게 젊으냐?’고 물었어요. 나는 내가 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지요. 나는 선거운동 마지막 몇 달 동안 여러 곳을 들렀어요, 네 군데, 다섯 군데, 일곱 군데…… 2만 5000명, 3만 명…… 1만 5000명, 1만 9000명이나 되는 청중 앞에서 연설하고 또 연설했지요. 나는 젊다고 느낍니다. 우리 모두 정말 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젊을 때는 우리나라가 언제나 이기고 있었어요. 우리는 무역에서 이기고,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는 나라였습니다. 몇 살 때인가 강사 한 명이 미국은 전쟁에서 진 적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어떤 것도 이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이라는 옛말도 있잖아요? 내가 언제나 석유를 지키라고 한 말을 잊지 마세요.”

“누가 석유를 지켜야 한다고?” 당혹스러운 한 CIA 직원이 방 뒤쪽에 있는 동료에게 몸을 구부리며 물었다.

“나는 이라크의 팬이 아니었어요, 나는 이라크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들어가서 잘못 나왔어요. 그리고 나는 항상 그 말만 한 게 아니라 석유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어요. 이제 나는 그걸 경제적 이유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에 관해 생각해보면, 마이크一그는 방 건너편에 있던 국장 지명자의 이름을 불렀다一, 우리가 석유를 지켰다면 ISIS는 없었을 겁니다, 왜냐 면 처음부터 그들이 자금을 마련한 건 그곳에서 였으니까요,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석유를 지켰어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아마도 당신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석유를 지켰어야 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잠시 멈추고 명백히 만족감을 나타내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첫 방문지로 이곳에 들른 건, 아시다시피 나는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어요,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내가 정보기관들과 다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이곳이 내 첫 번째 방문지가 된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라는 걸 여러분에게 정말 알리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그들도 그걸 압니다. 나는 숫자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우리는 어제 연설에서 큰일을 하나 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그 연설을 좋아했나요? 분명 좋아했겠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넓은 광장을 메웠어요. 여러분도 보았을 겁니다. 빽빽했지요.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 TV 채널 한 곳을 켜니 그들은 텅 빈 광장을 보여주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잠깐만, 내가 연설을 했잖아. 나는 멀리 내다봤어요, 그 광장에 모인 인파는 100만 명, 150만 명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들은 사실상 아무도 안 서 있는 광장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사람들을 많이 모으지 못했다고 했고, 나는 거의 비가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비 때문에 사람들이 흩어져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내려다보면서 네 연설에 비가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했고, 실제로 내가 연설을 시작했을 때 내가 말했어요, 어~ 안 돼, 첫 줄을 읽을 때 나는 빗방울을 두어 개 맞았고, 내가 그랬죠, 오, 이건 너무 안 좋아,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갈 거라고. 사실은 말이죠, 즉시 비가 멈췄어요…….”

“아니, 안 그랬는데.” 그를 수행하는 직원 한 명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하던 말을 뚝 끊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누가 엿듣지 않았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정말 햇빛이 났고 내가 연설을 마치고 내려와 그곳을 떠난 직후에 비가 쏟아졌어요. 비가 쏟아졌지만 우리는 놀라운 걸 보았어요. 솔직히 100만 명, 150만 명은 되는 것 같았어요, 얼마가 됐든 정말로 그랬습니다, 인파는 워싱턴기념관까지 쭉 이어졌어요, 그런데 내가 실수로 그 방송을 틀었고, 방송은 텅 빈 광장을 보여주었지요, 방송은 우리가 25만 명을 모았다고 했어요. 그것도 괜찮지만 그건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제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대통령 집무실에 마틴 루서 킹 박사의 멋진 조각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또 마침 처칠一윈스턴 처칠—을 좋아해요, 우리 대부분은 처칠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우리와 관련이 많지요, 우리를 도왔고요, 진정한 동맹이지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처칠 조각상은 치워버렸지요……. 그래서 〈타임〉기자가 한 명 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 표지에 열네 번인가 열다섯 번 나왔어요. 나는 〈타임〉역사를 통틀어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톰 브래디가 표지에 나왔다면 그건 한 번이고 그가 슈퍼볼인지 뭔지 하는데서 우승했기 때문이에요. 나는 올해에 열다섯 번 나왔어요. 나는 그게 언젠가 깨질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이크…… 어떻게 생각해요?”

“맞습니다.” 폼페이오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말씀드리겠는데,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그 흉상, 마틴 루서 킹 박사의 조각상을 끌어 내렸다’는 건 매우 흥미롭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바로 그 자리에 있었어요, 카메라 기자도 그 앞에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이런…… 〈타임〉에서…… 내가 그걸 끌어 내렸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마틴 루서 킹 박사를 대단히 존경해요. 그러나 이 일은 언론이 얼마나 부정직한지 보여주지요. 큰 기사를 써놓고는 철회하는 건 이런 식이에요.” 그는 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크기를 표현했다. “한 줄 이나 될까요, 아니면 그들이 그걸 쓰기나 할까요? 나는 단지 정직성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나는 정직한 보도를 좋아합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들어오려고 줄곧 애를 썼던 다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때 말하겠지만요, 왜냐면 나는 다시 올 거니까요, 우리는 여러분에게 더 큰 방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더 넓은 방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 같고, 아마도, 아마도, 그건 누군가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 아는 사람이 지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둥을 세우지 않을 겁니다. 이해하시겠죠? 우리는 기둥들을 없애버릴 겁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고, 여러분을 존경하고, 내가 더 존경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는 걸 알 겁니다. 여러분은 굉장한 일을 하고 있고 우리는 다시 이기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걸 지휘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에게 대단히 감사합니다.”

트럼프의 연설이 ‘라쇼몽 효과’***를 내는一환희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一징후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CIA에서 있었던 그의 리셉션을 비틀스식 감정의 분출로 묘사하거나 아니면 너무나 터무니 없고 기가 막혀 그가 연설을 마치는 순간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았던 반응을 전했다.

 


* CIA 본부소재지
** 미국육군사관학교
*** Rashomon effect, 일본 영화〈라쇼몽〉에서 사용한 플래시백 기법으로 한 가지 사건을 여러 시각으로 재현하는 이 방식에 빗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습성을 라쇼몽 효과라고 부른다.

대안적 사실‘이 콘웨이의 작품이 아니란 걸 알았다-_-

[서평]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에드워드 J. 라슨(저자) | 임종기(역자) | 에이도스 | 2012-01-12 | 원제 An Empire of Ice (2011년)

 


남극 Adare 곶에서 과거 캡틴 스콧 팀의 식량으로 추정되는 케이크가 발견되었다는 BBC 뉴스[1]를 본 기억이 있다. 무려 106년(!)된 케이크지만 보존이 잘 돼 있어서, 마치 먹을 수 있을 듯 한 향을 내뿜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먹어본 용자는 없었는 듯 하다. ㅎㅎㅎ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과학사적 관점에서 캡틴 스콧의 업적에 대한 재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언급한 대로[2], 스콧 팀과 아문센 팀은 근본적으로 탐험의 목표가 달랐다. 과도하게 경쟁적 구도의 관점에서 부각되는 바람에, 스콧 선장의 테라 노바 탐험대는 마치 사전 준비와 지식의 결여, 실패한 리더십으로서 출발하기 전부터 약속된 실패자라는 세간의 인상을 가지고 있고, 사실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위키의 ‘아문센 vs 스콧’ 항목[3]에서도 1등만 강조하고 과학적 가치를 무시하는 관점이 반영된 서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4]와 같은 패착이 스콧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약속된 실패자로서의 인상이 부각된 소개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저자인 Edward J. Larson은 역사 저술가로 나름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그의 다른 저술인 ‘Summer for the Gods’로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였는데, 국내에서 ‘신들을 위한 여름'[5]으로 역서가 출간되어 있다. 이 책도 재미있을 것 같아 사놓고 아직 안 읽어 봤는데-_- 너무 게을러 탈이다. ㅎㅎ

역자인 임종기씨의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 싶더니만, 아주 오래 전에 읽은 SF의 개략적 역사를 소개하는 책[6]의 저자였다. 헐…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SF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주는 책으로 SF에 관심있으면 읽을만하다.

여하간 이 책에서는 스콧 이전의 영국의 사회 문화적/과학사적 배경을 소개하고, 왜 그런 탐험을 하게 되었고/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대적 설명도 들어 있어 텍스트의 분량은 꽤 많은 편이다. 비록 탐사의 동기에는 영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깔려있긴 했으나, 본질적으로 다양한 필요성과 학문적 발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탐사였고, 아시다시피 결국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p60에 영국의 세금이 ‘한낱 이론적인 연구’(즉, 남극 탐사)에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등장하는데, 이건 과학 발전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렁이들이 현대에서도 묻는 질문이다. ㅎㅎ 세상은 돌고 도는 듯. ㅎㅎ

p135부터 설명되는 챌린저 호의 탐사는 인류 최초의 Big Science라고 볼 수 있는데, Edward Forbes심해 무생대 가설을 폐기시킨 대규모 세계 해저 탐사로서 유명하다. 일전에 본 김명호 화백의 만화 ‘생물학 공방'[7]에서 이 탐험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 바란다.

p194에 영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퍼진 제국의 위기의식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혀 언급을 안 하고 있지만, 이 시대는 신흥 강대국인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하던 시기로, 영국사회에서 제국의 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8]에도 잘 나와 있다.

지구가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오늘날 누구나 아는 간단한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북극성이 자석이다/자극이 여러 개 있다 등의 잘못된 (그러나 당대에는 어느정도 설득력 있었던) 가설들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목숨을 걸고 극점에 찾아가서 자기장을 측정해야만 했다. 과학의 발전은 데이터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1등을 강조하는 세간의 무지렁이적 인식[3] 때문에 스콧의 업적이 지나치게 과소평가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목숨과 바꾸며 채집한 화석이 지구과학의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는 사실[9]만 봐도 캡틴 스콧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아참, 참고로 스콧 선장의 테라노바 탐험대 직후에 남극점 정복을 시도한 시라세 노부라는 사람이 있다. 스콧이 1912년 1월 17일에 남극점에 도달했는데, 시라세 노부는 1월 16일에 남극 대륙에 상륙했으니 간발의 차라 할 수 있다. 일전에 읽은 김예동 선생의 저서[10]를 참고하기 바란다.

 


[1] BBC Antarctica fruitcake: 106-year-old dessert ‘left by Capt Scott’ 12 August 2017
[2] 내 백과사전 스콧/새클턴과 아문센의 차이 2018년 3월 2일
[3] 아문센 vs 스콧 (나무위키)
[4] 내 백과사전 스콧이 개썰매를 쓰지 않은 이유 2018년 3월 11일
[5] 에드워드 J. 라슨 저/한유정 역, “신들을 위한 여름“, 글항아리, 2014, ISBN : 9788967351144
[6] 임종기,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책세상, 2004, ISBN : 9788970134383
[7] 내 백과사전 [서평]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2016년 12월 24일
[8] 내 백과사전 [서평] 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2012년 12월 20일
[9] 내 백과사전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2018년 3월 16일
[10] 내 백과사전 [서평] 남극을 열다 – 아시아 최초의 남극 탐험가, 시라세 노부 2016년 1월 3일

스콧이 목숨과 바꾼 돌의 가치

에드워드 J. 라슨 저/임종기 역, “얼음의 제국“, 에이도스, 2012

p369-371

당시 지휘를 맡고 있었던 앳킨슨은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대원들의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그곳에서 소지품과 함께 썰매를 찾아냈다. 소지품 중에는 비어드모어 빙하의 빙퇴석에서 채집한 아주 중요한 지질 표본도 있었는데 무게가 35파운드 정도 됐다. 윌슨 박사의 요구에 따라, 죽을 때까지 이 표본들을 간직했던 것이다. 심지어 재앙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을 때조차도, 자신들이 끌어야 했던 짐에 보태기에는 표본이 너무나 무겁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수거한 우리는 텐트 방수포로 시신을 덮고는 장례식을 치렀다. 이때부터 다음날까지 줄곧 시신 위에 돌무덤을 쌓았다.” 대원들은 오츠의 시신을 찾기 위해 썰매를 이끌고 남쪽으로 20마일을 갔지만, 그의 슬리핑백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70

시신과 일기 말고 회수된 암석들도 그때 이후로, 아주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비평가들은 스콧이 시간을 들여 표본을 채집해서 끌고 오는 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스콧을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표본을 간절히 채집하고 싶어 했던 인물은 월슨이었다. 윌슨의 일기는 암석에 들어 있는 나뭇잎 화석의 흔적을 보고서 느낀 전율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발견 결과를 통해, 화석에 있는 식물이 세계적 범위의 식물군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가장 큰 잎들 대부분은 모양과 엽맥으로 볼 때 너도밤나무 잎 같았다”고 지적했다. 데븐햄은 표본을 보고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버클리 산에서 남극점 팀이 가져온 35파운드 무게의 표본에는 고생대 후기의 식물 화석 흔적이 있었다. 대충 봐도 그 식물은 다른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면밀한 연구를 통해서 이 화석에는 오랫동안 찾아왔던 식물, 즉 글로소프테리스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극대륙에 이 식물이 서식했다는 사실은 한때 남쪽의 대륙이 광대한 초대륙을 형성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케임브리지의 식물학자인 A. C. 슈워드는 1914년 이렇게 말했다. “비록 불충분하지만, 남극점 팀이 채집한 표본으로 남극대륙의 영토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다. 그 그림에 근거해서 볼 때, 표본은 고생대의 대륙에서 분기선에 퍼져 있던 새로운 식물군이 진화한 것이라고 보는 판단은 합당하다. 버클리 산의 빙퇴석에서 글로소프테리스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가설을 확증된 사실로 받아들이는데 꼭 필요한 것이었다”71

 


70. E. L. Atkinson, “The Last Year at Cape Evans,” in Scott, Last Expedition, 237.
71. Edward Wilson, Field Notes, in A. C.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in British Museum (Natural History), British Antarctic (“Terra Nova”) Expedition, 1910, Natural History Reports: Geology, vol. 1 (London: British Museum, 1914), 6; F. Debenham, “The Geological History of South Victoria Land.” in Scott, Last Expedition, 300; Seward, “Antarctic Fossil Plants,” 42

퀀트 트레이더 권용진 인터뷰

ㅍㅍㅅㅅ에서 재미있는 글[1]을 봤다. ㅋ

처음 HFT에 대해 들었을 때[2]는 완전 신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에 대한 요지경 세상의 묘사는 마이클 루이스씨의 [3]에 좀 나와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ㅎ

대충 인터뷰[1]는 자기 PR과 강연회 광고-_- 같아 보이지만, 인터뷰 전반에 걸쳐 근래 생겨난 흥미로운 토픽을 모두 담고 있으니 재미로 볼만하다. 개인적으로 뉴럴 네트워크로 트레이딩을 하는 건 고전적인 방법보다 별로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4]하는데, 그 예상이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ㅎ

 


2018.1.23
퀀트란 무엇인가? by 권용진

 


[1] ㅍㅍㅅㅅ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초단타 퀀트 매매법을 말하다 2018년 1월 18일
[2] 내 백과사전 초고속 매매 High-frequency trading 2013년 10월 18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플래시 보이스-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2014년 10월 7일
[4] 내 백과사전 Neural network를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져에 대한 개인적 견해 2016년 5월 17일

[서평] 라이트 형제

라이트 형제
데이비드 매컬로(저자) | 박중서(역자) | 승산 | 2017-02-20

 


이 책은 라이트 집안의 7남매 중 두 형제 Orville과 Wilbur가 비행가능성에 대해, 세간의 회의론을 뒤집고 자금 지원이 빠방한 연구소를 앞질러, 외부 지원없이 자신들의 생업으로 버는 돈을 기반으로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여, 마침내 비행 성공을 해내는 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이야~ 딱 들어봐도 영화로 만들법한 드라마틱한 이야기 같다. ㅋㅋㅋ

본인은 라이트 형제에 대해서는 초딩때 위인전으로 읽어본 지식이 전부였는데-_- 이거 다시 읽어보니 엄청 훌륭한 사람들이구만. 초딩 때는 먹고사니즘-_-의 무게가 생에서 얼마나 큰지 실감을 못했기 때문에 감흥이 없었다. 생업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뭔가 실험하고 연구하여, 실패를 거듭한 이후에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늙어서야 감동할 수 있는 것 같다. ㅋㅋㅋ 당대 사람들의 비행술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팽배했던 분위기에 대해서는 일전에 조금 인용한 적[1]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David McCullough는 나름 유명한 사람 같은데,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받았네. 헐. 이 책의 위키피디아 항목이 별도로 있는 걸 보면 나름 인지도가 있는 책인 듯하다.

책의 전반부는 형제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부분이고, 후반부는 미국과 유럽에서 비행시범을 보여줄 당시에 사람들이 운집한 광경을 묘사하는 것의 반복이라 좀 재미없었지만-_- 여하간 이코노미스트지의 표현[2]대로 흥미롭고 속도감있게(enjoyable, fast-paced) 읽을 수 있다. 나도 책을 잡은지 사흘만에 후닥닥닥 읽어버렸다. ㅋ

다만 저자의 한계인지, 대중성만을 고려한 탓인지 기술적 설명이 전혀 없고, 정보의 출처도 많이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1]에서 봤던 “인간이 날아다닐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사를 인용하는 대목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의 언제 기사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상당히 아쉽다. 또한, 라이트 형제가 기술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앞서 있었는지 짐작할만한 단서가 책에는 전혀 없다. 라이트 형제가 정식 대학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물리학에는 나름 조예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p204)

일전에 비행기의 양력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글[3]을 쓴 적이 있는데, 어느 동영상[4]을 보니 거꾸로 뒤집혀 날 수 있는 비행기는 날개가 좀 특수한 듯… 헐… 갑자기 항공역학에 관심이 좀 생긴다. ㅋ

p244에 디아볼로라는 장난감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뭔가 싶어서 검색을 좀 해 봤다. 요요의 전신 같은 장난감인 듯… 유튜브에 가지고 노는 모습[5]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 내 백과사전 라이트 형제 당시의 미국 분위기 2018년 1월 6일
[2] 이코노미스트 Heavens above Apr 25th 2015
[3] 내 백과사전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이유 2013년 4월 23일
[4] How Planes Are Engineered to Fly Upside-Down (youtube 3분1초)
[5] Awesome diabolo tricks (youtube 7분33초)

어느 몰타 저널리스트의 죽음

ICIJ 홈페이지[1]에서 기사를 본 지 며칠 됐긴 한데, 이코노미스트지[2]에 좀 더 상세한 소식이 다시 나오길래 함 포스팅 해봄.

EU 회원국 중에 가장 작은 나라인 몰타에서 각종 정치인들의 비리를 탐사보도하여 맹활약하던 Caruana Galizia라는 언론인이 폭탄으로 살해되었다고 한다. 폭탄이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그녀의 렌트카가 80미터나 날아갈 정도 였다[2]고 한다. 사고 직후에 그녀의 아들이 달려온 모양인데, 자신의 어머니의 시신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고 한다.[3] 헉.

이 Galizia씨는 하도 정치인 비리 폭로를 많이해서, 누가 범인인지 짐작도 안 될만큼 적이 많았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파나마 페이퍼스[4]를 많이 활용한 모양이다. 폭로된 비리들 이야기를 대충 들어 보니 몰타 정치인들도 개판이구만-_- 몰타에서는 지난 2년간 자동차 폭탄으로 살해된 사람이 5명이나 된다는데,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한다.[2] 엉망진창 세상이다.

그녀의 블로그 ‘Running Commentary'[5]가 꽤 유명한 모양이던데, 살해된 당일날짜로 등록된 포스팅도 두 개가 있다. 원래 이런 사이트 방문하면 RIP 이런 댓글이 엄청 많이 보여야 하는데,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댓글이 허가가 되어야 노출되는 듯 하다.

일전에 러시아 저널리스트의 사망사건[6]이나 어느 일본 변호사의 사망사건[7] 이야기도 했지만, 사실을 알리려다 죽는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안타깝다. 세상이 어찌될려나 모르겠구만.

 


[1] ICIJ Malta investigative journalist killed in bomb blast OCTOBER 16, 2017
[2] 이코노미스트 The death of a crusading journalist rocks Malta Oct 21st 2017
[3] https://www.facebook.com/matthewcaruanagalizia/posts/10159419399490035?pnref=story
[4] 내 백과사전 Panama Papers 2016년 4월 6일
[5] https://daphnecaruanagalizia.com/
[6] http://zariski.egloos.com/2274818
[7] 내 백과사전 어느 일본 변호사의 죽음 2010년 10월 11일

코인원 대표 차명훈 인터뷰

ㅍㅍㅅㅅ에 코인원대표 차명훈씨의 인터뷰[1]가 실려 있다. 국내 이더리움 거래소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 중개를 하는 것 같다.

인터뷰[1]를 대충 보니, 경영자가 기술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경영적 측면에서는 역량이 적어 고생하는 여러 흔한 케이스 중 하나 같다. 일전의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 인터뷰[2]에서도 경영자가 기술에는 해박한 것 같은데, 코나페이가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는 걸 보면 고생하고 있을 듯 하다. ㅎㅎ

여하간 현재 회사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는 형세인 듯 해서 상당히 놀랍다. 비트코인으로 실 수익을 내려면, 일단 비트코인이 현물 경제까지 침투한 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다. ㅎㅎ

코인원 홈페이지에 있는 수수료 목록[3]을 보니 월 500억 이상의 거래는 수수료가 전혀 없던데-_- 한 달만 엄청나게 거래하면 다음달 부터는 수수료를 안 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ㅋ 1원을 거래하든 100억을 거래하든 중개하는 측에서는 어차피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똑같을 것 같은데, 차라리 고정 가격으로 수수료를 정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ㅎ

 


[1] 세상 물정 모르는 개발자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으로 일어나기까지: 코인원 CEO 차명훈 인터뷰 in ㅍㅍㅅㅅ
[2] 내 백과사전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의 결제서비스 전망 2015년 10월 3일
[3] https://coinone.co.kr/fees/